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5,941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중·고교 역사 관련 교육과정 개정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교총은 11일 “현장 교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정 편의주의적 교육과정 개정 움직임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총은 국교위의 구체적인 논의 안건 내용을 공개되지 않았지만,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학교 역사교육 활성화 방안’ 교육과정 개정 방향과 연계된 내용일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방안은 중학교 역사 과목의 근현대사 비중과 수업 시수 확대, 미디어 분석 능력을 키우는 새로운 선택과목 신설 요구 등이다. 교총은 “역사 교육과정은 중학교 단계에서 전근대사, 고등학교 단계에서 근현대사를 각각 핵심적으로 학습하도록 교육적 연계성과 계열성을 고려해 배치해 놓았다”며 “중학교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임의로 확대하면 중·고교 사이의 학습 흐름이 허물어지고 불필요한 반복 학습 가중으로 전근대사 영역이 심각하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문제의 핵심인 중 3학년 2학기 파행 운영 실태는 전혀 시정하지 않고, 교과서 내의 근현대사 분량과 사건 서술만 늘리겠다는 발상은 문제의 인과관계를 철저하게 착각한 기만적 대안”이라고 규정했다. 중학교 ‘역사1’ ‘역사2’ 과목의 주당 이수 시간을 3시간으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행 중학교 역사 교과의 전체 시수를 약 170시간에서 200시간 이상으로 과도하게 팽창시키는 부작용마저 동반한다”며 “특정 과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부 주장만을 근거로 시수를 확대하고, 그 결과 다른 과목의 교육 기회를 축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수업 증대는 결국 기간제 교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흘러 교단의 비정규직화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역사 콘텐츠 분석·비평을 통한 미디어 문해력 함양 선택과목 신설에 대해서도 학생 수요와 학교의 실제 개설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국교위가 교육 현장의 현실과 교원 수급 상황 등 본질적 한계를 외면한 채 교육부 요구를 받아 성급히 의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며 “정부와 국교위는 무리한 개편 계획을 밀어붙이기 전에 교육계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구 감소와 지역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교육격차 역시 지역별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도시는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 의존이, 농어촌은 기초학력과 학습 지원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획일적 정책보다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최근 발간한 KEDI Brief 7호 ‘교육 경험과 결과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 특성별 대응 방안’에서 지역별 교육 여건과 학생 경험의 차이를 분석하고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2024년 중학교 290개교 자료와 지역 단위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전국을 대도시형 안정지역, 중소도시형 성장가능지역, 농어촌형 취약지역으로 구분해 비교했다. 분석 결과 대도시형 안정지역은 교육 여건과 학업성취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았지만 경쟁 부담과 사교육 의존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교과 사교육 참여율은 81% 수준으로 가장 높았고 월평균 사교육비도 69만900원에 달했다. 학업성취도는 높았지만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와 정서적 부담, 교사의 소진 문제가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반면 농어촌형 취약지역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학급과 넓은 교육 공간을 갖추고 있지만 기초학력과 학습 지원 측면에서 취약성이 확인됐다. 국어·수학·영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았고 학부모의 교육 지원 여건과 사교육 접근성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방과후학교와 창의적 체험활동 참여율 및 만족도는 가장 높아 지역 자원을 활용한 교육활동의 가능성도 보였다. 중소도시형 성장가능지역은 대도시와 농어촌의 중간적 특성을 보였다. 교육 인프라와 재정 여건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학급당 학생 수가 가장 많았고 수업 방식과 평가·피드백, 학교교육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중소도시가 학업성취보다는 수업의 질과 학교 경험 개선이 필요한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역 간 교육격차가 단순히 학업성취도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생의 수업 참여 경험, 학부모 지원, 학교 만족도, 정서적 안정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서로 다른 교육 문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도시에는 경쟁 완화와 학생·교원 심리 지원 체계 강화가, 중소도시에는 수업 혁신과 학교교육 만족도 제고, 농어촌에는 AI·디지털 기반 맞춤형 학습 지원과 기초학력 보장 정책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지역 간 교육격차는 동일한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대도시는 공교육 신뢰 회복, 중소도시는 수업 경험의 질 개선, 농어촌은 학습 지원과 지역 연계 교육 강화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거철마다 찾아오는 ‘거리의 유세 음악’의 소음이 걷히고 마침내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 6·3 지방선거를 통해 향후 4년간 우리 아이들의 교실을 책임질 대한민국 교육 수장들의 면면이 확정된 것이다. 선거 결과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강한 귀환, 그리고 곳곳에 심어진 중도·보수의 견제구”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언론은 이를 10:6의 구도로분석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한 대다수 지역에서 민주·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깃발을 꽂으며 이른바 ‘진보 교육감 시대의 부활’을 알렸지만, 대구·경북·충북 등 보수의 텃밭은 건재했고 세종과 제주에서는 역사상 첫 여성 교육감이 탄생하는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특히 여성 교육감 출신이 이전의 1명에서 이제 3명으로 늘어난 것은 여성 특유의 더욱 섬세한 교육행정을 예측하기에 이른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거리와 교문 앞에 서서 “내가 적임자”라며 손을 흔들던 당선자들은 이제 교육청 집무실에 앉아 날카로운 예산서와 산적한 현안들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이 묵직하고도 치열한 교육 전쟁의 서막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감시해야 할까? 이 글에서는 주요 언론의 관점을 반영하여 앞으로 전개될 교육의 흐름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단연 진보 진영의 약진이다. 서울의 정근식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하며 안정을 택했고, 경기도에서는 5선 국회의원 출신의 안민석 교육감이 당선되며 이른바 '핀란드식 교육 개혁'과 공교육 강화를 전면에 내걸었다. 인천은 진보 성향의 도성훈 교육감의 3선 고지 점령, 충남의 이병도 교육감 역시 진보 색채를 띠며 교단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의 예상 정책 흐름은 명확하다. 공교육의 책임성 강화,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 그리고 학생 인권과 다양성 존중이다. 안민석 당선인이 언급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를 만든 핀란드식 교육 혁명’처럼, 아이들을 줄 세우기 시험에서 해방시키고 각자의 잠재력을 깨우겠다는 이상적인 청사진이 다시금 교실을 채울 것으로 기대한다. “얘들아, 이제 행복하니?” 교실 밖으로 웃음소리가 흘러넘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무엇보다 바라는 이상향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불길한 그림자도 엄습한다. “행복한 건 좋은데, 우리 아이 수학 점수도 바닥으로 미끄러지는 건 아니겠지?” 하는 현실적인 불안감이 그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당면한 가장 큰 숙제는 지난 몇 년간 누적된 ‘코로나19발 학력 격차’와 ‘사교육비 폭등’이라는 괴물을 잡는 것이다. 시험을 없애고 경쟁을 줄이는 것이 자칫 ‘기초학력 저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면, 학부모들은 본능적으로 등을 돌릴 것이다. 이제는 진보 교육의 가치를 단순히 ‘행복한 교육’을 넘어 ‘더 깊게 배우는 교육’임을 증명해야 할 때이다. 반면, 대구·경북·충북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탄탄한 기초 학력 신장”과 “교권 회복”을 무기로 자신들의 영토를 굳건히 지켜냈다. 여기에 세종의 강미애 당선인과 제주의 고의숙 당선인 같은 ‘첫 민선 여성 교육감’들의 등장은 한국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장 교사 출신이자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소통 능력을 갖춘 이들의 등장은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보수 및 중도 성향 교육감들은 학력 진단평가 강화, AI 기반 맞춤형 학습을 통한 학력 신장, 그리고 무너진 교권의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의 인권만큼이나 교사의 생존권과 수장으로서의 권위가 중요하다는 이들의 목소리는 최근 교육계의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교사가 교실에서 당당해야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논리는 지극히 상식적이며, 추진력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한민국 교육 지도는 진보의 거대한 흐름 속에 보수의 강력한 섬들이 솟아 있는 형태가 되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교육 정책의 양극화’나 ‘지속적인 갈등’을 우려한다. 실제로 정권과 교육감의 성향이 다를 때마다 학교 현장은 이랬다저랬다 춤을 추기 일쑤였다. 정권이 바뀌면 교과서가 바뀌고, 교육감이 바뀌면 대입 전형과 고교 체제가 흔들리는 아찔한 널뛰기를 우리는 이미 수없이 목격했다. 그러나 이번 6·3 선거 결과는 오히려 우리에게 ‘견제와 균형’이라는 절묘한 황금비율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보 교육감들은 보수 진영의 ‘학력 중시’ 목소리를 수용하여 기초학력 안전망을 촘촘히 짜야 할 것이다. 보수 교육감들은 진보 진영의 ‘미래지향적 창의성 교육’과 ‘학생 복지’ 정책을 포용해야 한다. 원로 교육자로서 신구 당선자들께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교육청 집무실 의자가 아무리 편안해도, 학교는 정치인들의 ‘정책 실험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결코 실험용 흰쥐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실의 나침반이 180도 회전한다면 ‘교육 멀미’를 하는 것은 결국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뿐이다. 이번 6·3 지방선거로 당선된 교육감들은 저마다의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혁신의 칼을, 누군가는 내실의 칼을 빼 들 것이다. 하지만 성향은 다를지언정 그들의 종착지는 단 하나, 바로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여야 한다. 우리가 새로운 교육감들에게 거는 기대는 거창한 혁명적 구호가 아니다. 결론인즉, 월요일 아침, 가방을 멘 아이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문을 나설 때 발걸음이 가벼운 학교, 선생님이 교단에 설 때 열정과 보람으로 가슴이 뛰는 학교, 학부모가 사교육비 고지서를 보며 한숨 쉬지 않고 공교육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학교, 이 평범하고도 가치 있는 상식을 이뤄내는 것이야말로 이번 선거에 당선된 모든 교육감들의 진정한 합격 기준이 될 것이다. 모든 당선자 여러분,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 선거운동 때 입었던 화려한 어깨띠는 내려놓으시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을 준비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지방 교육의 백년대계가 당신들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준엄한 책임감 위에 새로이 피어나길 온 교육 가족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당선자 여러분의 ‘백 점짜리 활약’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는 단호한 심경을 밝히는 바입니다.
최근 한 사립유치원 교사가 사망했다. 유치원은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이며 교원은 국공립과 동일한 복무규정을 준용하지만, 현장에서는 독감으로 고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병가조차 낼 수 없었다. 저출생이 국가적 위기라는 슬로건 하에서도, 영유아교육을 무상화해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무수한 정치인들의 말 앞에서도, 유아교육 현장은 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환경조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사립유치원 교사의 안타까운 희생을 계기로, 이제는 교사들에게도 보편적인 「노동법」의 울타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이는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상식적 환경을 구축하자는 절실한 제언이다. 재생산 노동의 외주화와 가치 수탈의 역사 자본주의 경제는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거나 사무실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노동’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 노동이 가능해지려면 노동자가 먹고, 쉬고, 돌봄을 받으며 내일의 노동력을 복구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고 다음 세대를 길러내어 사회적 노동력을 다시 만들어내는 모든 활동을 ‘재생산 노동’이라 부른다. 영유아교육과 보육은 바로 이 재생산 노동의 정점에 있는 영역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재생산 노동을 가정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무상 노동, 혹은 여성의 자발적인 사랑과 희생으로 해결하는 ‘그림자 노동2’으로 취급했다. 가계 안에서 수행될 때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공짜’처럼 여긴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가정 내에 머물던 재생산 노동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는 외부기관으로 ‘외주화’되기 시작했다. 국가는 이 필수적인 재생산 노동을 공적 영역으로 완전히 편입시키는 대신, 영유아교사의 무한한 희생에 기댄 ‘저비용 구조’를 선택했다. 사적 영역에서 부불 노동이었던 돌봄은 공적 영역으로 넘어온 뒤에도 일반적인 임금 노동보다 낮은 처우와 열악한 환경을 강요받는 근거가 되었다. 바우처 제도 _ 무상교육을 가장한 서비스화의 기제 재생산 노동이 외주화되는 과정에서 교육이 공공성을 상실하고 시장화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우처(카드) 제도’의 도입이다. 정부는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위기로 떠오르자 뒤늦게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무상교육’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정책은 초·중등학교처럼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기관 운영비와 인건비를 직접 지급하는 대신,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부모에게 바우처를 지급하여 기관을 선택하게 하는 우회적인 방식을 취했다. 이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국공립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경우 교사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 전반을 학부모의 ‘선택’과 ‘결제’라는 시장 기제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결국 현장에서 경영 유지라는 명목하에 교사의 노동 가치를 비용 절감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결정적 도화선이 되었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무상교육이라기보다,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할 교육의 책무를 학부모의 소비 행위 뒤로 숨긴, ‘무상교육을 가장한 서비스 투입’에 가까운 정책이었다. 기관들은 영유아의 발달적 필요보다 학부모의 조기교육 욕구를 자극하는 사교육성 프로그램을 공적 영역으로 흡수하며 서비스 상품을 내세운 경쟁에 몰리게 됐다. 바우처 제도는 교육을 권리가 아닌 소비재로 변질시키며 교사를 교육전문가가 아닌 시장의 요구를 수행하는 서비스 노동자로 전락시킨 핵심 기제가 된 셈이다. 재정 지원 구조의 모순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유아교사 노동현장의 만성적 열악함은 인건비와 운영비가 분리되지 않은 지원 체계에서 기인한다. 국가는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교육의 핵심인 교사의 보수를 직접 책임지지 않는다. 대신 이를 부모의 바우처 결제금에 의존해 시설 운영자가 알아서 해결하게 하는 간접 지원 방식을 고수했다. 이러한 구조에서 운영자는 기관의 경영 유지와 이윤 확보를 위해 총액 지원금 중 가장 비중이 큰 인건비를 우선적인 절감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저경력 교사 위주의 채용과 노동 강도의 극대화가 ‘경영 효율’이라는 미명하에 정당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재생산 노동의 외주화 과정에서 국가는 관리자로서의 책임은 방기한 채, 교사의 노동력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수혜자 역할에만 머물러 온 것이다. 교육 정상화를 위한 4대 제도 개선 과제 돌봄 노동의 가치 저평가와 시장 논리에 매몰된 서비스 구조를 바로잡고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법적·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점심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8시간 노동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현장은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1일 8시간 노동’ 원칙이 무너진 지 오래다. 어린이집은 점심 식사지도와 위생교육 등 밀착 노동이 이루어지는 시간을, 대체할 교사도 없이 무급 휴게시간으로 간주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제도적으로 방치되고 있다. 일부 사립유치원은 휴게시간이라는 최소한의 개념조차 없이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10시간에 육박하는 연속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초·중등교사가 점심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아 8시간 근무제를 확립한 것과 달리, 가장 밀착된 돌봄과 교육이 필요한 영유아교사들에게 점심시간을 노동에서 제외하거나 무급으로 간주하는 것은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사가 아이들과 한순간도 분리될 수 없는 현장의 특성을 반영하여 점심시간을 유급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8시간 노동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 수업시수 제도를 도입해 무급 노동을 근절해야 한다. 현재 영유아교사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영유아와 밀착 대면하며 보낸다. 대면수업 시간과 근무시간이 동일한 구조는 교사를 전문가가 아닌 ‘사고 방지를 위한 감시자’ 정도로 취급하는 서비스 논리의 산물이다. 수업 준비, 발달 평가 기록, 행정 업무 등을 수행할 시간이 정규 노동시간 내에 확보되지 않으니 퇴근 후나 주말에 무상 노동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일일 대면수업 시간을 제한하는 ‘수업시수’ 개념을 도입해 근무시간 내 연구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상시 대체 인력인 ‘비담임 정교사’ 배치를 법정화해야 한다. 현재의 인력 기준은 학급당 교사 1인만을 최소 기준으로 둔다. 이 구조에서는 교사의 부재가 곧 학급 운영의 중단으로 이어진다. 교사는 아파도 쉴 수 없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법적 권리인 병가조차 포기하게 된다. 담임교사 외에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비담임 정교사 배치를 명시하여 교사의 건강권과 아이들의 안전권을 동시에 보호해야 한다. 넷째, 교사 인건비 국가 직접 지급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바우처를 통한 간접 지원을 멈추고, 교사의 보수를 직접 책임지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재정 지원이 운영자의 재량이 아닌 교사의 가치 보전으로 직결될 때 공공성이 회복된다. 국가가 0~5세 교사의 보수를 직접 지급하는 체계는 기관 간 처우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의 질을 상향 평준화하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영유아교육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교사들의 선의에 의존해 온 사회적 재생산의 핵심 영역이다. 설립 주체가 민간이라는 이유로 공적 지원의 한계를 긋는 논리는 그곳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평등한 발달권과 교사의 정당한 노동권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처사다. 물론 국가의 재정 지원에는 그에 부합하는 체계적인 관리와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는 인건비 직접 지급을 통해 기관의 경영 부담을 경감시키는 동시에, 공적 자금이 투명하게 운용되도록 지원하고 「노동법」 준수를 감독하는 실효성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영유아교육의 공공성과 교사 노동권 보장은 설립 주체의 성격이 아니라, 국가의 안정적인 지원과 책임 있는 행정의 결합으로 증명될 수 있다.
누구를 위한 교육시스템인가? 우리는 무언가를 할 때 효과와 효율을 따진다. 효과는 방향의 문제이고, 효율은 입력 대비 산출의 성능 수준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육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뭔가 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 학교가 그것을 해결하도록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올해의 교육예산은 자그마치 106조 원이다. 그러나 지금 교육 현실은 어떤가?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탁상행정만 한다고 한다. 교장·교감은 학교 직원 간의 갈등 조정과 민원, 권한 없는 책임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교사들은 관리자에 대한 불만, 늘기만 하는 업무, 갈수록 지도가 힘들어지는 학생들, 말도 안 되는 학부모 민원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학부모는 노후를 저당 잡히며 아이들 사교육에 자신들의 미래와 영혼을 갈아 넣는다. 학원비라도 벌려고 단기 알바라도 나가는 학부모는 아이들의 돌봄 공백에 등골이 빠진다.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는 가정에 없다. 학생들은 공부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는데, 기초학력은 저하되고 있다. 이렇게 공부했는데 기업에서는 뽑을 사람이 없고, 20대 청년들은 갈 곳이 없다. 우리 교육은 지금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 교육시스템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이어야 하는가? 지난 31년간 교육계에 있으면서 초등교육계에 많은 정책이 들어왔다. 그 정책 중 상당수는 교육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책적 결정에 의해 누군가 해야 할 일이 학교에 들어온 것뿐이다. 방과후학교나 돌봄의 예를 들어보자. 방과후학교는 사교육 절감 차원에서, 돌봄교실은 부모들의 자녀 돌봄 편의성 차원에서 학교에 도입되었다. 그리고 정책의 결정 과정과 실행 과정에서 학교는 철저히 소외되었다. 구색 갖추기 차원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학교가 그 일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학교에서 누가 그 일을 하느냐의 문제가 되었을 뿐이다. 몇 년 전에 잡무 좀 줄여달라고 했더니 잡무 줄일 계획을 학교별로 제출하라고 해서 오히려 잡무를 늘리던 시기도 있었고, 결국 잡무를 못 줄이니까 대신 일할 사람 1명씩을 더 줬다. 공문 좀 줄여달라니까 공문을 집중해서 보내거나, 공문 하나에 여러 가지 사업이 동시에 들어와서, 한참을 읽어보고, 일일이 업무추진 일정을 기록해야 했다. 지금은 이름만 비슷하면 일반행정 업무와 교육업무가 한 공문에 혼재하기도 한다. 도대체 대한민국 교육부는 학교가 무엇을 하는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철학적 사유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학교는 교육기관도 아니고 교육행정의 최일선 기관도 아닌, 그냥 행정행위의 최하부 기관일 뿐이다. 그동안 수많은 정책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학교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학교는 무기력하게 되었다. 학교의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들어온 수많은 정책은 조용히 사라지거나 변형되고 그 자리에 사람만 남아 있다. 우리 학교에서 근로를 확인받거나 임금을 받는 사람이 200명쯤 되는 것 같다. 하도 많아서 잘 모르겠다. 그 외에 아이들을 위해서 이런저런 사유로 드나드는 사람은 더 많다. 그러나 교사는 여전히 1학급 1담임이고, 교사는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고 있는가? 20년 정도 된 것 같은 꽤 오래전부터 우리는, 소위 진상 학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바람이 전하는 전설처럼 들었고, 그 이야기를 듣고 어이없어하고 분노하면서도 그 민원의 해결은 단위 학교 또는 교사 개인이 오롯이 버텨야 했다. 그런 학부모를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나 언젠가는 만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면서 학부모는 자녀를 위하여 나와 같이 협력하는 존재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두려운 대상이 되었다. 어떤 학부모들은 교실 수업을 몰래 녹음도 했고, 이제는 교사들도 학부모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 전화기가 각 교실에 보급되어 있다. 교사들도 학부모를 길거리에서 만나면 반갑지 않고 신뢰하지 않는다. 학부모는 이제 민원인일 뿐이다. 매년 실시하는 교육과정 평가를 보면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가장 중점으로 두어야 할 것으로 인성교육을 꼽는다. 그러면서 막상 생활지도를 열심히 하는 교사는 아동학대로 고통받는다. 인성교육 열심히 해달라고 하면서도 2025년도에만 27.5조 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했다고 한다. 물론 학교 방과후교육비 같은 것은 제외한 금액이다. 학부모는 사교육비 지출 때문에 허리가 휜다고 매년 뉴스가 나온다. 정부는 기초학력 신장을 열심히 하라고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다. 그래서 방과후에 남겨서 가르치겠다고 하면 많은 학부모가 불쾌해한다. 그러고는 학년말에 담임교사가 그동안 아이를 미워했다고 고발하겠다고 한다. 행정구청에서까지 예산을 받아서 아이들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교사들의 마지막은 한번 삐끗하면 민원이다. 수십 년의 교육 경험도, 아이들이 즐거워할 것을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한 나의 열정은 상처가 되어 무너진 자존감만 남는다. 민원을 받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어느 후배 교사의 이야기에 가슴이 무너진다. 이제는 학교와 교육의 본질을 다시 고민하자 아인슈타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다’라고 했고, 생텍쥐페리는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동안 수많은 교육정책을 내놓았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이 태어날 때의 교육시스템이 어느 시절까지는 맞았을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너무나 많은 것이 바뀌었고, 이제는 교사가 학생의 그림자를 밟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의 방식이 낡고 틀렸음을 인정해야 한다. 작금의 문제의 본질은 우리가 아는 그게 아닐 수도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아파할 것이다. 필자의 주장은 뭐 새로운 것을 하자는 것도, 대단한 것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 갈등의 본질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냥 교육이 해야 할 일이 뭔지, 학교가 해야 할 일이 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고민하자는 거다. 그리고 그 과정에 학교도 같이 동참하도록 해달라는 거다. 교사들의 주장대로만 하자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서로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 또는 똑같은 곳을 바라보지는 못해도 방향은 비슷하게 맞춰보자는 것이다. 정책적 판단이 아니라 교육적 판단에 의한 학교교육이 되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흔히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한다. 지금 솔직한 심정은 산으로라도 갔으면 좋겠다. 지금 교육이라는 배는 소용돌이 속에서 탈출하려고 하지만, 각자 자기 방향대로 노만 젓고 있는 형국이다. 이 끝은 침몰이다. 지금까지 학교는 수십 년간 교육을 제대로 하게 해달라고 문을 두드렸다. 그동안 아무도 듣지 않고 있다가 젊은 교사의 허망한 죽음 앞에서 누군가 뭔가를 들은 것 같다. 그러나 문밖에 있는 사람은 안의 상황을 모른다. 언제 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그냥 희망을 품고 문을 두드릴 뿐이다. 그리고 그 희망이 꺾이는 순간 그 뒷일은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모든 변화는 방향이 맞아야 효과적이고, 속도가 맞아야 효율적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맞게 학교와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며 방향과 속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다원화된 사회이다. 누구 하나가 독점적으로 끌어갈 수도, 누구의 의견만 들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정부 혼자가 아닌,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 최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같이 공동체가 되는 순간,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우리는 서로 신뢰하며 오래 갈 수 있다. 이젠 교육과 학교에 대한 공동체 간의 그런 대화와 합의가 필요한 때다.
우리 교육이 직면한 문제는 새롭지 않다. 교육의 본질적 가치 약화, 획일적인 교육과정과 평가, 입시 중심의 서열화 문제는 오래전부터 우리 앞에 놓여 있던 숙제다. 문제는 그 숙제가 오랫동안 책상 위에 놓여 있었음에도, 아직 제대로 풀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교육개혁은 좋은 방향을 선언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지 않으면, 결국 예쁜 포장지에 싸인 어려운 숙제로 남는다. 학교 현장에는 이런 일이 자주 있다. 정책은 미래형인데, 실행 조건은 여전히 아날로그다. 비전은 AI 시대인데 학교는 여전히 ‘붙임 파일 1·2·3을 확인하고 기한 내 제출 바랍니다’의 세계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물론 행정도 필요하고 책임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물어야 한다. 학교가 바빠진 만큼 교육도 깊어졌는가. 문서로 증빙한 만큼 학생은 성장했는가. 정책이 많아진 만큼 학교는 정말 달라졌는가. 앞으로 교육개혁의 성패는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학교가 실제로 변화할 수 있는 구조와 조건을 얼마나 함께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AI 시대, 학교의 운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개혁의 첫 번째 과제는 현재의 학교 시스템 자체를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오늘의 학교는 산업화 시대의 필요 속에서 만들어졌다. 많은 학생을 한 공간에 모아 표준화된 지식을 효율적으로 가르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둔 구조였다. 물론 이 체제는 분명한 역사적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우리는 지금 AI 시대를 말한다. 아이들은 이미 인공지능과 함께 질문을 확장하고, 정보를 찾고, 새로운 방식으로 배우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학교는 여전히 대규모 학교 운영, 획일적인 학급 편성, 경직된 교원 배치, 문서로 증빙하는 행정 문화, 문제의 원인 분석과 개선보다 책임 소재 규명과 처벌에 치우친 행정적 대응 방식 등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는 측면이 있다. 마치 내비게이션 시대에 아직도 접이식 종이 지도를 들고 길을 찾으면서, 그 종이 지도를 더 크고 예쁘게 인쇄하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교육개혁은 기존의 지도를 조금 더 크고 예쁘게 인쇄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AI 시대에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학생은 어떤 경험 속에서 성장해야 하는가.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공교육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려면 둘째, 공교육 안에서 학생의 학습과 성장이 충분히 이루어지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 교육의 중요한 난제 중 하나는 ‘학습의 외주화’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고, 학원에서 다시 배우고, 집에 와서 또 문제를 푼다. 하루 종일 배우고 있지만, 이상하게 배움의 기쁨은 점점 줄어든다. 학교가 본편이고 사교육이 보충이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보충이 본편이 되고 학교는 예고편처럼 느껴지는 구조가 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구조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교육격차와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의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가 시험 점수 향상을 위한 반복 학습에 과도하게 쓰이면서, 정작 미래에 필요한 힘을 기를 기회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사교육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교육 안에서 기초학력 보정부터 심화학습, 진로탐색과 성장 지원까지 보다 촘촘하게 이루어지는 체제를 고민해야 한다. 일부 학교만 특별한 교육을 제공하는 구조를 넘어, 전체 공교육의 질을 국제 수준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 우리 세대가 경험한 학교를 기준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성찰할 때다. 셋째, AI 시대 교육은 더 따뜻한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이어야 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언어와 질문, 선택과 행동을 학습하며 함께 진화해 가는 공진화 관계에 있다. 그래서 AI 시대의 미래 인재는 기술과 역량을 선한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따뜻하고 책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교육은 서열·경쟁·선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공동체 안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는 인간미 있고, 따뜻한 인간을 기르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더 인간다운 교육을 위한 조건 넷째, 학령인구 감소를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학령인구 감소는 주로 학교 통폐합, 교원 정원 감축, 재정 효율화의 관점에서 논의되어 왔다. 물론 현실적인 검토는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 수가 줄어드는 시대라면 교육도 함께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한 아이에게 닿는 교육의 깊이가 더 커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세대는 한 반에 60명 넘는 학생이 앉아 있던 교실을 기억한다. 그래서 때로는 ‘지금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다르다. 과거에는 선생님이 내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다면,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훨씬 더 깊고 섬세하다. 특히 과정 중심 평가와 서·논술형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의 세심한 관찰과 개별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이것은 교사의 열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교사라도 한 학년에 150~200명 가까운 학생의 글을 깊이 있게 읽고, 피드백하고, 다시 성장으로 연결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교사에게 초능력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교육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는 공교육이 작아지는 위기가 아니라, 공교육이 깊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다섯째, 학교는 시험을 준비하는 공간을 넘어 삶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물론 지식교육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학교는 인간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역량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아이들은 복잡한 방정식은 배우지만, 마음이 복잡할 때 자신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는 잘 배우지 못한다. 경제 개념은 시험 문제로 풀지만, 실제 삶에서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배우지 못한다.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갈등하지만, 건강하게 말하고 화해하는 법은 충분히 연습하지 못한다. 성적표에는 점수가 있지만, 삶의 사용설명서는 부족했던 셈이다. 이제 학교는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대기실이 아니라, 삶으로 나아가는 연습장이 되어야 한다. 건강한 식생활, 몸과 마음의 돌봄, 자산 관리, 관계 형성과 갈등 해결, 삶의 성찰과 진로 설계 등 앞으로의 교육과정에서 무엇을 다루는 것이 더 중요한지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AI 시대일수록 인간은 더 인간다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개혁은 학교의 삶 속에서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교육개혁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사업의 추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많은 정책사업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사업의 방향과 틀을 먼저 정하고, 학교는 공문의 형식에 맞추어 계획서를 작성한 뒤, 선정되면 예산을 집행하고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방식은 정책 확산과 행정 관리에는 장점이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또 하나의 업무로 쌓이거나 실제 필요와 맞지 않는 사업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학교마다 학생 구성, 지역 여건, 교직원 역량, 공간과 시설의 조건은 모두 다르다. 같은 학교 안에서도 해마다 절실한 과제는 달라진다. 학교마다 필요한 과제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예외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실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책사업은 상위 기관이 정한 사업을 학교가 수행하는 방식과 함께, 학교가 자기 학교의 문제를 진단하고 필요한 과제를 스스로 제안하는 방식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 학교는 학생과 학교의 상황을 바탕으로 필요한 과제를 제안하고, 교육청과 교육부는 이를 심사하고 컨설팅하며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때 심사와 평가는 계획서의 형식이나 결과보고서의 분량보다, 그 과제가 실제 학교 여건에 맞는지, 학생 성장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개혁은 결국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다. 이제 교육개혁은 산업화 시대의 학교 프레임 안에서 부분적 개선을 반복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AI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성장하며,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기준으로 학교를 다시 상상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학교가 실제로 달라질 수 있는 조건이다. 교육개혁이 학교 현장의 삶과 연결될 때, 교사는 다시 교육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고, 학생은 학교 안에서 자신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그때 비로소 공교육은 미래 세대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켜주는 힘이 될 것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6·3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며 직접 선거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이어진 것에 대해 한국교총이 장관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총은 2일 “교육 수장이자 국무위원으로서 가장 앞장서 법을 지키고 공정해야 할 교육부 장관이 특정 교육감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것도 모자라 SNS 응원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며 ‘훌륭하십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적는 등 선거 개입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원들은 선거와 관련해 SNS 정치 게시물에 단순 ‘좋아요’ 버튼 하나만 눌러도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징계와 형사처벌을 받는 등 철저한 중립성이 요구된다”며 “이를 일깨울 교육부 장관이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공직선거법을 앞장서 파괴하는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최 장관의 과거 언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청문회 과정을 통해 음주 운전 전력은 물론 천안함 폭침과 관련한 정부 발표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유족을 모욕한 점, 전 국민적 공분을 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수사를 두고 ‘검찰의 칼춤’이라며 수사에 비판적인 글을 올리며 법원의 일관된 유죄 판결조차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점 등이다. 또 “장관이 교육감 선거에 몰두해 있는 동안 정책은 표류하고 학교는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그 근거로 지난해 12월 발표한 교총의 설문조사 결과 정부의 교육 분야 국정과제의 체감도는 24.5%에 불과해 교육정책이 학교 현장에 유리됐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지난 1월 발표한 교육부의 교권 보호 방안이 미흡했던 점, 교총이 4월 실시한 전국 교원 설문조사 결과 교육부의 교권 보호 방안 발표 이후 교권 보호가 더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이 12%에 불과했던 것 등을 들었다. 또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현장체험학습 관련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네, 그렇습니다’만 반복하며 학교 현실과 교원의 애환을 전하지 못해 교원들을 큰 절망에 빠뜨렸다고”도 했다. 실제 교육 현장은 많은 사안이 산적해 있다. 교권보호제도나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대책뿐만 아니라 정서·행동 위기 학생의 지원 방안, 학교폭력 문제, 기초학력 저하 문제, AI 교육 시스템 설계,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 사교육비 증가 문제, 고교학점제 문제, 학교자율성 확대, 직업계고 활성화,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특수학교와 다문화학교 문제 등이다. 교총은 “이 같은 상황에서 왜곡된 진영 논리와 편향된 역사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인물이 교육정책을 총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교육계의 불행”이라고 성토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현직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중립성 논란을 자초한 사례는 사실상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특정 진영의 장관이 아니라, 무너진 교실과 교육 현장을 바로 세우는 장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교진 장관의 최근 행보는 교육당국에 대한 국민 신뢰를 스스로 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재명 정부에 부담을 지우고, 국민적 실망을 키우고 있는 만큼 스스로 용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소장 이종욱)가 매월 개최하는 정책 아카데미에서 이번엔 사교육 문제를 다뤘다. 27일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열린 2기 세 번째 정책 아카데미에서는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가 ‘사교육 현황과 문제, 개선방안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제했다. 양 교수는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고, 특히 대입과 관련한 사교육 카르텔 문제 해결을 위해 학원법 개정 등 제도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정책 아카데미는 주요 교육 이슈에 대한 현장 전문가의 발제 및 토론을 통해 현실 분석 및 해결책 모색을 위해 매월 1회 진행 중이다.
23일, 필자는 남해군 독일마을 광장 일대에서 열린 마이페스트 행사에서 관광객 체험 프로그램인 독일 포크댄스 ‘탄츠(Tanz)’를 진행하며 뜻깊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포즐사(포크댄스를 즐기는 사람들) 회원 6명이 자원봉사자로 함께 참여해 관광객들과 호흡하며 더욱 따뜻하고 풍성한 현장을 만들었다. 남해군이 주최·주관한 이번 마이페스트는 독일마을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독일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축제였다. 그 가운데 독일 포크댄스를 배우고 함께 어울려 춤추는 체험 프로그램은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교육 프로그램으로 큰 의미를 남겼다. 마이페스트는 독일의 봄 축제 문화에서 유래한 행사다. 독일에서는 마이바움(Maibaum)이라는 장대를 세우고 봄의 도래를 축하하며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다. 남해 독일마을은 1960~70년대 독일에 파견돼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했던 교포들이 정착한 마을로, 독일식 건축양식의 주택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이루고 있다. 오늘날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색 문화관광지이자 봄 마이페스트와 가을 맥주축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포즐사 회원들은 행사 하루 전 남해에 도착해 숙박하며 자원봉사자로서의 역할과 프로그램 진행 내용을 점검했다. 펜션 거실에서 실제 공연처럼 의상을 갖춰 입고 1차 프로그램 2종을 시연하며 관광객 지도 시 유의사항을 공유했다. 이어 2차 프로그램 3종을 복습하면서 밝은 표정과 친절한 안내, 참가자에 대한 칭찬과 격려 등 자원봉사자의 자세를 다시 한번 다짐했다. 행사 당일 오후 1시, 사회자의 안내 방송과 함께 본격적인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부모와 자녀들이 손을 맞잡고 춤판으로 들어왔고,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아이들도 음악이 흐르자 금세 환한 웃음을 보였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리듬에 맞춰 움직였고, 아이들은 신나게 뛰며 즐거움을 표현했다. 춤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언어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킨더폴카(Kinder Polka)’ 시간은 현장의 분위기를 가장 따뜻하게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원을 이루어 춤추며 “엄마 멋쟁이!”, “정말 사랑해!”, “우리 아이 최고야!”를 외칠 때마다 행사장 곳곳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칭찬에 함박웃음을 지었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해했다. 평소 바쁜 일상 속에서 쉽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의 말들이 춤과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어 진행된 ‘다 같이 기쁘게(Come Let’s Be Joyful)’ 포크댄스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파트너와 인사를 나누며 공동체의 즐거움을 경험했다. 음악에 맞춰 서로 마주 보며 인사하고, 오른팔짱과 왼팔짱을 번갈아 끼며 빙글빙글 도는 모습은 마치 동화 속 장면 같았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웃으며 춤추는 모습 속에서 독일 포크댄스가 지닌 공동체 정신과 화합의 가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최근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몸을 움직이며 교감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포크댄스는 손을 맞잡고 눈을 바라보며 함께 호흡하는 활동이기에 세대 간의 벽을 자연스럽게 허물어 준다. 부모와 자녀는 춤을 추는 동안 서로를 응원하고 배려하며 웃음을 나눴고, 춤이 끝난 뒤에는 친구처럼 손을 맞잡고 이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족 간의 거리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다. 또한 이번 체험은 단순한 춤 프로그램을 넘어 살아 있는 역사교육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참가자들과 함께 파독전시관을 둘러보며 독일에 파견돼 땀 흘려 일했던 광부와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나눴다. 낯선 타국에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된 그분들의 헌신은 오늘날 우리 세대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이분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숨은 애국자입니다”라고 설명하자 부모들도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축제 속 체험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이번 마이페스트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춤은 사람을 연결하고 세대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문화라는 사실이다. 독일 포크댄스는 화려한 기술보다 함께 손잡고 어울리는 즐거움에 더 큰 가치가 있다. 어린아이부터 부모 세대, 친구와 부부까지 모두가 같은 음악에 맞춰 웃고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공동체였다. 포즐사 홍정원 회장은 "마이페스트에 자원봉사자로 초대되어 관광객들과 함께웃으며 포크댄스를 하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줄 미처 몰랐다"며 "축제의 기쁨과 아름다운 추억은 포크댄스와 함께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함께 동참한 포즐사 회원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 함께해 준 포즐사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수원에서 남해까지 먼 길을 찾아와 친절하고 따뜻한 안내로 프로그램 운영에 힘을 보태 주었기에 관광객들도 더욱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포즐사 자원봉사자들은 거리 퍼레이드에도 참가해 축제 분위기 조성에 일조를 했다. 또한 축제를 준비한 남해군과 관계자들의 노고에도 감사드린다. 필자는 2024년부터 독일마을 마이페스트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맥주축제에서도 관광객들에게 독일 민속춤 탄츠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로 세 번째 참가한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가족 단위 참가자들의 참여도와 만족도가 높았다. 참가자들은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독일 포크댄스를 배웠고,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지만 부모와 자녀는 환한 미소 속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갔다. 앞으로도 독일 포크댄스 탄츠를 통해 가족이 함께 웃고 소통하며 세대가 어우러지는 문화교육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남해 독일마을 마이페스트에서 함께 나눈 웃음과 사랑의 기억은 오래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대학입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공계열과 의과대학 일부 모집단위에서 사회탐구(사탐) 영역을 반영하거나 응시를 허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과목 선택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사탐런’으로 불리는 선택 이동 현상은 더 이상 일부의 전략이 아니라, 입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시적 현상 아닌 구조적 변화 2027학년도 대입 요강을 보면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일부 주요 대학은 자연계열에서도 탐구 영역 선택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의예과를 포함한 모집단위에서도 과목 제한을 완화하는 추세다. 수험생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문제는 공교육의 대응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균열이 감지된다. 자연계열 학생들의 사탐 선택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교과 지도와 학습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의예과를 목표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에도, 이를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학교 지원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과목 선택과 입시 전략에 대한 부담을 스스로 떠안게 된다. 대학별로 상이한 탐구 영역 반영 방식을 개별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은 사교육이다. 공교육 역할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학습은 개념 이해보다 문제 풀이 중심의 단기 대응 방식으로 흐르기 쉽다. 이는 학습의 질 저하뿐 아니라, 교육 격차 심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탐런’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입시 구조 변화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이며, 이에 대한 대응 또한 개인이 아닌 공교육의 책임 있는 역할로 이뤄져야 한다. 우선 교육청은 선택 과목 다양화에 맞춘 교육과정 재구조화와 함께, 자연계열 학생을 위한 사탐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단순한 과목 개설을 넘어, 진학 목표와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 학교도 더 이상 내신 중심 관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한 체계적인 학습 지도와 과목 선택 전략 안내가 함께 필요하다. 책임 있는 대비로 불평등 막아야 공교육 중심 학습자료 개발과 보급도 시급하다. 참고서와 인터넷 강의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교육 격차를 완화하기 어렵다. 표준화된 학습자료와 문제은행을 구축해 학생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학습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변화는 또 다른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그 부담은 결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된다.
지난해 10대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드러났다. 초·중·고 학생 중 8명 정도가 여가시간 대부분을 동영상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고 느끼는 학생은 전년 대비 1% 늘었다. 성평등가족부가 21일 발표한 ‘2026 청소년 통계’ 결과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대 청소년 43.0%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전년 대비 0.4%p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1년간 성인용 영상물 경험률’은 지난해 26.5%로 2024년 47.5%에서 크게 줄었다. 영상물을 접한 경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17.0%로 가장 많았다. 여가 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동영상 콘텐츠 시청’(주중 85.7%·주말 77.7%)이었다. 주간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10대 27.3시간, 20대 26.1시간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0대는 7.3시간 증가했고, 20대는 3.1시간 감소했다. 지난해 청소년 10명 중 7명(73.4%)은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고 느꼈다. 이는 전년 대비 1.0%p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초·중·고 사교육 참여율은 75.7%로 전년 대비 4.3%p, 주당 평균 사교육 참여시간은 7.1시간으로 전년 대비 0.5시간 감소했다. 고교 졸업생 중 국내‧외 상급학교 진학 비율은 74.4%로 전년 대비 0.8%p 증가했다. 청소년 10명 중 9명은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초등 고학년생과 중고교생에게 주관적 건강 상태를 물은 결과 87.4%가 ‘좋다’고 답했다. 이 응답률은 높은 학교급보다 낮은 학교급이, 남성보다 여성이 높았다. 또한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24분으로 전년(7시간 18분) 대비 6분 길어졌고, 중고교생 스트레스 인지율은 41.3%로 전년 대비 1.0%p 줄고, 우울감 경험률도 같은 기간 25.7%에서 전년 대비 2.0%p 감소했다. 13~24세 청소년이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수입(39.3%), 적성·흥미(23.2%), 안정성(18.3%) 순이었다. 올해 청소년 인구는 740만9000명, 학령인구(6~21세)는 678만5000명으로 모두 전년 대비 2.8%씩 줄었다. 반면 다문화 학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다문화 초중고교생은 20만2208명으로 10년 동안 145.0% 늘어나는 등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
교육감 및 학교의 장이 교육 성과, 방과후학교 운영 현황, 학생의 학습·진로지도 및 생활지도에 관한 주요 사항 등을 학부모에게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정보에 변동이 있을 때 지체없이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윤영석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이 12일 국회에 발의됐다. 이에 교총은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학부모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학교 현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자 중복 규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또 “학교는 이미 학교알리미 공시 제도를 통해 교육과정 운영, 교육활동, 학업성취사항, 예·결산 등 무려 4개 분야 22개 항목에 달하는 방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며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과 교육부에 반대 및 철회요구 의견서를 전달했다. 특히 교총은 ‘교육 성과’라는 공시 조항에 대해 “교육 성과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 정의조차 부재한 법안”이라며 “학생의 전인적 성장이라는 교육 본연의 성과는 본질적으로 정량화가 어려운 영역임에도, 이를 수치 중심으로 공개하면 교육 본질 왜곡, 학교 간 서열화, 과도한 경쟁, 사교육 시장 확대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방과후학교 운영 현황에 대해서도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영역으로 외부 강사 의존도가 높고, 위탁업체의 영향력, 학교·지역별 여건에 따른 운영 편차가 커 농어촌·소규모 학교에 낙인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대상과 시기, 방법 등을 법률과 대통령령으로 일률 규정하는 조항도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과 학교장이 가진 유연한 경영권을 박탈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법안이 통과되면 학교는 실질적인 교육 개선보다 공개용 자료의 생산과 형식적·보여주기식 교육활동에 자원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학교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교권 회복과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현장의 절박한 절규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교사의 가장 정성적인 교육 행위인 생활지도와 학습지도를 외부에 공개하고 민원과 갈등의 씨앗을 심는 법안은 교직 사회 전체의 사기를 꺾어버리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교육의 백년대계와 질적 혁신은 교원의 전문성 존중, 단위학교 자율성 보장, 행정업무 감소에서 출발한다”며 “이번 법안은 즉시 철회하고, 국회와 정부 역시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행정편의적 입법 시도를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현직 교사와 학원 간 이른바 ‘문항 거래’를 차단하고, 사교육 시장의 입시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교원의 학원 교재용 문항 출제와 입시 컨설팅을 명확히 금지하고, 이를 의뢰한 학원에 대해서는 등록 말소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국민의힘)은 12일 교원과 학원 간 불법 문항 거래와 교습자료 제작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학원에 대한 행정처분 근거를 강화하는 내용의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학교에 소속된 현직 교원의 과외교습을 금지하고 있으며, 학원 설립·운영자의 결격사유와 강사의 자격 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 학원이 학습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과대·거짓 광고를 할 경우 등록 말소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형 학원 강사와 현직 교원 간 시험 문항 거래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입시 공정성을 훼손하고 사교육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특히 수능과 각종 평가 관련 문항이 금전 거래를 통해 특정 학원과 강사에게 제공될 경우, 사교육 의존과 정보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개정안은 교원의 금지 행위에 학교교과 교습학원과 교습소 등의 학습자를 위한 교습자료 제작 목적의 문항 출제와 컨설팅 등 교습행위를 명시적으로 포함했다. 또 학원 설립·운영자와 강사 등이 현직 교원에게 문항 출제나 자료 제작 등을 요구·의뢰·교사하거나 이에 협력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아울러 이를 위반한 학원과 교습소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등록 말소나 1년 이내 교습 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이 1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그 이익의 5배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벌칙 규정도 담았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교사와 학원 간 불법 문항 거래를 둘러싼 제도적 사각지대를 줄이고, 시험 출제의 공정성과 교육 신뢰 회복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훈 의원은 “현직 교사와 대형 학원이 유착해 만든 문항 거래 카르텔은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상실감을 주는 행위”라며 “금전으로 얼룩진 문항 거래를 뿌리 뽑고 무너진 입시 공정성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학원만 유리한 정보를 독점하는 구조를 차단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건전한 교육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가 학교 현장의 새로운 평가체제로 주목받고 있다. 객관식 중심 평가의 한계를 넘어 학생의 사고력, 문제해결력, 표현력, 논리적 설명 능력을 평가하려는 시도는 분명 중요한 변화다. 특히 이를 학교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교육청과 교육연구기관, 현장 교사들이 기울여 온 노력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7일 오후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의 현장 안착과 실천 과제’를 주제로 2026년 제2회 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교육부, 서울특별시교육청, 인천광역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교육정책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했으며, KEDI TV를 통해 유튜브 생중계도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미래형 학생평가로서 서·논술형 평가의 방향을 모색하고 AI 기술을 활용한 평가 혁신이 학교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현장의 주요 현안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교육수요자의 의견 수렴을 통한 실제적 교육정책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교육청과 교사들의 노력은 인정되어야 한다 이번 논의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교육청과 현장 교사들의 수고다.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가 아직 완성된 제도가 아님에도 서울·경기·인천교육청은 각자의 방식으로 평가 혁신을 실험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사 주도성을 강화하는 지능형 채점 지원 시스템 ‘채움AI’의 구축 성과와 공정성 확보 방안을 제시했고, 경기도교육청은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 기반 채점 표준화 성과와 2026년 교과 확대를 포함한 단계적 정착 전략을 설명하는 것으로 안내됐다. 인천교육청의 현장교사는 ‘생각을 꺼내는 교육’을 위한 AI기반 서·논술형 평가와 서·논술형 평가의 현장 경험과 AI 활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토론하였다. 현장 교사들의 노력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서·논술형 평가는 객관식 평가보다 문항 설계, 루브릭 구성, 채점, 피드백, 재지도 과정에서 훨씬 많은 시간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특히 교사는 단순히 답안을 채점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의 사고 과정을 읽고 수업과 다시 연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현장 교사들은 AI 활용의 가능성과 한계, 채점 부담, 피드백의 어려움, 평가를 학습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함께 제시했다. 이는 AI 평가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과 학교 현장의 실천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AI 기반 평가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질문은 교육청과 교사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실천을 더 큰 교육적 질문으로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질문은 더 근본적이어야 한다 이번 토론회의 공식 초점은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의 현장 안착”이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필요한 논의다. 학교 현장에서는 채점의 공정성, 교사 업무부담 완화, AI 기반평가의 신뢰성, 평가 기준의 일관성 문제가 매우 절박하다. 그러나 AI 평가시스템의 출발점은 여기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AI 기반 평가시스템을 과연 왜 운영하려 하는가. 단지 객관식 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인가. 교사의 채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인가. 학생의 글쓰기 능력을 더 정교하게 평가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생성형 AI 등장 이후, 장차 AGI와 ASI까지 논의되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며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묻기 위해서인가.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AI 기반 평가시스템은 전혀 다른 길로 갈 수 있다. 객관식에서 논술식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동안 학생들의 학습 결과에 대한 평가는 정답을 찾는 능력에 익숙했다. 학생이 얼마나 정확히 기억하는지, 얼마나 빠르게 문제를 푸는지, 정답을 얼마나 잘 고르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 전제를 흔들고 있다. 이제 정보검색, 요약, 번역, 글쓰기, 자료 분석, 코딩, 이미지 생성은 인간만의 독점적 능력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객관식을 서·논술형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교육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는 이미 글도 쓴다. 논리적 문단도 구성한다. 반론과 재반론 형식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서·논술형 평가는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 학생이 쓴 문장의 유려함인가. 정해진 구조에 맞춘 답안인가. AI가 높게 평가할 만한 표현인가. 아니면 학생이 자기 생각을 만들고, 근거를 찾고, 오류를 고치고 더 나은 판단으로 나아가는 과정인가. 이 구분이 중요하다. 서·논술형 평가가 단순히 “좋은 답안 쓰기”로 흐르면 객관식 문제풀이 경쟁은 논술형 글쓰기 경쟁으로 바뀔 뿐이다. 조선시대의 과거식 글쓰기 경쟁을 경계해야 한다 ‘조선, 시험지옥에 빠지다’라는 이한작가의 책에서 조선시대의 입시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고 깊이 있게 서술하고 있다. AI 서·논술형 평가가 대입과 강하게 연결되면 조선시대 과거시험처럼 제도화된 글쓰기 경쟁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조선시대의 과거가 본래 인재 선발 제도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문 작성 기술, 암기, 사교육, 출세 경쟁으로 흘렀던 것처럼 현대의 서·논술형 평가도 대입과 결합하면 “생각하는 교육”이 아니라 “선발에 유리한 문장 생산”으로 흐를 수 있다. 특히 AI가 채점 기준을 제공하고, 루브릭이 공개되며, 대학입시가 이를 선발 자료로 활용하게 되면 사교육은 곧바로 대응할 것이다. AI가 선호하는 문장 구조, 고득점 답안 유형, 성장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 면접용 자기성찰 서사까지 상품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AI 기반 평가는 교육혁신이 아니다. 그것은 객관식 경쟁을 논술형 경쟁으로 바꾼 새로운 입시 체제일 뿐이다. AI는 채점자가 아니라 성장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 AI 기반 평가시스템이 교육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학생을 한 번에 점수화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AI는 학생 답안을 빠르게 채점하는 기계가 아니라 학생의 사고 과정과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보조도구가 되어야 한다. 학생이 처음에는 주장만 있고 근거가 부족했으나 피드백과 재작성 과정을 거쳐 그 자료를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면 그것이 성장이다. 학생이 개념을 오해했지만 토론과 질문, 재작성 과정을 거쳐 자신의 오류를 고쳤다면 그것이 평가되어야 한다. 이때 AI가 할 일은 점수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이전 답안과 현재 답안을 비교하고 변화된 부분을 분석하며 교사가 개별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최종 판단은 교사의 몫이어야 한다. 하민수 서울대 교수는 AI 기반 평가가 교사의 평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교사 주도형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결국 AI는 평가의 주체가 아니라 지원자다. 교사는 여전히 학생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최종 교육 전문가다. 대학입시와 연결할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대학이 학생 선발 과정에서 최소한의 학업역량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문해력, 수리·논리력, 표현력, 전공에 따른 기초역량은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소능력 확인과 학생 서열화는 구분되어야 한다. AI 서·논술형 평가 결과를 대입에 직접 반영한다면 위험은 커질 수도 있다. “AI 논술력 점수”, “AI 성장지수”, “AI 사고력 등급” 같은 방식으로 활용되는 순간 그것은 새로운 입시 점수가 된다. 학생은 성장하기보다 점수를 잘 받는 답안 구조를 훈련하게 되고 학교는 학생의 배움을 지원하기보다 기록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AI 성장평가 결과를 대입과 연결한다면 직접 점수로 반영해서는 안 된다.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성장 포트폴리오, 면접 참고자료 등으로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대학은 AI 점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초안, 피드백, 수정 과정, 교사 확인, 자기성찰을 통해 학습 가능성과 전공 적합성을 읽어야 한다. 최소 학업역량은 별도로 확인하되 그 기준을 넘은 학생에 대해서는 성장 과정과 학습 태도, 전공 관련 탐구의 지속성을 보는 방식이 더 타당하다. 평가 논의는 학교교육의 존재 이유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번 토론회는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의 현장 안착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육청과 교사들이 평가 혁신을 위해 축적해 온 경험과 실천은 존중받아야 한다. 특히 교사 주도형 AI 기반 평가, 공정성 확보, 채점 부담 완화, 학생 피드백 강화는 학교 현장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제 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AI 기반 평가시스템의 핵심은 “어떻게 채점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인간의 능력으로 볼 것인가”여야 한다. AI가 답을 찾아주는 시대에 학교는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AI가 글을 써주는 시대에 학교는 자기 관점을 세우고 책임 있게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AI가 자료를 분석하는 시대에 학교는 자료의 진위와 맥락을 판단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AI가 빠르게 결과물을 만드는 시대에 학교는 인간의 성찰, 윤리, 협업, 공적 책임을 가르쳐야 한다. 그렇다면 평가는 학생을 더 정교하게 줄 세우는 장치가 아니라 학생이 질문하고 판단하고 표현하고 수정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읽어내는 교육적 해석이어야 한다. 노력은 인정하되, 출발선은 다시 물어야 한다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는 평가 혁신의 중요한 시도다. 교육청의 정책적 노력, 교육연구기관의 지원, 현장 교사들의 실천과 노고는 충분히 인정되어야 한다. 이들의 시도 없이 학교 교육평가는 여전히 선택형 문항 중심의 관성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노력의 의미를 더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질문의 출발선을 다시 세워야 한다.AI 기반 평가시스템은 단순히 객관식 평가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교사의 채점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가. 학생의 답안을 더 정확히 점수화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AI 시대에 인간다운 배움과 성장을 다시 정의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이번 토론회가 현장 안착의 과제를 다루었다면 다음 논의는 학교 교육의 존재 이유를 물어야 한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의 학교는 지식을 더 많이 외우게 하는 곳도, AI 보다 더 빠르게 답을 내게 하는 곳도 될 수 없다. 학교는 학생이 좋은 질문을 만들고 자기 생각을 다듬고 타인과 협력하며 책임 있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어야 한다. AI 기반 평가시스템은 바로 그 성장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그럴 때 비로소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는 또 다른 시험 기술이 아니라 학교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대와 현실 사이 AI 디지털교과서(AIDT)가 2025년 3월, 영어·수학·정보교과에 도입되었다. 76종이 검정을 통과했고, 15만 명의 교원연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은 달랐다. 감사원 점검 결과, AIDT 자율 선정 학교에서 단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학생이 평균 60%, 평균 활용률은 8.1%에 그쳤다.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수업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교사가 기대하는 기능과 실제 서비스 사이에도 적지 않은 간극이 있었다. 인터랙션과 학생의 수준에 맞춘 개별화 역시 기대만큼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AI 기술이 교육에 맞지 않아서 생긴 문제일까. AI 기술 자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개별 학습자에 맞춘 진단과 피드백이 가능한 수준까지 와 있다. 다만 기술이 존재하는 것과 그 기술이 30명의 교실에서 수업도구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은 서비스 설계의 영역이다. 왜 서비스가 현장에 맞지 않았는가. AI 코스웨어 시장이 그동안 사교육의 입시 효율성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시장이 거기에 있었기에 대부분의 업체도 그 기준에 맞춰 서비스를 만들었다. 공교육 현장의 수업 맥락과 교수학적 설계에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된 것은 최근 3년이다.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 설계와 시장 구조의 문제라면 개선의 문은 열려 있다. 이미 시작된 변화 종이 숙제를 걷어 일일이 채점하고 생활기록부를 한명 한명 처음부터 작성하고,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개별 지도를 받는 학생도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학습진단이 자동화되었고, 채점이 자동화되었으며, 학생이 궁금한 것은 생성형 AI에게 바로 물어보는 시대가 되었다. 과학이나 사회교과의 시청각 자료도 비교할 수 없이 풍부해졌다. 이런 변화들은 거창한 이름 없이 조용히 교실에 스며들었다. 5년 전의 에듀테크와 지금의 에듀테크는 수준 자체가 다르다. 과거에는 문제집보다 못한 콘텐츠와 일방향 전달만 가능한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콘텐츠의 질과 개별화 수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모두 올라갔다. AI를 통한 양방향 인터랙션과 서술형 피드백까지 가능해졌다. 이 속도를 다시 5년 뒤로 연장해 보면 어떤 그림이 될까. ‘못 한다’의 유통기한 AI에 대해 반복되어 온 패턴이 있다. AI는 창의적인 건 못 한다고 했다. 그런데 글쓰기와 그림 분야에서 AI의 활용 범위는 예상보다 빠르게 넓어졌다. AI는 수학을 못 한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수능 만점에 이를 만큼 고난도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금은 정서적 인터랙션을 못 한다고 한다. 맞다. 현재는 어색하다. 그러나 영화 Her에서 주인공이 AI의 음성만으로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그 영화의 배경이 2025년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못 한다’의 유통기한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인터랙션의 한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술 변화의 속도 자체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낙관론자가 5년을 말하면 실제로 20년이 걸리는 세상이었다. 지금은 낙관론자의 5년이 2년 만에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산업 구조 또한 바뀌었다. 과거에는 에듀테크 회사마다 자체 콘텐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경쟁이었다면 지금은 구글과 OpenAI 같은 빅테크의 AI를 API1로 탑재하는 구조로 전환되었다. AI 엔진이 한 단계 진화하면 그 위에 올라간 모든 코스웨어의 품질이 동시에 올라간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현장 실증이 축적되면서, 교사들의 목소리와 학생들의 실제 사용 패턴에 대한 학습도 이루어졌다. 한때 사용하기 어렵던 AI 코스웨어에서 이제 말이 되는 서비스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국면이다. 오늘의 AI 코스웨어는 앞으로 나올 AI 코스웨어 중에서 가장 아쉬운 버전이다. 블룸의 40년 된 질문에 답할 시간 1984년 교육심리학자 벤자민 블룸(Bloom)은 1대 1 튜터링을 받은 학생이 일반 학급 수업을 받은 학생보다 성적 표준편차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50등이 2등이 될 수 있다는 결과였다. 그러나 블룸 자신도 인정했듯이, 모든 학생에게 개인 교사를 붙이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어떻게 1대 1 개별 지도의 효과를 30명의 교실에서 재현할 수 있을까?’ 40년간 이 질문에 대한 현실적 답은 없었다. 평균에 맞춘 교육에서 뒤처지는 학생은 계속 뒤처지고, 앞서가는 학생은 멈춰 선다. AI는 이 오래된 숙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춘 진단, 문제 제시, 피드백을 30명에게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AI의 큰 가능성 중 하나다. 그리고 이는 더 이상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데이터로도 확인되기 시작했다. 2025년 글로벌 메타분석(Meta-Analysis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Education, PRISMA 적용)에서도 AI의 교육 효과는 ‘매우 큰 수준’으로 확인되었으며, 특히 생성형 AI와 챗봇을 활용한 양방향 학습은 기존 단순 온라인학습보다 효과가 약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이 40년 전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교사의 일은 점점 줄어들게 될까? 기술이 발전하고 개별화 교육이 강조될수록, 교사의 일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더 복잡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종이를 인쇄해 나눠주고, 한 장 한 장 채점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상태를 수기로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지금은 이런 반복적 작업의 상당 부분을 기술이 가져갔다. 그 대신 교사는 학습 데이터를 보면서 개별 학생에게 필요한 피드백을 주고, 한 명 한 명 불러서 상담하고, 뒤처지는 학생에게 맞춤 과제를 설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었다. 업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무게중심이 달라진 것이다. 앞으로도 AI가 진단, 채점, 반복 설명 같은 영역을 더 가져갈수록 교사는 학생의 동기를 살피고, 관계를 맺고, 학습전략을 함께 세우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역할의 축소가 아니라 교육의 확장이다. 교사는 말로 설명하고, 그려주고, 학생의 표정을 읽고, 학생들을 관리하고, 사회성과 윤리의 기준을 세운다. 이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수행한다. 기술의 언어를 빌리면 ‘멀티모달 인터랙션’이다. 이것을 이 수준으로 해내는 직업은 거의 없다. 교사는 모든 직업 가운데에서도 AI로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직업이라고 본다. 그래도 사람이 필요한 이유 이상하리만큼, 기술이 발전할수록 교육에서 사람의 역할은 더 선명해진다. 아무리 정교한 AI 코스웨어가 있어도 태블릿 앞에 학생을 앉히고,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우게 할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학습 동기가 없는 아이에게 AI가 아무리 맞춤형 문제를 제시해도 의미가 없다. “오늘 이걸 해보자”라고 말해주는 사람, 포기하려는 순간에 “한 번만 더 해보자”라고 붙잡아주는 사람, 잘했을 때 눈을 보며 “잘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것은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AI는 도구다. 그 도구를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결국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다. AI 교육의 끝에 있는 것은 기술이 교사를 대체한 교실이 아니라 기술 덕분에 교사가 더 교사다운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교실이다. 10년 후의 교실을 상상해 본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수학 포기자가 없다. 교사는 채점과 행정이 아니라 학생과의 인간적 연결에 집중한다. 사고력과 서술형 중심의 학습이 자연스럽고,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1대 1 개별 지도 이상의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다. 물론 이렇게 장밋빛 미래만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향에 가까워지는 길에는 AI가 있다고 본다. 현재의 에듀테크 수준과 부작용으로 미래의 가능성까지 닫아서는 안 된다.
역사교육의 대전환 _ 암기에서 ‘디지털 재구성’으로 전통적인 역사수업은 흔히 ‘과거의 사실을 누가 더 많이, 정확히 암기하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사교육의 본질은 박제된 연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현재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고 성찰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쥔 ‘알파 세대’ 학생들에게 역사는 더 이상 교과서 속 평면적인 텍스트로만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인천상륙작전은 6·25 전쟁의 전세를 반전시킨 결정적 사건이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의 기원을 상징하는 역사적 이정표입니다. 본 프로젝트는 이 거대한 역사를 학생들이 직접 탐색하고, 생성형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 등 첨단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다각도로 재구성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학생들이 단순한 학습자를 넘어 지식의 ‘전달자’이자 역사 콘텐츠의 ‘생산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대 효과 _ 통합적 사고와 디지털 역량의 결합 본 프로젝트는 지식의 습득을 넘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함양하는 데 목적을 두었습니다. ● 통합적 사고력의 확장 실감형 VR 체험과 팀별 밀착 조사 활동을 통해 역사적 사건의 전개 과정을 입체적으로 탐색합니다. 학생들은 단편적인 사실을 넘어 사건의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거시적인 안목을 갖추게 됩니다. ● 디지털 전달 능력 함양 카드뉴스 제작부터 영상 편집, AI 챗봇 구현, 메타버스 공간 설계까지 학생들은 스스로 습득한 지식을 가장 효과적인 디지털 매체에 담아 표현하는 능력을 기릅니다. ● 협력적 태도와 민주적 소통 팀 내 역할 분담과 ‘전문가 집단(Jigsaw)’ 협동활동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통합합니다.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민주시민 교육의 장이 됩니다. ● 비판적 성찰과 가치 내면화 결과물을 공유하며 역사적 사실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합니다. 나아가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우리 사회의 ‘보훈’ 가치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PART VIEW] 교육과정의 유기적 재구성 _ 융합으로 넓히는 역사의 지평 본 수업은 단순히 역사시간에만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과의 성취기준을 정교하게 엮어 융합 교육과정으로 기획했습니다. ● 사회 및 국어 6·25 전쟁의 과정과 인천상륙작전의 사회적 영향을 파악합니다. 정보를 선별하여 핵심 내용을 구성하고, 복합양식 매체 자료를 제작하여 공유하는 ‘매체 문해력’을 동시에 기릅니다. ● 수학 및 실과 작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여 다양한 그래프로 나타내고 해석하는 활동을 통해 수학적 추론 능력을 키웁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저작 도구를 사용하여 사이버 공간에 공유하며 실질적인 기기 활용 능력을 습득합니다. ● 인공지능 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토론하고 실천하며, 생성형 AI를 활용한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직접 수행합니다. 수업 전 활동(Flipped Learning) _ 디지털 기초 소양과 배경지식의 확립 본격적인 탐구에 앞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제작과 토론에 몰입할 수 있도록 5일간의 아침 활동 시간(매일 30분)을 활용해 탄탄한 사전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 인공지능 윤리 정립 AI를 도구로 사용하기 전, 발생할 수 있는 정보의 부정확성, 저작권, 개인정보 침해, 편향성 문제를 깊이 있게 학습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급만의 ‘AI 사용 수칙’을 정립했습니다. - 개인정보는 절대 입력하지 않기 - AI가 도출한 결과는 반드시 교과서나 도서 등 다른 자료와 교차 검토하기 - AI가 만든 문장은 그대로 쓰지 않고 반드시 ‘나의 언어’로 다시 쓰기 ● 실감형 VR 체험 및 역사 심층 독서 - 실감형 콘텐츠 _ 에듀넷 VR을 통해 이중섭의 작품 속에 투영된 6·25 전쟁의 아픔을 시각적으로 체험하며 평화의 중요성을 체감했습니다. - 배경지식 확충 _ 인천이야기 전집과 쉽게 읽는 만화 인천사 등을 활용한 독서 활동과 퀴즈를 통해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배경지식을 탄탄히 다졌습니다. ● 디지털 제작 도구 사전 실습 - 메타버스 플랫폼(ZEP)의 기본 사용법을 익히고, 가상 공간에 역사 전시관을 어떻게 구축할지 미리 청사진을 그렸습니다. - 배움노트를 활용해 저작권 유의사항을 정리하며, 단순한 사용자가 아닌 책임감 있는 ‘창작자’로서의 태도를 갖췄습니다. 활동❶ _ AI 기반 주제별 심층 탐구와 전문가 상호작용 본격적인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주도적 탐구 과정을 거칩니다. ● 크루별 주제 조사 및 생성형 AI 활용 학생들은 무작위 미션 카드를 통해 작전 배경, 실행 계획, 국제 협력, 지형적 의미 등 6개 주제 중 하나를 배정받았습니다.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_ 생성형 AI(뤼튼 등)를 활용하되,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도출할 수 있도록 정교한 명령어(프롬프트)를 설계하여 입력했습니다. - 개별 학습 카드 작성 _ 조사한 핵심 정보를 요약하고 이젤 패드에 시각화하여 정보의 구조화를 꾀했습니다. ● 전문가 집단(Jigsaw) 토의·토론 학급 전체가 정보를 유기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호스트’와 ‘게스트’ 역할을 나누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했습니다. - 호스트(Host)의 역할 _ 각 팀의 전문가로서 ‘1일 선생님’이 되어 다른 팀원들에게 자신의 주제를 설명하고 토론을 주도했습니다. - 게스트(Guest)의 역할 _ 여러 팀의 호스트를 방문하며 설명을 경청하고, 개별 학습 카드의 빈칸을 채워 작전의 전체 맥락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활동❷ _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다각적 역사 콘텐츠 제작 ● 인공지능 챗봇의 설계와 구현(Mizou) 학생들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지능형 도구를 구축합니다. - 페르소나 및 인터페이스 설정 _ 챗봇에 역사적 인물이나 가이드의 역할을 부여하고, 친근한 이름과 사진, 환영 메시지를 설정하여 사용자 경험을 설계합니다.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_ 인공지능이 지켜야 할 규칙과 학습할 역사적 사실을 ‘AI Instructions’에 정교하게 입력합니다. - 교차 검증 및 최적화 _ 제작한 챗봇과 직접 대화하며 잘못된 대답(할루시네이션)이 없는지 확인하고, 공유하기 전 알고리즘을 최종적으로 수정합니다. ● 메타버스 전시관 및 디지털 아카이브(ZEP, Padlet) 가상 공간 속에 인천상륙작전의 현장을 재현하고, 다른 크루들의 결과물을 통합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합니다. - 공간 테마 선정 및 배치 _ 주제별로 최적화된 가상 공간을 선택하고, 역사적 사실을 담은 오브젝트를 배치하여 시각적 몰입감을 높입니다. - 체험 요소 설계 _ 단순 전시를 넘어 ‘방 탈출’ 게임 형식을 가미하여, 사용자가 역사적 퀴즈를 풀어야 다음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 포털 연결 _ 카드뉴스팀·영상팀·디지털팀의 각 방을 포털 기능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하나의 거대한 온라인 역사관을 완성합니다. ● 복합양식 매체를 활용한 시각화 및 스토리텔링(Canva, Tooning, CapCut) 학생들이 가장 친숙하게 다루는 시각 매체를 통해 작전의 흐름을 긴박하게 전달합니다. - 카드뉴스 및 웹툰 제작 _ 캔바(Canva)와 투닝(Tooning)을 활용하여 1950년 전쟁의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의 타임라인을 새벽-낮-밤 시간대별로 시각화합니다. - 영상 브리핑 제작 _ 캡컷(CapCut)을 이용해 애니메이션과 발표 영상을 편집하며, 자막과 배경음악을 통해 메시지의 명확성을 높인 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합니다. ● 데이터 맵핑 및 통합 아카이빙(Padlet, Google Sites) 역사적 정보를 시간(연표)과 공간(지도)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 디지털 연표 및 지도 _ 패들렛(Padlet)을 활용해 6·25 전쟁 이전-중-이후의 흐름을 연표로 정리하고, 한반도 지형에 따른 작전 지점과 주요 사건을 핀으로 표시한 디지털 지도를 제작합니다. - 통합 누리집 구축 _ 모든 크루의 산출물(카드뉴스, 영상, 챗봇 링크 등)을 한데 모아 소개할 수 있도록 구글 사이트 도구로 지속 가능한 학습 아카이브를 마련합니다. 수업 후 활동 _ 배움의 확장과 사회적 실천 학습의 결과는 교실 벽을 넘어 지역사회와 공유되었습니다. ● 실시간 화상 수업(Zoom)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산출물을 교재로 삼아 저학년 동생들에게 역사적 가치를 가르쳐주는 ‘온라인 1일 선생님’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 전시 및 소통 학급 복도에 제작물을 전시하고 유튜브 댓글을 통해 전교생 및 학부모와 역사적 성찰을 공유했습니다. ● 체험학습 연계 희망자를 대상으로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현장 체험학습을 실시해 디지털로 배운 내용을 현실에서 확인하며 프로젝트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성과 분석 및 교육적 제언 이번 프로젝트는 AI와 디지털 도구가 역사교육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제적인 모델입니다. 학생들은 단순한 암기에서 벗어나 정보를 선별하고, AI와 대화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주체적인 학습자로 거듭났습니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된 학생들의 주요 성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통합적 사고력 _ 실감형 VR과 탐구활동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단편적 사실이 아닌 입체적 맥락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디지털 창의성 _ AI 챗봇과 메타버스 등 첨단 도구로 지식을 재구성하며 지식 활용 능력을 극대화했습니다. - 책임감 있는 전달자 _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전하는 경험을 통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책임감과 성찰 능력을 함양했습니다. - 보훈 가치 내면화 _ 평화의 가치를 느끼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호국영령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체득했습니다. 결론 _ 미래 교육을 향한 도약, 지식의 수용자에서 평화의 설계자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역사수업을 넘어, 첨단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성찰과 사회적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여정이었습니다. 교실은 이제 지식을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장소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생성형 AI를 통해 데이터를 선별하며, 메타버스와 챗봇으로 자신만의 역사적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과정은 지식을 재구성하고 가치를 생산하는 ‘살아있는 탐구의 장’이 되어야 함을 증명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VR 체험으로 역사의 긴박함을 느끼고, 전문가 토의를 거쳐 배운 내용을 저학년 동생들에게 전하는 ‘전달자’ 역할을 수행한 것은 본 수업의 가장 큰 결실입니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순 암기를 넘어 역사적 사실에 대한 깊은 책임감과 비판적 성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었습니다.
지방선거의 계절과 교육의 실종 지방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교육계도 들썩인다. 거리마다 화려한 현수막이 걸리고, 저마다 ‘교육혁신’의 적임자라 자처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운 풍경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학생’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감 선거가 사실상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자 부속물로 전락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교육자로서의 철학보다는 특정 진영의 전사(戰士)에 가까운 이들이 태반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을 뜻하는 영어 단어 ‘education’의 어원은 라틴어 ‘에듀케레(educere)’다. 이는 ‘밖으로(e)’+‘이끌어내다(ducere)’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교육의 핵심은 아이의 머릿속에 지식을 억지로 집어넣는 ‘주입(input)’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고유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밖으로 끌어내는 ‘인출(output)’에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교육 현장은 어떤가. 통계청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 1,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 4,000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 교육이 여전히 아이들을 거대한 입시 기계의 부품으로 취급하며, 누가 더 빨리 정답을 외워 넣느냐를 두고 잔혹한 경주를 시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진영 논리에 포로가 된 ‘혁신’의 민낯 교육감 후보들이 외치는 ‘혁신’의 진정성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난제들이 워낙 산적해 있으니, 누군가는 그 척박한 땅을 갈아엎겠다는 열정을 가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열정의 방향이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특정 정당이나 이념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등판한 이들이 과연 교육의 중립성을 지켜낼 수 있겠는가. 지방선거라는 거대한 정치 이벤트와 함께 치러지다 보니, 독자적인 교육철학을 가진 후보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당선이 지상 과제가 된 후보들은 학생이나 학부모보다 자신들을 밀어줄 ‘핵심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놓기에 바쁘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했다. 정권이 바뀌고 진영이 갈릴 때마다 교육정책이 춤을 춰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의 선거판은 진영 논리의 대리전으로 전락해 교육의 본질은 간데없고, 오로지 ‘내 편’의 목소리만 드높다. 그래도 교육감 아닌가. 누군가의 일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수많은 스승을 이끄는 수장이다. 그런 자리를 탐내는 이들이라면 최소한 정치적 셈법보다는 교육의 숭고함을 먼저 앞세워야 한다. 진영을 뛰어넘어 오로지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후보, 우리는 그런 교육자를 갈망한다. ‘4세 고시’와 ‘삭막한 교실’의 비극 이런 척박한 정치적 토양 위에서 우리 아이들은 병들고 있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를 위해 서너 살부터 과외를 받는 ‘4세 고시’는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의 수학을 선행 학습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친구는 함께 성장하는 동료가 아니라 딛고 올라서야 할 경쟁 상대일 뿐이다. 교실은 더 이상 배움의 전당이 아니라 살벌한 전쟁터다. 교육부의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1.9%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심각한 것은 갈등 해결의 방식이다. 교사가 교육적으로 중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달려들어 법리 다툼을 벌이고 합의금을 따지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로펌이 학교폭력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나오는 이 삭막한 교실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지능지수(IQ)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임에도, 선거판에서 인성교육을 핵심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는 찾기 힘들다. 표가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AI 시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시대는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이제 단순히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은 상실된 가치에 가깝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은 미래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꼽았다. 정답은 이미 기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낸다. 앞으로의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가 던져주는 답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력이다. 좋은 질문은 풍부한 상상력과 깊은 사유, 그리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호기심에서 나온다. 이제 교육감은 기계적인 문제 풀이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고, ‘질문이 살아있는 교실’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다운 가치인 창의성과 도덕성이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 AI는 산업을 발전시키게 되고, 그로 인해 결국 사회가 변화한다. 그 사회변혁을 주도하는 주체는 바로 인간이다. 이미 AI는 우리 생활에 친밀하고 깊숙이 스며들어왔다. 현실에서는 AI 교육을 외치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AI 디지털 교재를 사용함으로써 차별 없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할 책무 역시 새로운 시대의 교육감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새로운 교육감이 열어갈 희망의 서사 우리는 교육의 힘을 믿는다. 새롭게 선출될 교육감들이 정치를 넘어 교육의 본질로 돌아간다면, 우리 교육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미래의 교육감들이 집중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맞춤형 개별화 교육’의 실현이다. AI 디지털교과서와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하되, 이를 단순한 학습도구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강점을 발견하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 모든 아이가 같은 정답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다양성 교육’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 둘째, ‘공동체 회복을 위한 감성교육’이다. 학교폭력의 해법을 법정이 아닌 교실 안에서 찾아야 한다. 관계 회복 중심의 생활지도와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아이들이 타인과 협력하고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따뜻한 공동체’로서의 학교를 복원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교육생태계’ 구축이다. 학교의 담장을 낮추고 지역의 문화·예술·산업 자원을 교육과정에 통합해야 한다. 아이들이 마을 전체를 배움터로 삼아 실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행정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교육은 아이들의 등 뒤에서 조용히 밀어주는 바람과 같아야 한다. 교육감은 아이들을 앞세워 자신의 깃발을 꽂으려는 정복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일생에 깊은 영향을 주고, 한 세대의 정신적 토대를 닦는 자리가 바로 교육감이다. 부디 이번 선거만큼은 진영의 옷을 벗어 던지고, 오로지 학생들의 등 뒤를 든든히 지켜줄 진짜 교육자들이 나타나 주길 간절히 바란다. 당장의 성적표 한 줄보다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그런 교육자가 이끄는 새로운 교육의 봄을 우리는 보고 싶다.
AI 시대의 역설 _ 왜 다시 ‘읽기’와 ‘쓰기’인가? AI가 시를 쓰고 코딩하며, 단 0.1초 만에 최적의 정답을 내놓는 첨단시대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교육부는 ‘2026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핵심 과제로 ‘학교 기반 독서·토론·글쓰기 교육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해력 저하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지금, 공교육이 독서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의지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모든 것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시대에 왜 우리는 다시 고전적인 ‘읽기’와 ‘쓰기’에 매달려야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답은 그 ‘첨단’ 속에 있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AI는 대답에 능숙하지만, 질문은 오직 인간의 몫이다. 정답을 찾는 일에 12년을 바치는 교육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알고리즘이 이끄는 영상에 매몰되어 비판적 사고 없이, 순응하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악의 평범성’을 보여준 아이히만처럼, 사유하지 않는 인간은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기 쉽다. 지금의 독서교육은 단순한 성적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인간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공부’로서의 독서는 필패한다 _ 세 학생의 사례가 주는 교훈 입시·사교육·부동산이라는 대한민국의 3대 난제 중, 사교육 문제를 과연 독서로 풀 수 있을까? 필자는 39년의 교육 현장 경험을 통해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독서를 ‘평가’와 ‘스펙’을 위한 ‘공부’로 접근하는 순간, 그 정책은 필패한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지켜본 세 유형의 학생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원에서 내신에만 올인하며, 독서를 멀리한 A 학생은 상급 학년으로 갈수록 문해력의 한계에 부딪혀 성적이 하락한다. 부모의 철저한 계획하에 학원에서 ‘모범답안’ 쓰는 법을 익힌 B 학생은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에 수려한 글을 쓰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 반면 어릴 때부터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탐독한 C 학생은 처음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결국 탁월한 자기주도학습 능력으로 역전하며 자기만의 독창적인 글을 써낸다. ‘날것의 맛’이 살아있는 글이다. 이는 사교육으로 훈련된 기술이 아니라, 독서의 사유에서 우러난 통찰의 산물이다. 독서가 문해력을 높여 성적이 오르는 것은 본질에 충실했을 때, 따라오는 ‘덤’일 뿐이다. 독서를 다시 ‘점수’나 ‘생활기록부’로 박제한다면, 아이들은 책의 즐거움 대신 형식적 읽기의 피로를 먼저 배우게 될 것이다. 독서 조기교육의 본질 _ ‘의도’를 숨긴 ‘놀이’ 많은 이들이 조기교육을 경계하지만, 독서만큼은 조기교육이 필요하며, 효과적이다. 다만 방법이 문제다. ‘4세 고시반’, ‘초등 의대반’ 같은 문제풀이식 교육은 조기교육이 아니라 부모의 욕심이 부르는 ‘조기 학대’다. 진정한 독서의 조기교육은 부모의 ‘교육적 의도’가 철저히 숨겨져야 한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공부가 아니라 ‘사랑의 교감’이자 ‘놀이’여야 한다. 글자를 짚으며 읽어가는 부모와의 놀이로 아이는 자연스럽게 통글자를 인식하게 된다. 아이가 글자를 깨치는 과정은 과자 봉지의 글자와 책 속의 글자가 일치함을 발견하는 ‘유레카’의 순간이어야지, 강요된 낱글자 학습으로 아이를 질리게 해서는 안 된다. 존 스튜어트 밀의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3세에 그리스어를 시작으로 철학과 논리학 등, 그의 혹독한 천재 교육 뒤에는 ‘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한’ 독서를 통한 아버지의 질문법이 있었다. 비록 지나친 지성 위주의 교육으로 정신적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그 파도를 넘게 해준 든든한 닻 역시, 시(詩)와 소설이라는 문학적 독서였다. 독서의 힘은 인생의 좌절을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의 근원이 된 것이다. 관점의 전환 _ 아이를 바꾸려면 어른이 먼저여야 한다 우리는 흔히 교육의 대상을 ‘학생’으로만 한정 짓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거실에서 스마트폰만 보는 부모, 행정업무에 치여 책 한 권 손에 들지 못하는 교사와 교장의 모습은 모순적이다. 독서교육이 성공하려면 ‘문화’가 먼저다. 교장이 인문학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교사들이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먼저 독서의 즐거움을 나눌 때, 그 철학은 수업과 학급 운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때 학생들은 비로소 독서의 가치를 삶으로 체득하게 된다. 사교육은 공부 기술을 가르치지만, 공교육은 독서를 통해 ‘삶의 지혜’와 알고리즘에 쉽게 종속되지 않는 ‘사유의 근육’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현장의 사례 _ 정답을 넘어, 나만의 색깔을 찾는 ‘사유의 공동체’ 독서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려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같은 리듬으로 움직여야 한다. 가정마다 독서 슬로건을 만들고, 학급마다 개성 있는 독서급훈을 정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4월 과학의 달이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과학도서를 읽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후활동을 즐긴다. 학생 자치로 ‘스마트 프리(Smart-Free)’ 학교를 선언하며, 아침 10분 독서를 정착시킨다. 중앙현관에는 아이들이 읽은 책의 자취를 남기는 ‘사유의 나무’가 자라고, 복도는 아이들의 시(詩)와 작품들로 채워진 인문학 거리가 된다. 이 모든 활동의 밑바탕에는 ‘학교교육의 뿌리는 독서’라는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있다. 특히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와 함께 살아가는 현대는 더욱 필요하다. 다음은 각 교육구성원이 만든 슬로건 사례다. ● 가정 - 거실이 서재가 될 때, 아이의 미래는 숲이 된다. - 질문하는 아이 뒤에는 함께 읽는 부모가 있다. ● 학급 - 아침 10분, 책장과 함께 성장하는 시간! - 스마트폰 사탕보다 달콤한 독서 뿌리를 키우는 교실! ● 학교 - 정답은 AI가 찾지만, 질문은 우리가! - AI가 답하지 못하는 가치, 우리의 책 속에 있다. ● 마을 - 독서, AI를 이기는 가장 인간다운 저항 -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을 자신 삶의 주체로 만든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각종 행사와 시험 주간 슬로건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점심시간에는 스마트폰 대신 다양한 동아리활동과 독서토론을 즐긴다. 특히 고사 3주 전부터 운영되는 ‘멘토-멘티 스터디 주간’은 압권이다. 혼자 외우는 공부를 넘어,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토론하는 스터디그룹은 ‘앎과 삶’이 일치하는 공동체 학습을 실천한다. 이는 106세 현자, 김형석 교수의 가르침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은 독서라고 단언하며, AI에게 답을 얻는 행위를 ‘사탕 하나를 얻어먹는 것’에 비유했다. 잠시는 달콤할지 모르나, 내 몸을 키우는 근육은 되지 못한다. 학원이 요약해 준 지식을 암기하고 모범답안을 써내는 ‘사탕 독서’로는 AI 시대의 파도를 넘어갈 수 없다. 스스로 고통스럽게 읽고 사유하며 얻은 답만이 진짜 지식이 되어 영혼을 키운다. 만약 성장이 멈추는 것이 노화라면, 스스로 읽기를 멈춘 아이는 이미 정신적 노화의 길에 접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책 읽는 전철, 사유하는 시민, 품격 있는 ‘K-독서국가’를 꿈꾸며 필자에게는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이 있다.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모두가 스마트폰에 시선이 박제된 모습 대신, 각자의 손에 책을 들고, 깊은 사유에 잠긴 풍경을 보는 것이다. 시민의 신체 건강을 위해 ‘손목닥터 9988’이 걷기를 장려하듯, 시민의 정신건강과 사유의 근육을 위해 일명 ‘K-독서닥터’를 운영하며 국가 차원에서 읽기를 장려하면 어떨까? 이는 단순히 책을 권하는 것을 넘어, 성숙한 민주시민의 품격을 국가적 자산으로 키워나가는 인문학적 투자이자 장치가 될 것이다. 유치원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별 독서 체계가 구축된 ‘K-독서국가’야말로 스마트폰의 파편을 넘어 인문학의 깊이로 연결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는 겸손과 타인의 맥락을 이해하는 ‘공감의 기술’을 가르치며, 우리 사회의 증오와 혐오를 치유하는 해독제가 된다. 독서라는 요술봉이 단번에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힘’을 돌려주고, 어른들에게 ‘공존의 지혜’를 일깨워준다면, 우리 사회는 사교육의 굴레를 넘어 집단지성이 살아 숨 쉬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손에 문제집 대신 책을 쥐여주는 용기,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책을 펼치는 어른들의 뒷모습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본다. 사유하는 아이는 결코 길을 잃지 않으며, 읽는 학교는 아이들의 가장 밝은 등대가 된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최근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과 독해 능력 저하와 과도한 사교육 등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 진단, 중장기 정책 방향 마련을 위해 관련 특별위원회(특위)를 연이어 구성했다. 국교위는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문해력 특위 위원 위촉식 및 제1차 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사교육 특위 위촉식 및 제1차 회의를 열었다. 문해력 특위 위원장은 김경회 국교위 상임위원이 맡는다. 이외 왕한열 한국교총 부회장(대구 칠성고 교장)과 강용철 서울 경희여중 국어 교사,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 김우정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등 현장 전문가 15명이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학생 문해력 신장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 및 개선 방향 제안 등에 관한 자문을 수행하며, 문해력 정책의 핵심 과제 도출과 중장기 방향 설정을 통해 학교 교육과 사회 전반의 문해력 기반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를 포함한 한자 교육 강화 등이 주요 검토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충분히 논의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주는 일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특위에 한글학회 회장이 포함돼 이와 관련한 문제점을 철저히 진단한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문해력 특별위원회에서 독서교육, 글쓰기, 어휘력 등 다양한 주제로 폭넓게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위원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사교육 특위의 경우 국교위 비상임 위원인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이 위원장으로 위촉되고, 송미나 광주 하남중앙초 수석교사(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소장)와 강명규 ‘스터디홀릭’ 대표(국교위 대입제도 특위 위원) 등 15명으로 꾸려졌다. 위원들은 사교육 유발 요인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교육격차 완화를 위한 정책 대안 마련에 나선다. 현황 분석, 각계 전문가와 교육 주체들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실질적 대책을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특위는 6개월간 정책 방안들에 대해 여러 각도로 논의한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문핵력 특위 위촉식에서 “어휘력은 교과 학습과 사고력의 기초이다. 학생들이 우리말 어휘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풍부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해다. 사교육 특위 위촉식에서는 “과도한 선행 사교육은 학교수업 현장을 어렵게 하고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며 “실효적인 정책 제안과 동시에 이 문제의 뿌리인 학벌주의와 대입 경쟁체제를 완화하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얼마 전 한 학부모와의 진로진학 상담 중에 강남 학원가의 학생부 3년 관리 패키지 가격표가 4000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2028 대입에서 고교학점제 과목 선택이 매우 중요한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요소로 반영되다 보니 단회 학생부 컨설팅에 100만 원, 월 종합 컨설팅 150만 원이라는 시장 가격이 어느새 고착화 됐다. 아이의 진로학업 설계가 부모의 경제력으로 결정되는 사회, 이것은 더 이상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 불공정의 사회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의 핵심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법은 이미 학교 안에 있다. 사교육 경감의 가장 확실한 출발점은 공교육의 역할 회복이며, 그 중심에 전국의 모든 중·고에 배치된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있다. 진로진학상담교사 100% 배치 필요 지금 공교육의 현실은 참담하다. 전국 중·고교 중 10%에 달하는 580개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없다. 특히 강원, 전북, 전남의 경우에는 실 배치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한다, 1명의 교사가 일주일에 6개 학교를 순회하는 현실에서 최고의 학생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육부는 교원 정원 확보에 있어 행안부와 기재부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시·도교육청은 고교학점제의 여파로 진로교사보다는 국·영·수·사·과 교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모든 학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배치하라는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행 강제 조항이 없다 보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더해 고교의 ‘진로와 직업’ 과목 채택률은 38.8%로 중학교 8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진로진학상담교사가 학교 안에서 진로진학 교육을 총괄하라고 지침이 내려오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학생맞춤형통합지원, 담임, 체험학습, Wee센터 관리 등 진로진학과 관련 없는 업무에 치여 수업 연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주 8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학교의 모든 학생에게 1회 이상의 상담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공교육이 제 기능을 못 하는 틈을 사교육 컨설팅 시장이 파고든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진로진학상담교사의 전문성이 사교육만 못하지 않으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가 뒤집힌 주장이다. 교육청은 경력 있는 교과 교사 중 진로진학에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매우 높은 기준으로 선발한다. 대학원과 부전공 자격 연수 과정을 거쳐 정교사 자격을 취득한 교사들이다. 매년 수백 시간의 직무연수로 입시 변화와 학과 트렌드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각종 연수 및 연구회를 통해 지도 및 상담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수백 명의 학생을 3년간 학교 안에서 지켜본 현장 데이터와 전문성은 단 회 상담으로 만나는 사교육 컨설턴트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자산이다. 무엇보다 교사는 학생을 ‘고객’이 아닌 ‘제자’로 본다. 이 윤리적 토대가 성공적인 진로학업설계의 본질이다. 전문성 발휘할 환경 조성해야 문제는 제도에 있고, 해법 또한 제도에서 찾아야 한다. 첫째, 법에 명시된 모든 중·고교 진로진학상담교사 1인 이상 배치를 즉각 실행해야 한다. 둘째, 고교 ‘진로와 직업’ 과목을 필수 교과로 지정하고, 진로교사의 업무 범위를 진로수업·진로상담·진로학업설계로 법적으로 명확히 해 행정업무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셋째, 국가 진로진학 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이스의 방대한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반으로 AI 진로학업설계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전국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국가 차원에서 초개인화 진로이력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단절된 학생부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대학 입시에 매몰된 교육이 아닌 우리 아이의 꿈과 희망을 생애주기별로 탐색하고 맞춤형 진로학업설계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당부한다. 학교 진로진학 상담교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사교육 컨설팅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다. 학교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그 순간, 가계의 부담은 줄고 아이의 가능성은 넓어진다. 공교육 신뢰 강화는 구호가 아니라 학부모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진로진학 상담교사를 제자리에 세우는 일, 그것이 대한민국이 가장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사교육 경감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