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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무분별한 정책 전환

초등교원 수급 및 양성과 관련하여 최근 교육부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파행적 조치와 잘못된 정책방향은 초등교육계 전반을 엄청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교육개혁이란 미명하에 구체적인 예측과 계획 없이 무리하게 진행된 초·중등 교원 정년단축과 무분별한 명예퇴직의 허용은 교육계 전반의 사기 저하는 물론 초등교원의 절대적인 부족 사태를 초래하게 되어 학생은 있어도 가르칠 교사가 없는 전대미문의 교육공황 사태를 야기 시켰다.

교육부 정책 당국은 이에 대한 올바른 대안 제시는커녕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도 하지 않고 그들의 무책임한 정책이 빚어낸 초등교사 부족이라는 현실 상황을 볼모로 실효성을 상실한 구시대 법령을 끌어내어 졸속적인 단기 보수교육제도의 시행은 물론 가당찮은 초등교원 양성체제의 섣부른 개방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의 초등교사 임용은 초등교원의 질을 저하시켜 교대 학생, 교대 교수는 물론 학부모와 초등교사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들어 교육부는 이러한 일련의 교원정책의 잘못을 수습하려는 과정에서 이제까지의 목적형 교원 양성체제에서 개방형 교원 양성체제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즉 교육부는 지금까지 교육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기존의 준 개방형의 중등교원 양성체제를 초등교육계에 도입하려 하고 있다. 교원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정기 교육정책심의관의 KBS 심야토론에서의 발언, 교육정책 토론회에서의 김광호 교원정책과 서기관의 지정토론의 주 내용은 교육부의 개방형 교원정책방향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김광호 서기관은 지금까지의 초등교원양성체제를 통제된 체제로, 중등교원 양성체제를 준 개방형 체제로 규정하고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 변화에 중등교원양성체제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견강부회하고 있다. 이는 대량의 중등교사양성으로 인한 중등교사의 질 저하를 가져다 준 개방형적인 중등교원 양성체제가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그리고 목적형적인 초등교원 양성체제가 질 관리에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것으로 일관되게 주장해 온 교육부의 기존의 입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이러한 교육부의 정책전환은 그간의 교육부 자신의 교원 양성정책의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기는커녕, 학교 붕괴, 촌지, 교사 자질 등을 운운하면서 교육적 위기를 조장·확산시켜 이를 기회로, 초등교원의 부족 사태와 중등교원의 적체 문제를 연계시켜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교원자격검정령 개정령과 이에 따른 시행 규칙 개정 사태이다. 개정의 요지는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로서 일정한 보수교육을 받고 초등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는 담당과목을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법령 개정의 실질적인 의미는 초등학교의 전 교과에 교과전담제가 시행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초등교사가 될 수 있는 항시적인 길을 열어 주고 있다는데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무리한 교원양성 정책들은 지난 99년3월 발표된 교육부의 '교육발전 5개년 계획(시안)'에서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장관이 바뀌면서 확장된 안이 나오지 못한채 사장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정책들이 이 안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초등교원 양성정책담당자들 곧 담당 사무관, 과장, 심의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사람들은 바뀌고 있었지만 이들이 추진하거나 지향하고 있는 기본 골격은 모두가 '교육발전 5개년 계획(시안)' 89쪽의 [교원자격증 제도의 신축적 운영]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주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교육과정 변화에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원 자격증 제도의 유연성을 강화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교원 자격증 취득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초등교사 자격증 표시과목의 문제와 복수교과 교사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전공과목 이수학점을 38학점으로 하향조정 등은 전자에 의해 야기된 문제라 할 수 있으며, 교육대학의 학사 편입제 도입, 이화여대와 교원대학교에 초등 복수전공 허용, 그리고 최근 많은 사범대 교육대학원에 초등교육전공 개설의 확대 등은 후자에서 초래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상의 중등교원 자격증 소지자의 임용 적체 문제의 해소, 수요가 많은 초등교원을 자기 대학에서도 배출하고자 하는 사립 사범대의 상황논리에 따른 교육부의 개방형 양성체제로의 전환, 초등교원의 부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 등은 미래의 초등교육의 황폐화를 가속화시킬 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 같은 방향잃은 초등교원 양성정책이 무분별하게 진행될 때 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 붕괴" 현상이 초등학교에서도 현실화될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내다보여지는데 대한 우려이다. <이종일 대구교대 교수·전국 교대교수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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