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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에 관하여

누구나 자기의 삶이 행복하길 소망한다. 그래서 행복은 남녀노소 누구나 각자 인생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고대 행복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류의 역사는 오랜 ‘행복 추구’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과거보다 현대가 더 행복할까? 안타깝게도 대답은 ‘그렇다’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현대인들에게 행복이란 가까이에 있을 수도 멀리에 있을 수도 있다. 왜냐면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교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단상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인식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학교의 갇힌 일상에서 벗어나려면 절대적으로 ‘주도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 같을 일을 해도 남과 달리 신이 나고 보람을 느끼며 사는 교사의 모습을 보면 그 기저엔 ‘진심’이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는 ‘이왕 하는 거, 즐기자’라는 마음가짐을 소유한다. 이는 극단적으로 표현해 ‘학생을 위하기보다 자신을 위하여’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교사도 자기의 손톱에 가시가 박히고 이가 시리고 머리가 아프다면 스스로 이보다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 어디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수업에 임하는 교사는 자기의 모습, 자세, 마음이 즐거워야 덩달아 눈앞에 있는 학생들 역시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요구된다. 보통 ‘학생을 위하여’라는 다짐에는 늘 희생이 따르고 심리적 부담이 이어진다. 하지만 ‘나를 위하여’라는 다짐에는 희생이 아니라 의무라는 마음이 앞선다. 나를 위해 꾸미고, 즐기고, 베푼다면 간섭과 통제가 있을 리 없으니, 그 누가 아닌 교사 스스로 행복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학교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 어제 같은 오늘이 싫다고 한다면 그 해답을 구하는 것은 역시 교사 자신이다. 본받고 싶은 세상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교사 자신이다. 출근길이 마치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인식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면 그 바람을 위해 학교에 연인(교육활동 내용)을 두는 것도 제 노력할 바이다.

 

요즘처럼 코로나 시대에 하루가 무사히 끝난 퇴근길이 즐겁다면, 그에 걸맞게 출근길도 즐거울 요소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출근 후 한 잔의 커피를 학교 안에서 마실 수 있음도 행복이다. 학교에 가면 할 일이 기다리고 있음이 주는 기대감 역시 행복이다. 일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한 5년, 10년, 20년, 30년을 앞서가고 있는 동료는 살아있는 배움터다. 다들 자기의 잣대로 재단하더라도 제각각 배울 것이 있으니 긍정하고 도움을 청하면 된다. 동료는 수업의 3요소 중 또 하나의 교재라 말하지 않는가. 좋은 교재가 주변에 지천이라 도움을 청할 수 있으니, 이 어찌 행복하지 않다고 하겠는가.

 

교사는 교실에서 한 시간의 수업이 즐겁기 위해 그에 따른 투자가 주어져야 마땅하다. 좋은 재료만으로 좋은 음식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듯, 좋은 자료를 구하는 일이나 그 자료로 입맛 돌도록 교육전문가답게 솜씨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은 좋은 재료로 좋은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으니 교사 역시 요리를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솜씨가 부족하다고 고백하며 매번 이해를 권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럴 바라면 의당 식당을 차리지 않아야 할 노릇이다. 맛이 없어도 참고 먹으라고 강요만 할 것인가? 나이에 맞는 교수법, 교과에 맞는 전략, 수준에 맞는 활동이 딱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자기 성격에 맞추어 가르치는 대로 학생들이 따라오기를 바라는 것은 갑(甲)질이다. 내 것을 내 마음대로 가르치는 직업이 교사인 것이 아니라, 학생이 원하는 것에 대한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교사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하루는 공무수행이다. 정규교육과정 안에서든 학교 단위의 합의에 따른 시간 외 활동이든 학생이 연관된 모든 일은 공적인 업무다. 따라서 ‘교사 중심’보다는 ‘학생 중심’으로 사고를 해야 한다. 다만, 자기주도적인 교사로서의 정체성만은 잃지 말아야 한다. 교사가 학교의 중심이 되고, 교실의 중심이 되어 끌고 밀어주며 학생들에게 배움이 유발되도록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충실히 할 수만 있다면, 교사의 삶이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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