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교사의 인사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수업가산점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교원승진 및 보수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 새로운 인사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교원역량혁신추진위원회(추진위)는 지난 3월 30일 1차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들을 논의했다.
이날 교육부가 추진위에 상정한 교원역량혁신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수업 잘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가칭)수업력 제고 유공가산점을 신설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수업력제고 유공가산점은 공통가산점으로 분류돼, 확정되면 승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I 디지털교과서 적용을 기점으로 교실수업의 혁명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교육부가 디지털 역량을 수업가산점의 주요 척도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교육부는 추진위 연구·검토를 거쳐 내년에 교원 승진규정 개정을 포함한 인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업가산점의 주요 척도로 디지털 역량 거론
수업을 잘하는 교사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학교교육의 중심을 수업에 두겠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시도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챗GPT의 등장으로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커다란 충격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디지털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교사의 수업전문성은 학생 성장과 학교교육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교원단체에서는 교사의 수업력 향상과 이에 대한 보상책을 다양하게 실행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수업·생활지도·교육자료 영역에서의 현장연구대회는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수업연구대회이며, 1990년대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시작한 열린교육운동은 교실수업개선 실천사례라는 연구대회를 탄생시켰고, 전국의 수많은 젊은 교사들이 참여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EBS 역시 교육방송 활용 수업연구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2011년 수석교사제가 생기고, 수석교사에게 수업코칭을 자발적으로 의뢰하는 수업성장 욕구가 높은 교사들도 등장했다. 반면 단위학교 수업장학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수업개선에 대한 교사의 노력과 책무는 자율이라는 미명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이 학교현장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동료장학과 수업전문성 제고의 노력도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전보 탓에 잦은 구성원의 변화를 초래, 공동체의 체계적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업가산점제의 기대와 우려
그렇다면 교사가 수업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전문성을 갖추어 교실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수업가산점제가 필요할까? 수업가산점제를 실행하게 된다면 교사들과 학교현장은 어떤 반응과 변화를 보일까? 쉽게 재단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의 수업연구대회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은 수업연구대회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수업고민과 수업실행 과정, 결과물을 정리하며 실질적으로 전문성 신장을 경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연구점수나 가산점을 보상으로 받아 관리자로 승진하거나 수석교사로 선발된 교원들은 수업가산점제 시행에 적극적이다. 반면 우려되는 측면으로는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수업이 전문성이 있는지, 성장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지적이다. 교실마다 다른 수많은 상황과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수업이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또 수업연구의 보상책이 승진의 도구로 전락한 관행이 되풀이 된다면 수업가산점 역시 수업에 열정을 보이는 교사들에게는 냉소적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현재 교원 인사제도에서 수업 관련 연구활동에 대한 보상은 연구점수로, 그 외 생활지도나 업무에 따른 실적·근무환경이 열악한 학교에서의 경력은 가산점으로 보상체제가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새롭게 시작되는 수업가산점은 과연 교사의 연구활동으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연구와 관계없이 업무적 접근, 즉 교사 전문적학습공동체 운영자에게 주는 가산점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또 하나 디지털 기반의 수업전문성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에듀테크 활용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수업을 잘하고 학습지도를 잘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수업은 교수·학습자료를 잘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사가 성취기준에 적합하도록 교수·학습할 내용을 조직하고, 선정하며, 학생들의 특성과 수준에 맞게 매체를 매칭 하는 디자인 능력이 필요하다. 교실에서의 실행 능력 모두를 포함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학습과정과 결과를 피드백해 주는 평가영역을 전문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새내기 시절 선배교사들이 현장연구에 참여하면서 수업과 평가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며, 교원단체나 교육 유관기관에서 시행하는 수업관련 연구대회나 공모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물론 학생지도 경험 부족과 연구논문 작성의 미흡함으로 탈락하는 경험도 가졌고, 이를 계기로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하며 다양한 연수와 선배교사와의 교류를 통해 하나씩 채워나갔다.
승진을 위한 보상을 얻기 위해 참여했다기보다는 한 해 한 해 학생들과의 수업경험에 대한 정리, 인성교육에 대한 누가기록, 교육자료 제작에 대한 공유를 목적으로 18번의 연구대회에 참여했다.
어떤 선배교사들은 “관리자가 될 생각도 없으면서 왜 그런 활동을 하느냐”고 묻거나 의아해했지만, 이러한 도전은 교사로서의 성장욕구였다. 아니 어쩌면 교사로서 당당하게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은 갈망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수업가산점 제도가 교사와 학교교육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사가 자신의 수업개선을 위해 제도적으로 마련된 다양한 선택지들을 실행하며, 숀이 주장하는 ‘반성적 실천가’로 성장하는 교사가 되는 것이 교육수요자들이 바라는 교사상이 아닐까. 비록 가산점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교사들이 학교교육에서 실천하는 활동들을 정리하여 현장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수업성장이라는 목적이 가산점이라는 수단에 매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