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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역설, 다문화·취약계층에 원격수업은 피안의 세계

원격과 등교 사이, 교육회복은 어디쯤

 

 

코로나19에 따른 등교 축소·원격수업 장기화로 교육결손이 심각한 상태에 놓였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당국의 대책은 코로나19 이후 세 번째 학기가 끝나도록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교육계와 전문가들은 교육당국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면서 학습결손·정서결손·사회성 결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학습 등 교육결손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부터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이번 호는 2학기 전면 등교를 앞두고 학생들의 교육결손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현장의 고민과 해법을 들어본다.

 

교육결손 중 첫손에 꼽히는 학습결손은 ‘교실수업을 통해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이미 중학생들의 기초학력부진과 학습격차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학력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중학생들과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을 것이란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  전면 등교 이후 예상되는 학생들의 우울감·자살충동 등 정서적 결손도 전문가들은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등교수업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부딪힐 상황이다. 아울러 장기간 원격수업으로 급격히 저하된 학생들의 사회성을 교우관계 등을 통해 조속히 회복시키는 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특히 코로나가 청소년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조명한 부분은 눈여겨볼 만하다. 

 

코로나 영향은 모든 청소년에게 동등하게 나타나는가?


2020년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사람 간의 접촉은 최소화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의 확대는 청소년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일상 변화는 모든 청소년에게 동등하게 나타난 것일까? 

머터(Mutter, 2016)는 재난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재난이 미치는 영향은 개인·집단·국가가 처한 ‘사회적 조건(체제·불평등·부패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코로나19의 영향이 모든 청소년에게 동일하게 나타나기보다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문화적 차이, 가족의 형태, 거주 지역 등 청소년의 계층이나 발달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지원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코로나19의 종식과 장기화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현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질병관리청에서 제공하고 있는 전국 단위 조사인 청소년건강행태조사 2019년(중·고등학생 총 57,303명) 자료와 2020년(중·고등학생 총 53,948명) 자료를 분석했다. 또한 취약계층을 경제(빈곤가정 청소년), 문화(다문화가정 청소년), 가족(한부모/기타 가정 청소년), 지역(군 지역 거주 청소년)으로 구분(김경애 외, 2020; 김성식, 2020)하고 각 유형별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분석하고자 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과 취약계층 청소년의 집단별 영향을 함께 고려하기 위해 이중차분법(DID: differnce-in-difference)을 활용하였으며, 학교급·성별·부모학력과 같은 통제변수를 분석모형에 포함하여 코로나19가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보다 엄밀하게 추정하고자 했다.    

 

취약계층 청소년 유형별 달라진 학습풍경 
<표 1>은 학습 관련 실증분석 결과이다. 크게 두 가지 상반된 변화가 관측되었다. 빈곤가정 청소년, 한부모/기타 가정 청소년, 군 지역 거주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진행된 원격수업 결과, 학습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경우 학습시간의 증가는 관찰되지 않은 반면 오히려 학습목적 이외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학습목적 이외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학습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다른 취약계층 청소년들과 상반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의 확대는 언어·문화적 배경이 다른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에게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경우 원격수업환경에서 수업자료의 번역·자막이 존재하지 않아 학습을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이은혜·장안실, 2021). 또한 이러한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되어 있는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업중지·전환·축소·휴관 등으로 제 기능이 온전히 발휘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구수연, 2021).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환경은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같은 취약계층에게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한국어 수준이 부족한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위한 원격수업자료의 번역과 자막 작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원격수업에서 활용하는 자료의 약 80% 이상이 개별 교사들의 자체 제작 자료(권점례 외, 2020)라는 점에 비춰 볼 때, 번역·자막 지원은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학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코로나19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지원센터의 휴관이나 사업 중지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학습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빈곤가정 청소년, 하루 평균 학습시간 약 44분 증가
빈곤가정 청소년, 군 지역 거주 청소년, 한부모/기타 가정 청소년의 경우에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의 확대는 학습시간의 양적인 증가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온라인 개학 이후 교육부 주도로 빠르게 보급된 원격수업용 전자기기와 인터넷망 지원을 바탕으로 온라인학습의 주요 특징인 편리성과 반복학습 용이성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권점례 외, 2020; 조주선·주라헬, 2021). 또한 교육현장에서 대부분의 교사가 자체적으로 원격수업자료를 제작하고, 학생의 출결과 과제제출에 대한 피드백을 확대하는 등 헌신과 노력이 매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권점례 외, 2020). 즉,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확대는 취약계층 청소년의 학습시간을 양적으로 증가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사실은 원격수업이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정책적 함의를 제공한다.


하지만 학습시간의 양적 증가가 학업성취·학습태도와 같은 질적인 측면의 제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섬세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후속 지원 정책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적인 원격수업을 통해 학습시간 관리 및 안정적 확보를 유지하는 한편 학습시간의 양적인 증가가 학업성취나 학습태도의 증진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학습 질 제고 프로그램의 도입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빈곤가정 청소년 슬픔·절망 경험할 가능성이 약 1.4배 증가
<표 2>는 심리·정서 관련 실증분석 결과이다. 심리·정서 측면에서도 취약계층 유형별로 상반된 결과를 볼 수 있었다. 빈곤가정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슬픔·절망을 경험할 확률이 높아졌으며, 군 지역 거주 청소년의 경우 폭력을 경험할 확률이 높아진 것으로 관찰되었다. 반면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자살생각 경험이 감소하였고, 한부모/기타 가정 청소년의 경우 스트레스 수준의 감소, 슬픔·절망 경험이 감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빈곤가정 청소년은 코로나19 시기에 슬픔·절망과 같은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비빈곤가정 청소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군 지역 청소년의 경우에는 폭력과 같은 부정적 심리·정서를 경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청소년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크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와 경제적 불평등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저소득계층의 소득 감소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이승호, 2020)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경제적으로 비빈곤가정 청소년에 비해 열악한 빈곤가정 청소년, 대도시거주 청소년에 비해 경제적으로 열악한 군 지역 거주 청소년이 심리·정서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이러한 경제적 취약성은 아동·청소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서서 청년기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경제적 취약성은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와 같은 부정적 상황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정세정 외, 2021).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은 교실 풍경에서도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부정적인 심리·정서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찰되었다. 따라서 가계소득을 중심으로 빈곤지역 거주 청소년에 대한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심리·정서적 지원이 요구된다.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자살생각 경험 가능성 약 1.6배 감소 
반면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경우 자살생각 경험은 코로나19 이후 감소하였고, 한부모/기타 가정 청소년의 스트레스 수준, 슬픔·절망 경험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취약계층에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의 확대가 학교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심리·정서적 취약성을 일정 부분 완화시켜 준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반대로 코로나19 이전 우리 교육에서 다문화·한부모가정 청소년에 대한 일상적인 차별과 배제가 존재해 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 시기, 대면수업환경에서 다문화가정 청소년은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학교생활의 어려움, 친구관계 문제, 학업스트레스 등으로 비다문화가정 청소년에 비해 자살관련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크게 나타났다(이유신·김한성, 2019; 김현식·이두섭, 2014). 아울러 한부모/기타 가정 청소년의 경우, 가족 기능의 변화에 기인한 경제적 어려움, 소외감 및 상실감, 대인관계 및 또래관계의 어려움, 가족 및 학교생활 부적응과 같은 상황 속에 놓여 있었다(김영희 외, 1995; 조성연, 2004).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만든 비대면상황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심리·정서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다문화가정 청소년, 한부모/기타 가정 청소년의 긍정적 심리·정서 변화는 일상적 차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잠정적 보류 상황에 불과한 것이다. 즉,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다시금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지원은 코로나19 시기가 아닌 코로나19가 종료된 이후의 시점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며, 다문화가정 청소년, 한부모/기타 가정 청소년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근본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중·장기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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