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학교현장은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 특히 코로나19는 학교교육에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온라인수업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교사·학생·학부모 모두 혼란과 힘든 시기를 거쳤고, 온라인수업이 정상궤도에 오른 이 시점에서 교사들은 또 다른 과제에 맞닥뜨렸다. 단순히 온라인수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오프라인수업을 병행하는, 한 단계 더 진화한 수업을 구상하고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도대체 그게 뭐야?
온라인수업에 적응할 무렵, ‘메타버스’라는 것이 새롭게 등장했다. 아마도 메타버스 역시 온라인수업처럼 어느 순간 교육현장에 차츰차츰 들어와, 교사·학생·학부모가 메타버스 속에서 만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온라인수업처럼 급박하게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학교현장·교육청·공공기관 등에서도 메타버스라는 것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메타버스는 과연 무엇일까?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통칭한다. 메타버스의 종류로는 가상세계(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거울세계(Mirror Worlds), 라이프 로깅(Lifelogging)이 있다. 가상세계는 현실과는 다른 공간·시대·문화적 배경 등을 디자인한 공간을 의미한다. 마인크래프트가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증강현실은 현실세계 모습 위에 가상의 물체를 덧씌우는 것을 의미한다. 실감형콘텐츠 앱이 여기에 해당한다. 거울세계는 우리 현실세계를 똑같이 복사하여 만든 공간으로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션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라이프 로깅은 내 삶의 정보를 기록하는 공간으로 학교에서 사용하는 클래스팅이나 일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KAIEA)에서 2021년 초등학생 메타버스 서비스 이용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 92%의 학생이 이미 메타버스를 이용해보았다고 응답했다. 메타버스가 학생들에게는 매우 친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하게 메타버스를 활용한다면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을 기존의 온라인수업보다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온라인수업은 교실공간이 존재하지 않지만, 메타버스는 플랫폼을 이용하여 가상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 가상교실 안에서 수업을 듣고 함께 상호작용하는 등의 교육활동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집에서 수업을 듣는다’보다는 ‘가상의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고 의식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이전 수업형태로 돌아갈까?
2020년 어떤 초등교사 커뮤니티에 ‘코로나19가 곧 종식되어 코로나19 이전의 수업형태로 돌아갈 것이다. 그 전까지만 온라인수업을 하자’라는 글이 올라왔다. 의견에 동의하는 교사들과 코로나19로 인해 미래교육은 바뀔 것이라는 교사들로 양분되어 설왕설래했던 기억이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코로나19 이전의 수업형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과거교육으로 회귀하는 일을 결코 없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발전하는 만큼 교육방법 또한 시대에 맞춰 계속 변하고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수업이 정착되었듯이 메타버스도 연착륙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수업이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메타버스를 우리 학교현장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고 또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 올 메타버스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교육부·교육청에서는 정보화기기 사용연한을 단축시킬 필요성이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정보화기기들의 사용주기는 더욱더 짧아질 것이다. 메타버스를 위한 정보화기기들이 사용연한이 남았다는 이유로 발목 잡혀, 적절한 시기에 교체하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봐야 한다.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화기기들이 2~3년만 지나도 금방 사양이 뒤쳐지는 구형모델로 전락하는 점을 감안하여, 학교 정보화기기 현대화 사업이 꾸준히 진행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그리고 교육청에서는 학교에서 정보화기기를 의무적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예산편성지침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학교에서 적절한 사양의 새 컴퓨터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특별히 고장 나거나 외관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아직 더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거절하기도 하고, 컴퓨터 교체와 디지털기기를 구입하는 것은 교사가 편하게 일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예산 부족 혹은 학교 관리자의 부정적인 의견으로 교체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매년 학교운영비의 일정 비율을 정보화기기 구입비로 정하는 지침을 만들거나 혹은 목적성 경비로 따로 교부하는 방법으로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명목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는 매년 교육청 혹은 지원청에서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방법도 있다. 일례로 청양교육지원청에서는 매년 관내 학교에 공문으로 데스크톱 공동구매 계획을 발송한다. 공동구매할 데스크톱 목록과 사양을 보내주고 공동구매에 참여할 것인지, 공동구매에 참여한다면 몇 대를 구입할 것인지 수요조사를 한 다음 공동구매를 추진함으로써 학교업무를 경감시켜주고 있다.
온라인수업의 경험이 가치 있는 오답노트가 되기 위해
‘교사가 최고의 콘텐츠다.’ 어쨌거나 학교현장에서 최고의 콘텐츠는 교과서도 디지털기기도 수업용 소프트웨어도 아닌 교사 그 자체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유의미한 학습을 도울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이다.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오더라도 겁먹거나, 너무 보수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다. 메타버스같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오면 연수원에서는 그와 관련된 연수들을 개설한다. 교사들은 보수적인 자세를 버리고 연수에 참여하여 직접 경험해보고 우리 교실, 우리 아이들에게 유의미한 학습을 도울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연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온라인수업 이전에는 오프라인에 국한되어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온라인수업을 시작하면서 온라인에서도 시·공간을 초월하여 충분히 관계맺음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결과적으로 학교현장에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메타버스 역시 우리에게 앞으로 더 큰 세상을 열어줄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줄 메타버스를 학교에 도입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것은 인프라일 수도, 메타버스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연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라는 국가적인 재난 앞에서 교사들은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채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온라인수업을 진행하면서 큰 시행착오를 겪었다. 교육청·지원청·교사·학생·학부모 모두 힘들었던 경험이었을 것이다. 만일 메타버스도 아무 준비 없이 맞이한다면, 온라인수업을 하면서 겪었던 그 실수를 또다시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수업 때 겪은 이 소중한 경험이 메타버스를 학교에 도입하는 시기엔 가치 있는 오답노트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