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1,450원에 육박하던 환율이 1주일 만에 1,350원이 됐다. 1년 내내 오르던 환율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하락하면서 변화에 맞게 투자한 사람들은 돈을 벌었다.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음에 환율이 오르고 내리면 어떻게 해야 내 돈을 지킬 수 있는지 알아둬야 기회가 온다.
보통 환율이 하락하면 일반인들은 여행예약을 하기 시작한다. 해외여행이 재개됐어도 환율이 올라 해외여행의 매력이 사라졌었다면 이제 해외여행을 해볼 만하다. 항공예약이 늘어나고, 여행사 문의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환율이 계속 하락할수록 항공사와 여행사의 실적은 좋아지고 주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환율관점에서 피터린치가 말하는 생활 속의 투자법을 찾아보자.
미국주식과 한국주식 어디가 유리할까?
교과서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유리하고, 우리나라는 수출기업들이 나라를 먹여 살리니 환율이 높으면 증시가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틀렸다. 역사적으로 코스피 고점 시기는 환율이 가장 낮은 시기였다. 환율이 낮으면 수출기업들은 불리한데 왜 증시는 고점일까?
환율이 떨어지면 한국주식이 오른다. 국민관점에서 국내주식은 원화로 움직이지만 코스피를 움직이는 외국인 입장에서 볼 때는 달러로 환전해서 한국주식에 투자를 해야 한다. 이번에 환율이 100원 하락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주가가 그대로여도 1주일 만에 7%의 수익을 낸 셈이다. 그래서 환율이 하락할 때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들고 한국의 주식을 산다. 그러면 달러 유입이 많아지면서 환율은 더 내려가고, 외국인들은 앞다투어 한국주식을 산다. 우리가 말하는 한국증시 상승기는 환율하락을 동반했다.
더 근본적으로 보면 외국인이 한국기업에 투자를 할 만큼 매력이 생겼기 때문에 달러를 들고 한국으로 오는 것이다. 코스피 시총 상위 기업들은 대부분 반도체·자동차·전자·조선·스마트폰 같은 경기민감주들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주문이 늘고 잘 팔리지만 불황에는 주문이 뚝 끊긴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럼 외국인들이 달러를 들고 한국으로 온다는 것은 경기가 호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들어오는 것이다. 반대로 환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경기불황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딜레마가 생긴다. 경기호황이 오면 미국증시도 오른다. 하지만 환율이 떨어져서 주식으로 벌고 환율로 손해가 난다. 반대로 불황이 오면 주식으로 잃고 환율로 번다. 그래서 미국주식을 할 때는 주식을 사고파는 시기와 환전을 하는 시기가 달라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환율까지 생각하면서 미리 투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한국주식은 환율 생각을 안 해도 되고 투자시기만 잘 맞추면 된다. 환율이 내려갈 때 투자를 하고 환율이 올라가는 시기에는 투자를 줄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환율까지 생각해보면 지금은 한국주식이 더 투자에 유리하다.
환율이 낮아지면 웃는 기업은 어디일까?
환율이 하락하면 먼저 수입물가가 하락한다. 우리나라는 먹거리·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환율이 낮아질수록 기업들은 재료비가 줄어들어 부담이 줄지만 수출을 할 때는 불리해진다. 반면에 재료를 외국에서 수입하지만 국내에서 판매하는 기업은 환율의 수혜를 그대로 본다. 대표적으로 식품회사들이 환율하락 수혜기업이다.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식품가격을 크게 올렸는데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입하는 밀·고기·과일 가격이 하락하면 마진이 점점 늘어난다. 그래서 실적이 좋아진다.
해외에 빚이 많은 기업도 수혜를 본다. 해외에 빚은 달러 빚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갚아야 할 빚도 줄어든다. 대표적으로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리스로 가져오는데 달러로 리스료를 내야 한다. 환율이 내려가면 갚아야 하는 빚이 줄어들어 비용이 줄고, 유가도 수입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져 비용이 줄어든다. 환율이 낮아지니 해외여행 고객이 늘어나서 매출은 늘어난다. 이런 이유로 식품회사와 항공사가 환율하락 대표 수혜주로 손꼽힌다.
환율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실속 있는 여행소비를 할 수도 있지만 투자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가 있다. 단순히 수치를 보기보다는 왜 환율이 오르고 내리는지를 이해하면 더 훌륭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