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독, 광장의 책 읽기
“어떤 사람이 입으로는 다섯 대 수레의 책을 외지만 그 뜻을 물으니 멍하니 알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의 실학자 유성룡이 그의 저술집 서애집에 적은 이 말은 독서가 아니라 ‘지식 욱여넣기’를 하고 있는 한국의 독서 교육에 시사점을 준다. 물론 좋은 글쓰기의 기본이 ‘다독·다작·다상량’이다. 그러나 독서 자체는 절대선이 아니다. 독재자 스탈린, 히틀러, 무솔리니는 모두 대단한 독서 편력가였다. 누군가는 이들을 “독서가 낳은 괴물”이라고 표현한다. 좋은 독서가 선의 효과를 낳는 것이다. 독서가 낳은 괴물, 히틀러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생각도 비슷하다. “책을 읽은 뒤 최악의 독자가 되지 않도록 하라. 최악의 독자라는 것은 약탈을 일삼는 도적과 같다. 결국 그들은 무엇인가 값나가는 것은 없는지 혈안이 되어 책의 이곳저곳을 적당히 훑다가 이윽고 책 속에서 자기 상황에 맞는 것, 지금 자신이 써먹을 수 있는 것, 도움이 될 법한 도구를 끄집어내 훔친다.” 저자 또는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오로지 논술에 ‘써먹을’ 수 있는 지식만을 염탐하도록 교육받는 아이들은 결국 아무리 많은 책을 읽더라도 ‘최악의 독자’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
- 엄지원 <한겨례21>사회팀 기자
- 2015-03-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