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6 (토)

  • 맑음동두천 32.0℃
  • 맑음강릉 33.9℃
  • 맑음서울 32.7℃
  • 맑음대전 32.8℃
  • 맑음대구 31.6℃
  • 맑음울산 31.0℃
  • 맑음광주 32.3℃
  • 구름조금부산 31.5℃
  • 맑음고창 33.1℃
  • 구름조금제주 29.9℃
  • 맑음강화 30.8℃
  • 맑음보은 30.5℃
  • 맑음금산 30.8℃
  • 맑음강진군 33.3℃
  • 맑음경주시 31.9℃
  • 구름조금거제 29.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실창가에서> 작은 장학금

저녁 무렵이었다. 모 기업체에서 현장실습중인 우리 반 A로부터 전화연락이 왔다.

“선생님, 잘 계시죠? 전화 자주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그래, 회사에 잘 다니고 있는 거니? 힘들진 않고?”
“예, 잘 하고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 좋은 소식이면서도 걱정되는 소식이 하나 있어요. 사실은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않고 인터넷으로 대학 수시원서를 썼는데 합격했어요.”
“이야, 축하한다. 정말 잘됐네.”
“그런데 선생님, 학비가 걱정이에요. 입학금이라도 마련하면 그 다음엔 제가 벌어서 갈수도 있는데….”

A를 만난 것은 재작년 3월이다. 으레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아이들 신상을 파악하느라 조심스럽다. 아이들의 자존심이나 아픔을 건드리지 않으려 애를 써보지만 아이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가정환경이나 형편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상파악은 참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실업계 학교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학비보조가 있다. 학비감면에 급식보조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가정환경에 남달리 관심을 갖고 살펴본다. A는 동생과 함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살고 있었지만 밝고 명랑하며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었다. A의 꿈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학 진학의 꿈을 갖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노력했지만 자신이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그 꿈을 접어야했다. 그런 A가 대학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A와 단짝 친구인 우리 반 S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공부를 하려했지만 가정형편이 역시 좋지 않았다. S도 현재 인근의 회사에서 현장실습 중이다. S의 꿈은 헤어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S와 전화 통화를 했더니 서울에 있는 전문대학에 수시원서를 접수했다고 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공부’라는 것이 그들에겐 호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을 갖고 도전하는 제자들의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스럽기만 하다.

이제 아이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내가 힘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글을 써서 원고료를 모아 장학금을 마련해보기로 했다. 몇 해 전부터 학교 현장에서 배우고 겪은 이야기들을 써왔더니 어느덧 한 권의 수필집을 낼 분량이다. 가르치면서 제자들과 함께 웃고 울면서 배운 이야기들이다.

몇 해 전부터 각 문예지와 잡지사에 투고하여 받은 원고료가 제법 된다. 뜻 깊은 일에 쓸 수 있다면 내겐 큰 보람이자 행복이다. 이제 며칠 후면 책도 나온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위가 매섭지만 내 가슴은 그리 춥지 않다. 졸업을 앞둔 제자들로부터 대학 합격, 취업에 대한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며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