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여름방학을 시작하기에 앞서 물놀이에 대한 생활지도를 강조해뒀다. “튜브는 생명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튜브는 놓치지 마라. 튜브만 꼭 잡고 있으면 파도가 아무리 높아도, 아무리 깊은 바다라도 구출받을 수 있다.” 방학이 중반을 달리고 있을 때쯤 전화가 한 통 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호택이 엄마에요. 며칠 전 바닷가에서 우리 호택이가 죽을 뻔했는데 다행히 튜브를 꼭 잡고 있어서 살았답니다.” 호택이네를 포함한 군인 가족들은 휴가를 얻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바닷가로 놀러갔다고 한다. 어머니들은 점심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아버지들의 보호를 받으며 튜브를 타고 놀았다. 수영을 잘 하는 군인 아저씨들도 함께 있어서 모두들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창 점심준비를 하는 호택이 엄마에게 갑자기 “엄마, 엄마”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다를 보니 호택이가 튜브를 탄 채 멀리 멀리 파도에 밀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울면서 바닷물로 뛰어드는 호택이 엄마를 붙잡은 채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고, 호택이 아빠와 수영을 잘하는 군인 아저씨들은 호택이를 구하러 헤엄쳐 갔다. 호택이 엄마는 행여 호택이가 튜브를 놓치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발을
나른해진 어느 봄날 오후, 5교시 수업 중이었다. “악!”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우리 모두 깜짝 놀랐다. 오른쪽 눈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큰 소리로 울며 몸부림치는 진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나는 급히 달려가 진두의 눈에서 두 손을 떼어보려고 했지만 진두는 막무가내였다. 아이들도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순간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한 장면이 있었다. 학년초 아이들 중에는 장난 삼아 뾰족한 연필로 친구들의 엉덩이와 등, 팔뚝에 연필심을 찔러 괴롭히곤 하는 일이 가끔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훈계한 것이 바로 엊그제 아닌가. 나는 떨리는 손으로 눈을 뜨지 못하는 진두의 눈꺼풀을 조심스럽게 뒤집어보았다. 빨간 핏덩이가 오른쪽 바깥 눈꼬리 안쪽 부분에 붙어있었다. 우선 핏덩이를 밀며 눈가를 눌러보았지만 핏덩이는 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다시 눈꺼풀을 잡고 핏덩이를 꺼내보려 애를 썼지만 끔찍한 상황은 계속됐다. ‘진두 눈에 핏덩이가 있어요. 제발 눈에 아무 이상이 없도록 좀 도와주세요.’ 나는 다급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필사적으로 노력을 거듭했다. 진두마저 조용해진 교실에는 침묵이 흘렀고 내 이마에서는 계속 진땀이 흘렀다.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