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9월 5일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합계출산율이 매년 역대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실정에서, 2020년 대비 2030년까지 초등학교 학생수는 269만 3,361명에서 171만 7,057명으로 약 4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길재 외, 2019). 불행히도 초등학교 학생수 감소는 중·고등학교 학생수, 더 나아가 고등교육기관의 신입생 수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에 더해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통계자료가 있다.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까지 폐교된 전국의 초·중·고 학교수는 3,896개에 달한다. 비록 전남·경북과 같은 농어촌지역이 주를 이루고 있는 측면도 있으나, 서울·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지역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8월 서울시교육청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봉고를 2024년부터 인근 학교에 통합하겠다고 밝힌 것은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는 서울에서 일반계고가 통폐합되는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구절벽·지방소멸·학교 통폐합 가속화 등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각종 사회적 환경변화에서 비롯된 외부압력 요인의 발생으로 우리나라 교원정책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영향은 크게 ‘직전단계의 교원정책(교원수급·실습·양성·임용)’과 ‘현직단계의 교원정책(교원자격·승진·업무·(재)교육)’ 등에 나타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직전단계 교원정책에 미치는 영향
우선 직전단계의 교원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이는 매우 직관적인 논리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통폐합 증가 추세에 따라 교원정원 감축은 산술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OECD 수준의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같은 방어논리가 작동하기도 하나,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란에서 드러난 상반된 인식 차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충분치 못하다. 결과적으로 교원정원 감축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각 시·도교육청의 교원 신규임용 규모 감소 추세를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총량을 줄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투입(input)을 줄이는 방법이란 걸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결국 이런 교원수급 정책기조는 예비교사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차적으로 임용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교·사대에 매력을 느끼고 진학할 인재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직 임용에만 몰두해야 하는 현실에서 교·사대 학생들의 투철한 사명감·교육관 정립을 기대하는 것도 철 지난 낭만에 불과하다. 이와 더불어 교육실습 역시 파행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교사의 꿈을 안고 교·사대에 입학한 훌륭한 인재들이 공교육으로 유입되지 못하는 손실도 적지 않을 것이다. 2021년 교육대학의 학업중단율이 역대 최고치인 2.4%를 기록한 점은 이와 같은 현상을 잘 대변해 준다.
그동안 직전단계의 교원정책은 예비교원의 전문성을 조기에 확보하고자 다양한 발전방안들을 모색한 바 있다. 예컨대 교육실습학기제를 포함해 교육기간을 5년(혹은 6년)제로 확대하는 방안, 교원전문대학원 도입 방안 등이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교원 신규임용 TO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런 논의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공계의 ‘반도체학과’처럼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설사 임용이 되더라도 높은 수준의 경제적 보상이 뒤따르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교직에 입직하기 위해 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은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20년 이상 지지부진해 왔던 교·사대 통폐합 추진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2021년 강득구 국회의원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방 모 교육대학의 임용률은 2018년 84%에서 2019년 71.9%, 2020년 62.9% 등 최근 3년간 임용률이 21.1%P나 감소했다. 직전단계에서의 교원양성 및 수급체제에 전반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현직단계의 교원정책에 미치는 영향
다음으로 현직단계의 교원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교육계에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이는 보통 우수한 교사가 양질의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공교육의 질이 보장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학교의 초과밀화, 이와 동시에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규모학교의 소멸 등 심각한 양극화 현상은 교원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과밀학교에서는 너무 많은 학생이 한 학급 또는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교수·학습을 비롯한 생활지도 등에서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에 소멸 위기에 처한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학교마다 유사한 총량의 행정업무를 소수의 교사가 분담해야 하는 탓에 부담과 피로도 증가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학교업무정상화’를 위해 각 시·도교육청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까닭도 이러한 교원의 업무환경 양극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교원승진제도 역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통폐합 문제와 일정 부분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1964년 제정된 이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큰 틀의 변화 없이 지속되어 온 교원승진제도는 교직사회에 활력과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큰 축이었다. 2022년 교육부 발표기준으로 전체 교원의 수는 50만 명을 넘어섰고, 전체 학교수(유치원 포함)는 약 2만 개다. 이는 산술적으로 전체 교원 중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비율은 약 4%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전체 학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서 신규교사의 수는 줄고 경력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역으로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면서, 과연 교원승진제도가 과거와 같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교원승진을 단순히 교사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취사선택 문제로 치부할 수 있겠으나, 승진제도와 근무성적평정, 그에 따른 전보가산점 및 성과급 등 많은 인사시스템이 연동되어있는 현 구조에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밖에 교원평가·교원(재)교육·교원자격·교원보수 등의 측면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전술한 것처럼, 교원수급 문제가 안정화되기 전까지 교원집단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는 고경력 교사가 저효율이라는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 국민의 정부시절 ‘고령 교사 1인 퇴출에 젊은 교사 2.6인 임용(신자유주의적 교원정책)’ 등과 같이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겠으나, 현직단계의 교원정책은 각종 개혁적 정책의제와 시도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부가 교원채용 규모를 줄이고, 수급계획을 늦추려고 한다는 소식이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교·사대생들이 크게 반발하여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교육부가 시급히 미래 교육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내면서 일단락되기는 했으나, 우리나라의 교원정책을 둘러싼 갈등양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통폐합 증가는 어쩌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회적 환경 변화였다. 하지만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계는 그동안 이렇다 할 대비책도 전담 조직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이후 성큼 미래교육 담론으로 나아가고 있는 하드웨어(교육환경)에 조응하여 소프트웨어(교원정책) 역시 미래교육 시나리오를 함께 써나가야 할 때이다. 다만 교원정책은 ‘공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에 관한 정책이기에, 「헌법」 제31조 4항이 명시하고 있는 교육의 전문성·자주성 그리고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나가며,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로 천착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