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면 경기도 시흥 관곡지, 연꽃테마파크에서 연꽃축제가 열린다. 이곳의 장점은 연꽃을 비롯한 다양한 수생식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 가면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이 가시연꽃이다. 가시연꽃은 잎과 줄기는 물론 꽃받침에도 온통 가시가 나 있다. 특히 꽃받침엔 가시가 촘촘하게도 달려 있다. 무심코 가시연꽃에 접근하는 동물들은 상처 입을 것이 분명하다. 멸종위기종 Ⅱ급인 희귀식물이지만, 연꽃축제 등에 가면 단골로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개화시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 꽃이므로 미리 가시연꽃 개화 여부를 검색해 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밤이면 잠을 자는 연꽃, 수련(睡蓮)
연꽃과 수련은 함께 알아두는 것이 좋다. 연꽃과 수련을 구분하는 방법은 잎과 꽃이 수면에 붙어 있는지, 떨어져 있는지 보는 것이다. 연꽃은 잎과 꽃이 수면에서 높이 솟아(30cm 이상) 있지만, 수련 잎과 꽃은 수면에 바로 붙어 있다. 다시 말해 수련은 잎자루와 꽃대가 물속에 잠긴 상태다.
둥근 방패 모양인 연잎엔 과학원리가 숨어 있다. 물방울은 연잎에 스며들지 못하고 굴러 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연잎 표면의 먼지까지 함께 떨어져 연잎은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연잎 효과’라고 하는데, 잎 표면에 세밀한 돌기 등 특수한 구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연잎을 생체 모방해 방수페인트 제작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수련은 한낮에 꽃을 활짝 피웠다가 저녁이면 다시 오므리는 수면운동을 하는 꽃이다. ‘수련(睡蓮)’이라는 이름도 밤이면 잠을 자는 연꽃이라는 뜻이다. ‘수’ 자가 ‘물 수(水)’ 자가 아니다. 수련의 잎은 딱, ‘팩맨게임’의 입처럼 생겼다. 우리가 흔히 보는 수련은 대부분 미국수련(Nymphaea ordorata)이다(국립생물자원관 2016년 보도자료). 꽃 색은 백색·붉은색·분홍색으로 다양하다.
덕수궁 연못에서 만나는 어리연꽃과 노랑어리연꽃
어리연꽃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노랑어리연꽃이 어리연꽃보다 더 크고 화려하다. 언니인 셈이다. 어리연꽃 지름이 2㎝ 정도인데, 노랑어리연꽃은 5~10cm로 3~5배쯤 크다. 잎은 둘 다 수련 잎처럼 물에 떠 있다. 서울 도심에서 노랑어리연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덕수궁이다. 덕수궁 대한문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가면 작은 연못이 있는데, 이 연못엔 해마다 여름철이면 노랑어리연꽃이 가득하다.
어리연꽃은 꽃 크기는 작지만, 하얀 꽃송이에 꽃 중심부는 노란색으로 빛나는 것이 참 귀여운 꽃이다. 노랑어리연꽃처럼, 다섯 갈래의 꽃부리 가장자리에는 가는 털이 빡빡하게 달려 있다. 털이 긴 편이라 마치 레이스 같다. 어리연꽃 잎도 물에 뜨며, 한쪽이 깊게 갈라진 둥근 심장형이다.
어리연꽃과 노랑어리연꽃은 둘 다 우리 자생식물이라 더욱 어여쁘게 보인다. ‘어리’가 동물·식물 앞에 붙으면 ‘모자라는’ 혹은 ‘덜 갖추어진’ 뜻으로 쓰이는데, 어리연꽃은 연꽃과 비슷하지만 좀 다른 연꽃을 뜻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보랏빛 세 자매, 부레옥잠·물옥잠·물달개비
관곡지에는 보라색 계통의 예쁜 꽃을 피우는 부레옥잠·물옥잠·물달개비 세 자매도 살고 있다. 부레옥잠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부레옥잠꽃은 꽃잎이 여섯 장인데 그중 가운데 꽃잎에 진한 보라색 줄무늬와 둥근 모양의 노란색 큰 점이 있다. 바로 그 점이 봉황의 눈을 닮았다고 ‘봉안련(鳳眼蓮)’이라고도 부른다. 부레옥잠의 영어 이름은 ‘water hyacinth’, 그러니까 ‘물 히아신스’이다.
잎줄기의 중간 부분이 부풀어 올라있는데 식물체를 물에 잘 뜨게 하는 장치다. 생김새나 기능이 물고기 부레와 똑같다. 부레옥잠은 열대 아메리카 원산으로,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많은 관심을 모은 식물이다. 하지만 부레옥잠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날 수 없다. 아무리 오염물질을 많이 흡수해도 그대로 물에서 썩으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에 수질정화 효과를 보려면 겨울이 오기 전에 이 식물을 거두어 내는 조치가 필요하다. 부레옥잠은 슬픈 사연을 하나 갖고 있다. 예쁜 꽃을 피워도 우리나라에서는 씨앗을 맺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국 땅에서 온 낯선 귀화식물이라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레옥잠은 포기하지 않고 식물체 일부로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영양번식을 왕성하게 해서 빠른 속도로 개체를 늘린다. 한 실험 결과, 봄에 큰 부레옥잠 하나가 1년 사이에 752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물옥잠과 물달개비는 우리 자생식물이다. 둘 다 꽃이 짙은 보라색이라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 물옥잠은 꽃대가 잎 위로 쑥 올라오지만, 물달개비는 꽃이 잎 아래쪽에서 핀다는 점이 다르다. 물옥잠은 논이나 연못에서 자라는 한해살이 식물로, 키가 30㎝ 정도다. 잎은 끝이 뾰족한 심장형 모양이고 꽃은 7~9월 짙은 보라색으로 줄기 끝에 달린다. 물에 떠 있는 부레옥잠과는 달리 물옥잠은 물속에서 살지만,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물달개비도 주로 논이나 연못에서 사는 한해살이 식물이다. 어릴 적 논에서 김매기 할 때 이 물달개비가 미끌미끌해 고생한 기억이 있다. 그때는 그저 뽑아야 할 잡초라고 생각해 꽃은 물론 식물 형태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키는 20㎝ 정도이고, 꽃은 잎 중간에 3~7개 달린다.
다음은 가래. 잎이 물 위에 나와 있는데, 잎자루는 물의 깊이에 따라 6~10cm 정도로 길거나 짧다. 7~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와 황록색 꽃이 이삭꽃차례로 달린다. 네가래는 작은 잎이 4개씩 달린 것이 딱 네잎 클로버처럼 생겼다. 연꽃테마파크에서도 한 꼬마가 네가래를 보고 엄마에게 ‘토끼풀’이라고 우기는 것을 보았다. 네가래는 수생 양치식물이다. 생이가래도 한해살이 수생 양치식물인데, 물 위에 뜬 잎이 가운데 잎 줄의 양쪽에 깃처럼 배열하는 형태다. 잎이 마주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3장씩 돌려나는데, 1장은 물속에서 뿌리 역할을 한다.
연꽃테마파크에 가면 파피루스도 심어 놓았다. 파피루스는 지중해 연안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 풀 줄기의 껍질을 얇게 벗겨 겹쳐 놓은 뒤 압력을 가해 매끄럽게 한 다음 그 위에 글과 그림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종이의 영어 표현인 ‘페이퍼(paper)’의 어원이 바로 라틴어 ‘파피루스(papyrus)’다. 주말 나들이 장소를 찾고 있다면 관곡지, 연꽃테마파크를 고려해보기 바란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