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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직생활 디자인] 온전히 ‘나를 위한’ 스케줄이 필요합니다

2022년 정말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학교에서 연구부장과 학년 부장을 겸임하고, 5학년 담임교사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책을 집필하고 강의하고 유튜브와 SNS 콘텐츠를 제작하며 아이 둘 워킹맘으로서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시간은 없지만 해내야 하는 일이니 그렇게 저는 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습니다. 잠을 줄였거든요.

 

저는 잠을 줄이면 탈이 나는 사람입니다. 고3 때도 8시간을 꼬박 잘 정도로 잠을 자야 충전이 되는 사람인데 워낙 바쁘다 보니 잠을 줄이게 됐습니다. 어쩜, 한 달에 한 번 이 칼럼을 써야 했던 그때 탈이 나고 말았지요.

 

잠 줄여 일하다 소진 겪어

 

마흔이 넘으면 몸이 다를 거라던 선배님들의 말씀과 “선생님은 넘사벽입니다. 도대체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지치지 않으세요?”라는 말씀에 허허 웃으며 말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지칠 때 음악감상, 독서, 영화, 여행으로 힐링합니다”라고 말하고 비공식적으로는 “맥주를 마십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글이 안 써질 때도, 좋은 일이 생길 때도, 속상한 일이 생길 때도 한 캔 딱 따서 먹으면 다시금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함께 술잔을 부딪쳐주는 동료가 있어 행복했고 무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지요. 아울러 부족한 잠은 커피로 채웠습니다.

 

역시나 그렇게 버틴 것은 탈이 나네요. 방학이 되자마자 그간 버텨온 것들이 그대로 무너져내렸습니다. 번아웃인지 아니면 체력이 고갈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살면서 가장 아팠습니다. 그제야 저는 제 몸과 마음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너무 달렸구나. 힘들었겠다.’

 

우리는 학교 일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감과 반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내 자녀에 대한 미안함을 모두 안고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주어진 많은 책임과 역할이 때때로 버거울 때가 많은데, 버겁고 힘들다고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참고 또 참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스스로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못 할 일은 아쉽더라도 정리하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일정을 챙기겠다고 말이지요. 그간 힘들었던 제게도 몸에 좋은 영양제와 음식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행복을 줬던 커피와 맥주도 떠나보냈습니다. 대신 몸에 좋은 차와 견과류를 채워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20여 일을 아팠던 몸과 마음이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사람은 휴식이 필요한가 봅니다.

 

“스스로 챙기기로 했습니다”

 

한 멘토가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스케줄이 비는 걸 참지 못하고 빽빽 채우는 걸 알고 있었던 그 분은 ‘휴식’이라는 스케줄을 꼭 넣으라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나를 위한’ 뮤지컬 관람, ‘나를 위한’ 낮잠 등 온전히 나만을 위한 스케줄이 필요하다고요. 이제는 그 말이 와닿습니다. 그동안 나만의 마음·체력 관리법을 맹신했던 것도 참 건방진 일이었구나, 깨닫게 됐습니다. 사람은 이렇게 배워야 합니다.

 

다시 또 3월이 옵니다. 교사에게는 1년 중 가장 바쁜 달이지요. 학교 밖 3월은 따뜻한데 학교는 춥기만 합니다. 그래서 많이들 아픈 시기이기도 하지요. “선생님은 넘사벽입니다.” 이제는 이 말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저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앞으로도 부딪히고 배우고 깨지면서 선배님들의 말씀을 하나씩 새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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