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인덱스 옵션, 투자 은행 등 일반인에게 생소했던 경제용어가 일상용어가 되고 있다. 최근들어 금융위기가 연일 매스컴에 다뤄지며 생긴 현상이다. 이러한 세계 금융위기 소용돌이 속에 독일 국민들도 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와 더불어 경제 기본지식의 중요성 또한 대두되면서 공교육의 경제과목 수업 강화에 대해 논쟁까지 일고 있다. 독일 고등학교의 한 경제교사는 요즘 일간지에서 경제기사를 스크랩해 수업자료로 쓰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최근 집에서 가족이나 친척이 노후대책으로 모아 둔 자산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목격해 온 학생들이 자연스레 수업시간에 현재 금융위기에 대한 원인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슈투트가르트 근교의 소도시 되핑엔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는 10학년부터 ‘경제’과목을 배우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가 어떻게 되핑엔 시민의 예금, 연금,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게 될 지 그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다. 경제과목 교사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외부강사를 초빙해오는 경우도 있다. 슈파르카세(독일의 대표적 은행)의 직원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주식과 그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위의 예처럼 경제 과
“학교는 아이들이 공동체를 배우는 경험공간이다.” 개혁교육자이자 라보아슐레(Laborschule)의 창립자인 하르트무트 폰 헨티히의 말이다. 독일어로 실험학교란 뜻의 라보아슐레는 독일 빌레펠트대 캠퍼스에 있는, 우리 식으로 따지자면 대안학교다. 빌레펠트대는 68년 학생운동의 개혁적이고 자유주의적 이념을 갖고 1969년에 세워진 학교다. 1974년 개교한 라보아슐레는 ‘배움과 가르침의 새로운 형식을 개발한다’는 취지로 빌레펠트 대학의 부속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 학교에서 행해지는 모든 교육 방식과 그 결과는 대학 연구팀이 분석, 평가한다. 대학 연구팀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현실에 맞는 새로운 교육 콘셉트를 개발하고, 이를 학교에 직접 적용해 그 추이를 관찰한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말 그대로 ‘실험대상’들이다. 라보아슐레는 유년기에서 성년으로 가는 길이 ‘계단’과 같다고 정의한다. 우선 첫 단계는 0학년부터 2학년까지다. 해마다 모두 60명의 학생들이 입학한다. 갓 5세를 넘긴 아이들이다. 이들은 1, 2학년인 학생들과 함께 한 그룹을 이루며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2단계는 3학년 때부터 시작된다. 이때부터 영어수업과 교실을 벗어난 수업도 이뤄진다. 예
제시카(14)는 숲 속에 빌라가 모여 있는 프로나우라는 베를린 외곽에 산다. 비교적 부유한 계층이 지역이다. 아버지는 야채 도매상을 한다. 제시카는 이번 여름 방학 때 아버지와 함께 런던으로 관광을 갈 계획이다. 이번 런던 관광은 아버지가 제시카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다. 런던은 제시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다. 그녀는 현재 베를린 근교 포츠담에 소재한 영국계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영어가 유창하다. 런던에서 좋아하는 뮤지컬을 보고, 쇼핑할 생각에 벌써 신이 났다. 여행길 교통 혼잡으로 방학일 조정도 로빈(15)과 로잔나(18)는 홀어머니와 함께 산다. 어머니 로라(42)는 평범한 사무원이다. 이들 3인가족은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베를린 베딩(Wedding)지역에 산다. 하지만 방학 때 다른 것은 몰라도 셋이 함께하는 여행은 포기하지 않는다. 지난 부활절 방학 때는 모두 함께 에스토니아에 다녀왔다. 이번 여름방학엔 오스트리아 빈에 가볼 예정이다. 어머니 로라는 “여행 중 배우는 것이 많다. 일상을 떠나 다른 나라의 풍습과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방학 때면 짧은 기간이라도 꼭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고 말한다. 이 두 예처럼 유럽 학생들에게
영화는 처음에 독일의 평범한 중산층 이상 가정의 청소년들의 일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이 어떻게 전체주의에 마음이 쏠려, 이 운동에 감동하며 열광적으로 참여하는가 하는 집단 심리 현상을 생동감 있게 그렸다. 영화는 68세대 이후 반 권위주의적, 자유주의적 교육 세례를 받고 자란 독일의 청소년들도 상황에 따라 전체주의 집단 최면에 걸릴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계몽교육만으로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나치’ 이야기에 신물 난 독일 학생들 보통 독일에서 정규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은 누구나 교육과정에서 나치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귀에 박히도록 듣는다. 게다가 평소 저녁 시간 TV를 틀면, 나치의 만행이나 당시 정치적 상황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가 저녁 황금시간대의 단골 프로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에게 이 주제는 너무 많이 들어 지겹기도 하고, 너무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라 남의 일 같기만 하다. 또 요즘 아이들이 그렇듯이 독일 청소년들도 자유분방하고, 개인주의적이며, 끼리끼리 그룹을 지어 다닌다. 바야흐로 전체보다는 개성이 중요시되는 시대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이 이 영화에서 전혀 ‘쿨’하지 않고, 여태까지 ‘악의 구렁텅
드레스덴 공대의 연구는 동독지역인 작센 주의 전일제를 실시하는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전일제는 공식 수업이 끝난 방과 후에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서 교사의 지도아래 숙제를 하거나 다른 특별활동을 하는 학교운영방식이다. 연구팀은 전일제 실시 학교의 약 1300명의 학생, 500명의 교사와 인터뷰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 조사에서 설문 대상 교사의 3분의 1은 숙제가 학습에 정말 효과적인지에 대해 잘 평가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전체 학생 4분의 3에겐 실제로 숙제가 별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연구원 한스 겡을러는 “우수한 학생들이 숙제를 한다고 해서 학업 능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또 부진한 학생들은 숙제로 단순 반복을 한다고 오전에 이해 못 한 것을 깨우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설문 대상 학생의 70%가 숙제를 통해 오류를 줄이고 문제를 더 빨리 풀 수 있다고 대답했지만, 숙제를 함으로써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 학생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드레스덴 공대 교육대학 안드레아스 비레 연구원은 “우리는 이제 다른 학습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드레스덴 연구팀은 현재 작센 주의 전일제 학교 열
지난 봄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어느 학교에서 생긴 일이다. 라틴어 성적이 부진했던 급우가 퇴학당한 일에 앙심을 품은 소년들이 교사 처형 장면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문제의 교사는 엄격하기로 악명이 높았고, 그 학교의 거의 모든 학생들이 라틴어 과목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았었다. 소년들은 문제의 라틴어 교사 사진을 구해 머리 부분을 붙이고 몸은 만화로 그려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 동영상엔 문제의 교사가 길을 걷는 장면이 나오다가 갑자기 총이 나타나 머리를 쏜다. 그러면 피를 뿌리며 머리가 굴러 떨어지는 끔찍한 장면이 이어진다. 동영상 아래엔 이 교사 때문에 누가 퇴학당했다는 설명이 자막으로 붙어있다. 이 일을 공모한 학생들은 아직 만 14세도 안된 소년들이었다. 필로로기 연합이 보고하는 또 다른 충격적인 사례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포르노 몽타주 사건이다. 중서부 지방인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의 통합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학생들 사이에 포르노 몽타주를 유포시켰다. 이 몽타주엔 이 학교 교사와 학생이 주인공이다. 배경이 바로 그 학교 교실이어서 교사들을 경악시켰다. 이 몽타주는 거의 진짜 사진과 흡사해서 전문가도 못 알아 볼 지
독일에 사립학교가 매주 한두 개씩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의 교육적 지형도 바뀌고 있다. 공립학교들은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지만 사립학교는 매년 80∼100개 새로 문을 열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렇게 사립학교를 세우고 있는 걸까? 이들은 예전의 사립학교 설립자들처럼 권위주의에 반대하며 거창한 대안교육을 꿈꾸는 교육철학자들이 아니다. 현재 독일에서 사립학교 설립 붐을 일으키고 있는 주체는 바로 학부형들이다. 이들은 더 이상 공립학교의 교육을 신뢰하지 못한다. 한 달 전쯤 독일의 소규모 도시인 브레멘에서는 공식인가를 받지 않은 사립 초등학교가 14년간 버젓이 운영되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공교육을 믿지 못한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학교였다. 일률적으로 정해진 교과과정만 따르는 공립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창의력을 앗아간다고 생각하는 학부형이 늘고 있다. 실례로 독일에 잘 알려진 텔레비전 방송 진행자인 요오크 필라바는 13명의 다른 학부형과 함께 직접 사립학교를 세웠다. 마리아 몬테소리의 교육이념을 따르는 작은 초등학교다. 학부형들이 직접 학교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매달 200유로의 수업료를 지불하면서도
독일의 대표적 대안학교 발도르프 학교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가 인종주의 성향의 내용을 담은 저술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는 독일연방 가족부 정부소속 청소년 유해매체 심의위원회에 슈타이너 전집 중 두 권을 금서 목록에 넣을 지 검토할 것을 요청하면서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종주의적 세계관이 드러난 것이다. 슈타이너의 저작 중 1908년과 1910년의 저서 두 권에 다른 인종을 비하하는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피부 표면에 양의 기운을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마치 태양이 이글거리는 것처럼 신진대사가 일어난다. 이로써 이들의 (성)충동을 설명할 수 있다’ 등의 구절로 흑인을 열등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 ‘진정한 자아가 형성되지 못한 인종들은 동쪽으로 이주했다’는 구절도 타 인종을 비하는 예다. 이에 대해 발도르프 재단 측은 “발도르프학교 학생들이 외국인을 배척하는 성향은 전체 2.8%로 다른 학교 학생들에 비해 훨씬 적다. 이는 ‘발도르프 교육의 성과’라고 지적하며 가족부의 처사에 공식적으로 반발했다. 결국 심의위원회는 문제의 이 문제의 저서들을 금서 목록에는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출판사에서 이 저서의 문제가 되는 부분에 주석을 달기
독일 중서부 지방 루르지역은 야심찬 거대 프로젝트의 실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 가을 루르지역에서 취학하는 모든 학생들(독일에선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된다)에게 공교육을 통해 바이올린, 첼로처럼 일반 서민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고급’ 클래식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국가와 독일연방 미래 문화재단에서 5000만 유로의 예산을 지원 받는 이 거대 시범 교육 프로젝트는 루르 지역의 어린이 2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이 음악시범교육은 에센과 루르지역이 2010년 유럽 문화도시로 지정으로써 문화도시 프로젝트의 하나로 행해지고 있다. 또 이 시범교육은 루르 지역 초등학교와 지역 음악학교가 협력하여 특별 음악 수업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이때 악기 레슨은 소그룹으로 이뤄진다. 1학년 학생은 우선 여러 종류 악기에 대해 배우며 악보, 리듬, 멜로디 등의 기본을 배운다. 또 직접 장난감 악기를 만들어 소리내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2학년부터는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되는 클래식 악기 중 마음에 드는 악기를 고를 수 있다. 그리고 3, 4학년에는 실내악이나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한다.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공교육을
지난 2월 말 베를린에서 16세의 고등학생이 과음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한 달만에 사망한 사건이 온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로써 청소년 음주문제의 심각성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독일 전체에 청소년 음주문제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베를린에서 성업중인 균일 가격 주류판매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 베를린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균일 가격 무제한 주류 판매 술집들이 서로 경쟁하며 속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숨진 남학생도 바로 15유로를 내면 마시고 싶은 만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술집에서 알코올 농도가 매우 높은 데킬라 50잔을 마신 걸로 알려졌다. 현행 독일 청소년보호법에 의하면 만 16세부터 누구나 맥주나 와인 등의 주류를 사서 마실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과 함께 정치인들 사이에서 청소년 음주 허용 연령을 16세에서 18세로 더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8세 이하 음주 금지를 주장하고 있는 독일 중독위험방지 기관의 대변인 크리스타 메르페르트 디테는 “가장 큰 문제는 음주문제에 무비판적으로 대응하는 사회분위기다. 보통 청소년들은 자신이 어른임을 과시하기 위해 술을 마신다. 그런데 술이 중독성 있는 환각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