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파주에 있는 전문계고등학교다.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늘 치르는 곤혹스러운 일들, 결석생이 늘어만 가는 현실, 아이들은 고개 숙이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오늘은 왜 이리 늦었니?” “어머니가 안 계셔요. 그러다 보니 늦잠을 잤어요.” 어딘가 모르게 기가 꺾여 있고 서로의 눈치만 살피는 아픈 풍경들…. 인문계고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불우한 가정환경 탓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의기소침한 상태로 하는 일에 자신감도 없었고 풀 죽어 지내는 그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절망이었다. 그들에게 뭔가 얘기할 수 있는 공감의 장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그들에게 내일의 비전을 말할 수 있고 희망을 말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고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속마음을 그림으로 말하는 일이었다. 자신의 불만이든, 기쁨이든 볼펜 하나로 열심히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 때로는 수업 중에 자신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고, 자신의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 첫 시작은 2003년 3월 13일이었다. 어느새 5년이나 되었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 우리의 첫 만남은 어설프게 시작되었다. 절반의 학
저녁 무렵이었다. 모 기업체에서 현장실습중인 우리 반 A로부터 전화연락이 왔다. “선생님, 잘 계시죠? 전화 자주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그래, 회사에 잘 다니고 있는 거니? 힘들진 않고?” “예, 잘 하고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 좋은 소식이면서도 걱정되는 소식이 하나 있어요. 사실은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않고 인터넷으로 대학 수시원서를 썼는데 합격했어요.” “이야, 축하한다. 정말 잘됐네.” “그런데 선생님, 학비가 걱정이에요. 입학금이라도 마련하면 그 다음엔 제가 벌어서 갈수도 있는데….” A를 만난 것은 재작년 3월이다. 으레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아이들 신상을 파악하느라 조심스럽다. 아이들의 자존심이나 아픔을 건드리지 않으려 애를 써보지만 아이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가정환경이나 형편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상파악은 참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실업계 학교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학비보조가 있다. 학비감면에 급식보조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가정환경에 남달리 관심을 갖고 살펴본다. A는 동생과 함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살고 있었지만 밝고 명랑하며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었다. A의 꿈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