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에세이, 한 페이지] 생일
살다 보면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있다. 당연한 듯, 무심한 듯 지나가는 일상에서 잠깐 쉼표를 찍고 쉬어가다 보면 시선은 나를 향하게 된다. 그리고 나를 보는 시선을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기회를 갖는다. 그런 소중한 시간이 얼마 전 내게 찾아왔다. 어디선가 왁자지껄 소리가 아침의 고요를 깨뜨리고 있다. “야, 여기로. 좀 조용히 해.” 어차피 조용함과는 거리가 먼 동네이지만 이른 시간부터 부산 떠는 일을 목격하는 건 좀 드문 일이다. 내가 일하는 교무실은 학생들의 공간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갑자기 30명쯤 되는 아이들이 복도를 메우면서 다가오더니 점령군처럼 우리 교무실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러고는 이유를 생각할 틈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생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생일 축하?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닌데….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날짜인 3월 20일. 아, 내 주민등록상의 생일이다. 3학년 영완이가 커다란 케이크를 들고 먼저 들어왔다. 열 명 정도의 아이들이 웃으며 그 뒤를 따라 들어와 내 자리를 에워쌌다. 공간이 좁아서 20명 정도는 복도에 죽 늘어서 있는 상태였다. 깜짝 생일 파티 촛불이 켜졌다.
- 엄재민 충북 대제중 교사
- 2023-10-23 0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