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았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번도 코로나19 이후 기초학력 신장, 교육격차 해소, 초유의 교원 감축 등에 대해 진지한 논의는 없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를 지켜본 교육계 인사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정쟁이 끊이지 않은 것에 대해 씁쓸한 평가를 남겼다.
국감 시작부터 김 여사 논문과 관련된 공방으로 문을 열었다. 야당이 김 여사 논문 관련 증인을 단독으로 채택한 것과 관련해 여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감 첫날부터 여야 의원들은 신경전을 벌이며 날선 대립각을 보였다.
임홍재 국민대 총장과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10월 21일 종합감사에서는 공방이 한층 격화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 논문 심사 결과와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집중 추궁했으며, 두 총장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10월 4일 국감에 불출석한 부분까지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논문 표절 논란으로 맞불을 놨다.
이 과정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거친 언사로 파행을 겪기도 했다.
10월 7일 국감에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김 여사 논문 검증단의 한 교수를 동명이인으로 착각해 질타한 것에 대해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나 줘버리라’는 발언을 하자 다른 의원들의 설전까지 이어져 20분 넘게 정회됐다.
10월 19일에는 검찰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 위치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서자 오후 5시경 모든 국감이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 교육위 국감도 진행 중이었다.
공식 업무를 시작한지 1개월도 안 된 국가교육위원회를 국감 대상으로 삼은 것 또한 ‘정쟁 국감’을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교권 강화’와 관련된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는 의견에 한 목소리로 응답한 것은 희망적이라는 평이다.
시·도교육청 국감에서 교권 사건과 관련된 질타가 이어지자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국감 후 조속한 법통과를 주문했다. 유 위원장은 “이번 국감에서 교권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제기된 만큼 법안심사소위에서 우선순위로 처리할 수 있도록 논의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