[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민사소송에서 학생 상담기록을 증거로 활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도교육청으로부터 제자 성추행에 대한 강압적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경진 교사의 유족은 “지난 4월 마무리 된 손배소 과정에서 김 교육감이 학생 상담을 부적절하게 이용했다”고 밝혔다.
24일 송 교사의 유족 대표 강하정 씨에 따르면 법원은 고인의 무고함을 밝힌 피해 학생들의 진술, 학부모, 학교운영위원회, 졸업생 등의 탄원서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법원은 사건 발생 후 수년이 지난 상황에서 나온 일부 학생들의 상담 내용을 근거로 한 진술을 인용해 피고 손을 들어줬다.
강 씨는 “남편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 후 도교육청의 상담에 응한 학생들이 번복 전의 진술이 맞는다는 식으로 말했던 내용이 패소에 결정적이었다”며 “우리는 학생들을 보호하고자 김 교육감과 염규홍 인권센터장만을 대상으로 법원 판단을 받으려 했지만, 김 교육감은 학생 상담을 빌미로 다시 불러 진술을 받아내 재판자료에 활용했다. 이는 매우 패륜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도교육청이 송 교사 사망 후 학생 상담 과정에서 다시 번복된 진술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김 교육감이 학생 상담기록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그 내용이 노출된 과정을 놓고 항소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비밀로 지켜져야 할 학생 상담을 교육자가 활용한 부분은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도교육청이 진행한 상담이라 학생 회유 등도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유족은 학생 상담 날짜, 그리고 선고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보호자 확인서가 날아든 것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강 씨는 “학생들의 진술 날짜를 확인한 결과 우리가 도교육청에게 행정소송을 승소한 시점으로 여겨진다. 시기가 매우 공교롭다”면서 “사실상 재판이 끝난 상황에서 선고가 수개월 간 거듭 미뤄지다 최종적으로 날짜가 잡힌 뒤 20일 정도를 남겨둔 상황에서 학생 아버지의 사실 확인서가 제출되고 결국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민사소송의 경우 형사소송에 비해 증거 범위가 넓은 데다, 학생 상담내용 활용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원고 측 전수민 변호사는 “의료법, 변호사법과 달리 학생 상담의 비밀여부는 법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항소에서 다시 논의해볼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피고 측 변호인은 “소송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고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앞서 4월 28일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민사부(박근정 부장판사)는 강 씨가 김 교육감, 염 전 센터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유족은 경찰의 내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는데도 도교육청이 징계 절차에 착수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면서 4억4000여만 원의 배상을 요구한 바 있다.
재판부는 “내사 종결의 주된 근거가 된 1∼2차 진술 때 학생들은 고인의 신체접촉 사실 자체를 번복하지 않았고 3차 진술 때 ‘이렇게까지 큰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고 기재했다. 이는 사회적 파장을 느낀 고인이 잘못을 인정하자 용서한 것으로 풀이될 여지가 크다”며 “교육기관이 고인에게 행한 조사, 판단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행위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