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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너의 꿈에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섶다리는 원래 강 이쪽 사람과 저쪽 사람이 각각 다리를 세워오다가 강 중간에서 만나게 되는데, 당연히 그때가 가장 힘들다. 상대방의 방향과 속도를 헤아려 서로를 맞춰가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정지의 순간도 갖고, 또 어떤 순간에는 제 속력을 잠시 늦추기도 할 때, 적을 형제로 만들 수 있다. 그 속에 이해와 공감은 기본일 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신은 그러한 섶다리의 사랑이 아닐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파견교사로 근무하게 된 올해 ‘찾아가는 고교방문 진로‧진학설명회’로 이미 많은 학교를 방문했다. 하루 간격으로 철원, 완도, 상주, 부산을 차례로 오가기도 했다. 700명이 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고3 전체 학생을 모았지만 10명이 되지 않는 때도 있었다. 학교의 모습이 제각각인 만큼 학생들이 내보이는 진로의 무늬도 저마다 놓인 환경과 성장의 속도에 따라 다양했다.

 

불안감 속 스스로 꿈 키우는 아이들

여러 말들이 오가지만 1시간 동안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성공방식’을 따르지 말자는 것이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고등학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안감 속에 진정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그리고 자신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지 않고 진로‧진학 계획을 세우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진로‧진학설명회라고는 하지만 어떤 명쾌한 입시전략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용기와 위로를 주고 싶다. 자신의 호흡과 속도를 믿고 현재의 시점에서 본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배움을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상이 정해놓은 유명 대학 진학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전국 각지를 돌며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지 못하고 유망직종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불안해하는 학생들도 봤다. 반면 성적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신만의 분명한 계획을 세워놓은 학생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장기 복무하는 기술부사관이 되고자 전문대학의 특수건설기계과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 보건교사의 꿈을 안고 교직 이수가 가능한 전문대 간호학과를 준비하는 학생, 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지향하는 자기 안의 욕망을 발견하고 지난해 처음으로 국가자격시험이 시작된 동물보건사가 되고자 반려동물과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학생 등 저마다 그들만의 답을 찾고 있었다. 그 누가 그 학생들의 꿈에 대학 서열을 들먹이며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공감의 응원 메시지 보내야

물론 삶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나름의 진학에 성공한 후에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때론 실패도 있겠지만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고 그때마다 교사, 더 넓게는 어른의 역할은 청년들의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며 결국에는 응원해주는 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능력주의라는 단어가 만연한 시대를 버텨내는 힘은 사람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는 것에 있다. 교육계의 역할은 더 좋은 교육과정과 교수법의 개발보다도 오히려 지그시 애정 어린 말과 눈빛으로 학생들 저마다의 속도에 발맞추며 응원의 메시지를 타전하는 것이리라. 소통의 ‘섶다리’가 놓이면 갈등과 불안을 버텨내는 힘이 우리 모두에게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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