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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2년 빨라진 고교학점제 시행, 학생이 실험대상?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시행! 이를 두고 최근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제도 시행의 주체인 교사들의 반대와 유보 요구가 70% 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새로운 제도를 준비하는 기간이 꽤 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제도에 합당한 기본적인 실행 여건을 갖추지 못한 채 강행하기 때문이다. 날로 마찰음이 커지는 가운데 교육부는 2023학년 고1(현 중2)부터 일반고에 단계적으로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고 일정을 못박음에 따라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교육계는 대입제도 확정 없는 ‘밀어붙이기’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도입 일정만 못박는 일방행정과 이행 법률만 강행 처리하는 입법독주로 안착, 성공할 수 없다”며 “다양한 교과목을 가르칠 정규교원 확충과 도농 학생 간 교육격차 해소방안부터 명확히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마저 “고등학교별 역량이 균질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농산어촌학교나 소규모학교에서는 교원 1인당 담당해야 할 과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학생의 진로나 흥미를 고려한 교육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며 “구조적으로 대도시 학교와 지역 학교의 격차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교육부가 2년 앞서 고교학점제 강행으로 혼란이 불가피한 최대 실험대상이 현재 중1~2학년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왜냐면 대입제도 개편방안은 2025년 고1학생(현 초6)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에 앞서 단계별 시행이 적용되는 2023~2024학년에 입학하는 현 중1~2학년 학생들은 고교학점제 기반으로 수업을 받으면서도 현재 대입제도를 따라 입시를 치러야 한다. 이른바 최종 실행으로 가는 일종의 실험이자 애꿎은 학생들의 희생을 담보하는 것이다.

 

그뿐이랴. 교육전문가들은 현행 대입제도를 유지하면서 고교학점제를 운영함에 따라 대입에 유리한 과목만 골라 듣거나 선택과목 시간에 수능 준비를 하는 등 파행 운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 민간 교육 업체 대표는 “수능의 영향력이 살아있는 한 고교학점제는 원래 취지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현재 중1~2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해도 대입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동일한 방식으로 학습에 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수능 점수가 잘 나오는 학교를 중심으로 진학 선호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에 가장 적합한 학생부종합전형보다는 과거의 입시 시계인 수능 위주의 전형으로 돌아가 사교육이 증가함으로써 교육공동체의 교육력만 소진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2023년도 고교 입학생들은 어떻게 희생을 감수할 것인가? 예상하건데 고1 공통과목에서 성적 관리에 실패한 학생들이 일찌감치 정시로 눈을 돌리거나 검정고시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고1의 성적은 석차를 매겨 등급을 부여하는 현행 상대평가 방식을 유지하며, 2, 3학년부터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현행대로 9등급 체제가 유지되는 고1에서의 내신 경쟁은 전보다 치열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면 굳이 학업을 지속하기보다 검정고시를 통해 빠르게 고졸 자격을 획득한 채 수능을 보려는 자퇴생들이 많아질 것이다.

 

결국 ‘조국 사태’로부터 붉어진 교육 공정성에만 집중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당초 정시를 견제하겠다던 고교학점제의 초기 목적은 변질됐다. 2023년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고교학점제 시행을 원점에서 재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냐면 현행 입시제도에 정시 확대를 더욱 견고히 하는 단초가 이미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쉴 시간이 없는 우리 학생들은 가혹한 제도에 희생을 감수하게 될 것이기에 가뜩이나 코로나 위기로 힘겹게 학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마냥 측은하기만 하다. 고교학점제는 어떤 명분으로도 학생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희생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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