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7,227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너무도 가벼운 교육부장관의 업무보고 교육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향후 교육개혁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공개했다가 교육부장관이 사퇴하는 미증유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말았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한 해 낮추는 학제개편과 관련해 사회적 양극화의 초기 원인이 교육격차이므로 취학연령을 1년 앞당겨 사회적 약자계층이 빨리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교육정책이 기본적으로 사회정책이라는 점, 그리고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공론화를 통한 숙의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교훈으로 남겼다. 학제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계와 교육기관 등에서 충분한 찬반논의와 논거 축적이 있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6년의 기간은 저학년과 고학년 아이들을 같은 단위로 교육하기에는 발달상태가 너무도 차이가 난다. 저학년은 보육개념과 교육개념이 같이 존재하고, 고학년은 보육보다는 교육이 중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1949년 최초 제정한 「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만 6세의 입학연령이 73년 동안 유지되어 이제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되어버렸다는 반성도 분명히 설득력이 있다. 1960년 1인당 국민소득이 채 100달러도 되지 않던 시절과 3만 5천 달러인 지금의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유치원 교육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던 그 시절과 만 5세 어린이의 94%가 유치원·어린이집에서 누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현재의 교육환경 간에는 상전벽해의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개혁위원회의 5.31 교육개혁안에서도 초등학교 입학연령의 탄력적 운영, 초·중등학교 통합운영, 9월 신학기제로의 전환 등을 통한 세계화 및 입직연령 단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학교급간 연계나 초·중등 통합운영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는 점도 감안되어야 한다. 학제개편은 제19대 대선공약으로도 등장했다. 핵심내용은 만 3세부터 유치원 2년, 초등 5년, 중·고등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 대학교 4년 또는 직장으로 이어지도록 학제를 바꾸자는 것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교육을 가능케 하고, 대학입시로 왜곡된 보통교육을 정상화해 사교육을 줄이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교육계와 학부모의 인식은 혼란을 회피하고자 하는 쪽이 여전히 우세하다. 유치원의 핵심 연령인 만 5세를 초등학교에서 흡수하게 되면 유치원과정은 어찌되는지, 새로이 설계되는 만 5세아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은 현재와 어떻게 달라지는지, 방과후 돌봄의 획기적 확충을 통해 학부모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는지 등 함께 고민해야 하는 환경적 변수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 5세 취학 의제는 유보통합과 함께 유아교육·초등교육을 담당하는 시·도교육청이 관할하는 교육과정에 관한 개혁방안임에도 전혀 협의가 없었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학제개편 논의의 본질 교육은 백년대계가 필요하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생애주기 인력정책을 담당하는 교육당국의 고심이 깊을 것이다. 특히 이번 학제개편정책은 지지여부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인 만큼 집행과정을 스마트하게 관리했어야 했다. 곧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를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하고, 치열한 논의를 거쳐 우리나라 현실과 미래에 적절한 대학입시제도와 교육과정 개편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했다. 이미 인구감소가 시작되었다. 우리와 같이 부존자원이 빈약한 경우 미래인재 육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교육의 보편적 기회를 보다 촘촘히 보장할 수 있는 대안마련은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필요조건이라는 점에서 다른 어떠한 정책보다 우선순위가 높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학제개편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강조했다. 취학연령 하향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추진했고, 영미권 중심의 다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러 장점을 갖춘 개혁방안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대부분 나라의 입학시기가 9월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2019년 기준 38개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27개국 초등학교 입학연령은 만 6세다. 만 5세부터 취학하는 국가는 영국·아일랜드·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 4개국뿐이다. 핀란드·스웨덴 등 7개국은 우리보다 한 살 늦은 7세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한국의 초등학교 입학연령이나 의무교육 시작연령이 다른 국가에 견줘 특별히 늦은 것은 아닌 셈이다. 특히 호주·아일랜드 등은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5세지만, 의무교육은 6세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나라마다 여건과 역사, 그리고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회적 양극화의 초기 원인으로 ‘교육격차’를 지목하며, 취학연령을 1년 앞당겨 사회적 약자 계층이 빨리 의무교육을 받음으로써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입학연령은 부모입장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서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제개편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검토됐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로 추진되지 않았다. 입직 연령을 앞당기기 위해 학제개편 논의가 오랜 기간 유지되어왔고, 인력이 사회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졸업 연령을 만 22세에서 만 21세로 앞당겨 이 문제를 해소하자는 논리도 충분히 논의할 만한 개혁방안이다. 의무교육 1년을 유치원에서 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지만, 유치원 반편성 문제·교사 처우 문제·순환근무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교육부가 K학년을 영국과 같이 초등학교에서 만 5세 교육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결국 과정관리의 미흡으로 중요한 개혁의제의 추진동력이 상실되게 된 것이다. 만 5세 취학 논란의 시사점 주지하는바와 같이 학제는 단순한 학년단계의 숫자 나열이 아니며, 초등학교 입학연령에 국한되는 주제가 아니다. 교육의 목적·내용·평가기준은 물론 학습자와 교사의 역할, 시설과 재정의 문제 등 교육시스템 전반을 포괄적으로 담은 것이다. 학제는 학습자의 발달단계·신체조건 변화에 따라 교육내용이 달라져야 하고, 유치원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교육내용이 중복되는 부분에 대한 가르마도 분명히 필요하다. 출산율 하락과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고령화도 학제개편을 필요로 한다. 학령인구의 절대적 감소는 학생수 변화에 따라 교육의 대응이 달라져야 하고, 전체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듦에 따라 노동의 양적감소를 보충할 노동의 질적 개선이 요구되므로 교육시스템 또한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의 학제가 산업화시대의 모형이라고 할 때,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제 교육철학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노동시장과 교육시장의 연계, 지역사회와 학교의 연계 강화, 우리 아이의 생애주기 개발 차원에서 인력수요에 대응하는 학제개편 방안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만 5세 취학을 포함한 학제개편에 대한 향후 논의는 열린 마음으로 충분한 공론화과정을 거쳐야 한다. 숙의과정이 더디고 소비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장점과 단점,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편익과 비용, 그리고 환경을 교육전문가와 교육행정 담당자는 물론 일반 국민과 학부모까지 충분히 소통하고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어야만 현장 착근이 가능할 수 있다. 의제의 타당성과 함께 주변 환경변수를 충분히 감안한 과정관리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담긴 보다 나은 학제로의 개편을 위한 생산적인 토론이 앞으로도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초등학교는 만 6세부터 만 11세의 아이들이 동일한 시간표에 따라 생활한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아이는 8시 40분~9시 등교, 40분 수업, 10분 쉬는 시간이라는 표준화된 학교생활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 초등학교 생활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운영되던 놀이중심 감각통합 수업방식과 다르다. 20명 전후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책상과 의자에 40분 동안 앉아 공부하는 것은 만 6세 아동들에게도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휴직하는 부모들이 많고, 아이의 학교적응을 최우선 과제로 두는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의 주된 원인으로 사교육비와 경력단절의 부담이 크다는 조사를 근거로 입학연령을 1년 낮추면 사교육과 돌봄문제가 해소되어 출생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지만, 교육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생각은 다르다. 조기 사교육 가능성은 왜 몰랐을까 초등학교 1학년은 오후 1시 전후에 하교한다. 유치원·어린이집이 오후 3시~5시 사이에 하교하는 점을 고려하면 학부모가 느끼는 돌봄 부담은 크다. 연간 수업일수도 초등은 약 190일인데 유치원·어린이집은 210일~240일이어서 학부모가 체감하는 돌봄 부담은 더 무겁다. 맞벌이 가정은 학교 안에 있는 초등돌봄교실과 지역의 돌봄기관을 이용하는데, 현재 돌봄기관은 신청자 전부를 수용하지 못해 추첨이나 선착순으로 일부만 수용할 수 있다. 돌봄에 탈락한 아이들은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하며 부모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일명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 충분한 돌봄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 5세 입학연령 하향은 맞벌이 학부모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현재 초등학교 아동들의 돌봄 수요도 충족하지 못하는 형편에서 만 5세 아동의 입학으로 늘어나는 돌봄 수요 학생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돌봄교실은 학교수업만큼 관리되고 있지 않다. 만 5세 아동이 수업을 마치고 돌봄교실로 가면 그저 아이들을 붙잡아두고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만 5세 입학은 사교육의 진입연령도 함께 낮추게 될 것이고, 이른 나이에 경쟁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학부모들은 우려한다. 2017년 조사된 영·유아 사교육비는 연간 3조 7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배를 뛰어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만 5세 아동의 초등입학은 더욱 가파른 사교육비 폭증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1. 실제로 지난 7월 29일 교육부의 입학연령 하향 발표에 발맞춰 스마트러닝 업체, 교육콘텐츠 제작 및 컨설팅 업체 등 교육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만 5세와 만 6세는 13~24개월의 차이가 난다 전교생이 같은 규격의 급식판과 의자를 사용하는 급식환경은 초1 학생들만을 위한 배려가 없다.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동일한 음식을 먹는 학교급식에 적응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힘든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유치가 빠지기 시작해 앞니가 없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깍두기나 단단한 과일을 못 씹어서 급식시간마다 매번 어려움을 겪는다. 교사는 아이가 알레르기 때문에 못 먹는 음식을 챙겨야 하고, 편식하는 아이들을 달래고 타일러야 한다. 만 5세 아동의 개인차는 만 6세보다 커서 급식시간이 지금보다 2배 더 소요될 것이다. 게다가 1월생과 12월생의 차이는 현격하다. 그래서 1·2월에 자녀를 출산하려고 임신을 계획하기도 한다. 그만큼 같은 출생연도 안에서도 신체적·정신적 발달에 차이가 있는데 만 5세를 만 6세와 같은 학급에서 생활하게 한다면, 13~24개월 차이로 인한 당연한 학습결과와 또래관계 형성의 차이를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여겨 자존감이 낮아지고, 학교활동에 소극적일 수 있다. 만 5세 아동과 만 6세가 함께 다니는 과도기도 문제지만, 그 이후 만 5세끼리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할 때도 문제는 여전하다. 1년 일찍 입학시키는 것은 학생으로 하여금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 있고, 자발성·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조기 한글교육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자교육은 일찍 시작할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사실은 뇌과학 및 소아정신과 연구로 밝혀졌다. 문법과 철자를 익히는 데 사용되는 좌뇌는 7세 이후에 본격적으로 발달한다. 그 전에 글자를 배우면 창의력·상상력을 키울 기회를 크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뇌는 7세 이후 퇴보하기 시작하므로 영·유아기 아이들은 읽기교육보다 감각을 자극하는 활동이 적절하다. 우뇌 발달시기를 놓치면 비언어적 의사소통능력은 물론 창의적·직관적인 문제해결능력이 충분히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독일 발도르프학교에서는 유아기에 문자교육과 같은 인지학습을 강요하면 아동의 신체발달을 해친다는 이유로 조기입학을 허용하지 않는다. 발달상 학습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학습을 시작하는 것은 ‘공부란 억지로 하는 것’이란 고정관념을 줄 수 있고, 아이들은 불안과 우울감, 자존감 하락 등 심리·정서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해외연구들에서도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문자교육을 하면 부작용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에서는 5~6세에 읽기를 시작한 아동이 7세에 시작한 아동보다 읽기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연구보고가 있었고, 미국에서는 조기교육을 경험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학습부진이 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핀란드·독일·영국·이스라엘 등 많은 교육 선진국들은 7~8세 이전 아이들의 문자교육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EBS 극한직업에서 취재한 초등 1학년 교사 아이들은 공간지각력 발달이 완성되지 않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학교 안에서 길을 헤맨다. 학교건물은 대부분 1970년대에 지어져 증축을 거치다 보니 구조가 복잡한 곳이 많다. 만 6세 아동들도 보건실과 방과후교실 위치를 찾기 힘들고, 친절하지 않은 학교구조에 적응하기 어렵다. 리모델링 없이 이대로 만 5세가 입학한다면 학교환경은 두려운 공간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교하는 일도 첩첩산중이다. 교사는 아이들의 방과후 스케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학교 후문으로 다니는 아이가 정문으로 나가게 되면 어떻게 집으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만 6세 아동에게도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을 익히는 것이 힘들다. 더군다나 아이들마다, 요일마다, 방과후 스케줄이 각양각색이다. 교사가 아이들을 하나하나 확인해서 후문으로 가는 아이들, 정문으로 가는 아이들, 방과후교실로 가는 아이들, 학원으로 가는 아이들, 지역아동센터로 가는 아이들, 돌봄교실로 가는 아이들 따로따로 구분해서 순차적으로 데려다주는 훈련이 거의 1년 내내 이뤄진다. 왜 초등 1학년 교사를 EBS 극한직업 프로그램에서 취재했는지 알만한 대목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원격수업으로 전환될 때마다 1학년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는 일로 학교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아이는 혼자 집에 갈 수 없는데 학부모님은 회사에 있거나 곧장 자녀를 데리러 오지 못해 난감했던 일이 많았다. 만 5세 아동이 입학한다면 난처한 상황들은 더 많이 벌어질 것이다. 초1 학생들 가운데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만 5세라면 분리불안을 더 많이 느낄 것이고, 복통·두통을 호소하며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를 달래야 하는 일이 자주 생길 것이다. 만 6세 아동 중에는 배변훈련이 안 된 아이들도 더러 있다. 교사는 여분 옷을 미리 교실에 준비해두어야 한다. 학생이 배변 실수를 하면 교사는 샤워기도 없는 화장실에서 서둘러 뒤처리를 한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부모에게 연락해야 한다. 교사가 자리를 비운 교실에서 나머지 아이들은 기다려야 한다. 만 5세 아동이 입학한다면 이런 상황이 빈번할 것이다. 만 5세가 입학하는 영국은 한 학급에 담당교사가 3명이고, 식사지도 및 운동장 안전지도를 하는 관리안전요원이 따로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만 5세 입학에 대한 교원 수를 고려하기는커녕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올해 1천여 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교원감축에 나섰다. 또한 입학연령 하향정책과 함께 발표된 첨단분야, 특히 반도체 관련 인력을 늘린다는 교육부 정책은 경제성장에 교육을 종속시키고, 학생을 민주시민으로 기른다는 교육 본연의 목표는 보이지 않는다. 만 5세 입학연령 하향은 학생을 산업시장에서 판매되고 거래되는 미래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시장만능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도출된 정책으로 읽혀진다. ‘교육청 패싱’으로 이뤄진 만 5세 입학연령 하향정책 단체생활의 교육효과와 아동발달단계를 고려할 때 만 5세가 적절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문제는 신중한 검토와 현장 조사, 공론화 없이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국가 책임제로 교육의 출발선부터 격차를 해소한다는 의도를 실현하려면 만 5세의 발달단계를 고려한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졌어야 했다. 만 3세~5세 누리과정에서 만 5세를 분리하여 유아학교로 운영하거나, 국·공립유치원 수가 부족하다면 초등학교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타진해볼 수 있었다. 또는 현재의 6-3-3-4 학제개편을 축소하고 그에 맞춰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문제도 함께 논의 선상에 올렸어야 했다. 물론 학생들이 대학 4년을 보내고 바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느라 학교에 적을 두고 오래 머무는 현실을 보면 학제개편은 다양한 영역의 사회문제와 보조를 맞추어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 발표를 두고 시·도교육감들은 ‘교육청 패싱’이라고 비판했지만, 교육의 최전선에서 만 5세를 마주할 일선의 교사들이야말로 철저히 무시되었다. 교육부는 과거에 비해 요즘 만 5세 아동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발달이 빨라져서 1학년에 입학해도 괜찮을 것이라 했지만, 이에 대해 실제 연구로 입증된 근거가 없다. 겉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체발달이나 학습능력은 향상되었을지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사회성·도덕성 발달이 학교에 다닐 만큼 준비가 되었는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조기입학생은 2011년 4,089명에서 점점 줄어 2021년 537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만 5세 아이들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거나, 학교적응이 어려웠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들을 추적 조사한 근거자료 없이 1년 일찍 보내 1년 일찍 졸업시키겠다는 정책에 한숨이 나온다. 더욱 염려되는 문제는 따로 있다. 2025년부터 입학하는 만 5세 아동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19년에 태어난 코로나 베이비들이다. 뇌 발달은 영·유아기에 급속도로 성장하여 생애 초기 경험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는 출생부터 3세까지 부모와 애착관계를 건강하게 맺고 안정적인 돌봄을 받아야 성장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고,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회복탄력성이 만들어진다. 2025년 만 5세가 되는 아이들은 생후 3년을 오롯이 코로나19 펜데믹과 함께 보냈다. 따라서 아이들이 인지적·심리적·정서적인 면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을지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아이들을 중심에 두지 않은 교육정책은 환영받을 수 없다.
교육부가 2025년 새로운 고교체제개편을 예고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시안을 마련한 뒤 오는 2024년 시범운영을 거쳐 이듬해 전면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29일 교육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외고 폐지 방침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느닷없는 폐지 방침 언급은 외고에 큰 충격을 줬다. 외고 교장단은 격한 어조의 성명을 발표하며 철회를 촉구했고, 학부모들 역시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데다 신뢰성마저 저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외국어고등학교 교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향근 안양외고 교장은 지난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새 정부에선 공정하고 상식적인 교육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금은 허탈감과 분노가 앞선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1984년 외고가 도입된 이래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또다시 폄훼와 폐지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한 서운함이 물씬 묻어났다. 교육부가 미래지향적 관점을 폐지 이유로 든것에 대해서는 “교육부엔 미래가 있느냐”는 말로 쏘아붙였다. 이 교장은 서명운동과 집회, 법적 대응 등 철회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월성 교육의 중요성과 교육정책의 신뢰성을 강조한 뒤, “교육을 제발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교육부가 외고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교육부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외고를 폐지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동안 전국의 외고들은 많은 노력을 통해 외국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리더를 키워냈고, 사회통합에 헌신적 기여를 해 왔다. 이 같은 교육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었는지 의문이다.” - 교육부는 외고가 미래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폐지하려 한다는 입장인데. “도대체 교육부가 생각하는 미래 사회에 무엇인가? 미래 사회에 적합한 교육은 무엇인가? 그리고 과연 교육부는 미래 사회에 적합한가? 미래교육을 말하려면 적어도 10년, 20년은 내다보고 교육의 방향을 잡은 뒤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우리 아이들을 한곳으로 몰아 당장 입맛에 맞는 교육만을 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미래지향적인 국가가 아니다. 교육은 포퓰리즘과 정치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더라도 교육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 학부모들은 외고 폐지가 정치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결정의 배경이 교육적 관점인지, 정치적 관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보장한 여러 권리와 의무에 책임을 다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기본적으로 이번 외고 폐지 정책은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 결정되었다면 더 큰 문제이다.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선거를 통해 선출된 사람들이 국민의 기본권리를 무시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공정과 상식,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교육의 다양성과 학생·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했던 대통령의 선거공약과 인수위원회의 공약은 다 어디로 갔는가.” -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 5세 입학처럼 외고 폐지 역시 공론화 과정이 생략된 채 일방적으로 발표됐는데. “집에서 가구를 하나 버릴 때도 가족들과 상의해서 버린다. 또한 학교현장에서 수학여행 장소를 변경하거나 진행 여부가 불가피하게 번복이 될 때도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과 협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 결정을 한다. 하물며 국가의 중요 정책을 발표하는데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이, 그것도 업무보고에서는 하지도 않고 기자들과의 사전 브리핑에서만 언급했다는 것은 평소 교육주체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교육의 비전과 전략,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소통하는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외고 폐지를 철회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지금은 중학교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때에 외고 폐지를 운운하며 학교 선택에 혼란을 주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 전국외고교장협의회와 학부모협의회가 철회를 요구하며 성명을 발표하고 거리로 나간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학생들의 교육선택권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다. 또 자유로운 고교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외고 폐지 철회 서명운동과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진행은 교육부의 결정을 지켜보며 대처해 나갈 것이다. 필요하다면 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할 각오다.” - 실제 외고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러다 폐지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고의 위기는 예전부터 계속되어왔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기회로 만들어 지금도 우리 교육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위기도 기회로 만들 것이다. 항상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하는 말이 있다. “믿고 맡겨 주신 만큼, 또 믿고 지원해 주신 만큼 신뢰와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좋은 선택은 좋은 결과를 낳게 합니다”라고 한다. 모든 외국어고등학교 교육공동체는 외고의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외고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모든 국민에게 심어줄 것이다. 경쟁력 있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세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첫째, 교육적인 측면에서 수월성 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학생·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보장했으면 한다. 사회계층의 편 가르기나 평등교육을 앞세워 잘하는 학교를 끌어내리는 정책은 교육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둘째,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정부·교육당국의 신뢰성이 제일 중요하다. 셋째, 교육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실패하는 예전의 전철을 밟기보다 교육의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교육을 혁신할 수 있도록 보다 더 많은 자율권과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 지금 많은 외고 가족들은 불안과 허탈, 분노의 감정을 감출 수 없다. 대통령께서 우리들의 진심을 이해하고 교육수요자와 교육주체들의 입장에서 (외고 폐지를) 재고해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핸드볼 공처럼 생긴 형형색색 드론이 하늘을 난다. 스카이킥이라 불리는 드론이 공간을 수놓는가 싶더니 10m쯤 떨어진 둥근 골대를 자유자재로 들락거린다. 여기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공업고등학교 드론실습실. 방학을 맞아 공동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인근 특성화고 학생 13여 명이 드론수업을 받고 있다. 제대로 된 드론수업을 학원에서 받으려면 수강료만 60~200만 원 가량이 들지만, 이곳에선 서울시교육청 지원으로 전액 무료다. 게다가 서울공고는 전국에 단 6개뿐인 드론비행장을 갖추고 있다. 교사들 역시 드론지도자(교관) 자격증을 취득, 직접 가르치고 있어 교육효과 또한 탁월하다. 학생들이 몰려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드론실습장에서 만난 박형모 교사는 “신기술 육성정책에 공을 들이는 서울시교육청과 이를 위한 학교장의 적극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전문적 역량을 갖춘 교사들이 삼위일체를 이룬 미래교육의 현장”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한국 직업교육 발상지 … 국내 최대 규모 특성화고로 우뚝 시대를 앞서가는 서울공고는 지난 1899년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칙령에 의해 관립 상공학교로 설립됐다. 올해로 12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직업교육의 발상지이다. 명성에 걸맞게 지난 2016년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지정된 데 이어 2019년부터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연구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개설된 학과만 12개. 공업고등학교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나노시대의 초정밀부품을 생산하는 전문기술인을 양성하는 정밀기계과, 자동차·건설기계·수입자동차 정비 분야 베스트 인재를 기르는 자동차과, 바이오기술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바이오공학과, 사출금형분야 현장 실무능력을 갖추는 신소재금형과 등이 있다. 또 천재 테슬라를 꿈꾸는 전기전자과, 텍스타일 디자인분야 전문가를 기르는 섬유디자인과, 플랜트산업의 혁신적 메이커 산업설비과, 미래 녹색산업을 이끄는 신재생에너지과, 21세기 그래픽 융합시대를 선도하는 그래픽아트과 등도 주목받는다. 이와 더불어 자동제어 전문가를 양성하는 스마트자동차과, 건설·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토목건축과, 세라믹 재료를 이용한 도자제품 전문가를 양성하는 세라믹아트과도 서울공고를 이끄는 주역들이다. 미래기술교육센터 운영, 스마트팩토리 등 신산업 인재 양성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첨단 신산업 분야 인재양성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서울공고는 올해부터 미래기술교육센터를 중심으로 특화된 교육에 더욱 힘을 쏟는다. 최첨단 기자재를 갖춘 미래기술교육센터(이하 센터)는 미래로 가는 서울공고의 전진기지나 다름없다. 이곳에서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및 드론 등에 특화된 교육이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진행된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스마트팩토리·lot 자동화·AI 자율주행·3D프린팅 메이어교육 등 모두 4개. 스마트팩토리는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생산공정에서 최종판매까지 네트워크와 lot·AI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생산효율을 최대화하는 생산공정시스템을 의미한다. 기업 생산현장 변화에 맞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이해하고 체득하는데 교육의 중점을 두고 있다. lot 자동화과정은 사물인터넷에 대한 기본개념을 학습하고 나아가 자동화시스템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힌다. PCL 언어 등 기술을 활용, 간단한 자동화시스템 프로그래밍 정도는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AI 자율주행 과정은 4차 산업에 활용되는 인공지능·기계학습·딥러닝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 수집처리 등 정보처리능력을 갖추도록 한다. 3D 프린팅메이커 과정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품을 출력하고 메이커기기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능력을 기른다. 서울공고는 또 산학일체형도제학교로 지정돼 있다. 일반 도제학교와 달리 학교 단일형으로 운영돼 학생들이 이리저리 실습장을 옮겨 다닐 필요가 없다. 이 학교와 계약을 맺고 도제학교에 참여한 기업만 10여 곳이 넘는다. 학생들은 전원 취업이다. 공무원·공기업·강소기업에 수백 명 취업 … 동문기업 후원도 큰 힘 학교 측의 전폭적인 뒷받침과 최적의 교육여건은 높은 취업률로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 서울공고 학생들의 기능사 자격증 취득률은 95% 이상이다. 3개 이상 취득한 학생도 많다. 방과후학교와 전공 동아리반 운영을 통한 적극적인 지원과 방학이나 휴일도 반납한 채 학생들에게 매달린 교사들의 열정이 원동력이 됐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은 올해 서울시기능경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발군의 역량을 발휘했다. 서울공고는 또 취업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명성이 높다. 지난 2021년의 취업실적은 놀라운 수준이다. 먼저 공무원 임용만 37명이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경기도지방공무원에 대거 합격한 것을 비롯 한국철도공사·서울교통공사·한국전력기술·한국전기안전공사·국가철도공단·서울성동구도시관리공단 등 공기업에 13명이 합격했다. 이뿐 아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클라쎄오토·만트럭버스코리아·더클라스효성 등 대기업과 강소기업에 무려 170명이 합격했다. 취업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100% 취업하는 놀라운 실적이다. 교사·학생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낸 값진 성과다. 특히 취업반 운영을 통한 맞춤형 방과후 교육활동 등 서울공고만의 노하우가 담긴 교육과정이 밑거름이 됐다. 대표적으로 취업특성화부에서는 약 90개 업체와 MOU를 체결하고 217개의 취업처를 발굴, 학생과 기업체 간 연계 관리에 정성을 쏟았다. 최창수 취업부장은 “올 한해만 100개 기업을 찾아다니며 학생들의 취업처를 발굴했다”고 말했다. 교사들 헌신, 학교 측 지원 밑거름 … 기술강국 선도하는 학교 높은 취업률은 또 기업에 대한 철저한 직무분석으로 맞춤형 인재를 길러낸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예컨대 A라는 회사가 요구하는 직무가 있다면 무려 100시간 동안 완벽하게 교육해 취업시켰다. 학교교육과 회사업무와의 미스매칭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기업체의 만족도가 높아 매년 서울공고생을 찾는다고 한다. 특히 7만여 명에 육박하는 동문들의 지원도 큰 힘이다. 동문기업들은 앞다퉈 서울공고생들을 데려간다는 게 학교 측의 귀띔이다. 또 이 학교 인성상담부는 학생과 학부모 포함 644회의 개별상담을 실시했고, 글로벌진로부는 3,0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장직업체험·직무실무체험·현장견학을 실시하는 등 헌신적으로 뒷받침한다. 직업교육 분야에서만 20년이 넘도록 활동한 이조복 교장. 그는 말보다 실천을 중시하는 교육자다.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면 주저 없이 행동에 옮긴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기보다 일단 부딪히면서 노하우를 축적, 최선의 교육을 하자는 게 이 교장의 소신이다. 그는 교사들에게 “한번 해 봅시다”란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다. 이조복 교장, “성장 동력 원천은 특성화고 … 선취업후진학 적극 지원을” 그는 새교육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 성장 동력의 원천은 직업교육”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 교장은 “우수한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특성화고 교육이 제자리를 잡을 때 기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진학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전공과 직업의 매칭률은 30%에 불과한 것이 우리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낸 뒤 “일찌감치 진로를 설정하고 이후 직무와 관계된 학업을 이어가는 선취업후진학 제도가 뿌리를 내리도록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이지만 비지땀을 흘리며 꿈을 향해 달려가는 서울공고. 빛나는 전통을 이어 미래를 열어가는 그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까마중이 익어가고 있다. 푸른 잎 사이에서 작은 꽃들이 꽃잎을 날렵하게 뒤로 제치며 노란 꽃술을 내밀고 있고, 한쪽에서는 열매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 벌써 따 먹고 싶을 만큼 검게 익은 열매들도 많다. 어린 시절 좀 산다는 집도 세끼 밥 외에는 아이들에게 간식거리를 줄 형편이 아니었다. 방학 때는 점심을 따로 준비하지 않는 집들이 많았다. 요즘 아이들이 먹는 피자나 치킨 같은 것은 구경조차 못 했다. 어쩌다 어머니가 감자·고구마·옥수수를 쪄주면 허겁지겁 먹었다. 그 시절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먹을거리 중 하나가 까마중이었다. 집 뒤안이나 밭가에 흔했던 까마중은 한여름 까만 열매를 달고 있었고, 그런대로 달콤한 것이 먹을 만했다. 어릴 적 우리 동네에서는 ‘먹때왈’이라고 불렀다. 산딸기를 ‘때왈’이라고 했는데, 먹때왈은 검은 딸기라는 뜻인 것 같다. 익은 것을 다 따먹어도 며칠 후면 다시 까만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봄에는 아카시아꽃과 삘기(여러해살이풀인 띠의 어린 꽃이삭이 밖으로 나오기 전에 연한 상태인 것)를 따먹었다. 언덕이나 밭가에 많은 삘기를 까서 먹으면 향긋하고 달짝지근했다. 삘기는 쇠면 먹지 못하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잠깐이었다. 뽕나무밭에 들어가 오디(뽕나무 열매)를 따먹기도 했다. 그러나 뽕밭 주인에게 들키면 혼났기 때문에 항상 주위를 경계하면서 따먹어야 했다. 여름에 산에 가면 산딸기가 지천으로 있었다. 우리 집 남매들은 여름에 밭에서 일하다 쉴 때 모두 산으로 들어가 산딸기를 따 먹었다. 우리 밭 옆에는 제법 우거진 산이 있었고, 오솔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여름 내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산딸기밭이 있었다. 황석영의 단편 아우를 위하여에서 어린 시절 추억의 먹을거리인 까마중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서울 영등포의 먼지 나는 공장 뒷길을 배경으로 한 단편인데도 까마중이 나왔다. 너, 영등포의 먼지 나는 공장 뒷길들이 생각나니. 생각날 거야, 너두 그 학교를 다녔으니까. 아침마다 군복이나 물 빠진 푸른 작업복 상의를 걸친 아저씨들이 한쪽 손에 반찬 국물의 얼룩이 밴 도시락 보자기를 들고 공장 담 아래를 줄이어 밀려가곤 했지. 우리 아버지두 그 틈에 있었을 거야. 참, 그땔 생각하면 제일 먼저 까마중 열매가 떠오른다. 폭격에 부서져 철길 옆에 넘어진 기차 화통의 은밀한 구석에 잡초가 물풀처럼 총총히 얽혀서 자라구 있었잖아. 그 틈에서 우리는 곧잘 까마중을 찾아내곤 했었다. 먼지를 닥지닥지 쓰고 열린 까마중 열매가 제법 달콤한 맛으로 유혹해서는 한 시간씩이나 지각하게 만들었다. 작가도 어린 시절 까마중을 따 먹은 추억이 있는 모양이다. 아우를 위하여는 군에 입대한 아우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한다. 화자는 편지에서 19년 전 자신이 열한 살 때 교실에서 벌어진 일을 회상하고 있다. 수복된 지 수년이 지나 ‘나’는 피난지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온다. 그 반 담임 메뚜기 선생은 늘 교실을 비우는 등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 와중에 이영래라는 학생이 전학을 와서 반을 장악하고 횡포를 부린다. 요즘 말로 하면 영래는 ‘일진’이다. 그런데 사범학교 졸업반 여자 교생은 영래의 횡포를 눈치 채고 “한 사람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면 여럿이서 고쳐줘야 해요. 그냥 모른 체하면 모두 다 함께 나쁜 사람들입니다”라고 은근히 학생들을 책망한다. 영래 패거리는 교생을 미워하면서 수업 중에 교생을 모욕하는 쪽지를 돌리지만, 나는 이를 거부하고 반 아이들과 합세해 그들을 제압하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우리들이 학교 다닐 때 남학생 교실에서 힘센 아이가 교실을 장악하고 횡포를 부리는 일은 흔했다. 그런 흔한 이야기로 독재가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현실을 풍자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까지 제시한 작가의 역량이 놀랍고도 부럽다. 짧은 단편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아우를 위하여를 읽으면 자연스럽게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떠오른다. 문제 많은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에 젊은 교사가 부임해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이 유사하다. 그러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병태는 엄석대에게 저항하다 굴복해 엄석대 왕국에서 권력의 단맛을 즐기지만, 아우를 위하여 주인공은 굴복하는 과정 없이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 영래 패거리를 제압하는 점이 다르다. 승려의 머리를 닮은 까만 열매, 까마중 까마중은 가지과 식물로, 까맣게 익은 열매가 승려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까마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이나 집 주변, 밭·개울가, 아파트 화단 등 사람이 사는 곳 주변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시골은 물론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전 세계의 온대와 열대에 널리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벼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이 20∼90cm로 자라고, 가지가 옆으로 많이 퍼져 전체적으로 둥근 형태를 이룬다. 꽃은 5~10월 마디와 마디 사이에서 3~8송이씩 하얗게 핀다. 탱글탱글한 검은 열매는 흑진주처럼 생겨 예쁘다. 7월쯤부터 검고 둥글게 익는데, 단맛이 나지만 약간 독성이 있으니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풀 전체를 캐서 말린 것을 ‘용규’라고 하여 감기·만성기관지염·신장염·고혈압·황달·종기·암 등에 처방한다. 까마중과 비슷한 미국까마중도 있다. 꽃이 2~5개 정도로 적게 달리고 꽃이 연한 자주색으로 피고, 열매에 광택이 있는 것이 다르다. 미국까마중은 이름처럼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미국까마중만 아니라 감자·가지·토마토·배풍등 등도 까마중과 같은 속(Solanum)인 것이 놀랍다. 어릴 때는 까마중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다. 동네 애들이 보이는 대로 따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동네 외진 곳에 있는 까마중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따 먹곤 했다. 먹다 보면 입과 손 주변에 검은 얼룩이 생기곤 했다. 그런데 요즘엔 도심 공터나 화단에도 까마중이 잡초처럼 흔하지만 따먹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매연 등에 찌들어 먹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 고향집에 갔을 때 딸들에게 그 맛을 알려주려고 까마중을 따서 먹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한 번 입에 넣더니 인상을 찡그리고 다시는 먹으려 하지 않았다. 나도 다시 먹어보니 밍밍한 것이 예전 맛은 아니었다. 내 입맛도 변해버린 모양이다.
보고, 듣고, 느끼고, 만지고, 만들고, 온몸으로 공예를 경험하는 공간이 탄생했다. 일상을 여미던 보자기, 환생을 염원하는 연꽃 방석, 소중한 물건을 담던 화각함에서, 길상의 마음을 담아 색동으로 지어 입힌 까치두루마기까지. 흩어지고 숨어있던 전국의 작품 2만여 점이 모셔진 곳. 낡은 유물함의 봉인이 해제되고 그들이 살아낸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 ‘서울공예박물관’이다. 시간과 공간을 엮는 플랫폼, 공예박물관 박물관 자리는 예로부터 안동별궁이라 칭해지며 왕가의 저택과 왕실의 혼례공간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이곳은 세종이, 아들 영응대군을 위해 집을 짓고, 성종이 월산대군에게 하사하였으며, 1910년에는 환관들의 주거공간으로 사용되는 등 부침을 거듭하였다. 이후 1944년 개교한 풍문여고가 70년 역사를 뒤로하고 자곡동으로 이전을 결정하면서 이곳의 쓸모에 대한 치열한 논쟁은 점차 박물관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다. 안국역 인근은 경복궁과 더불어 인사동 북촌 등에 인접해 있어 다양한 전통문화의 허브로 기능할 수 있는 곳이고, 가까운 종로일대는 조선시대에 수공예품을 만들어 관에 납품하던 ‘경공장’들이 즐비했었기에 역사적 가치 또한 엄연한 곳이다. 박물관 건립을 고민하던 서울시는 이곳 풍문여고 자리가 박물관의 정체성에 매우 적합하다 판단하였다. 5년간의 공사 끝에 2021년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박물관이자 시간과 공간을 엮는 플랫폼 ‘서울공예박물관’이 탄생한 것이다. 당신이 이곳의 주인입니다. 서울공예박물관에는 문과 담장이 없다. 안국동 대로 건너편에서 바라보기에도 입구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안국역 1번 출구 또는 감고당 길에서도 입장이 가능한 이곳은 담이 없는 까닭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산책이 가능하며, 시민들의 들고남이 자유롭다. 골목길의 폐쇄성을 순화하여 시야를 확보하고 진입장벽을 없애 공예박물관이 갖는 도시재생의 의미를 배가시켰다. 마치 ‘당신이 이곳의 주인이랍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관람객의 동선을 통제하지 않는 자유로움에도 불구하고 작품 훼손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다. 이와 같은 결정은 시민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자리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물관은 풍문여고의 기존 5개동에 안내동과 한옥공간을 포함 총 7개 동에 이르는 모든 건물이 400년 된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사전가직물관·아트리움·본관·교육관·동관·관리동 등 각기 다른 형태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마당 안에 들어서면 스툴 하나가 45kg에 달하는 이강효 작가의 ‘휴식, 사유, 소통의 분청의자’ 세트가 먼저 눈에 띈다. 아직은 수줍은 어린나무 아래 무심한 듯 놓인 분청들은 감상품이자 실용품이다. “작품을 두려워하지 말고 시민들이 앉아 쉬면서 감상해 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을 아이들은 아는가 보다. 시키지 않는데 누구라도 관람 후 이곳에 앉아본다. 창작의욕에 불 지피는 체험활동 가능한 어린이 공예마을 학생들과 함께 체험활동이 가능한 교육동은 외벽을 테라코타의 띠줄로 마감한 원통형 건물로, 2·3층에는 어린이 ‘공예마을’이 있다. 2층에서는 철물·그릇·가구 공방체험이, 3층에서는 옷과 모두(모든 것이라는 뜻) 공방체험이 이루어진다. 특히 우리 교육현장 여건상 부족한 노작활동이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여 이곳에 들어서는 아이들은 작은 작품부터 예술성 가득 담긴 작품까지 무엇이든 완성해 낸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보호자나 선생님과 함께(12세 이하) 입장해야 활동이 가능하다. 공예체험은 만드는 과정도 물론이거니와 안전하게 활동하며 공예도구를 제자리에 정리하는 습관,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려하는 마음, 도구와 작품을 소중히 다루는 태도까지 함께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교육동 옥상의 전망대에서는 안국동·종로·송현동과 그 뒤를 두르는 인왕산·안산, 덕성여고 뒤 북악산·북한산까지 두루 둘러볼 수 있다. 한평생 공예와 살고 지고 이제 박물관 관람의 본편을 시작해 보자. 박물관 상설전시의 2개 콘셉트는 역사와 직물이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광석·흙·나무·전복껍질 등이 장인의 손에서 금속공예와 도자기·나전칠기로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과 더불어 독창성과 예술미, 치열한 장인정신이 만나 쌓아 올린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장인들은 어린 시절 도제를 거쳐 한평생을 공예와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양자를 들이거나 제자를 자식으로 받아들여 업을 잇기도 하였다. 목공·도자·농기구에서 신발·갓에 이르기까지, 국중 연회에서 서민제사까지 그들의 손길이 안 미치는 곳이 없었다. 3동 3층의 상설전시는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이다. 보자기는 삼국시대 육가야 시조설화에 등장한 홍폭(紅幅)에서 지금까지 무려 1,700여 년 이상 활약하였다. 보자기·포대기·보자 등의 이름으로 전국팔도 궁중과 귀족·평민 등 그 일상적 활약이 팔방미인이었다. 보자기는 청·홍·오색의 다양한 색상과 예술성에, 조형적 배치와 독보적인 컬러감으로 두루두루 일상을 감싸 안았다. 그러나 지금은 쇼핑백과 캐리어에 밀려 거의 소멸에 이르러 있다. 최근 나이키 제품 중 신발의 뒤축과 안쪽, 밑창에 귀여운 원앙 캐릭터가 프린트 되어 있는 제품이 출시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깜찍하게도 운동화를 감싸고 있는 속지가 한국의 청·홍색 보자기와 같은 모습이었다. 자긍심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드는 대목이었다. 보따리 할배가 모은 자수, 꽃이 피다 서울공예박물관에는 평생 ‘보따리 할배’라 불리던 어떤 이의 일생이 담겨 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쟁에 참전, 공훈 화랑무공훈장도 받았다. 이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며 도자기를 보러 다니다 보자기와 자수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남들이 내팽개친 것도 내 눈에는 참 예쁘게 보였다”니 일상에서 예술을 보는 심미안을 타고났을지 모른다. 그는해외로 반출되는 우리 것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이후 자수는 물론 자수를 싼 보자기에 주목하기 시작해 치과의사인 아내와 함께 40년 수집가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의 이름은 ‘보따리 할배’라 불리우는 허동화 선생. 구운몽 병풍 하나를 구하는 데는 10년 동안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이렇게 쌓여간 그들의 수집활동은 보자기와 흉배·꽃신·수저집에서 방석과 꽃버선 등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그의 소장품 5,129점은 서울시에 기증되어 2021년 서울공예박물관 직물관이 탄생하였다. ‘자수, 꽃이 피다’는 상설전시관 2층의 콘셉트다. ‘~이 피다’, ‘~을 감싸다’와 같은 표현에서는 언어의 우아함이 배어난다. 모국어 사용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따뜻함과 배려가 묻어나는 문장이다. 이곳에서는 화려한 색실과 솜씨의 향연이 펼쳐진다. ‘자황색·담자색·치자색·흑록색·추향색·옥색·소색’ 색깔 못지않게 이름이 어여쁘다. 이제 치자로 물을 들여 염색하지 않으니 치자색이라 이름하지 않고, 가을 분위기는 추향이라 표현하지 않는다. 물건과 풍습이 사라지니 언어도 사라져 간다. 색색가지 수실의 아름다움과 이름은 여기 남겨진 이곳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조선여인의 여문 손끝으로 만들어낸 색색가지 작품들에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린아이가 입었을 법한 두루마기, 색동 자투리 천의 소매가 어찌나 앙증맞고 예쁜지 관람 학생들의 수다가 한창이다. 섣달그믐에 아이들에게 입혀 ‘까치두루마기’란 이름을 갖게 되었단다. ‘우주 삼라만상이 가진 아름다운 색으로, 길하고 상서로운 기를 받고, 장수와 영화를 기원하며’ 아기들에게 지어 입혔다 하니 그 마음만으로도 아기는 무병장수하리라. 과거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의 문, 아이들의 미래를 꿈꾸게 하다. 전시3동 4층의 ‘보이는 수장고’와 ‘보존 과학실’은 학생들에게 미래의 직업 중 하나를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보이는 수장고에는 자수품·보자기 같은 작품들과 이름을 대면 알만한 1세대 패션 디자이너들의 의상작품 6,000여 점이 보관되어 있다. 보존과학실은 손상된 작품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거나 보존 처리작업을 수행하는 곳이다. 창 너머로 학예연구사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을 돌아보는 시간은 감동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공예박물관은 민속박물관임에도 옛것에 침잠하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있다. 일단 아날로그적 정서를 진심에 담아낸 뛰어난 솜씨의 큐레이팅은 박수를 보내고 싶을 만큼 탁월하다. 자수코너에서는 자수의 본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고, 수를 놓는 순서는 어린 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설명해 놓았다. 곳곳에 자리한 디지털 미디어 교육자료와 함께 전시해설·유물탐색·동선을 안내하는 스마트기기인 ‘크래프트 아이’는 사뭇 미래적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체험코너와 음성안내 기기는 재미있고, 교육적이며, 편리하게 꾸며져 있어 전시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리면서도 관람자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다. 역사와 전통을 배우고, 조상들이 아로새긴 미감을 체험하며, 우리 것을 바탕으로 세계와 미래를 꿈꾸게 할 수 있는 곳, 소녀들의 웃음소리 가득하던 교문이 사라진 자리는,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로 누구나 무시로 넘나드는 시간여행의 문이 되었다.
한글의 최전선, 지구촌 한글학교 스토리 (저자 박인기, 푸른사상 펴냄, 384쪽, 3만2,000원)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한글학교 교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국어교육학자인 박인기 경인교대 교수와 재외동포재단 전문위원 김봉섭 박사가 25명 한글학교 교장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낯선 곳에서 오직 한국문화를 전파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임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명화를 시로 읽다 (저자 천보숙, 출판사 마음시회 펴냄, 140쪽, 1만5,000원) 현직 초등교장이자 시인인 저자가 북송시대 소동파의 ‘화중유시, 시중유화’의 현실판을 그려냈다. 그는 한 학급에서 학생들이 명화 감상 후 시를 짓는, 융합교육 현장을 목격하고서 곧바로 ‘명화시’를 착안해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쌓아올린 작품 중 몇 편은 시전문지 마음시에서 특집으로 발표돼 호평을 받았다.
그림책 놀이수업으로 부리는 마법 (저자 김혜림, 율도국 펴냄, 248쪽, 1만5,000원) 학생에게 책을 어떻게 친숙하게 접근하게 할까 고민하던 현직 교사가 그림책을 통한 독서교육으로 효과를 거둔 비결을 공개한다. 주제에 맞는 책 선정부터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노하우·체험 등을 전달하고 있다. 교사나 학부모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독서지도안 35개와 놀이활동 140개가 수록됐다.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당신에게 (저자 이국향, 북랩 펴냄, 260쪽, 1만5.000원) 약 26년 동안 선생님으로 살다 박사학위를 받고 심리운동·해결중심접근법 전문가로 변신한 저자가 학교 안팎에서의 행복한 생활을 위한 지침을 알려준다. 그는 교사가 일상 중 일어나는 사건에서 문제점과 단점에 집중하는 대신, 보다 건강한 면에 초점을 맞추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효녀의 대명사 ‘심청이’를 가수 화사는 ‘멍청이’라고 노래했다. 나도 동의한다. 젖동냥을 하며 키운 사랑스러운 딸이 없는데, 눈을 뜬들 아버지가 행복했을까? 딸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채, 아버지를 위해 희생한 ‘심청이’는 효녀가 아닌 ‘멍청이’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심청이는 전형적인 ‘부모화된 아이(parental children)’이다. 부모와 자녀의 역할이 뒤바뀌어 아이가 부모를 걱정하고, 보살피며, 정서적 위로를 하는 상태인 ‘부모화(parentification)’는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경우,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아 자녀에게 의지할 때, 자녀 중 착한 아이에게, 특히 어머니와 딸 사이에서 흔히 일어난다. 부모화가 진행된 아이들은 착하디착하다. ‘심청이’처럼 희생적이다. 자기의 욕구·감정을 먼저 드러내기보다는 친구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배려한다. 친구에게 힘든 일이라도 생기면 본인이 더 걱정을 하며 해결책을 마련하느라 고민한다.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어른스러워서 어리광피우거나 툴툴거리는 일도 별로 없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집안일도 곧잘 돕는다. 학교에서도 별문제 일으키지 않는다. 공손하고, 예의바르며, 공감능력도 뛰어나서 오히려 교사들을 더 이해하거나, 위로하며, 시키지 않아도 돕는 일이 많아 ‘○○이 너무 괜찮지 않아’라는 칭찬을 독차지한다. ‘엄친아·엄친딸’같은 이 아이들은 행복할까? 아니다. 불안·우울·분노·서러움·외로움·죄책감 등 복잡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상대방이 불편해 할까봐 혹은 나를 떠날까봐 내색하지 않을 뿐이다. 부모화가 너무 어렸을 때부터 진행된 경우에는 자신이 왜 이렇게 심리적으로 힘든지 그 이유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일 년에 서너 차례 ‘심청이’같은 아이를 만난다. 한참을 이야기하다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착한 아이’와 ‘효녀’라는 프레임을 걷어내면 어린 심청이가 선원을 따라 배에 오를 때,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지, 그 작은 아이가 감당해야 했던 심리적 부담감이 보인다. 부모화된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 마음속으로 들어가면, 왜 자신의 욕구를 누르며 살게 되었는지, 어른스런 모습이 어떤 방식으로 강화·유지되었는지 구구절절한 스토리가 나온다. 이번 호에서는 ‘부모화’는 왜 생기며, 지나칠 경우 어떤 마음의 병이 자리 잡게 되는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살펴본다. 자녀에게 의지하는 부모, 부모를 보살피는 자녀 ‘네 아빠(엄마) 때문에 우리 가족이 이렇게 고생하잖아’, ‘안 그래도 힘든데 너까지 왜 그래’,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하는 짓은 꼭 제 엄마(아빠) 닮아가지고’, ‘요즘 돈도 없는데, 왜 이리 돈 들어 갈일이 많은지’, ‘어휴, 친구들은 놀러간다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속상해 죽겠네’ 등 부모는 자녀에게 다양한 하소연을 한다. 물론 부모가 자녀에게 하소연할 수도 있다. 짜증이나 화를 낼 수도 있다. 문제는 한두 번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아이에게 거리낌 없이 할 때이다. 부모의 하소연을 습관적으로 듣고 자란 아이는 부모화가 되기 쉽다. ‘돈을 벌수도, 아빠(엄마)를 바꿀 수도 없는’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슬퍼하는 부모를 위로하고, 자기만이라도 착한 아이가 되어 사랑하는 부모님을 속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애쓰기 시작한다. 말도 잘 듣고, 반찬투정도 안하고, 무엇을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으며, 눈치껏 집안일도 돕는다. 반복되는 부모의 하소연이 듣기 싫을 때도 있고, 때로는 응석 부리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대부분 포기한 채 살아간다. 엄마는 나보다 더 힘들고, 내가 투정부리면 엄마는 더 힘들어질 테니까, 자기감정을 숨기고 괜찮은 척 속으로 삭히며 부모 마음을 보살핀다. “아이고, 내 새끼, 너밖에 없구나”라는 칭찬을 들으며, 아이는 자신의 역할을 공고히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무의식’ 중에 일어나고, 자녀가 부모를 보살피는 것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게다가 착한 아이·효도·배려·희생 등은 칭찬받을 수 있는 덕목이라서 부모가 먼저 깨닫고 놔주지 않는 한, 아이 스스로 그 역할을 거부하지 못한다. 그건 착한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화는 오랜 기간 서서히 스며들어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 되며, 부모화가 높은 아이일수록 효·책임감·도덕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부모화’의 문제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 부모화의 문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에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자녀가 부모를 보살피는 것은 사이좋은 부모자녀 관계로 보이며, 말을 잘 듣고 효도하는 아이는 걱정의 대상이 아니라 부러움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화된 아이는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를 겪으며 어른답지 못하게 성장한다. 자기감정·생각·욕구를 표현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감정·생각·욕구를 듣고 감싸주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은 삶의 중심이 내가 아닌 타인을 향하게 된다. 나의 희생으로 상대방이 기뻐하면 나도 기쁘고, 여전히 슬퍼하면 ‘내가 뭘 더 해야 할지’, ‘나 때문에 더 속상한 것은 아닌지’ 불안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점점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며 매달리게 되고, 상대방이 그 마음을 몰라주면 서운하고, 외롭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상대방의 반응이 삶의 전부가 된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독립적이지 못하고 의존적이다. 정작 어른답게 살아야 할 시기에는 어른다울 수 없는 셈이다. 또한 건강한 또래관계·대인관계를 맺기도 어렵다. 하라는 대로 하면 되고, 잘 챙겨주면 되는 일방적 관계인 선·후배와는 달리 서로 싸우고 화해하는 감정소통을 통해 친밀해지는 쌍방향의 또래관계는 어색하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깊고 친밀한 관계를 맺기 어려워 함께 웃고 떠들지만, 외로울 때가 많다. 점점 소외감이 들고,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친구들에게 서운하고, 이렇게 살고 있는 자신이 서러워진다. 그럴수록 더 눈치를 살피며 노력하지만, 관계개선이 되지 않으면 스스로 관계를 정리한다. 내가 없어도 친구들은 잘 지내니까, 그냥 나만 빠져주면 되는 거니까, 그럼 나도 친구들도 모두 편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더 큰 문제는 마음이 힘들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절박한 상태에 놓여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느라 내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속으로 삭히다가 깊은 우울감과 자해·자살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한다. 걱정을 끼치느니 문제의 원인인 자신을 징벌하고(자해), 없애는(자살)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엄마가 힘든 건 모두 저 때문이에요. 혼자서 저 먹여 살리느라 새벽까지 일하시는데…, 제가 공부도 잘하고, 취업도 잘해서 엄마를 보살펴드려야 하는데…, 전 잘하는 게 없어요. 전 왜 이 모양일까요. 차라리 제가 없다면 좀 더 편하게 사실 수 있지 않을까요? 엄마도 나도 둘 다….” “엄마도 네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걸 알고 계셔?” “아뇨. 아시면 속상하실 거예요. 그러잖아도 힘드신데, 저까지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요.” “아이고, 엄마는 까맣게 모르실 거야. 엄마의 하소연이 너를 이렇게 힘들게 한다는 것을. 이런 네 마음을 아는 순간 정말 깜짝 놀라실 거야. 아마도 엄마는 의지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네가 괜찮은 척하면서 다 품어주고, 알아서 잘 자라주니까 그저 그냥 하소연을 하신 걸 텐데…. 네 말대로 힘드니까. 선생님이 엄마를 한 번 만나 봐도 되겠니?” 부모화된 아이들은 ‘나 때문에’ 상대방이 힘들어 하면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것은 낮은 자존감과 자기경멸로 이어진다. 삶의 중심인 엄마(아빠)를 힘들게 하는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을 버리는 것, 즉 ‘희생’이 상대방을 위한 ‘사랑’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희생’은 상대방에게 온전한 기쁨이 되지 못한다. 심청이가 자신을 희생해서 아버지 눈을 뜨게 해주겠다는 행동이,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부모화된 아이를 돕는 방법 _ 부모와 상담하기 그렇다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의 하소연을 듣지 말고 거부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상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모든 부모는 자녀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자녀를 희생시켜 부모가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부모화가 진행된 가정 역시 자신의 행동이 자녀를 힘들게 할지 몰랐을 뿐이다. 따라서 가족상담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를 정립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가족상담이 어렵다면, 부모상담이라도 이뤄져야 한다. 부모에게 정확하게 상황을 알리고, 성숙한 부모의 역할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와 이야기를 해보니,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라고요. 엄마를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엄마가 힘든 것도 알고, 기특하더라고요. 그런데 부모님 걱정을 너무 많이 해요. 아마 어머님께서 무심코 하시는 넋두리를 듣고는 힘들게 사는 부모님이 불쌍하고, 걱정거리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데, 능력이 없는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자기만이라도 걱정을 안 끼쳐야겠다는 생각에 고민이 있어도 말도 안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어머님, 자녀와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좋고, 부모의 힘든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모와 아이의 경계가 허물어질 정도 자주 감정을 모두 털어놓으면, 부모의 감정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되거든요. 결국 부모는 아이에게 힘들다고 호소하고, 아이는 부모걱정을 하는 거죠. 마치 본인이 부모님을 키우는 것처럼 말이에요. 부모 마음 똑같잖아요. 아이들 잘 되는 거. 이 녀석이 집안 걱정은 부모님께 맡기고, 본인의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하려면 부모님께서 도와주셔야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심코 하던 하소연은 자녀가 아닌 친구에게 하시거나 스스로 해결하시고, ○○이와는 ○○이 이야기를 해보세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 나중에 뭐가 되고 싶은지,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부모가 도와 줄 것은 무엇인지…. 삶의 중심을 자기 자신으로 되돌리는 일은 부모님이 가장 잘 해주실 수 있어요. 내 새끼잖아요.” 부모상담을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부모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지 모른다’는 점과 ‘부모 역시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자녀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부모들은 담임교사와 자녀이야기를 할 때, 마치 ‘자식 키운 성적표’를 받는 기분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부모에게 문제를 지적하며 충고하듯 말하는 것은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다. 학생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을 전달하면서, 부모와 자녀가 건강하게 분리될 때 아이는 아이답게 성장하고, 부모는 부모답게 행동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젊은 담임교사가 부모상담을 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가족상담을 권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이랑 직접 대화하는 것도 좋지만, 가족상담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금쪽 상담소’ 프로그램을 봐도 전문가가 문제점을 찾아서 솔루션을 알려주고, 그대로 실천하면 문제가 좀 더 쉽게 해결되곤 하잖아요.” 부모화된 아이를 돕는 방법 _ 학생과 상담하기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화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데 오래 걸린다. 상담과정에서 ‘자식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책임감을 공고히 할 뿐, 인정하려 하지 않거나 불편감에 상담을 거부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의 행동이 부모님을 사랑하고, 타고난 공감능력과 이타적 성향 때문에 일어난 일이며, 부모님을 돌보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함께 돌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부모님 걱정을 하고, 걱정을 안 끼쳐드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쁜 건 아니야.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지. 문제는 ‘나도 함께 돌봐야 한다’는 거야. 지금 네 삶 속에 너는 없잖아. 너는 너의 삶을 걱정하고 준비해야지. 네가 너를 돌보지 않아서 엉망이 되어버리면, 오히려 부모님의 걱정이 더해지지 않겠니?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내 삶을 야무지게 준비하고, 잘 사는 거야. 부모님을 걱정하는 마음도 필요하지만, 나를 챙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단다.” 마음의 건강지표에서 ‘~답게’는 중요하다. 아이는 아이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선생님은 선생님답게. 이런 ‘답게’가 바로 서야 우리는 우리가 속한 사회·문화적 틀 속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안정감을 토대로 아이는 자신의 감정·생각·욕구를 내보일 용기를 갖는다. 혹시 학급에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런 모습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부모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부모로부터 돌봄 받기보다는 부모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손이 안 가는 아이’라고 손을 안 내밀면 그 아이는 스스로 돌보는 능력을 잃어버린 채, 어른답지 않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성(性) 사안이 발생하면 조사기관에서 변호사의 참여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몇 번 교사의 성폭력 사안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학교현장 분위기는 마음이 조여들 정도로 무거웠다. 성이라는 은밀한 영역의 문제를 밝히는데 피해자·가해자·조사자 모두 마음이 어둡고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장시간의 조사를 끝내고 나면, 성폭력 사안조사에 대한 심적 거부감이 생겨날 정도였다. 반면 이에 대한 학교 밖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언론보도라도 된다면 전국에서 걸려 오는 전화로 며칠 동안 기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교사에 대한 비난이 학교와 교육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의 어떠한 항변도 효과가 없다. 오히려 항변으로 인해 비난이 더해지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최근에도 교사와 제자 간 성관계를 둘러싸고 큰 논란이 있었다. “교사가 제자와 어찌 그럴 수 있느냐?”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교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호에서는 이따금 발생하는 교사와 제자 간 성 사안의 법적문제는 무엇이며, 형사법원은 이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교사의 추행행위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추행은 보통 은연중에 발생한다. 예컨대 교육·지도행위 중에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하거나, 상담 중 학생을 격려·위로하며 신체접촉을 하거나, 학생과 환담하면서 엉덩이를 치거나, 포옹하거나, 손깍지를 끼는 식이다. 그래서 추행행위가 바로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학생이 이를 추행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당황하여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지나가는 것이다. 학생들은 당시 들었던 불쾌한 감정을 주변 친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서 그 경험을 공유하게 되고, 이후 성폭력 교육·상담 등을 통해 당시 행위가 추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누적되면서 비로소 그간 행위들에 대해 조사와 수사가 이뤄지게 된다. 교사 입장에서는 이전에 학생들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아주 오랫동안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만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특별히 아동·청소년이 성년이 된 날부터 진행하고, 13세 미만이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성범죄의 경우에는 아예 공소시효가 없다. 폭행·협박 등의 수단 없이 은연중 이뤄진 신체접촉도 강제추행죄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일관되게 ‘강제추행죄에는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되며, 이 경우 폭행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필요로 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의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大小强弱)을 불문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폭행·협박 등의 수단 없이 이뤄진 신체접촉도 그 자체가 폭행이자 추행이 되어 강제추행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법원 2012도8767 판결은 ‘교사가 여중생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면서 비비는 행위나 여중생의 귀를 쓸어 만지는 행위’에 대해 강제추행죄를 인정했다. 나아가 대법원 2013도5856판결에 의하면, 강제추행죄에서 행위자에게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학생을 성적인 대상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와 같은 교사의 주관적인 사정은 강제추행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 고려사항이 되지 못한다. 미성년자의 동의하에 이뤄진 간음·추행 각 개인에게는 성관계 여부와 성관계 대상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 이른바 ‘성적 자기결정권(性的 自己決定權)’이 있다. 그러므로 성적 행위에서 상대방의 동의 여부는 위법과 적법을 나누는 일반적인 기준이 되고, 상대방의 동의 없는 성관계는 성범죄가 된다. 오늘날 이러한 성적 자기결정권은 부부 사이에도 인정되고 있다. 대법원 2012도14788, 2012전도252(병합) 전원합의체 판결은 ‘남편이 아내에게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간음하면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너무 어리거나 행사하더라도 불완전하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세계 거의 모든 나라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너무 어리다고 보는 나이, 즉 외부의 성적 행위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나이를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만 13세 미만의 자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간음·추행이 금지된다. 만 13세 미만의 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성적발육을 도모하기 위해서이다. ● 만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행위 그렇다면 만 13세 이상의 자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만 13세라고 해봤자 중학교 1학년생 내지 2학년생이다. 아직 정신적·육체적으로 미성숙하고 성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이 정립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성년자는 성인의 ‘그루밍 성범죄(피해자와 친분을 쌓은 뒤 피해자의 심리를 지배해 성적 가해를 하는 것)’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외부의 성적 행위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나이를 만 13세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러다가 ‘N번방 사건’, ‘박사방 사건’ 등 미성년자 성 착취물 제작·유포사건이 터지면서 마침내 만 16세 미만의 자에 대한 성인의 간음 또는 추행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이 이뤄졌다. 이로써 개정 법률이 시행된 2020년 5월 19일부터는 성인이 만 16세 미만의 자와 간음·추행행위를 하면 만 16세 미만의 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미성년자 의제강간으로 처벌된다. ● 만 16세 이상의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행위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만 16세 이상인 경우를 살펴본다. 만 16세 이상부터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 성적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동의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성인의 성적 행위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해당하는 만 18세 미만의 자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능력을 따지고 있다. 대법원 2013도7787 판결은 ‘아동은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아니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상당히 부족한경우가 있을 수 있다’라고 판시하며 이러한 경우에는 ‘아동이 성인의 성적 요구에 특별한 저항 없이 응하였다거나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느끼지 아니한 사정이 있더라도 아동이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하였다. 특히 교사나 친족과 같이 아동과 특별히 신뢰관계에 있는 자가 그 신뢰관계를 이용하여 아동의 성적 결정 또는 동의를 이끌어 낸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본다(대법원 2020.8.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따라서 보호관계에 있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교사가 보호관계를 이용하여 학생과의 성행위에 이르렀다면 이는 성인의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로 보아 다음과 같이 「아동복지법」 위반(성적 학대행위)으로 처벌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성적 학대행위’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행위로서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적폭력 또는 가혹행위를 의미하고, 이는 성폭행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성적 행위도 그것이 성적 도의관념에 어긋나고 아동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의 형성 등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면 이에 포함된다(대법원 2017.6.15. 선고 2017도3448 판결 등).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행위자 및 피해아동의 의사·성별·연령, 피해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행위자와 피해아동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그 행위가 피해아동의 인격발달과 정신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대법원 2015.7.9. 선고 2013도7787 판결, 대법원 2017.6.15. 선고 2017도3448 판결 등). 그리고 설령 행위자의 성적 요구에 피해아동이 현실적으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느끼지 아니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마치며 만 18세 미만의 아동은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아니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고, 자신을 보호할 능력도 상당히 미약하다. 그리고 교원과 학생 사이에는 보호관계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보호관계가 왜곡되어 성적관계로 변질되는 것에 불법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교원에게는 교육자로서 직책을 맡아 수행하는 데 손색이 없는 인품이 요구된다. 교원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수많은 학생과 그 학생들을 맡긴 학부모 모두의 신뢰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퇴직예정 교원에게 관행적으로 전별금을 준 학교의 교원들이 징계위기에 몰렸다는 뉴스가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2016년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에 대한 인식은 높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상황에 있어서는 적용과 해석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2022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개정사항을 비롯해 「청탁금지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금품 등의 수수 금지(「청탁금지법」 제8조) • 직무관련성·기부·후원·증여 등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수수 금지 • 직무관련성이 있더라도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사유(제8조 제3항 제1~8호) 1)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나 파견 공직자 또는 상급 공직자 등이 하위 공직자에게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품 등 2)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 목적 가액범위 • 음식물: 3만 원 • 경조사비: 축의금·조의금 5만 원/ 화환·조화 10만 원 ※ 축·조의금과 화환·조화를 함께 받은 경우, 합산하여 10만 원 이내 • 선물(선물 범위에 상품권 등 유가증권 제외): 5만 원, 농수산물 또는 농수산가공품(농수산물을 주된 원료로 50% 넘게 사용) 선물은 10만 원 ※ 코로나19로 수요 감소된 농수산물 판매 지원 목적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명절기간에 한정해 선물 가액범위 2배 허용(2022.1.5. 개정) - 설날·추석 전 24일부터 설날·추석 후 5일까지(그 기간 중에 우편 등을 통해 발송하여 그 기간 후에 수수한 경우에는 그 수수한 날까지) 기간에는 농수산물 또는 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을 20만 원까지로 허용 3) 채무 이행 등 정당한 권원(증여 제외)에 의해 제공되는 금품 등 4) 공직자 등의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등 5) 상조회·동호인회·동창회·향우회·친목회·종교단체·사회단체 등이 정한 기준에 따라 제공하는 금품. 장기적·지속적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재난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 6)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의 금품 등 7)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하기 위한 기념품 또는 홍보용품 등이나 경연·추첨을 통하여 받는 보상 또는 상품 등 8)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 비실명 대리신고제·구조금 제도 도입(2022.6.8. 개정) 1) 비실명 대리신고제: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해 대리신고 가능 2) 구조금 제도: 육체적·정신적 치료 등에 소요된 비용, 전직·파견근무 등으로 소요된 이사비용, 신고 등을 이유로 한 쟁송절차에 소요된 비용, 불이익조치 기간의 임금 손실액, 그 밖의 중대한 경제적 손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지급 가능 청탁금지 QA Q. 퇴직하는 동료선생님에게 같은 학년 선생님과 일정 금액 돈을 모아 전별금을 드리는 것이 「청탁금지법」에 위반되지 않나요? A. 동료직원들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퇴직예정 동료에게 1회 100만 원 이내의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것은 허용됩니다(동료직원들이 상호합의 하에 갹출하는 경우에도 1회 100만 원 이내여야 함). 다만 공공기관 내 하급자가 퇴직예정 상급자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경우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원칙적으로 금품 등 제공이 금지되나,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목적으로 제공하는 3만 원 이내의 음식물, 5만 원 이내의 선물은 허용됩니다. 만일 금품의 제공자 중 상·하급자, 동료직원이 섞여 있을 경우 각각의 직무관련성을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Q. 같은 학교 교원들로 구성된 친목회(교장도 소속 회원)에서 퇴직하는 교장선생님한테 선물을 드려도 되나요? A. 공직자 등과 관련된 직원상조회·동호인회·동창회·향우회·친목회·종교단체·사회단체 등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이라면 허용됩니다. 직원상조회 등 모임이 ① 장기적인 고유한 목적을 가지고 구성원의 변경과 관계없이 존속할 것 ② 내부적 의사결정기관과 대외적 집행기관인 대표자가 존재할 것 ③ 정관·규약·회칙 등과 같은 내부규정이나 기준이 존재할 것 ④ 단체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제공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해당 제공 금품 등이 구성원들 전체가 참여하는 회비 등으로 구성되어야 하고, 단체 구성원 일부의 후원으로만 이루어진 경우가 아닐 것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제5호의 단체는 구성원과 별개로 독자적 존재로서의 조직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Q. 같은 학교 교사가 부친상을 치른 뒤, 학교 교원들 대상으로 답례품을 나눠준 경우에도 「청탁금지법」에 위반되나요? A. 부친상을 위로해준 교원에 대한 답례로 일률적으로 답례품을 제공하는 것은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8호의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에 해당되므로 허용됩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에 따라 위반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무총리상을 받은 황선희 서울동의초 교사는 ‘SIGNAL 프로그램으로 영어 CORE 역량 강화’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갑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수업해야 했고, 문제의식을 느꼈다. 황 교사는 "의사소통능력 향상을 기본 목표로 하는 영어 교과에서 의미 있는 상호작용 및 피드백이 결여된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생들은 점차 영어 교과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영어 격차를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미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의사소통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수업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힘(공동체 역량)과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습관과 의지(자기관리 역량)를 키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SIGNAL’의 의미는 세 가지로 정의했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로서의 SIGNAL, 학습모형으로서의 SIGNAL, 수업전략으로서의 SIGNAL이다. 수업전략으로서의 SIGNAL은 노래와 이야기(SongStory), 상호작용(Interaction), 문화수업(Global Culture), 에듀테크(Neo-tools), 성공 경험(Achievement), 자기주도학습(Leatn by yourself)을 뜻한다. 황 교사는 "에듀테크 전략을 활용했을 때 학생들의 변화가 특히 눈에 띄었다"고 했다. "줌이나 AI 펭톡, 페들렛 등 학생 중심 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수업했어요. 영어 수업에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었는데, 의욕을 갖고 참여하더라고요. 관심 분야를 건들인 거죠. 나중에는 영어에 두각을 드러내는 걸 보고 연구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영어도 언어라는 점에 주목해 가정과의 연계도 중요시했다. 학생 스스로 5~10분 정도면 해결할 수 있는 작은 과제를 냈고, 학생들은 성취감을 경험했다. 황 교사는 "코로나19의 어려움이 더 나은 수업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만들어줬다"고 전했다. "늘 비슷한 수업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어요.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방법을 고민하다가 연구 소재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코로나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영어 수업 모델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동안 영어교육에 관심을 두고 준비했던 것들이 이번 연구에 녹아들어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 제가 생각났다고 하더라고요. 일회용품을 사용하면서 마음에 불편함을 느낀 거예요. 누구든 쓰지만, 불편한 마음을 가졌다는 게 중요해요. 일회용품을 쓰면서 불편해하고, 쓰지 않으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것, 생태 감수성이 높아졌다는 의미 아닐까요?" 제66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서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은 이연희 경기 하탑초 교사는 아이들과 나눴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웃었다. 이 교사가 출품한 ‘톡(TAP)! 톡(TAP)! ECO-TAP 프로그램을 통한 초록별 시민의 생태 소양 함양’은 5학년 과학 교육과정을 생태환경 문제에 초점을 맞춰 재구성한 프로그램이다.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탐구해 친환경 생활을 실천할 역량을 길러주는 게 목적이다. 생태 소양은 인간이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과 함께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갖춰야 할 생태적 지식과 생태적 감수성, 생태 중심적 실천이다. 이 교사는 "ECO-TAP 프로그램으로 학생의 과학적 참여 역량이 성장하도록 톡! 톡! 건드려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전 세계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환경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데 집중했다. 국가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환경파괴를 멈출 수 없고, 개개인이 다 함께 실천해야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교사는 "지속 가능한 생태환경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면서 "수업 연구를 하면서 가장 집중한 부분도 ‘실용성’"이라고 말했다. "배우는 것 따로, 삶이 따로일 수는 없어요. 배움을 일상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코로나19와 환경 문제의 연관성을 알아보고, 갯벌에 사는 생물들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면서 생물 보존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하는 식이다. 학교 근처 탄천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도 곁들였다. 이 교사는 "기대했던 것보다 학생들의 관심이 커서 놀랐다"면서 "도시인지, 농어촌인지 학교 환경 실태를 충분히 분석해 적용했던 게 주효했다"고 귀띔했다. "연구대회 출품은 올해로 다섯 번째예요. 처음 상을 받은 것도 과학 부문이었어요. 연구 과정은 힘들었지만, 몰입할 수 있어서 보람 있었습니다. 수업했던 아이들, 함께 연구했던 동료 선생님들,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교장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1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중3과 고2 학생들의 주요 과목 학력이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낮았다. 교육양극화의 심화는 물론이다. 지난 10년간 사실상 방치된 학력 교육계 밖에서는 학력 저하의 주된 이유로 코로나19를 든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달리 본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력 붕괴’가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0년간 14개 시도교육청을 오로지한 진보교육감들의 학력 등한시 정책이 빚은 결과라는 것이다. 이들은 학력 신장이라는 교육의 기본 책무보다는 민주·인권·노동·마을공동체 등 가치 편향의 실천 교육을 강조해 왔다. 동조하는 일부 교원노조들은 기초학력진단과 학업성취도 평가를 ‘한 줄 세우기식 일제고사’라고 폄훼하며, 교육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정상적인 평가 마저 거의 폐기토록 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이명박 정부 때 전국 모든 학생이 치르는 전수방식이었다가 박근혜 정부 때 초등학생이 제외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180도 달라졌다. 중3과 고2 학생 가운데 극소수인 3%만 표본으로 뽑아 평가한 것이다. 반대와 걱정이 컸고 예상대로 결과는 나빴다. 현장 교사들은 학생들의 문해력과 셈법 등 기초학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한 지 오래다. 학부모 역시 ‘창의와 학생 중심 교육’을 내세운 혁신학교 프로그램에 크게 불신을 갖고 있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근조 혁신학교’라고 적힌 조화를 보내고, 반대 집회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졌다. 10년 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도 기초학력 저하는 최대 화두였고, 후보들마다 기초학력 보장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존 진보교육감 지역에서조차 학력 신장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컸다. 학원 레벨 테스트에 기대지 않게 학력은 한번 처지면 따라잡기가 어렵다. 초등학교 때 한 번 놓친 기초학력은 중·고등학교 때 학업 자체에 흥미를 잃게 한다. 자기효능감마저 떨어뜨린다.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가정형편이 나은 학생들은 과외 등 다른 방법으로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 학생들과 농산어촌 소외지역 학생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진보교육감들과 교원노조 일각에서 외치는 교육 평등이 되레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정 수준의 학업성취도는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갈 기본 소양의 밑거름이 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사회·정서적 발달 역량을 정확히 진단하고, 맞춤형 지원을 위한 관리지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 표집 대상을 극소수로 한정하거나 원하는 학교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 기존 평가 대상을 단계적으로 대폭 확대하고, 일정 단계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초·중등교육법과 관련 법령에 정한 국가와 교육청의 핵심적인 교육책무다. 아울러, 학교와 교사가 수업과 정당한 평가를 능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교육 여건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학부모들이 ‘학교에서는 자녀의 학업 수준을 알 길이 없어 학원에서 레벨테트스를 받는다‘는 자조적 말을 뼈저리게 새겨야 한다.
기자, 경찰, 교사가 함께 식사하면 누가 밥값을 계산할까? 세 사람은 서로 간 이해관계가 있는 사이라고 가정하면 보다 쉽게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경우 과거에는 경찰, 기자, 교사 순으로 계산을 했다고 한다. 사제관계의 뉴노멀 사실, 계산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막아서 못했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자녀나 자신의 스승에게 식사비용을 계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었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따라 이제는 교사가 학생의 요구사항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요즘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같은 표현을 어렵지 않게 사용한다. 뉴노멀 시대, 교사와 학생 간 관계는 이렇듯 격의 없이 서로에게 친근감을 표시한다. 과거 세대와는 사뭇 다른 학교 분위기다. 뉴노멀이라는 단어는 2007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오랜 경제 침체 기간에 만들어진 경제 용어다. 이 단어는 미국의 벤처 투자가 로저 맥나미(R.McNamee)가 ‘저소득, 저수익률, 고위험’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기준을 제시하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이어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교육 영역까지 침투해 우리에게 다양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시대 흐름에 따라 학교 현장의 주목할 만한 변화 현상을 찾아 이에 대응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뉴노멀 시대 학교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교실 중심의 대면접촉 방식이 비대면 방식으로 많이 옮겨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학교 교실 내에서 직접 대면하며 교육하는 방식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대면으로 교류하지 않고 언택트로 교육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이번 기회에 성공적으로 정착된 비대면 방식의 교육 방법을 사장시키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키켜야 한다. 특히, 직업계고는 뉴노멀 시대를 맞아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 확산, 학령인구의 폭발적인 감소 등 외부 환경이 특히 위협적이다. 직업계고에서는 위기를 타개하고 학생의 성공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경제 신성장동력인 AI 중심의 디지털 산업 분야로 교명과 전공학과 명칭까지 바꾸며 총력을 쏟고 있다. 인터넷에 기반한 디지털 문화에 친숙한 세대의 니즈에 맞춘 교육과정 변화도 감지된다. 시대 흐름 맞춰 변화해야 ‘선취업·후진학’이라는 마이스터고의 교육 이념을 추구하면서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발전을 도모하려는 교육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2008년 도입된 마이스터고는 선진 직업교육을 모태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도 대등한 경력이 쌓이면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루트를 제공했다. 여기에 일본의 5년제 고등 전문기술학교의 교육과정을 접목한다면 직업계고 학생의 성공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학생이 원하지 않는 학교는 존재 가치가 없다. 뉴노멀 시대 교육 현장에 나타난 주목할 만한 트렌드를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자세야말로 책임 있는 교육자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전교총이 1일 현장 교사들과의 소통을 위한 ‘청년위원회 발대식’을 가졌다. 이날 발대식에서 최하철 대전교총 회장은 “청년위원회 구성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던 만큼 앞으로 청년위원회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청년위원회가 현장 교사들과 소통하고, 젊은 교사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소통의 가교가 돼 줄 것을 요청한다”며 “대전교총도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위원장으로 추대된 김해 남선초 교사는 “젊은 선생님들의 의견도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현장에서 선생님들의 눈과 귀, 입이 돼서 교총에 요청하고 싶은 것들을 잘 모아 회장단과 사무국에 전달하겠다”며 “꼭 필요한 것들을 추려 선생님들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발대식에는 최하철 회장과 김도진 한국교총 부회장, 서용식 부회장, 강호정 부회장 등 임원진과 김해 청년위원회위원장(남선초), 권대웅 교육정책분과위원장(봉명초), 정영석 조직홍보분과위원장(기성초) 등 14명이 참석했다. 김해 위원장의 임기는 2024년 12월까지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세종교총(회장 남윤제)은 지난달 30일 장영실고에서 교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시 교원 드론 축구단(FC 세종 플라이)을 창단했다. 교원 드론 축구단에는 세종교총의 ‘40+ 중추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교원 드론 동아리(세종에듀플라이)의 교사 11명이 선수로 참여했다. 교원 드론 동아리는 그동안 드론 통합교육 플랫폼 구축을 위해 교원 드론 직무연수(15시간)와 무료로 찾아가는 학생 드론 캠프를 운영해 왔다. 초대 단장은 조찬우 장기초 교감이 맡았다. 세종교총과 대한드론축구협회, 한국영상대학은 축구단의 조기 정착과 안정적 운영을 위해 지원에 나선다. 축구단 출범까지 관심을 갖고 지원에 앞장선 남윤제 세종교총 회장은 창단식에서 “세종 선생님들이 미래 산업인 드론 체험을 하고 드론을 교육에 활용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조찬우 단장은 “축구단은 앞으로 꾸준한 연수를 통해 다양한 대회에서 경험을 쌓고 소속 학교에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특성화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운영 계획을 밝혔다. 김태복 한국영상대학 교수는 “한국영상대학 드론 축구팀과의 정기적인 교류와 전문적인 드론 교육 지원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FC 세종 플라이 드론 축구단은 학생 지도를 위한 유소년 축구팀 창설도 추진할 계획으로 이미 7명의 교사가 드론 축구 지도자·심판 자격증도 취득했다.
“한 남자 중학교에서 학생이 교단에 드러누워 수업 중인 교사를 밀착 촬영하는 동영상이 충격이다. 사진만 본다면 교실은 한마디로 개판 오 분 전이다. 조롱과 욕설, 흉기에 이르기까지 일부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도를 넘어섰다. 누가 교실을 이렇게 만들었나. 교실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와 교육 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1대 후반기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교권보호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교권보호를 이번 정기국회 여야의 중점 추진 공동과제로 선정하자”고 제안했다. 또 지난 국민의힘 교육위원 연찬회에서 교권보호를 정기국회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에는 동료의원들과 함께 교사 생활지도권 강화를 위한 ‘초중등교육법’과 ‘교원지위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교원에게 법령에 따른 생활지도권 부여 △교권보호위원회 처분에 따른 교권침해 이력의 학생부 기록 △교권침해 학생과 피해교원의 분리조치 등이 골자다.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지금이라도 당장 여야, 진보와 보수 가리지 말고 정치권과 사회, 교육당국,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교권보호와 선량한 다수 학생을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법안을 준비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얼마나 체감했나. “언론보도를 통해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로부터 모욕과 폭행을 당해도 제대로 지도·감독하지 못하는 현실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왔다. 단지 교권 추락 외에도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문제이기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후반기 상임위를 외통위에서 교육위로 옮기게 되면서 바로 법안 발의에 나섰다. 한 설문조사에서 일주일에 학생의 문제행동을 얼마나 접하냐는 질문에 61%가 5번이라고 답했는데, 하루 한 번은 겪는다는 뜻이다. 가장 많은 것은 떠들거나 소음을 만드는 행동이었고 욕설을 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는 답변도 22%가 넘었는데 이 정도면 학교 현장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법 개정을 통해 가장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점은. “학교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선생님은 학생들을 아껴주고 학생들은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르는 좋은 전통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학습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고 수업 방해나 폭력적인 행위들이 추방돼야 한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학습 분위기를 해치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지도·조치가 가능해져 선생님들의 권리를 지킴과 동시에 학생들의 권리도 지켜져서 안정적인 학습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내용이 빠진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계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교권침해는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법안에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심사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일선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참고해 구체적인 시행령과 지침들을 만들어 나가야겠지만 아이들이니까 실수할 수 있고, 반성하고 깨우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아주 심각하지 않은 것은 유예 기회를 주는 등 아이들의 입장도 고려한 생활지도 방침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제도 개선과 함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존중과 존경의 문화가 정착돼야 하고 이는 일선 교육당국과 선생님, 학부모, 학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이번 법안을 계기로 어려서부터 자기 결정과 행위에 대한 책임의식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타인을 괴롭히거나 피해를 입히면 자신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민주적 시민으로서 건강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다고 믿는다.” -21대 국회 후반기 교육위원회 간사를 맡게 됐다. 소감 부탁드린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법안과 정책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어떤 상임위보다도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 교육위만큼은 이념과 진영, 정치 현안으로부터 벗어나 미래지향적 논의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육을 보는 여야의 가치와 철학은 다르겠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서로 입장이 다르더라도 최대한 공통분모나 교집합을 만들어 공존의 영역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지금까지 교육위 활동을 하며 느낀 점은. “여타 상임위도 마찬가지겠지만 여야의 대결과 충돌이 많았고 전반기 때도 정치적인 사안을 놓고 대립하느라 오히려 교육의 본질적 측면이나 교육을 위한 과제 추진이 약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또 그동안 정치 대립이 격화되면서 교육 현장이 정치화된 부분도 있다고 본다.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정치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순수한 교육적 측면으로 채워놓는 작업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교육 상임위 활동은 처음인데, 평소 교육철학이 궁금하다.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많은 사회’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교육의 공정과 기회균등이 보장돼야 한다. 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자식 교육기회의 격차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경제·사회적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바로잡아야 한다. 공교육이 그런 기회균등의 출발점이 되도록 교육제도와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교육에서만큼은 이념과 진영의 관점이 극복돼 공존하는 정치를 실현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 모두 공정, 자유, 탈정치의 원칙과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 -국정감사가 다가오고 있다. 주목해서 보고 싶은 교육이슈가 있나. “교권침해 및 학교폭력 뿐만 아니라 기초학력 향상방안, 유보통합 등 국정과제 안착방안 마련, 고교학점제와 공정한 대입제도, 교육재정의 효율적 분배 등을 통해 더 좋은 교육환경을 모색해 보겠다. 국가교육위 출범에 따른 교육부 역할의 재정립, 교육계에 산적한 교육과제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논의와 실효적 운영방안도 고민하겠다.” -교육부가 만 5세 초등입학을 사실상 철회한 이후 돌봄시간 연장 등 ‘초등 전일제 학교’가 새롭게 떠올라 교육계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장에서의 순응도가 낮으면 추진하기 어렵다. 그래서 교육정책은 논리와 당위도 중요하지만, 학교 현장상황의 정확한 이해와 정책 대상집단의 순응과 불응 요인을 파악해 신중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2018년 대법원은 ‘자율형사립고 행정처분 직권취소처분 취소청구 사건’을 판결하면서 ‘국가(또는 교육청)에 의한 기존 교육제도의 변경은 교육당사자 및 국민의 정당한 신뢰와 이익을 보호하는 전제에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절차적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이는 자사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좋은 시사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당 간사로서 교육 난제를 풀어갈 해법은. “특별한 전략보다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핵심이다. 서로 관계가 없는 두 사안을 놓고 A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B를 놓고 발목을 잡는 방식이 정치 전략으로는 유효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국민과 국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면서 우리 당뿐만 아니라 민주당과도 상의해서 정치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국가적으로 꼭 해야 할 부분을 찾아 힘을 합치겠다. 현재 교육위원회에만 500개가 넘는 법안이 밀려있다. 무쟁점 법안들은 최대한 빨리 처리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끝으로 현장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교육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에만 모든 열정을 기울일 수 있도록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회 문은 열려있으니 학교 현장의 문제를 고칠 수 있는 좋은 의견과 정책개선 방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제안과 조언을 부탁드린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이태규 의원 △한국항공대 △연세대 행정대학원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대통령실 연설기록비서관 △제20대 국회의원 △국민의당 사무총장 △국민정책연구원 원장 △제21대 국회의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 △(현)국회교육위원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