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표적 대안학교 발도르프 학교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가 인종주의 성향의 내용을 담은 저술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는 독일연방 가족부 정부소속 청소년 유해매체 심의위원회에 슈타이너 전집 중 두 권을 금서 목록에 넣을 지 검토할 것을 요청하면서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종주의적 세계관이 드러난 것이다.
슈타이너의 저작 중 1908년과 1910년의 저서 두 권에 다른 인종을 비하하는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피부 표면에 양의 기운을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마치 태양이 이글거리는 것처럼 신진대사가 일어난다. 이로써 이들의 (성)충동을 설명할 수 있다’ 등의 구절로 흑인을 열등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 ‘진정한 자아가 형성되지 못한 인종들은 동쪽으로 이주했다’는 구절도 타 인종을 비하는 예다.
이에 대해 발도르프 재단 측은 “발도르프학교 학생들이 외국인을 배척하는 성향은 전체 2.8%로 다른 학교 학생들에 비해 훨씬 적다. 이는 ‘발도르프 교육의 성과’라고 지적하며 가족부의 처사에 공식적으로 반발했다. 결국 심의위원회는 문제의 이 문제의 저서들을 금서 목록에는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출판사에서 이 저서의 문제가 되는 부분에 주석을 달기로 하였고, 심의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발도르프 학교는 환경과 자연스런 인성교육을 강조한 교육이념이 특징이다. 독일의 정치인, 연예인등 유명인들 가운데 발도르프 학교 출신이 꽤 있다. 인지학을 교육이념으로 삼는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는 1919년 슈투트가르트에 발도르프 학교를 세웠는데 그는 ‘인간에 내재하는 고도의 자아가 만들어내는 지식‘인 인지학을 당시 철학이나 신학과 구별되는 새로운 학문으로 내세웠다. 발도르프 교육 이념은 모호하고 종교에 가까워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 독일에 발도르프 학교는 208개, 발도르프 교사양성 교육기관이 8개 있다. 그밖에도 발도르프 학교는 유럽에는 665개, 전세계에 모두 958개가 있다.
그런데 실지로 학생들은 그의 저술을 직접 접하고 배울 기회가 많지 않다. 문제는 오히려 발도르프 교육자들 사이에서 슈타이너가 갖는 절대적 위상이다. 발도르프 교육에서의 슈타이너 숭배를 비판하던 한 발도르프 교사가 해직된 예처럼 그의 이론은 이들에게 성경과 같이 신성불가침처럼 여겨져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1800페이지에 달하는 루돌프 슈타이너에 관한 방대한 연구를 내놓은 베를린 훔볼트 대학의 역사학 교수 헬무트 찬더는 “슈타이너의 인지학은 당시 하이데거 철학 등 당시의 여러 사조의 영향을 받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많은 부분은 다른 저자의 글을 그대로 베낀 곳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찬더 교수는 “슈타이너 글 중 ‘수동적인 흑인 정신’, 혹은 ‘퇴화하는 족속’이라는 표현처럼 그의 사상에 인종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 이들은 이런 사상의 약점을 역사 비판적 시각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발도르프 교육자들에게 충고했다. 또 문화학자 야나 후스만 카슈타인은 “이제 발도르프 교육자와 인지학자들은 더 이상 슈타이너를 두둔하지 말고 이런 인종주의적인 요소들과 거리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