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여름방학을 시작하기에 앞서 물놀이에 대한 생활지도를 강조해뒀다. “튜브는 생명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튜브는 놓치지 마라. 튜브만 꼭 잡고 있으면 파도가 아무리 높아도, 아무리 깊은 바다라도 구출받을 수 있다.”
방학이 중반을 달리고 있을 때쯤 전화가 한 통 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호택이 엄마에요. 며칠 전 바닷가에서 우리 호택이가 죽을 뻔했는데 다행히 튜브를 꼭 잡고 있어서 살았답니다.”
호택이네를 포함한 군인 가족들은 휴가를 얻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바닷가로 놀러갔다고 한다. 어머니들은 점심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아버지들의 보호를 받으며 튜브를 타고 놀았다. 수영을 잘 하는 군인 아저씨들도 함께 있어서 모두들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창 점심준비를 하는 호택이 엄마에게 갑자기 “엄마, 엄마”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다를 보니 호택이가 튜브를 탄 채 멀리 멀리 파도에 밀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울면서 바닷물로 뛰어드는 호택이 엄마를 붙잡은 채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고, 호택이 아빠와 수영을 잘하는 군인 아저씨들은 호택이를 구하러 헤엄쳐 갔다.
호택이 엄마는 행여 호택이가 튜브를 놓치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그러나 호택이는 엄마를 소리쳐 부르고 울면서도 튜브를 놓지 않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출되었다고 한다. “다시는 물놀이 가지 않겠다”던 호택이 엄마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방학 전 ‘튜브는 생명’ 생활지도는 특별히 호택이를 위한 것이었을까. 맨 앞자리에 앉아서 구슬 같은 눈을 반짝이며 귀담아듣던 호택이가 너무 고마웠다.
1학년 꼬마 호택이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여름방학만 되면 생각나는 호택아, 부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사람이 되어 잘 지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