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The bucks stop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쓴 패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국사를 본 것으로 유명하다. 리더의 정책 판단과 책무성을 강조하는 이 말은 지금도 널리 인용되고 있다.
리더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다. 리더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국가 경쟁력은 ‘치명적인 퇴보’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인재양성의 원천인 교육 분야는 더더욱 그렇다.
지금은 인재 전쟁 시대다. 인재가 기업을 먹여 살리고 과학을 살찌우고 국가 경쟁력을 키운다. 리더의 교육 철학은 그래서 중요하다. 리더가 어떤 교육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인재 양성의 방향이 달라진다.
청와대 책상 위에 “The education stops here”라는 글귀를 써놓는 교육 대통령이 절실한 까닭이다.
대선 후보들의 ‘교육 애정’ 읽을 수 없어
하지만 이번 대선 후보들은 교육에 대한 걱정도, 교육에 대한 애정도, 교육에 대한 철학도 남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정책 대결보다는 도덕성·정파성·지역성에 발목을 잡혀 교육 분야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안한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지식과 연구와 과학이 글로벌을 지배하고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세상 아닌가.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에 내걸었다는(지금은 얘기 안 하니 확인도 못 한다) 일자리 전광판의 숫자를 센다고 국부(國富)가 쌓일 리 없다. 아날로그 허드레 일자리로 당장은 끼니를 때울 수 있을지 몰라도 세계를 호령할 창조적 일자리는 절대 만들 수 없다.
창조적 일자리는 결국 교육이 창출한다. 교육은 노동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동력의 원천이다. 코로나19 시대 백신 개발의 원천은 무엇인가. 우주 시대의 원천은 무엇인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원천은 무엇인가. 메타버스 시대의 원천은 무엇인가. 바로 인재다.
첨단 의학·과학·연구에서 ‘초격차’ 경쟁력이 나온다. 인재의 원천은 교육이다. 교육으로 다양한 창발적 인재를 길러내야 국민 소득 5만 달러, 10만 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
그렇지만 대선 후보들은 이렇다 할 교육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심도 적고, 준비도 소홀하고, 열정도 적어 보인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찔끔 교육을 건드렸다. 모두 공정성을 강조한다. 조국 사태가 촉발한 대입 공정성을 염두에 두고 청년층에게 어필하려는 듯하다. 공정성은 당연한 것이지, 지식과 연구와 미래를 창조할 공약은 결코 아니다.
A 후보는 대학생 등록금 경감, 공교육 혁신, 평생교육시스템 확충, 역량강화교육으로 미래 인재 양성 등의 개괄적 방향을 내놨다. B 후보는 대입 특혜 입학 논란 최소화, 입시비리 신고센터 및 직권조사 강화 암행어사제, 대입 간소화 등을 만지작거린다. 역시 두루뭉술하고 모호하다. 후보자의 구체적인 교육 철학이나 비전을 읽을 수 없다.
역대 대통령 중 교육 대통령을 자처한 분은 없다. 김영삼 대통령은 5·31 교육개혁으로 물꼬를 텄지만, 그 이후 정파성이 교육을 지배해 ‘교육 함선’은 안개 속을 헤맨다. 엘리트 교육 관료들은 정치에 휘둘리며 영혼 없는 허수아비가 되곤 했고, 세계적인 교육열은 대입에 상처받아 전원일기 같은 향수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념이 교육을 지배하며 생긴 부작용이다.
대선 후보들에게 교육 대통령을 자처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 사회의 ‘공정’ 논란도 결국 교육에서 비롯된 것인데 교육을 후순위로 미루는 것은 역량 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