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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수제자 K 이야기

수제자교실 
2022년 ‘수제자교실’에서 만난 학생 K의 학습 성장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수제자교실은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창의융합교육부에서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원하고자 2022년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수제자교실은 ‘수학’을 ‘제대로’ ‘자신 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교실이며, 1대1 멘토링으로 수학 학습전문상담지원단 교사의 수제자를 키우는 교실이다.


교육청에서는 1대1 멘토링을 통한 학생 개별맞춤형 수학 학습지도 및 상담을 운영할 수학 학습전문상담지원단을 공모하여 모집하였다. 수학 학습전문상담지원단은 수학클리닉 역량강화 직무연수 이수자이거나 2022년도 이수예정자를 자격요건에 포함시켰다. 평소 수학 학습부진학생의 학습지도에 관심이 많아 수학클리닉 연수를 2016년에 이수한 상태였고, 방과후 거점학교는 있는데, ‘왜, 기초학생 거점학교는 없는 걸까?’ 하는 생각에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수학 학습전문상담지원단이 모아지고, 대상학생 선정을 위해 ‘수제자교실’ 프로그램이 각 학교에 안내되었다. 대상학생은 수학에 어려움이 있어 이를 극복하고 수학 학습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싶은 학생, 2022년 3월 기초학력 진단검사에서 수학 기초학력 미달로 진단된 학생,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20차시 수학 학습코칭에 성실하게 참여할 수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하였다.

 

K와의 만남 
K는 읍지역에 사는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었고, 한부모가정의 아이다. 근무지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이동거리에 있는 읍지역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는데, 읍지역의 학생이다 보니 동지역보다는 학생의 상황이 더 열악하지 않을까 예측하고, 수제자 매칭을 위한 협의과정에서 거리가 멀긴 하지만 경력이 많은 나를 매칭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K는 어머니·조부모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형과 살고 있는데, K의 시간관리나 학습관리를 살펴줄 여력이 있는 가족은 없었다. 피아노치기를 좋아해서 학교 밴드부에 속해있지만, 피아노를 따로 배운 적은 없고 유튜브를 보고 연습한다고 했다. 집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은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며 보냈고,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시간은 거의 없는 걸로 파악되었다. 더군다나 수학은 교과내용에 대한 기초가 부족하여 가정에서 혼자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려고 마음먹어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도 K가 작성한 신청서는 매력이 있었다. 대부분의 신청서가 부모님이 작성한 것이라면 K의 경우는 본인이 작성한 신청서였고, 수제자교실을 통해 얻고 싶은 목표가 분명했다.

 

‘수학학습능력이 부족하여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지만, 기말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음’

글씨체는 삐뚤빼뚤했고, 글씨는 보일락 말락 흐리게 작성되어 있었다. 힘이 없고 흐린 글씨체에서 자신감 없는 K의 모습이 짐작되었다.

 

시간 운영 
1회 2시간씩(120분) 10회차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었고, 2022년 11월 말까지 운영하면 됐지만, K의 신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학기 기말고사 전에 집중적으로 수업을 계획했다. 토요일에는 학생의 집 근처 카페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수제자교실을 통해 K의 학습코칭과 상담지원이 10차시를 넘어서고, 기말고사를 며칠 앞둔 즈음에는 시험에 자신감이 붙은 K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00점 받는 친구들은 이런 문제들도 풀던데요’하며 난이도 중 이상의 문제에 관심을 보일 때쯤부터 K는 수제자교실의 남은 회차를 물으며, 기말고사 전에 다 만나지 말고 2학기 시험 전에도 만나고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K의 요청에 따라 수업계획을 조정하여 방학 이후에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운영계획을 변경하였다.


출발선 점검
K가 다니는 학교의 수학수업은 거꾸로교실로 운영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미리 올려놓은 디딤영상을 보고 수업에 참여해야 하지만, K는 영상을 집에서 보지 않은 채 수업을 맞이한다. 수학에 대한 기초도 부족하지만, 디딤영상을 보고 오지 않으니 수업을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K는 “수업시간에 졸지는 않지만 거의 이해가 안 된다. 수학 기초가 부족하여 중학교 1학년때도 수학이 어려웠는데, 2학년이 되니 본격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수학은 직전 학년 교육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고, 이전 학년 내용을 알고 있다는 시작점에서 교과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에 대한 이해는 점점 떨어졌을 것이다. K는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앞에 나와서 풀라고 시키실까 봐 두려운 마음이 있다”라며 “모둠원의 도움 없이는 거의 모든 문제를 풀지 못한다”라고 털어놨다.


1학기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에 K는 ‘이차방정식은 모두 근의 공식에 대입한다. 이항이 무엇인지 모른다. 분배법칙을 잘하지 못한다. 계수가 정수가 아닌 이차방정식은 풀 수 없다. 분수의 통분과 약분이 잘 안된다. 활용문제는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정도의 부족함을 보였다. 2학기 첫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삼각비의 의미는 모른다. 특수각에 대한 삼각비는 외우고 있지만, 문제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모른다. 원의 성질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 정도의 학습수준으로 파악되었다. 


K는 말이 없는 편이고, 성격은 온순했다. 선생님들의 추천도서를 읽어보지만, 이해가 안 되는 편이라는 말에서 선생님의 지도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학생이며,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제자교실이라는 새로운 만남, 새로운 결심, 다시 또 애써보겠다는 K의 결심에서 선생님들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맞물리면 학습코칭을 잘 따라와 주겠구나 하는 기대를 하게 했다.

 

지도과정
K의 학습정도를 파악한 후 교재는 K의 학교에서 사용하는 수학교과서로 정했다. 익숙한 교과서를 가지고 다시 지도하면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도과정에서 유사문제가 필요할 경우와 과제를 부여하기 위해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를 준비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도서관에 있는 교과서를 찾아 준비했다.


수업은 학교생활, 방과후 시간활용, 수학클리닉 검사, 성격유형검사, 학습태도에 대한 질문지, 시간계획표 세우는 요령, 가정에서 학습하는 습관에 관한 내용 등에 대한 나눔을 가진 후 교과서를 주교재로 하여 학습코칭을 했다.


성적의 변화
1학기 기말고사 준비 막바지쯤에 아직 기초다지기가 필요할 때였다. K는 교과서 문제가 풀리는 경험을 하자 자신감이 충만해져 난이도 있는 문제를 더 다뤄줬으면 하는 의견을 비쳤다. 앞쪽 회차에서 지도한 부분을 많이 잊었을 것 같아 그 내용영역의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자는 나의 코칭에 실망하는 것 같았고, 가정학습으로 요청한 부분을 놓치고 왔다. 막상 시험을 보니 앞 단원 부분인 인수분해에서 실수가 잦았다고 한다. 천천히 충분히 다지며 가고 싶은 나의 학습코칭과 달리 K의 마음이 앞서 나가 다소 기대에 못 미친 결과를 얻었지만, 그래도 교과서 문제가 이해되고 풀리는 경험을 했고, 성적향상의 결과를 통해 한껏 자신감으로 채워진 K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만날 당시 20점대였던 지필평가 성적은 1학기 기말고사에서 50점대로,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70점대로 성적향상을 보였다. 수행평가 성적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수행평가는 서술형이다 보니 거의 백지로 제출하는 편이었다고 했는데, 1학기 기말고사에서는 “모든 문제를 다 풀었는데 틀린 것이 있는 것 같아요”라며 아쉬워했고,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다 맞았어요”라는 말을 전한다. 수제자교실이 끝나고 혼자서 준비한 2학기 기말고사는 어떻게 보았는지 문자를 보냈더니 “다 풀 수 있는 문제였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망했어요”라고 한다. 변화된 K의  모습에 기뻤고 함께 수고한 시간에 토닥토닥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학습클리닉 검사 결과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만든 애스크매스(Askmath)를 통해 학습클리닉 검사를 실시했다. 처음 만난 날, 1학기 기말고사 이후, 수제자교실을 마치던 날 검사를 3회 실시하여 변화를 살폈다. 사전검사에서 ‘학습의욕이 낮은 편이며, 집중과 시간관리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었으며, 기말고사 이후의 검사에서는 ‘수학에 대한 흥미가 상위, 수학에 대한 자신감·불안·가치인식 부분에서는 중위, 학습의욕은 하위’를 나타냈다. 하지만 수제자교실을마칠 때의 검사결과는 ‘수학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고, 수학에 대한 자신감·불안·가치인식·학습의욕에서 중위’를 나타내는 변화를 보였다

 

K의 성장

K는 나의 지도에 잘 따라왔다. 가정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하며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카톡에 올려 질문하는 의욕도 보였다.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는지 정확히 질문하는 모습도 대견하고 기특했다. 
K는 수제자교실을 신청했던 자신의 목표를 향해 성실히 모든 학습과정을 따라와 주었으며, 공부하는 재미와 방법을 익혀 나갔고, 조금씩 꾸준히 성장하였으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이제 K는 꿈이 수학교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수제자교실을 신청했던 목표에 이른 K를 응원하고, 앞으로 K의 꿈을 향한 도전들에 응원을 보낸다. 

 

성과에 대한 분석 의견
학습지원대상이었음에도 짧은 기간에 효과를 얻은 이유는 첫째, K가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학생이었다는 것이다. 둘째, K가 나의 지도에 긍정적이고 성실히 따라와 줬고 셋째, 짧은 시간의 만남이지만 밀도 있는 학습코칭과 심리적 지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K의 기대 목표는 단기간(기말고사)에 성취도(성공경험)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방과후에 2시간(120분)씩 집중적으로 밀도 있게 지도가 이루어졌고, K가 나의 지도를 믿고 따라와 주었기에 가능했다. 학습지원대상학생의 성적이 K처럼 눈에 띌 정도로 빠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흔한 경우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매우 더딘 변화를 보이거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대부분이다.


매년 선생님들과 대상 학생들의 성공을 기대하며 다시 또 시작한다.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서로서로 애쓰고 있으니 두루두루 살펴 꼭 필요한 부분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K의 경우만 보아도 수제자교실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성장의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각 학교에서 학습지원대상학생이 정해지면 학기당 주 1회 정도로 20회차 수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지도내용도 진단검사에서 학습에 도달하지 못한 직전 학년 학습내용을 지도하게 되고, 현재 학년의 학습내용은 또다시 계속해서 학습부진으로 누적되기 때문에 이번 내가 진행한 수제자교실 같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의 보람
방과후에 이동하여 다시 2시간의 수업을 하고 돌아오는 시간은 어려웠지만, K의 변화 덕분에 나는 교사로서의 보람과 긍지로 충만했다. 개념과 원리를 설명할 때 ‘아~, 그렇구나’ 이해하는 모습을 볼 때, 스펀지처럼 학습내용을 흡수하고 모르는 부분을 콕 짚어 질문하는 모습에서 나는 가르치는 기쁨으로 채워졌다. 그럴 때마다 놓치지 않고 K에게 격려와 칭찬, 그리고 ‘엄지척’으로 표현해주었다. 나의 수제자 K. 나는 K 같은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

      

수제자교실을 마치며
각지에서 다른 이름(기초보충·두드림학교·멘토링·나눔학교·교육회복 등)으로 수제자교실을 운영한 다른 지원단 선생님들도 나와 비슷한 성공경험을 했을 것이다. 수제자교실의 성공을 위한 짧은 소견을 덧붙이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1대1 개별맞춤형 지원이 최선이다. 
수학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1대1 개별맞춤형 지도 프로그램 지원은 처음이었다. 적은 수의 학생에게 예산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괜찮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수업보다도 학습속도가 늦은 학생들, 수학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는 1대1 수업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다. 특히 수학교과는 학생 개개인별로 학습의 어려운 부분이 다 다르고, 그 학생들이 풀이할 때 멈칫거리는 순간을 눈치채주어야 적절한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하나하나 살피며 도와줘야 할 학생은 1차시에 1명이면 충분하다. 


둘째, 지속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지원이 필요하다. 
몇 차시만으로 지속되어온 학습결손을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가능하다면 최소 1년(학년체제이므로)간 1학기→ 방학→ 2학기→ 방학까지 이어지는 지속성 있는 지원이 이루어져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가정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학습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에서도 학습지원대상을 꾸준히 돌봐야 하지만 그 책임을 학교에만 넘겨서는 학생의 성장을 돕는 데 한계가 있다. 가정에서도 자녀가 학습상의 어려움이 없는지 살피고, 발견하면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고, 학습관리와 시간관리를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넷째, AI 기반 교육환경 시스템이 필요하다. 
AI 기반 교육환경에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는데 학습지원대상학생 자료를 입력하면 개인별 학생맞춤으로 문제가 반복 출제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지도를 위한 준비과정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다섯째, 기다려줘야 한다.
수학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새 학기와 새 학년을 맞이할 때마다 다시 시작해보자며 다짐할 것이고, 약간의 노력을 할 것이고, 곧 익숙한 실패를 경험할 것이고, 이어서 포기할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그런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감추려 할 것이다. 수학을 잘하는 것도 많은 재능 중 하나이므로 좌절할 필요는 없다. 학습지원대상학생들이 그동안 겪은 좌절에도 불구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살펴주고, 조금만 노력해도 칭찬해주고, 끝까지 기다려주는 어른들의 따뜻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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