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보내는 편지1_ 명예퇴직을 고민하는 선배에게
P선배, 그간의 안부를 묻기에 민망하게도 교단은 명예퇴직 바람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새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요즘 교정은 활짝 핀 개나리, 진달래, 목련화, 산수유와 어우러진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가 향기롭습니다만, 교단을 떠나려 고민하는 선배 선생님들을 뵐 때 마음 한켠이 무거워집니다. P선배, 기억하십니까?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27년 전 제가 신임교사로 부임한 3월의 어느 중학교에서였지요. 선배는 저보다 2년 먼저 발령을 받은 선배 교사로서 물정 모르는 새내기 교사인 제게 초임생활에 필요한 학생지도 요령을 해박한 지식과 함께 경험을 들어 알려주었지요. 당시 P선배는 한마디로 후배들에게 신화적인 교사였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눈빛, 몸짓 하나 놓치지 않고 수업이면 수업, 생활지도면 생활지도, 상담이면 상담으로 어쩌면 그렇게도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가 있었는지요. 제가 문제학생과 씨름하며 해결 방안을 몰라 쩔쩔맬 때면 선배는 단 몇 분 만에 분노로 폭발할 것 같던 학생들의 감정을 봄눈 녹이듯 해결해 주던 만능키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지금은 그 때의 그 젊은 열정은 조금 줄어들었는지는 몰라도 오랜 교단의 경륜에서 오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할까
- 오승걸 남서울중학교장
- 2014-05-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