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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직원 원팀으로 씽씽~, 코로나 청정학교 됐어요”

서울신월중학교

 

한때 야구만 잘하는 학교였다. 일찌감치 낡아 버린 건물, 교육여건은 열악했다. 그만큼 힘든 학교였다. 
2021년 7월, 다시 찾은 서울 양천구 신월중학교. 잘 정돈된 교정, 산뜻한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해로 개교 40년을 맞는 학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현관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그린 재기발랄한 그림이 전시돼 있다. 꿈과 끼가 씨줄과 날줄이 돼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빛바랜 사진첩 속 학교는 없었다.


외형만 달라진 게 아니다. 학생은 활기차고 교사는 열정이 넘친다. 냉담했던 학부모들은 이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학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을까?
신월중은 학생을 위한 학교다. 학생이 만들어 가는 학교다. 학생회가 중심이 된 자치활동은 가장 큰 원동력이다.

 

학생을 위한 학교, 학생이 만들어 가는 학교
올해 초 신월중은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학교구성원 전체가 충격을 받았지만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방역체계를 단단하게 조이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았다. 특히 학생들의 자발적인 활약이 돋보였다. 코로나19 예방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표어를 공모하고, 영상반 동아리 학생들은 예방수칙 등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하여 급식실 등에서 방영했다. 동영상엔 학생들이 콘티를 짜고 직접 출연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높였다. 학생들이 공모한 표어에는 ‘거리가 가까울수록 안전은 멀어진다’ ‘우정보다는 모두를 위한 안전을’ 등등 빼어난 수작들이 등장, 경각심을 일깨웠다.


교장을 중심으로 한 교직원들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학교 출입구를 이원화하고 등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온측정과 손소독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점심시간에도 체온체크와 손소독은 물론 지도교사와 보조인력을 배치, 예방에 온 힘을 쏟았다.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교실 안팎과 다중이용시설 소독도 빠뜨리지 않았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신월중은 이제 코로나 청정학교로 손꼽히고 있다.

 


활발한 토론문화에 기초한 민주적 학생회 운영도 신월중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학생회가 주축이 된 자율적 학교생활문화 만들기가 대표적이다. 학급 단위로 실시되는 ‘우리 학교 토론회’를 통해 교복개선 공론화, 학생 생활규정 개정 등 성과를 거뒀다. 


지난 5월 스승의 날에는 학생들이 직접 엽서를 만들어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고, 오케스트라 동아리는 직접 연주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 스승의 은혜를 기렸다.

문현숙 교장은 당시 학생들이 보낸 손편지 엽서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편지글에는 ‘점심시간에도 학생들에게 일일이 살펴주는 교장선생님께 감사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학교를 책임지는 교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을 놓치지 않고 진심으로 받아들여 준 학생이 기특하고 감사했다. “관심 갖고 보살펴야 할 아이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다”는 문 교장은 “학생들 앞에서 행동 하나, 말 한마디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자율동아리와 상설동아리를 포함 무려 41개 이르는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만화그리기반은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그림으로 표현, 학교환경 조성에 이바지하고 있고 상설 댄스반은 학생 축제 등에서 분위기를 이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양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메이커반은 상상하고 만들고 공유하는 메이커 교육에 앞장선다.


전통의 강호 야구부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지난 1983년 창단 이래 중학 야구계의 최강자로 꼽힌다. 지난 2013~14년과 2016~17년, 2020년에 각각 서울 중학야구 추계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수업 시작 종 울리기 전 교실로 가는 선생님들
자발적인 동아리활동도 신월중의 자랑이다. 배드민턴반은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동아리이다. 올해 이 학교로 전보된 김순태 교사는 어느 날 학생들로부터 배드민턴을 가르쳐달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이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 배드민턴을 지도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학생들 몇몇이 찾아온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매일 아침 운동을 하면서 배드민턴 훈련을 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1학년 학생들까지 가세해 지금은 가장 활발한 학생 자율활동 중 하나가 됐다.  


학생 자치활동을 지도하고 있는 이현경 교사는 “학생들 스스로 알아서 활동하는 뛰어난 자기주도성을 갖고 있다는 게 신월중 자치활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1학년 때부터 체계적인 자치활동이 이뤄지다 보니 교사들이 말하기 전에 학생들이 알아서 척척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학교를 변화시켜나간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면서 “민주시민역량을 기르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삶에 긍정적 시너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직원들도 마찬가지. 교사들은 수업 시작 종이 울리기 전에 교실에 들어가 수업준비를 한다. 학생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갖고 수업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교수·학습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교원학습공동체도 10여 개 이상 운영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을 실천하기라도 하듯 교사들 스스로 연구하고 학습하는 분위기가 그 어느 곳보다 잘 조성돼 있다. 


문 교장은 “등교수업과 원격수업 병행은 물론 방역 업무까지 담당하는 등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리면서도 전문성 향상에 최선을 다해준 교사들이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의 노력 못지않게 혼신의 노력으로 교육활동을 뒷받침해 준 행정실과 시설주무관들 역시 너무 고마운 분들”이라고 추켜세웠다. 정확하고 선제적으로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지원해 준 행정실과 잔디 깎기, 수목 전지 등 화단 가꾸기, 장마 대비 배수구 청소, 재활용품 정리 등 궂은일도 마다않고 솔선수범해 준 시설 직원들이 있었기에 긍정적이고 자발적인 학교가 될 수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직·성실·협동 신월중 교훈, 볼수록 멋져요”
문 교장은 올해로 교직 37년째를 맞는다. 교육현장에서 그리고 장학사와 장학관 등 교육전문직을 두루 거친 그는 학교는 누구나 오고 싶어 하고 편안하게 수업과 삶을 나눌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학교 어느 곳에서든 학생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과 교사들이 편안하게 수업에 전념하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바람이다. 문 교장이 교사들을 위한 수업나눔카페를 만들고 특별교실을 리모델링하는 학교공간 재구조화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문 교장이 특히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게 또 있다. 바로 교훈의 재구조화이다. 신월중 교훈은 정직·성실·협동 등 세 가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처음엔 좀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새마을운동 시대에 들어봤음직한 단어들이잖아요.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 보니 미래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이만큼 필요하고 좋은 말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교훈의 정신을 현재의 삶과 연계시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인간관계의 기본은 정직이고 성실하게 인내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원하는 만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교훈을 통해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특히 “협동은 협업과 융합의 정신을 담고 있어 창조적 삶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4년 처음 교직에 들어선 문 교장은 학교구성원 모두가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신월중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라고 했다. 학생들과 교감하고 교사들의 사소한 고민에도 관심 갖고 배려하는 교장, 그들과 언제 어디서든 동행하는 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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