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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1] ‘유능한 교사’가 ‘유능한 교장’이 되려면

들어가며

급격한 사회변화와 인구구조의 변화, 코로나19와 같은 불확실한 상황은 교육현장에 미래를 앞당겨 왔고, 과거 교육체제를 전환하여 미래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역할의 수행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학교 안팎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학교장의 역할과 책임도 다양해지면서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의 승진제도가 미래교육을 위한 역량을 갖춘 학교장을 선발하고 양성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그렇다’는 답을 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승진제도가 교원의 경력 전반에 걸친 경험과 개인적 노력을 인정하고 나름대로 공정성을 갖춘 선발제도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미래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을 이끌어갈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있는 교장을 선발하는 제도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승진제도 개선의 방향과 요소의 변화에 따른 찬성과 반대, 교장공모제 확대 찬성과 내부형 공모제의 문제점 제기 등 서로 다른 정책이 제안되고 있으며, 교장승진제도를 보는 다양한 시각과 이해관계로 인해 어떤 정책이 나오든 간에 교원 간, 조직 내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 승진제도가 미래사회 변화에 부합하는지,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데 기여하는지, 학교와 사회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제도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필자 또한 현재의 승진제도에 따라 교감이 된 기득권을 지닌 사람으로 시각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원의 전문성과 교장의 역량 향상,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한 학교 자치의 실현과 학교교육력 향상,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중심을 두는 승진제도의 개선 방향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현행 승진제도의 문제점

현재의 교원 승진제도는 1964년 최초 만들어진 이래 경력평정, 근무성적평정, 연수성적평정, 가산점평정의 영역을 유지하고 있으며 몇 십 년 동안 점수의 배점과 가산점 부여 방식 등의 세부적인 개선은 있었으나 큰 틀에서의 변혁은 장기간 없었다. 변동이 없었던 이유는 객관적 증빙에 의한 점수로 누구나 공정하다고 인식되었고, 문제점은 인식하지만 대체할 만한 더 나은 제도와 시스템의 도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직 사회 안팎에서 사회와 학교의 변화에 따라 개선과 개혁의 요구가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현재의 승진제도가 가진 문제점과 승진제도가 교직사회와 교육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첫째, 점수로 결정되는 교장승진제도는 가산점과 근무평정을 얻기 위한 경쟁을 발생시키며 교직사회를 비민주적인 문화로 만들 수 있다. 경쟁이 없다 하더라도 승진을 위해 점수가 필요한 사람이 어렵고 힘든 학교 일을 감내하며 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한다. 학교 교육에 대한 책무성과 협력적 모색을 통한 교육활동보다는 승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업무를 부과하는 구조로 변화하여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학교문화를 만들 수 없다. 

 

둘째, 현재 승진제도 영역의 점수로는 교감·교장의 역량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 물론 교사 경력과 부장교사 경력, 각종 연수이수와 연구활동은 교장 승진에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승진점수가 교장의 역량을 나타내주지는 못한다. 평정의 영역이 현재와 미래의 학교를 경영하는 데 필요한 역량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아 승진을 위한 노력의 과정이 교장의 역량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셋째, 현재의 승진제도가 대다수 학교구성원의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대부분은 승진제도에 무관심하며 의미를 찾지 못하는 교원의 숫자가 늘고 있다. 또한 교장을 교사 생애의 최종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일원적 승진제도로는 교원의 전문성과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가르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교사가 평생의 긍지를 갖고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우대받을 수 있는 인사제도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학교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승진제도의 개선 방향

점수 중심의 승진제도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사회의 변화에 따른 학교 변화와 교육혁신을 주도할 교장의 양성을 위해 현재의 경력 중심의 승진제도에서 교장의 역량과 능력 중심의 제도로 변화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승진제도의 변화는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방향성과 함께 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과 구성원의 이해관계와 상호작용으로 발생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미래지향적인 승진제도로의 개선을 위한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교감·교장을 교직의 최종목적지로 보는 승진 관점에서 벗어나 교장의 역할과 직무, 기능으로 바라보려는 인식의 전환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잘 가르치는 교사는 자신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인정받고, 학교 경영 및 리더십 능력이 있는 사람이 교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위계적인 승진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수업과 학급경영에 관심이 있고 능력이 있는 교사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역할을 부여하여 평교사로 정년을 마무리하는 것이 승진을 하지 못한 패배자로 인식되지 않는 교직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학교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역량을 지닌 교장을 양성하는 과정과 프로그램에 중심을 두는 승진제도가 되어야 한다. 승진을 위한 경쟁이 아닌 교장의 역할과 역량에 대한 고민과 연구, 역량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승진제도가 학교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역량을 검증하는 구조로 작동하여 미래사회의 학교가 필요로 하는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교사가 학교장으로 선발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승진제도의 개선에 있어 기존 제도에서 승진을 위해 노력하고 승진점수를 쌓아온 교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 적응한 교원에 대한 유예기간을 두어야 하며 점진적인 적용을 통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교원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궁극적으로 미래 교육을 위한 장기적 인사정책과 제도의 방향을 마련하면서 동시에 현재 법령 안에서 적용이 가능한 단기적 방안을 통해 점진적으로 승진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도의 변화는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므로 인사제도와 정책은 장기적 안목으로 미래 교육력 향상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갖고 단계적으로 개선하여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승진제도의 단기적 개선방안으로 승진규정의 근무성적평정 다면평가비율의 확대, 교감자격연수대상자 선정 시 면접시험 강화와 현장 온라인평가의 확대를 적용하고, 교장의 역량평가를 위해 중임교장에 대한 심사강화, 공정성 확보를 전제로 한 교장공모제의 확대실시를 고려해볼 수 있다. 공모제 교장은 임기가 끝난 뒤에는 직전 직급으로의 환원을 제도화해야 한다. 장기적 개선방안으로 공모제를 교장 임기에 포함하여 교장임기를 8년으로 제한함으로써 공모제를 교장 임기 연장의 수단으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교원승진제도를 교장 임용의 최소자격기준으로 활용하여 특정경력 이상의 교원 중 요건에 부합하는 경우 교장양성프로그램을 이수하고 공모자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학교장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을 교육과정으로 하는 체계적인 교장자격연수 과정과 역량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교장 승진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1개월 180시간의 연수는 교장역할에 필요한 리더십과 조정능력, 갈등해결력, 학교 시설 및 예산관리 등의 실무 능력을 키우기에 부족하다. 교장에게 필요한 역량개발과 리더십 향상을 위한 이론과 실습, 프로젝트 참여, 문제해결을 위한 과정으로 구성된 6~12개월 장기프로그램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교장의 역량, 역할의 명확화와 교장직무가이드라인

학교교육에 대한 혁신과 변화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면서 학교장에게 부과되는 역량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닌 다방면의 역할과 책무 높은 수준의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사회변화 속에 누가 학교장이 되어야 하며 학교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것에 공감한다. 학교장에게 필요한 역량과 역할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이에 따른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 기준에 따라 학교장의 평가까지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강민정 국회의원과 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서 제안한 교장직무가이드라인은 지금까지 체계화되지 않은 학교장의 역할과 직무, 업무를 구체화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직무 가이드라인 제시가 학교장 역할의 제한이나 축소가 아닌 역할 수행에 있어서의 방향성 제시, 업무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수용하고 직무를 세분화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며, 교장의 역할수행에 있어서의 방향과 정보 제공을 위한 매뉴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체계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또한 교장 직무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오히려 학교의 여건과 상황에 맞는 유연한 학교운영, 학교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맺으며

저마다의 입장과 생각이 모두 다르기에 인사제도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교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제도가 필요함은 분명하다. 사회 변화에 따라 미래의 역량 있는 인재를 길러내고 학교를 이끌 수 있는 리더를 길러낼 수 있는 역량 중심의 인사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현장의 교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수업’과 ‘교육과정’의 전문성과 헌신성을 갖춘 역량 있는 교사들이 우대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인사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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