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가장 기본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은 ‘영원한 학생’이란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흐름을 거슬러 가슴과 지혜의 젊음을 지속시킬 수 있게 하는 배움의 길로 나서야 하리라.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새해에는 배움의 길목에서 아이들과 함께 걸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몇 해 전 교육신문을 읽다가 이 글이 마음에 너무 와 닿아서 몇 해째 다이어리 제일 앞 장에 적어 다니고 있는 글이다. 교직 17년차, 아직은 ‘교사’라는 이름이 부끄럽기만 한 부족한 사람이고 지금 이 시간에도 아름다운 미래, 희망 가득한 교육을 위해 이름 없이 수고하시는 많은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송구할 따름이다. 수상 소식을 접하고 삶의 이유를 만들어 주는 사랑하는 가족들, 작은 일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분들, 내가 늘 있어야 할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이쁜 나의 제자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이들과의 소중한 만남이 나에게 항상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믿어주고 인내하게 해주는 힘의 근원을 만들어 준다. 올해도 ‘교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해마다 ‘만남’이라는 새로운 출석부를 기다린다. ‘또
파란 하늘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을빛이 내린 운동장을 바라보는데 ‘띠링’ 스쿨 메신저 알림벨이 울린다. 보건선생님으로부터 온 메시지이다. “선생님, 우선관심군 학생인 K는 잘 지내고 있나요? 특이사항 있으면 저에게도 연락주세요.” K군은 ADHD가 의심돼 심층사정평가가 필요한 학생이지만 학부모님이 거부 의사를 밝혀 담임인 내가 집중 관찰하며 상담을 하고 있다. 상담일지를 꺼내 작성하는데 문득 9년 전 ADHD 아이를 처음 담임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교육경력 8년차, 3학년을 맡게 됐다. 해마다 그렇듯 설레는 첫 만남을 기대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10살의 어린 천사들이 두 눈을 말똥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아이, 한 아이 일일이 눈을 맞추며 반가운 인사를 나눈 후 자기 소개시간을 가지려고 하는데 갑자기 교실 문이 드르륵 열렸다. “안녕하세요?” 새 학년 첫날부터 지각인데도 미안한 기색도 전혀 없이 교실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인사하며 교실 문을 들어서는 아이. 민욱이었다. 깜짝 놀라 토끼눈이 된 나를 보며 우리 반 아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쟤, 원래 저래요. 2학년 때도 맨날 그랬어요.” ‘음, 네가 바로 그 유명한 민욱이구나’ 진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