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니까. 시원하게 웃으며 새해를 열 수 있는 유쾌한 뮤지컬 세 편을 골랐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많은 이들의 새해 소망에서 빠지지 않을 네 글자 ‘로또 당첨’. 극을 통해서라도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다면 <젠틀맨스 가이드>가 제격이다. 평생을 가난하고 낮은 신분으로 살아온 청년 몬티 나바로에게 어느 날 로또 당첨 못지않은 반가운 소식이 날아든다. 자신이 고귀한 명문가인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로 재산 상속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문제가 있다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가 여덟 명이나 있다는 것. 그는 비장한 결심을 하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여덟 명의 후계자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어설픈 살인자(?) 몬티 나바로의 여정도 재미를 유발하지만, 진정한 웃음 포인트는 그가 만나는 후계자들에 있다. 은행장 아들, 성직자, 시골 대지주, 자선사업가, 보디빌더 등 성격도, 생김새도 제각각인 다이스퀴스 가문의 인물을 배우 한 명이 연기하기 때문. 끊임없이 능청스러운 변신과 죽고 살기를 거듭하는 이들의 모습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멈출 틈이 없다.
이렇듯 깊은 내공을 필요로하는 다이스퀴스 역에는 배우 오만석, 정성화, 이규형, 정문성이 맡는다. 특히 정극은 물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 흉부외과 늦깎이 레지던트 도재학 역으로 능청스러운 매력을 선보인 정문성은 <젠틀맨스 가이드> 첫 출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똑똑하지만 어딘가 어설픈 청년 몬티 나바로 역은 유연석, 이석훈, 고은성, 이상이가 맡는다. 2021.11.13~2022.2.20 | 광림아트센터 BBCH홀
뮤지컬 <난쟁이들>
새해에는 평범한 나에게도 화려한 조명이 비추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조연들의 유쾌한 반란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뮤지컬 <난쟁이들>의 주인공은 동화 속 공주와 왕자가 아닌 조연 난쟁이들이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광산에서 뼈 빠지게 일만 하던 난쟁이들에게 무도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외모도, 능력도 없지만 동화 나라 주인공들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만은 굴뚝같은 이들은 역사(?)를 바꾸기에 나선다.
작품은 우리에게 친숙한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등의 작품에 상상력을 더해 현실을 유쾌하게 비틀고 풍자한다. 중독성 강한 음악과 코믹한 안무로 웃음을 선사한 덕분에 2015년 초연부터 두터운 마니아층을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시즌을 거듭하면서 당시의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대사들을 작품 안에 코믹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관객들에게 공감과 큰 웃음을 선사했다.
스토리만큼 재치 있는 특별 공연도 <난쟁이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관람 포인트. 관객이 뮤지컬 넘버를 따라부를 수 있는 ‘싱어롱 데이’를 포함해 다양한 이벤트 공연을 열기 때문. 이번 시즌에는 어떤 특별한 공연을 개최할지 기대를 모은다. 1.25.~4.3 | 플러스시어터
뮤지컬 <썸씽로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살아있을 때 뮤지컬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뮤지컬 <썸씽로튼>은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시와 노래는 있었지만 뮤지컬은 존재하지 않던 1595년, 극작가 바텀 형제는 당대 최고의 스타작가 셰익스피어에게 맞설 만한 작품을 고민하다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간다. 그는 노래로 연극을 하는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미래의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라는 괴이한 예언을 한다. 바텀 형제는 믿음 반 의심 반으로 새로운 작품을 써나가기 시작한다.
<썸씽로튼>은 이렇듯 신선한 상상력으로 뮤지컬의 기원을 풀어낸다.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셰익스피어를 아이돌처럼 표현한 새로운 캐릭터, <레미제라블> <렌트> <위키드> 등 명작 뮤지컬의 수많은 패러디 장면이 신선함을 더한다. 섬세한 번역 덕분에 원작의 언어유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닉 바텀은 배우 강필석, 이충주, 양요섭이, 르네상스 시대의 ‘국민 작가’ 셰익스피어는 서경수와 윤지성이 연기한다. 2021.12.23~2022.4.10 | 유니버설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