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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조언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친구나 친한 사람들을 위해 쉽게 조언을 할 때가 있지만 늘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로 인해 원망을 듣거나 입장이 난처해지는 경우도 많다. 조언은 그럴듯하게 들려도 상대방을 추궁, 비판, 훈계, 통제, 무시하는 태도를 암시할 수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자신감을 북돋아 주기보다는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사정을 잘 모르면서 단정하거나 함부로 재단하면 쓸데없이 참견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게다가 도와주려는 마음속에는 상대가 나를 우러러보게 하거나 의지하게 만들려는 불순한 의도가 은연중에 내포될 수 있다. 상대방을 위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내심 자기만족을 꾀하는 위선은 결국 인간관계를 망친다.

 

고민에 대한 경청이 우선

본디 조언은 도덕적인 성격을 지닌다. 예를 들면, 아이를 방임하지 말고 잘 돌봐야 한다는 충고는 상대방에게 의무를 강요하는 것이다. 충고를 따르지 않으면 실망하거나 불쾌하게 여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질 수 있고, 충고를 수긍하면 무언가 감사를 표시해야 한다는 책임도 느낄 수 있다.

 

조언은 상대방을 간섭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도 하다. 간섭은 상대의 의지나 창의력과 자존감을 저하시킨다. 한동안 유행했던 ‘너나 잘해’라는 말도 조언을 간섭으로 여겨서 불쾌한 기색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상하관계를 내세우거나 위압적인 분위기에서는 조언이 도움보다는 흔히 질타나 지시로 변질돼 반발을 사거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갑질’은 자주 충고로 위장되기도 한다. 조언을 부탁하는 경우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가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생소한 일을 시작할 때나 응급 상황에서와 같이 조언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조언보다는 관심이나 애정을 보여주며 우선 경청하는 것이 낫다. 타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며 공감하는 자세를 취한 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생각을 유도한다.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초조해할수록 시야가 좁아져 다양한 대안을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접 판단하는 동기 부여해야

나아가 시간, 절차, 비용, 경험담, 관련 자료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 상대방의 위신을 실추시키거나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결과가 잘못돼도 마찰을 빚을 걱정이 없다.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족한 경우가 많다. 대가 없이 시간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거나 선의로 느껴질 수 있다. 상대방은 해결책을 이미 알고 있거나 얘기하는 과정에서 찾기도 한다.

 

우리가 부딪치는 문제는 늘 복잡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것도 많다. 별것도 아닌 일에 크게 신경을 써야 하는지 의아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타인의 문제를 들어주다 보면 참견이나 오지랖으로 비칠 수 있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습관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타인의 처지와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설령 해결책을 알고 있어도 직접적인 조언을 하는 것보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이러한 태도는 일반적인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자녀의 자립심을 키우는 데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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