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쓰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이나 글을 쓰는 사람들의 아름다움 같은 것들은 마주칠 때마다 제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쓰고 싶다는 마음만 앞서서 문창과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는 ‘나도 다른 이의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는 기분으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 오만한 마음 탓으로 언제나, 어떤 쓰기에서도 그 욕심을 한껏 채워내지 못하였습니다. 제 그릇의 모자람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덜 차면 덜 찬 그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그대로 저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글에는 만족함이란 것이 없다지만, 게다가 제 글이 만족할만한 것일 리가 없지만, 글의 완성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언제나 제 자신이 글을 쓰는 지금이, 그 순간들이 참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바보같이도 잘 쓰지도 못하는 게 쓰는 것만은 참 좋은가 봅니다. 동화를 쓰는 내내 아이의 마음을 담고 싶었고, 아이의 마음을 닮고 싶었습니다. 과장되거나 얕보지 않고 천진하고 진지한 그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글을 쓰도록 배우고, 익히고, 외우고, 살겠습니다. 부족하고 또 모자란 제 글을 추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한국교육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마음만
일요일 오후예요. 바람이 들판의 풀꽃들을 잔잔히 흔들고 있어요. 햇살은 강물을 탱글탱글 윤나게 부풀려주고 강가에는 부들이 한껏 자라 올랐지요. 도요새 가족이 먹이를 찾아 거니는 들판에 우리 가족은 자리를 펴고 앉았어요. 우리 가족은 다섯이예요. 엄마, 아빠, 오빠, 언니 그리고 나. 여기는 그림책 속, 24쪽의 그림틀 안이에요. 그래요. 우리 식구는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랍니다. 사실 나는 책의 내용도, 제목도 잘 몰라요. 이웃의 글씨 가족이 앞 쪽에 바글바글 살고 있지만, 그 이웃은 아주 무뚝뚝해요. 나는 글씨를 잘 모르는 어린아이고요. 항상 책을 보는 사람들이 어린 친구들인 것을 보니, 아마 이 책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책인가 봐요. 친구들은 나들이 나온 우리 가족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놀러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워하곤 하지요. 그렇지만 말예요. 항상 매일같이 이렇게 놀기만 하는 저는 사실, 공부도 해 보고 싶고, 집 안에서 쉬고 싶을 때도 있어요. 책이 덮여지면 우리 가족은 23쪽 이웃과 마주치게 된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평소 말없던 이웃가족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옆 쪽 가족은 오늘도 여행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