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코로나19 유행 전후의 학생 심리 변화를 조사한 결과 가정형편이 어려울수록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서 격차를 줄일 통합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 18일 발행한 보고서 ‘코로나19 전후 학생들의 심리와 정서 변화: 서울학생들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학생들이 처한 환경에 따른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이 지난 5월 24일~6월 4일 서울 지역 초등학생 5학년~고등학교 3학년 1만988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정신건강 상 문제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답해 현 상황에 일정 정도 적응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정신건강 관련 5개 조사 항목(걱정, 불안한 마음, 슬프고 울적한 마음,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생각, 죽고 싶은 생각) 중 평균 2.06개 항목에서 어려움이 늘었다고 답해 가정 경제 상황이 ‘중’인 학생(평균 1.28개)과 ‘상’인 학생(평균1.12개)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보호자와의 의견충돌’, ‘보호자의 간섭’, ‘수업 진도’, ‘과제물’, ‘성적’, ‘진로’, ‘외모’, ‘용돈’ 8개 항목으로 구성한 스트레스 조사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가정 경제 상황 ‘하’가 평균 2.95개로 늘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중’은 평균 2.39개, ‘상’은 평균 2.25개로 가장 적었다. ‘자아존중감’, ‘주관적 행복감’, ‘성취동기’ 등 긍정적 심리·정서 지표는 더 낮게 나왔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은 일상생활, 학교생활, 대인관계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시간, 친교 활동, 취미·여가활동 등이 많이 감소한 학생일수록 코로나19 이후 정서적 어려움을 더 크게 느꼈다.
정서적 어려움에도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들은 적었다. 조사대상자 19884명 중 상담 요청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194명(11.0%)에 불과했다. 상담 요청 대상은 부모님이 922명(42.0%)으로 가장 많았고 친구 637명(29.0%), 학교 상담교사 186명(8.5%)순으로 나타나 학교보다는 비공식적 채널인 부모님이나 친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담을 요청하지 않은 학생들은 그 이유로 11,123명(62.9%)이 ‘상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2044명(11.6%)은 ‘어차피 상담을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를 선택했다.
학생들은 희망하는 심리지원으로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전문 상담’(32.8%)과 ‘개별적으로 자신의 마음 건강을 체크해 볼 수 있는 심리검사’(18.7%),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18.5%) 등을 꼽았다.
연구진은 학교 상담이 학생들에게 널리 이용될 수 있도록 역할에 대한 검토와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취약계층 학생들이 일상생활이 더 크게 흔들렸고 이는 심리적 어려움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며, 무너진 기본생활 습관을 바로 잡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하는 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 같은 재난 상황이 다시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학생 스스로 정신건강을 지킬 역량을 키워줄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