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8,048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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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인간은 학습에 최적화된 기계가 아니다. 자신도 다루기 어려운 마음을 가진 인간이 또 다른 불완전한 학생을 성장시켜야 하기에 교사는 늘 다양한 난관에 직면한다. 인간 정신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이해는 동기부여와 수업 혁신의 출발점이 된다. 한 학급 학생이 모두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단순한 목표 설정이나 이성적 설득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수업목표에도 가슴을 뛰게 하는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 영화 연출과 같은 세심한 수업 연출, 바람직한 규칙과 수칙 제정 등의 행동 루틴 설정과 이를 위한 지속적인 훈련, 작은 성취 기회 누적적 제공 등의 정서적 강화 프로그램이 더해져야 학생들은 목표점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기노시타 하루히로(2004)는 강요하는 초보 감동시키는 프로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수업은 처음 1분으로 결정된다네. 그 1분 동안 자네는 학생의 마음을 잡지 못했던 거야. 영혼을 흔들지 못했다는 말이지. 그래서 지루한 시간이 된 거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 알고 있지만, 이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은 힘들다. 이 둘을 연결하는 힘이 바로 동기다. AI가 학습 조교 역할을 하는 시대의 교사에게 동기 부여 역량은 더욱 중요해졌다. 인간 뇌는 컴퓨터처럼 효율적으로 저장·검색되지도 않는다. 컴퓨터의 기억은 한 번의 입력만으로 영구적으로 남지만, 인간의 기억은 이해와 반복, 그리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며 시간 흐름에 따라 점차 희미해진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아주 오랫동안 즉각적 결정이 필요한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최근의 경험·빈도·맥락에 근거한 빠른 기억이 중요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조상들과 달리 구체적인 정보를 기억해 내야 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뇌는 거기에 적합하게 진화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교사는 인간의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학습 장면을 연출해야 한다. 02 오늘날 학생들은 뛰어난 강사의 온라인 강의와 비현실적인 과다 자극을 제공하는 오락 콘텐츠에 익숙하다. 재미없는 교실에서 딱딱한 의자에 앉아 학습이라는 활동을 하는 것은 이들에게 큰 고통이다. 공부의 필요성과 유용성 설명만으로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이들이 학습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방법의 하나는 교실을 학생 참여형 공연장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는 학습 동기 유발만이 아니라 학습 자체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연극이나 영화 같은 시각 예술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 중에 ‘미장센(Mise-en-scène)’이 있다. 무대 위나 화면 속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인물·소품·조명·배경, 카메라 구도 등)를 어떻게 배치하고 구성하느냐를 가리키는 말이다. 교육 미장센은 교실 환경, 교사의 움직임, 학습자료, 분위기까지 모두 포함한 총체적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가 총감독이 되어 교실의 ‘장면’을 학생에 적합하게 연출하면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학생도 공연장에서와 유사한 감동을 느끼며 교실 수업에 몰입하게 된다. 교실 공간 배치는 무대 배경에 해당한다. 토론 시 원형, U자형 배치는 상호작용뿐 아니라 심리적 개방성을 높인다. 영화에서 색채가 인물의 감정을 반영하듯, 교실 색감과 조명은 학생들의 심리상태에 큰 영향을 준다. 수업 목적과 분위기에 적합한 조명을 조감독에 해당하는 학생들과 협의하여 연출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안전하고 마음이 따스해지는 공간, 상호 존중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심리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배우의 연기이다. 교사의 발화·표정·동선도 영화의 배우처럼 의미 있다. 학생과 눈을 맞추고 가까이 다가가 대화하는 것, 의도적으로 말을 멈추어 긴장감을 조성하는 장면 등은 모두 효과적인 수업 연출로 이어진다. 교사 혼자서 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배역을 주어 함께 진행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수업자료 역시 단순 보조도구가 아니라 영화 소품처럼 교사가 의도한 메시지를 강화하는 미장센이 된다. 다양한 모형, 디지털 화면, 심지어 교사의 의도적인 의상도 학생들의 주의를 끌고 몰입도를 높이는 훌륭한 장치가 될 수 있다. 수업에 사용할 자료 점검, 수준 적합성 확인, 집중 방해 요소 배제 등도 중요하다. 영화의 소품 담당 연출팀처럼 학생들로 수업 소품 담당팀을 구성하여 함께 준비하면 학생들의 참여도와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다. 수업의 도입-전개-정리 장면을 나누어 연출하고, 배경음악이나 학생 발표의 연출적 배치, 도입의 강렬함, 활동의 자연스러운 흐름, 마무리의 연속극적 연결 등도 고려할 만하다. 영화감독처럼 매 순간의 평가를 바탕으로 학생들과 함께 개선책을 마련하여 다음 수업(촬영)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03 교사가 모든 역할을 혼자 해내기보다 학생을 다양한 조감독 및 조연출자, 동료 배우로 참여시키면 수업의 몰입도와 성장 효과 모두 더해진다. 무대와 객석이 구분된 서양 연극에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의 전통마당극을 접맥한 현대식 마당극을 만든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교육 미장센 연출자의 관점에서 수업을 연출해 보면 교사의 수업 총감독으로서의 역량이 커질 것이다. 아니면 제반 수업에 대해 교육 미장센의 어느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 감독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교실은 살아있는 공연장의 몰입감을 선물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 불완전성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동기부여와 학습에 적합한 교육 미장센을 실천할 때, 교사는 ‘인간 사용 설명서’를 손에 든 성공적인 총감독으로 서게 될 것이다. 인간을 바꾸기보다 인간의 특성을 활용하는 것, 그것이 교실에서 가능한 최선의 교육공학이자 수업 연출이다.
21세기 들어 인공지능(AI)은 과학·산업·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오늘날 인공지능(AI)은 산업과 경제를 넘어 교육의 패러다임까지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AI 기술은 단순히 하나의 학문 분야를 넘어, 모든 분야와 융합하며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를 앞당겼으며, 세계 각국은 AI 인재 확보와 활용 역량 강화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 교육 확대를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123대 국정과제’를 통해 AI 중심의 교육혁신 방향을 구체화하였다. 123대 국정과제 가운데 핵심은 ‘AI 인재강국’으로 초·중·고 교육에서 AI 기초 소양을 길러내고, 대학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고급 AI 인재를 양성하여 한국을 미래 기술 선도국가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본 글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AI 교육전략은 어떠하며, 기대하는 바에 대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국정과제로 살펴보는 이재명 정부의 AI 교육전략 이재명 정부는 국가 비전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5대 국정 목표 가운데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를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이 주요 추진 전략으로 설정되었으며, 교육 부문에서의 AI 인재 양성이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과제로 나타나 있다. 123대 국정과제 속 AI 교육 관련 내용은 국정 목표 2·3·4인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에서 교육 및 과학기술 분야에 걸쳐 AI 교육 및 인재 양성이 다층적으로 반영 및 명시되어 있으며, 이를 추출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초·중·고 및 고등교육에서의 AI 교육과 인재 양성 이와 같은 국정과제를 바탕으로 초·중·고 및 고등교육에서의 AI 교육과 인재 양성과 관련하여 살펴보겠다. ● 초·중·고 단계 _ AI 기초역량의 보편화 AI 교육은 일부 소수의 전문 인재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다. 모든 학생이 AI 기초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초·중·고 교육현장에서 AI 학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재명 정부에서 국회와 정부가 협의하여 AIDT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영어·수학·정보 과목에서 2025년부터 시범 도입하고, 2028년까지 전 과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AI 교과서를 당장 모든 수업에서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보다, 현장의 수용성과 자율성을 존중한 조치이다. 교사는 AI를 보조도구로 활용하면서도 수업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고, 학교는 여건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AI 활용을 확산시키며 AI 시대 교육혁신을 유연하게 관리·안착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초등학교에서는 놀이와 체험 중심의 AI 교육을 도입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AI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중학교에서는 코딩과 알고리즘 학습, 기초 데이터 분석을 통해 AI 활용 능력을 키우고 고등학교에서는 수학·과학·사회·예술 등 다양한 교과와 AI를 융합하여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형 AI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이러한 교육은 문제 해결력, 창의성, 협력적 사고를 함께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사람’을 넘어, AI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미래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고등교육 단계 _ 고급 AI 인재 양성과 융합 연구 강화를 통한 대학 혁신 이재명 정부는 고등교육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AI 인재 양성 체계’를 목표로, 대학의 교육·연구환경을 혁신하고자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전략이 핵심으로 제시되는데, 이는 국립 거점대학을 세계적 연구 중심 대학으로 육성해 서울대 수준의 연구 역량과 교육환경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급 AI 인재 양성의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대학 교육을 공학·의학·인문사회 등 다양한 전공과 AI 융복합 교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하여 AI 융합교육을 강화하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이는 특정 전공의 한계를 넘어 산업·사회 문제해결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으며. 지역대학 또한 혁신 플랫폼을 기반으로 AI 교육·연구기능을 강화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재 격차를 완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AI 인재강국을 향한 과제와 기대 _ 인성교육과 교사 역할의 중요성 교육은 곧 인재 경쟁력이며, 인재는 국가 혁신의 원천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교육의 중심은 인간이다. 이재명 정부의 AI 교육전략은 초·중·고에서 대학까지 전 생애 단계에 걸쳐 AI 교육을 활성화하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려는 종합적 비전으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 단순한 AI 기술교육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가능성을 키우는 교육’을 강조한다. ‘AI를 잘 다루는 기술자’를 넘어서, AI를 통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창의적·윤리적 인재를 키우는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다. AI 인재강국으로 가는 길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인성교육과 교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AI 시대일수록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윤리적 가치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는 이 과정을 이끄는 핵심 주체로 학생들에게 AI가 대체할 수 없는 정서적 돌봄, 학습 동기 부여, 사회적 가치 전달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결론 이재명 정부의 AI 교육전략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인성을 기르고, 교사가 중심이 되는 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초·중등 단계의 기초역량 함양, 고등교육 단계의 고급 인재 양성, 국가 차원의 연구·산업 연계라는 다층적 구조를 갖춘다. 이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AI 교육과 인재 양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지만, 정책의 성공적 실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 수용성, 제도적 안정성, 재정적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 도입의 단계적 확대, 교사 역량 강화, 제도적 일관성, AI 관련 개인정보 보안 기반 강화 등이 뒷받침될 때, 한국은 비로소 AI 인재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AI 교육 및 인재 양성 전략이 교사의 역할과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잃지 않고 균형 있게 실행되어 한국교육의 정체성과 미래를 동시에 지켜내고, 대한민국이 AI 교육정책에서 세계적 모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AI 인재강국을 향한 국가적 교육 시그널(signal) 최근 이재명 정부는 초·중·고 AI 기초역량(AI literacy)을 앞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AI 인재강국’이란 국정과제는 공교육이 미래 사회를 이끄는 핵심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AI 인재 양성 목표와 AI 산업 100조 원 투자라는 거시적 국가 전략뿐만 아니라 초·중·고 디지털 기초역량(digital literacy) 배양부터, 인공지능 활용을 통한 전반적인 학습경험과 활용까지 국가가 직접 나서 AI를 챙기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대한민국이 초경쟁적 글로벌 AI 시대에서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긴박한 시대정신으로서 ‘AI 교육’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초등 AI 교육’ 우려인가, 기우일까? 하지만 이러한 국내외적 AI 대전환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원단체에서 너무 이른 AI 교육은 아동 심리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초등단계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도 ‘AI 교육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인터넷 중독 등 해를 끼치거나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공존한다. 교육적 신중함이 깃든 걱정이며 비교적 공감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AI FOMO(인공지능 소외 불안 현상)라 부를 정도로 AI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요즘 AI 시대에서 우리 교육이 더욱 고민해야 할 지점 또한 ‘AI 교육’ 아닌가 되묻고 싶다. 과연 학교에서 AI 교육을 멈추거나 늦춘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오히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방법(How)의 관점으로 함께 고민하며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성장기 아이들이 디지털이나 AI를 지나치게 일찍 접하면 발달 저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교육학적 관점은 충분히 동의하나, 현시점에서 우리 세대의 아이들이 거의 매일 AI와 만나 정보검색과 번역, YouTube 영상 그리고 과제 도우미까지 거의 모든 곳에 AI가 스며 있음을 알고 나면 학교가 AI 교육을 안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AI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학교가 나서서 체계적이고 안전한 가이드라인(official guidelines)으로 사용법과 위험성을 함께 가르쳐야 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적 역할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물음표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난 5년간 코로나와 AI 쇼크에서 우리 교육이 감당해야 했던 경험과 시각을 포함해 해외 주요 나라의 AI 교육정책과 활용 전략 및 계획을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AI 트렌드, 한국·미국·유럽연합의 철학과 접근 우리나라에 앞서 미국은 올해 4월,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이 AI 혁명에서 글로벌 리더십 유지를 목표로 ‘AI 교육 지원을 위한 주요 기관협약과 행정명령(Major Organizations Commit to Supporting AI Education)’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구글부터 로보록스까지 무려 20개의 AI 회사들이 국가 AI 교육전략에 동참하였다. 주 내용은 차세대 AI 혁신가 육성을 위해서 학생들에게 조기 AI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교육에 필요한 도구와 지식을 제공하고, 교육 성과가 향상되는 방법을 습득하게 하며, 특히 유치원부터 12학년(K-12)까지의 AI 교육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자원 제공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또한 주 차원에서 컴퓨터 과학(Computer Science)과 AI 윤리(AI ethics)를 교과 안으로 확장하고 있다. 단순히 프로그래밍이나 기술 활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데이터의 의미와 알고리즘의 편향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럽의 사례도 비슷하다. 핀란드는 모든 연령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AI 교육 프로그램인 Elements of AI1를 국가 차원에서 제공해 왔다. 영국과 독일 또한 초등학교 단계에서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과 책임 있는 AI 활용(responsible AI use)을 필수 역량으로 강조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0월 EU(유럽연합)는 ‘인공지능 전략 적용하기(Apply AI Strategy)’에서 ‘신뢰할 수 있는 AI(Trustworthy AI)’ 프레임워크를 발전과 규제책으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주요 선진국가의 이 같은 접근은 AI 교육이 아동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디지털 습관과 윤리적 태도를 조기에 형성하는 길임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아직 한국은 구체적으로 명확한 대책을 발표하진 않았으나 글로벌 AI 속도에 맞춰 초등학교부터 올바른 디지털 활용과 리터러시 함양 교육 시작을 알린 상태다. 이렇게 대한민국·미국·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는 AI 시대 선도라는 공통의 비전을 가지고 있으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철학, 정책 동력, 접근 방식에서는 AI 활용 및 인재 양성 전략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AI 속성은 개인화, 학생도 ‘개별화 교육’, 교사는 ‘설계자이자 안내자’로 이제 글로벌 AI 시대의 대한민국의 교육과 교사로 맥락을 다시 옮겨오자. 앞으로 대한민국은 어떤 위치에서 AI 교육을 실행하고 점유해 나가야 할까? 일단 국가 주도적으로 AI 교육의 공정성과 균형 발전을 성취하는 동시에 AI 인재 양성을 국가의 장기적 생존전략으로 삼아 공교육 시스템 전반의 AI 대전환을 목표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교육으로, 어떤 인재를 정의하여 키울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할 것이다. “국가가 추구하는 AI 기초역량(AI literacy)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인가?” “국가가 원하는 AI 인재상은 무엇인가?” 잘 알다시피 교육은 국가 시책에 따라 정량 비례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특히 교사와 같은 교육의 질적 요소는 개인의 역량과 경험이 주요 변수이자 바탕을 이룬다. 따라서 현시대의 교사는 더 이상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생성형 AI(Generative AI)2는 이미 학생들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고, 학교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맞춤형 개별화 교육에서 AI를 충분히 활용하여 학생들의 교수 설계자(instruction designer)이자 학습 안내자(learning guide)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어시간에는 ChatGPT를 활용해서 한 문단을 여러 시점에서 다시 써보게 하며 서술 관점을 비교하게 할 수 있고, 과학시간에는 AI를 통해 실험 가설을 생성해 토론하게 할 수 있다. 교실의 주체자로서 좀 더 능동적인 교사의 위치와 역할을 AI와 함께 먼저 살펴보는 것이다. AI는 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수업의 깊이를 확장시키는 동료교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입시가 바뀌어야 교육적 의미가 있다는 진부한 해석과 변명은 논외로 하자. 이제 공교육이 AI를 품어야 할 때 디지털 소양을 기본 역량으로 세우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AI 교과과정의 기준은 국가가 세우되, 세부 선택과 방법은 학교교육과정이 결정할 것이다. AI를 막는다고 아동발달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학습 환경 속에서 올바른 AI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진짜 보호다. 더욱이 AI 교육은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닌 지속가능성과 한 국가의 존망을 좌지우지할 국가적 아젠다가 되었다. 고로 아이들을 ‘AI의 소비자로 계속 머무르게 할 것인가, 아니면 창의적 생산자로 성장시킬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해졌다. 이제 학교는 AI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개인과 시민’을 길러내는 공간이 되어야 하며 AI 교육은 성급한 유행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한 필수적 교육과정으로서 형식지를 갖추고 학교는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암묵지를 스스로 채워 넣게 해야 한다. 이들의 교육을 책임질 교사들의 디지털 소양이나 역량 계발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앞으로도 ‘AI는 교사를 완벽히 대체하진 못할 것이나 AI를 외면하는 교사 또한 앞으로 변화하는 교육을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이 점점 두드러질 것이다. 이미 여러 국가 정책에서 보여주듯, 우리 K-교육의 AI 역량 개발 교육도 아이들을 보다 책임감 있는 AI 평생학습자로 더 잘 성장시킬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부는 교사 AI 전문성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정책과 지속가능한 교사 지원책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알파고 쇼크 이후 10년, 챗GPT의 등장은 이제 인공지능(AI)을 ‘먼 미래’가 아닌 ‘오늘의 현실’로 교문 안까지 들여왔다. 정부는 AI 강국을 선언하며 AI 교육을 서두르고, ‘AI 기반 초개인화 맞춤형 교육’이라는 청사진을 연일 제시한다. 모든 학생이 AI 튜터와 함께 공부하고, 교사는 인간 고유의 영역인 인성 및 사회성 교육에 집중하는 유토피아적 비전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교실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 고등학교의 자가진단 결과는 우리 교육현장의 맨얼굴을 여실히 보여준다. 교사의 27%는 여전히 디지털 도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무선 인터넷 환경은 ‘불안정하다’는 응답이 속출한다. 교사들은 새로운 기술 연수보다 당장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와 수업 준비에 소진(번아웃)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위에서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를 대비한 교육혁신’이라는 거대 담론은 공허한 구호처럼 들리기 쉽다. 이는 정책과 현장 사이의 근본적인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정책은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먼저 보지만, 현장은 ‘기술’이 가져올 또 다른 ‘업무 부담’을 먼저 느낀다. 본고는 이 간극을 메우고, AI라는 거대한 손님을 두려움 없이 맞이할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 해법의 출발점은 ‘첨단 기술 도입’이 아니라, 교사의 고단함을 덜어주는 ‘따뜻한 AI 비서’를 제공하는 데 있다. 첫 번째 단추 _ ‘무엇을 가르칠까?’가 아닌 ‘무엇을 덜어줄까’ 지금까지의 AI 교육정책은 ‘AI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집중됐다. 그러나 이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교사가 AI를 낯설고 어려운 ‘학습 대상’으로 인식하는 순간, 혁신은 저항에 부딪힌다. 따라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AI로 교사의 어떤 일을 덜어줄 수 있을까?’ 교사들의 가장 큰 고충, 즉 페인 포인트(Pain Point)는 수업 외적인 반복 업무다. 가정통신문 작성, 수업자료 제작, 수행평가 문항 출제, 설문조사 결과 정리 등은 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지만, 교사의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시키는 일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는 가장 강력한 ‘업무 조력자’가 될 수 있다. 가령 교사가 AI 챗봇에게 “고1 국어, 윤동주의 ‘서시’를 활용한 1차시 분량의 학습지도안을 만들어줘. 도입-전개-정리 순서로, 모둠토의 활동을 포함해서”라고 명령하면, 불과 수십 초 만에 수준 높은 초안이 생성된다. ‘학교폭력예방교육 가정통신문’ 초안을 ‘정중하고 단호한 어조로’ 작성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이는 복잡한 연수나 고가의 장비 없이, 지금 당장 웹 브라우저만 열면 실천할 수 있는 혁신이다. 교육당국에 제언한다. 거창한 AI 플랫폼 구축 예산의 일부를 돌려, 교사들이 유료 AI 서비스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AI 활용 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기술 도입 이전에 ‘AI 덕분에 내 일이 편해졌다’는 긍정적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기술 혁신의 가장 확실한 동력이다. 두 번째 단추 _ ‘전면 도입’이 아닌 ‘작은 성공의 확산’ ‘모든 학급에 AI를!’과 같은 전면적이고 하향식(Top-down) 정책은 현장의 다양한 맥락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변화를 강요하기 쉽다. 특히 디지털 활용 역량 격차가 뚜렷한 상황에서 이는 또 다른 교육 불평등과 소외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은 ‘작은 성공 모델’을 발굴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도록 지원하는 ‘중간 확산(Middle-out)’ 전략이다. 학교마다 기술에 관심이 많은 ‘퍼스트 펭귄’ 교사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AI를 활용한 수업 및 업무 개선 사례를 자유롭게 시도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영어교사가 AI 음성 인식 기능을 활용해 학생들의 발음 교정 활동을 진행하고, 그 긍정적인 결과를 동료교사들과 공유했다고 가정해 보자. 외부 강사의 이론적인 연수보다, 매일 얼굴을 보는 동료의 생생한 성공담은 훨씬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다. 나아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유용한 ‘AI 명령어(프롬프트)’를 학교의 지적 자산으로 축적하는 ‘프롬프트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육 당국과 학교 관리자는 ‘전원 연수’라는 실적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자발적인 교사 연구 모임을 활성화하고 이들의 성공 사례가 학교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혁신은 구호가 아닌 문화로 스며들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짜 과제 _ ‘코딩’이 아닌 ‘비판적 문해력’을 가르치는 것 AI 교육 투자 강화라는 정책 기조 속에서, 학생들의 ‘디지털 문해력’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디지털 문해력’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AI 시대의 문해력이란 코딩이나 특정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 같은 기술적 숙련도(technical skills)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AI가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비판적 사고력’이라는 고전적 역량에 가깝다. 학생들은 이제 AI에게 ‘임진왜란의 원인에 대해 알려줘’라고 질문하는 것을 넘어, ‘임진왜란의 원인에 대해 일본과 한국의 역사 교과서는 각각 어떻게 다르게 서술하는지 비교하고, 그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당시의 정치적 관점에서 분석해 줘’라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AI가 제시한 답변이 특정 관점에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사실관계에 오류는 없는지를 스스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AI 시대의 디지털 문해력 교육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질문하는 능력’이다. 정답을 찾는 것을 넘어, 좋은 답을 이끌어내는 깊이 있는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둘째, ‘분별하는 능력’이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맹신하지 않고, 그 정보의 출처와 맥락, 잠재적 편향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능력이다. 셋째, ‘책임지는 능력’이다. AI를 활용해 과제를 수행하되, 그 결과물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자신에게 있음을 알고 AI 활용 사실을 정직하게 밝히는 윤리적 태도이다. 이러한 역량은 별도의 ‘AI 정보’ 교과목 신설로 길러지지 않는다. 국어시간에는 AI가 생성한 글을 함께 비평하고, 역사시간에는 AI와 역사적 쟁점을 토론하며, 미술시간에는 AI가 그린 그림을 재해석하는 등 모든 교과수업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교실의 변화를 위한 제언 _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AI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조급함은 금물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교육이 그대로 따라잡으려 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교육의 철학과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교육 당국은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AI 디지털교과서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도입에 앞서, 교사들이 AI와 ‘친해질’ 시간을 주고, 이들의 업무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 디지털 문해력 교육 역시 기술 활용 교육이 아닌, 범교과적 비판적 사고 역량 함양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AI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고, 나의 수업과 업무를 도와줄 ‘유능한 신입 조교’를 하나 얻었다는 생각으로 작은 시도를 시작해 볼 필요가 있다. 수업자료 준비나 평가문항 출제 등 가장 귀찮고 반복적인 일부터 AI에게 맡겨보자. 그렇게 확보된 시간과 에너지를 학생 한 명 한 명의 눈을 맞추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인간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AI 시대 교육의 진정한 본질일 것이다. AI는 교육의 목표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 도구의 주인이 기술이 아닌 교사와 학생이 될 때, 우리 교실은 비로소 AGI 시대를 선도하는 진정한 혁신의 출발선에 서게 될 것이다.
좋은 기획안의 조건 : 공감과 로그라인 기획은 거창한 문서나 화려한 프리젠테이션이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바를 간파하고, 그 이야기를 들려준 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공감에 기반한 훌륭한 기획이다. 달걀을 예로 들어보자. 라면을 끓이기 위해 달걀을 깨 달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달걀을 깨 달라고 하면 그 순간 달걀은 너무도 어려운 식재료가 된다. 케이크는 전문가가 만드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면이나 케이크를 만들 때 달걀을 깨는 행위는 다를 게 없다. 그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기획의 시작이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고민 끝에 메시지를 보내듯이 기획도 공감을 유도하기 위해 시도하는 ‘마음 끌어내기’다. 로그라인(log line)은 원래 항로를 뜻하는 뱃사람들의 단어였다. 로그라인은 플롯(plot)이라고도 불린다. 콘텐츠에서 기대감이나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은 로그라인의 힘이다. 기획에서 로그라인은 한마디로 생각의 항로다. 쓰기 시작하면 끝까지 쓰는 것이 기획안 작성의 원칙이다. 여러 번 지우는 한이 있더라도 쓸 때까지 쓰고,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을 만큼 썼다면, 이젠 지워보자. 더 이상 지울 게 없을 때까지 지워보면, 핵심만 남게 된다. 그것이 바로 로그라인이다. 프리젠테이션을 마친 후 ‘그래서 말씀하고자 하는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어떻게 되죠?’라는 질문을 받게 될 때 로그라인을 말하면 된다. 로그라인은 아이디어에 골격을 넣는 일이다.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일 뿐, 좋은 아이디어나 탁월한 아이디어도 그냥 아이디어일 뿐이다. 좋은 기획에서 착상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아이디어는 기획의 출발점이 아니라 일종의 씨앗이다. 아이디어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 기획에서 로그라인이 중요한 것은 주제에 대한 방향성과 경로를 탐색하는 경로이고,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획안을 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기 생각에 대한 끝없는 피드백이다. 머릿속에 있을 땐 굉장히 그럴싸해 보였던 아이디어와 논증 방식도 언어로 구조화해 눈앞에 문장으로 나타내면 비로소 어설픔이 여실히 드러난다. 기획은 생각을 언어로 구체화하고 세밀화하며 완성하는 과정이다. 기획에서 스토리텔링은 크게 두 가지, 셋업(set up)과 급소 문구(punch line)로 구성된다. 기대와 긴장을 구성하는 스토리를 앞에 깔아두는 것이 셋업이다. 몰입을 높이기 위해 맥락을 빚어내면서 미끼를 던지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 모든 기대를 한 방에 해소하는 것이 급소 문구이다. 급소 문구는 마치 망치로 내려치듯이 반전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기획안에서도 반전을 잘 사용하면 흥미롭게 구성할 수 있다. 기획은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일상적 행동을 ‘실은…’이라며 전달하는 것만으로 흥미로워진다. 훌륭한 기획자의 일은 적재적소의 로그라인을 배치하는 것이다. 기획안은 ‘무엇을’ 써야 하는 것보다도 무엇을 ‘언제’ 말할 것인지의 싸움이다. 정보를 언제 주느냐의 눈치 게임이 기획안 작성 과정이기도 하다. 어떤 정보를 언제 내놓을 것인가 하는 것은 오롯이 기획자의 몫이다. 기획의 핵심은 사람의 욕망이나 고통, 마음을 살피는 일이다. 더불어 같은 현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이야기해 보며 저마다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차이가 민감해진다. 그 차이를 갖고 놀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생각의 칸막이를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발상으로 자유롭게 뻗을 수 있다. 기획자로서 배워야 하는 기본자세는 내가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사고해 보는 객관화 능력이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것이 흥미로울까 하는 생각이 필요하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메시지를 열정적으로 전하겠다는 독단적인 자세만으로는 객관성을 갖출 수 없으며, 무슨 말을 하던 아무에게도 신뢰받지 못한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에게 물어보고 조사해야 한다. 그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해야 기획안의 타깃(target)이 귀담아듣는 훌륭한 기획안이 탄생한다. 기획안의 페르소나(persona)는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보란 뜻이다. 페르소나는 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타인 지향성을 길러준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기획에서 막중하다. [PART VIEW] 자, 이제 내 기획이 필요한 단 한 사람을 떠올려보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획 같은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기획을 원하는 단 ‘한 사람’을 철저히 만족시키면 된다. 드릴을 구매하는 사람은 드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구멍이 필요한 것이다. 알찬 기획안 작성의 거버닝 기법 기획안을 작성할 때, 문장은 쉽고 짧게 쓰고, 한눈에 들어오도록 문서를 구조화해야 한다. 문서를 구조화한다는 의미는 서로 관련 있는 항목을 연결하고 순서를 정해서 읽는 사람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구조화하지 않으면 전달력이 떨어진다. 문서를 구조화하는 방법은 일정한 흐름에 따라 내용을 전개하되, 단계를 만들어서 내용을 정리한다. 비슷한 내용끼리 분류하고, 시간의 흐름과 진행률, 인과관계에 따라 구성하며, 거버닝(governing)을 사용한다. 거버닝은 도입부에서 전체를 관리하는 구조화 방법이다. 기획안에서 강조하는 주요 항목이 세 가지라면 도입부에서 ‘본 기획의 핵심은 세 가지’라고 밝히고 시작하는 형식이다. 주제를 밝히고 핵심이 세 가지라고 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세 가지 핵심에 집중하게 된다. 기획안의 핵심이 몇 가지라고 안내하면 문서를 읽는 사람은 세 가지 핵심이 모두 나올 때까지 집중한다. 도입부에서 ‘핵심은 세 가지’라고 밝히는 방법을 거버닝이라고 한다면, 단락마다 전달하려는 내용을 요약해서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을 거버닝 메시지라고 한다. 거버닝 메시지는 리드 메시지, 헤드 메시지라고도 한다. 단락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읽는 사람은 단락이 끝나기 전까지 다른 내용으로 관심이 옮겨가지 않고 설명하는 내용에 더 집중한다. 요약한 거버닝 메시지만 읽어도 기획서의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거버닝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사례와 근거는 내용을 설명하는 보조자료 역할을 한다. 거버닝 메시지는 단락의 내용을 보여주는 요약문이기 때문에 한 문장에 논리를 담을 필요는 없다. 상세하게 설명하는 본문에서 논리를 구축하였기 때문에 단락마다 정리한 거버닝 메시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거버닝 메시지는 간결한 표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면서 핵심만 추출해서 언어의 양을 줄여야 한다. 구조화는 흐름에 따라 분류하고 분류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배치하는 것이다. Tip _ 기획의 5W와 3H 기획안에서 지켜야 하는 문장 쓰기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짧고 간결하게, 알기 쉽게 쓴다. 둘째, 어려운 단어는 자제하되, 어려운 단어를 쓸 때는 반드시 개념을 설명한다. 셋째, 약어와 은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넷째, 중의적 표현이나 감상적 표현, 수식어는 자제한다. 다섯째, 문장을 필요 이상으로 늘리지 않는다. 또한 정보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기획안에서 쓰면 안 되는 표현이 있다. ‘대략, 정도, 약, 조속한’ 등 의미를 애매모호하게 하는 표현이다. 기획안에 알맞은 정도를 나타낼 때는 정량적인 자료에 근거해서 숫자로 표현한다. 자료의 출처도 중요하므로 정확히 표시한다. 기획안에서 레이아웃의 기능도 중요하다. 좋은 레이아웃은 전체 내용을 한눈에 보여주는 페이지 구성을 말한다. 기획의 목표와 논리·근거·사실·주장·이익·효과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하면 읽는 사람은 기획안에 집중한다. 내용이 좋아도 소설처럼 줄글로 써서 핵심을 한눈에 볼 수 없다면 집중력은 반감된다. 기획의 실제: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경기도교육청의 ‘교권보호 및 정서행동 지원학생 회복 미라클 프로젝트 계획(안)’을 분석해 본다. 본 계획안은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고 교사와 학생의 존엄을 함께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에 역점을 두고 있다. 본 계획안은 교사에 대한 물리적·정서적 위협 요소 개입 및 즉각 대응체계 강화로 교사가 안심하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정서행동 지원학생의 심리·정서적 또는 행동의 위험요인을 조기에 발견하여 문제행동의 구조적 예방과 신속한 회복을 지원하는 정책기획안 작성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자료이다. 소개하는 계획안에서 강조하는 핵심 개념, 단어, 내용 중 밑줄 친 단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여 유사 주제와 관련한 기획안을 작성할 때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 보자. 교권보호 및 정서행동 지원학생 회복 미라클 프로젝트 계획(안) ※ 미라클(miracle) 프로젝트란? 학교교육활동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정서행동 지원학생* 맞춤형교육 및 피해교원 신속 보호지원으로 교육활동을 회복하고 교사와 학생의 존엄을 함께 지키는 경기미래교육 프로젝트 * 정서행동 지원학생: 심리‧정서적 또는 행동의 위험요인으로 인해 교원의 교육활동 및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말함. Ⅰ. 추진 근거 및 배경 1. 근거 - 2025 경기교육 기본계획: 학교 자율과 책임으로 역량을 키우는 교육 교육활동 보호 -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 「초·중등교육법」 제28조(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한 교육)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4조(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한 교육 및 시책) -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11조(학생맞춤통합지원 등) 제1항 제2호 -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 -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2. 추진 배경 - (정서행동 지원학생 개입) 정서행동 지원학생에 대한 사전 선별 및 개입 체계 미흡에 대한 현장 요구 - (분리지도·분리교육) 정서행동 지원학생 대상 신속한 분리지도·분리교육으로 교사의 수업권 및 학생의 학습권 보호 필요 - (신속 대응) 교원 폭력 사안 발생 시 즉각 대응 및 제도적 보호 시스템 미흡 - (상담 및 치료 지원) •정서행동 지원학생에 대한 전문적 상담 및 치료 부족 •교원 트라우마와 심리 정서적 지원 강화 필요 Ⅱ 목적 및 방침 1. 추진 목적 - 정서행동 지원학생의 정서적·행동적 위험 징후 조기 포착 및 학생 특성에 맞는 선제적 지원 - 교사의 교육활동을 법적·제도적으로 보호하고 학생의 학습권 보장 - 학교 내 갈등과 폭력을 최소화하며, 상호존중과 회복의 교육문화 실현 2. 추진 방침 - 사후 조치보다 정서행동 지원학생 조기 발견과 선제적 개입 중심의 정책 설계 - 정서행동 지원학생 교육적 회복 기회 제공을 위한 현장 중심의 제도 운영 - 학교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즉각 대응 체계 및 실질적 매뉴얼 구축 - 교권침해 발생 시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으로 교원 보호 실효성 확보 - 가정·학교·지역 협력 정서행동 지원학생 맞춤형 교육 지원으로 교육활동 보호 Ⅲ. 세부 추진과제 1~3. (생략) 4. 교육구성원 역량 강화 및 심리 안정 지원 가. 교육활동 침해행위 예방교육 강화 - (목적) 찾아가는 교육활동 침해행위 예방교육 활성화로 교육활동 보호 문화 조성 - (구성) 교원·변호사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교육활동보호 교육지원단 구축 - (교육지원단 역할) 표준 강의안을 활용한 지역 연수자료 개발, 교직원·학생·보호자 대상 찾아가는 교육활동 침해행위 예방교육 강사 활동, 지역별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한 컨설팅 및 대응 지원 나. 마음건강 증진학교 운영 - (목적) 학생 위기 예방 및 교육공동체 차원의 치유·성장·회복 지원 - (내용) 정서·행동특성 검사 및 마음이지(EASY) 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예방교육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마로 2.0)를 통한 마음관리
왜 제목과 본론이 중요한가 정책논술은 단순한 글쓰기 시험이 아니다. 교육현장의 문제를 분석하고 정책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교육전문직의 사고력·기획력·실행력을 평가하는 장치이다. 이 과정에서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가 바로 제목, 그리고 핵심 점수를 좌우하는 본론이다. 제목은 논술의 방향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문제의 지시문을 정확히 반영하면서도 독창적 표현을 담아야 한다. 본론은 평가자가 가장 비중을 두는 영역으로, 현황과 문제를 간단히 정리한 뒤 실천 가능한 지원 방안을 구조화해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논술 준비자는 제목과 본론 작성법을 숙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제목 작성법 _ 지시문 활용과 구조적 사고 1. 제목 작성 기본 원칙 가. 지시문 핵심어 반영 - 문제 속 핵심 개념을 그대로 담아야 감점 위험이 없다. - 예: ‘○○교육 활성화 방안’, ‘△△ 지원 방안’ 나. 형식적 안정성 확보 - ‘지원/활성화/실천/선도/육성’ 등 정형적 어미 활용 - 가급적 12~18자 내외로 간결하게 작성 다. 미래지향성과 가치 지향성 반영 - ‘행복’, ‘성장’, ‘주도성’, ‘협력’, ‘미래’ 등 긍정적 가치어 포함 2. 제목 유형과 예시 가. 원인 → 결과형: ‘△△을 지원하는 △△ 교육 활성화 방안’ 나. 결과 → 원인형: ‘○○를 위한 ○○ 지원 방안’ 다. 가치 지향형: ‘행복한 학습자로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 활성화 방안’ 라. 비전 제시형: ‘현재를 미래로 이어주는 ○○교육’ 3. 제목 작성 실습 예시 - 문제: 학습자 주도성 강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서술하시오. 가. 단순형: 학습자 주도성 강화를 위한 지원 방안 나. 확장형: 학습자 주도성을 보장하는 미래형 교육 지원 방안 다. 가치형: 행복한 배움과 성장을 위한 학습자 주도성 교육 활성화 방안 본론 작성법 _ 유형별 접근 전략 1. 본론 구조의 세 가지 유형 가. 소주제별 유형 - 지성·사회정서·참여자치 역량과 같이 주제 영역을 나누어 전개 나. 내용별·대상별 유형 - 교육과정·교사역량·프로그램·협력체제 등 내용에 따라 구분 - 학생·교사·학부모·학교·지역사회 등 대상 중심 구분 다. 혼합형 - 역량 중심 + 교육과정·교사역량·프로그램을 교차 적용 [PART VIEW] 2. 본론❶ _ 현황·문제점 작성 원칙 가. 짧고 간결하게: 배점은 없으나 본론❷의 토대가 됨. 나. 자료 활용: 문제 제시문의 표현을 그대로 활용 다. 예시 - △△ 교육과정이 획일적 운영에 머물러 있다. - 교사의 △△ 역량이 부족하다. - 학교-지역사회 연계가 미흡하다. 3. 본론❷ _ 해결 및 지원방안 작성 원칙 가. 점수 핵심 구간: 논지·논거를 체계적으로 제시 나. 논지 진술 방식: ‘~을 제공한다.’, ‘~을 강화한다.’, ‘~을 구축한다.’ 다. 논거 연결 방식: 근거(자료+정책) + 실행 구체성 제시 4. 본론 만능틀 가. 본론❶ - Ⅰ. ~의 현황과 문제점 •첫째, ~에 머물러 있다. •둘째, ~이 부족하다. •셋째, ~이 저조하다. 나. 본론❷ - Ⅱ. ~ 해결 및 지원 방안 •첫째, ~을 위해 교육과정을 개선한다. •둘째, ~을 위해 교사 역량을 강화한다. •셋째, ~을 위해 학생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넷째, ~을 위해 지역사회 협력 체제를 구축한다. 적용 예시 _ 미래 교육 방향성 문제 ※ 자료에서 관점 찾아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 3개를 쓰고, 정책적 지원 방안을 쓰시오. ● 자료 ❶ - 학교는 산업혁명 시대의 산물, 전근대적 체제이다. 학교는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듯이 학생들을 교육한다. 이를 탈피하고자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사람들조차 기존 교육체제 속에서 답습하는 재설계 방식의 개혁만 할 뿐이다. - (변화된 규모의 경제에 맞는 학교교육이 필요하다. 탈경제시대의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내용) - 교육과정이 유연해져야 한다. 무학년제 도입도 고려하자. ● 자료 ❷ - 미네르바 스쿨 - 교사의 역할은 안내자·촉진자 - 학생의 역할은 스스로 학습하는 자로 변화한다. - (개별화교육 관련 내용) ● 자료 ❸ - 배움의 장소가 더 이상 교실에만 머무를 수 없다. - 학교라는 공간에 상관없이 학습할 수 있는 시대이다. -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기 속도에 맞는 교육환경 제공 필요성 관련 내용) 가. 본론❶ 예시(현황과 문제점) - 첫째, 전근대적 학교 교육과정은 학생 개별 맞춤형 선택교육에 미흡하다. - 둘째, 교사는 여전히 지식 전달자에 머물러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강화가 부족하다. - 셋째, 학교는 시·공간 제약을 벗어나지 못해 지역사회와 결합된 학습생태계 조성이 저조하다. - 본론❶ 미래교육의 현황과 문제점 작성 예시 첫째, 전근대적 학교교육과정은 학생 개별 맞춤형 선택교육에 미흡하다. 현재 학교교육은 여전히 획일적 교과 중심 운영에 머물러 있어, 학생들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한 선택권 보장이 충분하지 못하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잠재력 발현이 제한되고, 학습 동기 역시 약화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둘째, 교사는 지식 전달자에 머물러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강화가 부족하다. 교사의 역할이 지식 주입식 전달에 머무르면서, 급변하는 AI·디지털 사회에 필요한 창의적 교수·학습 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 함양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는 학생들이 미래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학교는 시·공간 제약을 벗어나지 못해 지역사회와 결합된 학습생태계 조성이 저조하다. 학교교육이 교실이라는 울타리 안에 한정되면서, 지역사회와 연계된 다양한 체험·탐구활동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실제 생활과 연계된 문제해결 경험을 쌓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 나. 본론❷ 예시(해결 및 지원 방안) - 첫째, 개별 맞춤형 교육과정 지원 •무학년제, AI 튜터, 지능형 학습관리시스템 구축으로 맞춤형 학습 보장 - 둘째, 교사 역량 강화 •교원학습공동체 활성화, 교육과정 재구성 컨설팅, 디지털 리터러시 연수 강화 - 셋째, 지역사회 연계 학습생태계 구축 •마을결합형 학습 공간, 카페형 도서관, 지역 체험기관과 MOU 체결 - 본론❷ 미래교육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 작성 예시 첫째, 개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지원한다. 학생의 수준·흥미·진로를 반영할 수 있도록 무학년제와 선택 중심 교육과정을 활성화한다. 또한 AI 튜터와 지능형 학습관리시스템(LMS)을 구축하여 학생 맞춤형 진단·처방학습을 체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육격차를 완화한다. 둘째, 교사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한다. 교원학습공동체를 활성화하여 교사들이 상호협력 속에서 수업 전문성을 공유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더불어 교육과정 재구성 컨설팅과 AI·디지털 연수를 강화하여 교사가 단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 학습의 촉진자·디자이너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한다. 셋째, 지역사회와 연계된 학습생태계를 구축한다. 마을결합형 학습공간을 조성하고, 카페형 도서관 및 지역 체험기관과의 MOU 체결을 확대하여 학교 밖 배움터를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실제 삶과 연계된 학습경험을 쌓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교육공동체적 성장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장과 정책을 잇는 제목·본론 작성 정책논술은 단순한 글쓰기 시험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제목은 정책적 메시지를 집약하는 출발점이고, 본론은 이를 구체화하는 핵심이다. 따라서 제목 작성에서는 지시문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미래지향적 가치어를 포함해야 하며, 본론 작성에서는 현황과 문제를 간단히 제시한 뒤, 실천가능한 지원 방안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정리하면, ‘제목은 방향, 본론은 실행’이라는 인식을 갖고 준비하는 것이 합격의 지름길이다. 시사점 및 준비 전략 1. 연습의 생활화 - 기출문제를 변형해 제목만 작성해 보는 훈련 - 본론❶을 5분 안에 작성하는 속도 훈련 2. 자료·정책 언어 습득 - 교육부·시도교육청 주요업무계획에서 사용하는 용어 습득 - ‘활성화, 지원, 체제 구축’ 등의 정책 용어로 문장 마무리 3. 현장-정책 연결 - 학교 경험(사례)과 정책 언어를 연결하는 능력 함양 - ‘현장에서 ○○이 부족하므로 정책적으로 ○○를 지원한다’는 구조로 정리 4. 참고 요약 - 제목은 지시문 핵심어를 활용해 정확·간결·가치 지향적으로 - 본론❶은 문제점 나열, 본론❷는 실천 방안 구체화 - 본론❷는 반드시 교육과정–교사–프로그램–체제 구조로 확장 - 연습 시 제목-본론을 집중 훈련하는 것이 효과적
심층면접은 기회입니다. 교육전문직 심층면접은 단순한 평가를 넘어, 지원자의 가치관·인성, 문제 해결력, 정책 이해도와 전문성을 총체적으로 살피는 무대입니다. 시험관은 단지 암기한 내용을 듣기보다는, 지원자의 진심 어린 태도와 사고의 깊이를 파악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면접은 점수를 따기 위한 관문이 아니라, 준비의 깊이와 진정성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입니다. 준비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면접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긴장과 떨림은 당연한 반응이지만, 그동안 갈고닦은 실천 경험과 교육철학을 문제상황에 적용하여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차별화의 핵심입니다. 면접 준비는 크게 ‘내용 영역’과 ‘태도·형식·논리 영역’으로 구분되며, 이 중 태도와 전달 방식은 면접관에게 인상을 각인시키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됩니다. 본 원고에서는 특히 입실부터 퇴실까지의 과정에서 지원자의 품위와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안내하고자 합니다. 면접 전 준비 _ 기본기 다지기 ● 기출문제 분석 및 자기 역할 계획서 확인 면접을 위한 전략적 준비의 첫걸음은 기출문제 분석입니다. 최근 3~5년간 출제된 면접 문제를 살펴보면, 단순한 암기형 질문보다 경험과 정책을 연결하는 심층형·상황형·구상형 문제가 주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형별로 정리하며 자신이 약한 유형을 파악하고, 출제 기관인 교육청의 평가 방향과 정책 기조에 대한 이해를 병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출제된 질문 중 ‘학령인구 감소와 작은 학교 활성화 방안’은 단순한 사실 확인이 아니라, 교육청 중점 과제를 기반으로 실천적 방안을 제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외우기보다는 ‘이 주제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사례를 들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핵심 논지를 구조화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자신이 제출한 ‘자기 역할 계획서’는 면접관에게 단서가 되는 텍스트입니다. 계획서에서 언급한 정책이나 실천 사례는 반드시 질문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원 동기, 주요 실적, 직무수행 계획은 자주 인용됩니다. “계획서에서 언급하신 ‘교원학습공동체 활성화’ 방안에 관해 설명해 보세요”와 같은 질문에 대비해, 자신의 글을 다시 읽고 구체적 사례나 근거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마무리로 핵심 논거를 짧고 반복적으로 메모하며 정리해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학습한 내용을 오답노트처럼 정리하고, 유사 질문이 나올 경우 구조를 바꾸어 말할 수 있도록 자주 연습하면 면접장에서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PART VIEW] ● 시간 관리와 연습 교육전문직 심층면접은 제한된 시간 안에 자기 생각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따라서 내용 준비만큼이나 시간 배분과 말하기 연습이 중요합니다.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핸드폰 녹화 기능을 활용해 자가 촬영을 해 보는 것입니다. 자신이 말하는 속도·손동작·말버릇과 시선 처리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답변 시간이 2분~2분 30초를 넘지 않도록 반복 체크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자가 촬영 후에는 실제 면접에서처럼 자기소개, 구상형 문제, 즉답형 문제를 순차적으로 답변해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 배분의 핵심은 문제 유형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구상형 문제는 1분 30초 이상, 즉답형은 1분~1분 30초 내외로 말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구상형에서는 두괄식 구조로 핵심을 먼저 말한 뒤, 사례나 정책적 근거를 정리하고, 마무리에는 실천 의지를 담아야 합니다. 반면 즉답형은 질문 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논지 중심으로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답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실제 면접장을 상정해 디지털 초시계나 타이머를 활용하면 긴장 속에서 시간 감각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스톱워치로 2분 30초를 설정해 두고 벨이 울릴 때까지 말하는 훈련을 반복하면 실전 감각이 크게 향상됩니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 대책’이라는 질문이 주어졌다면, ‘30초 핵심 입장, 1분 구체 사례와 정책, 1분 실행 방안 및 기대 효과’와 같이 시간별로 내용의 밀도를 조절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연습은 단지 시간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각을 구조화하고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반복과 피드백을 통해 사고력과 전달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 복장과 외적 준비 교육전문직 면접은 단순한 지식 평가를 넘어 전문성과 품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복장과 외적 준비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인상뿐 아니라 지원자의 자기관리능력과 태도를 반영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남성의 경우에는 단정한 정장과 어두운 계열의 넥타이가 안정된 이미지를 줍니다. 흰색 셔츠는 가장 무난하며, 구겨지지 않도록 다림질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반소매 셔츠보다는 얇은 긴소매 셔츠가 더 깔끔한 인상을 주며, 계절에 맞는 재킷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은 밝은 톤의 블라우스와 짙은 색 정장 조합이 단정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긴 머리는 흘러내리지 않도록 단정하게 정리하며, 귀걸이·반지·네일아트 등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치마 정장은 너무 짧지 않도록 무릎선 정도 길이가 안전하며, 스타킹 착용도 깔끔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성별과 상관없이 신발은 조용한 구두를 착용해야 하며, 걷거나 의자를 옮길 때 소리가 나는 힐이나 장식이 많은 구두는 피해야 합니다. 바닥이 미끄럽지 않도록 고무창이 있는 신발이 좋으며, 특히 복도나 면접실 입장 시 조용히 걷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복장은 단지 ‘차려입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면접 당일에 갑자기 처음 입는 옷을 선택하기보다는, 면접 전날이나 그 전부터 직접 입어보고 앉고 서는 자세를 연습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장이 낯설다면, 미리 하루 정도 착용하고 생활해 보며 몸에 익히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면접장에 들어가 앉았는데 치마 정장이 너무 올라가 불편했다’, ‘셔츠 단추가 당겨져서 신경이 쓰였다’는 후기가 실제로 많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러한 불편함이 답변의 집중력과 표현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 간단한 음료 준비 교육전문직 면접 당일에는 예상보다 긴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면접 응시자는 대기실에서 수십 분에서 길게는 두세 시간까지 머물 때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체력 저하나 집중력 감소가 생기기 쉽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간단한 수분 보충용 음료를 준비하는 것이 매우 유용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생수입니다. 플라스틱병에 담긴 무색무취의 정제수가 가장 안전하며, 기압이나 온도에 따라 뚜껑을 열었을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무심코 ‘펑’ 소리가 나거나 뚜껑이 바닥에 떨어지는 등의 상황은 주변의 긴장감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차가운 물이 아닌 실온의 물이 좋고, 겨울에는 미지근한 차(둥굴레차·보리차)를 텀블러에 담아 준비해도 무방합니다. 다만 카페인 음료나 당분이 많은 음료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각성 효과는 줄 수 있지만 긴장을 더 유발할 수 있으며, 당분은 입안에 끈적임을 남겨 발음에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음료는 투명하거나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병에 담는 것이 좋으며, 개인 컵보다는 일회용 병이 오히려 이동 시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무색의 작은 병을 준비하여 가방에 넣되, 면접 직전에는 과도한 수분 섭취를 삼가야 화장실이 급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면접 직전에 커피를 마셨다가 손이 떨렸다’, ‘탄산수병을 땄더니 톡하는 소리가 나서 당황했다’는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작은 배려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음료 준비도 면접의 일환으로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면접 환경에 익숙해지기 ● 대기실 전략 면접 당일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공간은 바로 대기실입니다. 이곳은 단지 대기하는 장소가 아니라, 심리적 안정과 사고 정리를 위한 준비 공간이기도 합니다. 대기실에서의 마음가짐과 행동은 이후 면접실에서의 태도와 답변에 직결되므로, 전략적인 활용이 필요합니다. 첫째, 관리번호는 왼쪽 가슴에 단단히 부착해야 합니다. 일부 지원자는 번호표를 가방에 넣은 채 입실 직전까지도 착용하지 않아 당황하거나, 위치를 오른쪽에 부착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때 면접관의 첫 시선은 좌측 상단을 기준으로 움직이므로, 관리번호의 위치는 표준에 맞게 정확히 부착하는 것이 신뢰감을 주는 기본 예의입니다. 둘째, 답변을 반복해서 암기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긴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기실은 주변 지원자들의 눈치 싸움과 잔기침, 손끝 떨림, 속삭임 등으로 인해 답변을 정확히 기억하기 어려운 공간입니다. 이럴 때는 오히려 ‘멍때리기’ 훈련처럼, 1부터 100까지 숫자 세기나 짧은 호흡 명상을 통해 마음을 비우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비우기는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머릿속 생각을 정리해 주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셋째, 면접 대기 중에는 반드시 화장실을 사전에 다녀와야 합니다. 긴장 상태에서는 평소보다 방광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면접 중 화장실 생각이 나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답변 흐름이 꼬이기 쉽습니다. 특히 정답형보다 즉답형과 심층형 면접일수록 집중의 지속 시간이 중요하므로, 사전에 생리적 조건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 합격자는 ‘대기실에서 계속 논술 답변을 외우려다 머릿속이 하얘졌는데, 10분간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었더니 구상실에서 자연스럽게 말이 정리됐다’고 회고했습니다. 또 다른 합격자는 ‘물 한 모금 마시고 화장실 다녀온 뒤, 면접실에서는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대기실은 정리보다 정돈의 공간이며, 집중보다 정서적 안정의 공간임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 구상실 활용 구상실은 교육전문직 면접에서 주어지는 구상형 문제에 대한 사전 정리 시간을 부여받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기다리는 곳’이 아닌, 짧은 시간 안에 핵심 논지를 정리하고 머릿속 구조를 명확히 만드는 전략적 사고 훈련의 마지막 기회입니다. 첫째, 소지품은 반드시 구상실에 모두 들고 가야 하며, 구상실에서 면접실로 이동한 이후에는 다시 구상실에 돌아올 수 없습니다. 예컨대 답변 노트나 연습용 메모지를 놓고 온 경우 다시 돌아가는 것은 불가하므로, 입실 전 미리 점검 리스트를 만들어 필요한 모든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필기도구·문제지·메모지·시계(디지털 초시계가 이상적)·물 등을 챙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둘째, 답변은 두괄식 구조로 작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구상형 문제는 다소 복합적인 사안을 제시하고, 교육적 문제해결력과 정책적 대안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결론 → 이유 → 실천 방안’ 순으로 논리를 구성하고, 핵심 단어(Keywords) 위주로 요약 정리해야 합니다. 글로 완전한 문장을 쓰는 것은 시간 소모가 크고, 오히려 답변할 때 말이 꼬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학교 지원 방안’이라는 주제가 주어졌다면, ‘기초학력-진단-맞춤지원-다중지원체계’와 같은 식으로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메모해 두고, 이를 말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연습합니다. 면접실 입장과 첫인상 면접실에 들어서는 첫 순간은, 단지 ‘입장’이 아닌 ‘인상’을 남기는 시작점입니다. 이 첫인상이 전체 면접의 분위기를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 써야 합니다. ● 입장과 목례 면접실 앞 복도에서 진행요원이 신호를 주면, 별도의 노크 없이 문을 열고 정중한 목례와 함께 입장합니다. 이때 고개는 15도 정도만 숙이고, 얼굴을 숙이지 않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너무 허리를 꺾거나, 인사를 하며 “죄송합니다” 같은 말을 덧붙이는 것은 불필요한 긴장감만 줍니다. 깔끔하고 단정하게 ‘목례만’으로 인사하면 충분합니다. ● 첫 마디 _ 자기소개는 ‘의욕의 표현’이다 입장 후 자리에 서서, 관리번호와 함께 짧고 강단 있는 자기소개를 합니다. 예를 들면 “관리번호 ○○번입니다. 교육전문직으로서 현장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지원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어색하면 관리번호만 이야기해도 무방하다. 이 짧은 한 문장이 의욕과 진정성을 드러내는 메시지가 되어야 하며, 목소리는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게 또박또박 전달합니다. 이때 시선은 면접관 정면을 향합니다. 자기소개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 하기보다, 한 문장으로 ‘이 사람은 준비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인사와 착석 태도 자기소개 후, 면접관의 ‘앉으십시오’라는 지시를 받으면 배꼽 아래까지 손을 모으는 깊이의 정중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습니다. 이때 손은 허벅지 위에 가지런히 놓고, 다리를 꼬지 않습니다. 만약 의자가 돌출되어 있다면, 의자를 조용히 밀어 넣으며 앉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바른 자세와 시선 유지 앉아 있는 자세는 허리를 세우되 경직되지 않게, 몸을 면접관 쪽으로 약간 기울여 경청의 자세를 유지합니다. 고개는 아래로 떨구지 말고, 턱을 살짝 들고 자신 있는 표정을 짓는 것이 좋습니다. 손은 허벅지 위에 올려두고, 불필요한 손동작이나 다리 떨림은 삼가야 합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가장 편안한 면접관에게 주 시선을 두고, 70% 정도는 그 면접관을 바라보며 답변하고, 나머지는 번갈아 가며 시선을 분배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지나치게 시선을 회피하거나 한 사람만 응시하면 비호감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 자연스러운 미소와 말투 면접 전반에서 미소는 긴장을 완화하고, 면접관과의 정서적 거리감을 줄여주는 요소입니다. 억지 미소가 아니라, 말의 시작이나 끝에 부드럽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정도가 좋습니다. 너무 웃거나, 반대로 굳은 얼굴로 일관하면 인상이 딱딱해질 수 있습니다. 실전 팁 _ 손·시선·목소리 답변 시 손은 무릎 위에 올려 자연스럽게 고정하는 것이 좋으며, 불필요한 제스처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손이 너무 많이 움직이면 긴장감이 드러나거나 산만해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즉답형 질문처럼 사고 흐름이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에서는 손동작을 최소화하여 전달에 집중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시선은 면접관 가운데 한 사람에게 안정적으로 고정하면서, 나머지 면접관에게도 일정 간격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시선을 지나치게 회피하거나, 바닥이나 구상지에 오래 머무는 것은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구상형 문제의 경우 메모한 내용을 참고하되, 눈을 자주 떼지 않고 내용을 읊는 식의 시선 처리도 피해야 합니다. 목소리는 성량과 속도, 발음의 명료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말투는 긴장이나 불안으로 보일 수 있고, 작은 목소리는 자신감 결여로 비칠 수 있습니다. 평소 연습을 통해 ‘또렷하게 말하기’, ‘의미 단위로 끊어 말하기’ 등을 습관화하면 실전에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습관어(예: “음”, “어…”)가 있다면 녹음 등을 통해 파악하고 사전 교정이 필요합니다. 답변 내용은 핵심 논지와 논거 위주로 구성하되, 장황한 설명보다는 정확하고 간결한 표현이 효과적입니다. 즉답형 문제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도 준비한 키워드와 자신의 정책 철학을 연결하여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손의 움직임, 시선 처리, 목소리의 안정성은 전체 인상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면접 직전까지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답변 전략 ● 두괄식 답변 답변은 반드시 두괄식 구조로 시작해야 합니다. 즉 질문에 대한 결론이나 핵심 논지를 맨 앞에 제시한 뒤, 그 근거와 예시를 덧붙이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이는 면접관의 이해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설명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두괄식 답변은 ‘주장·이유·사례·마무리’ 순으로 구성하며, 특히 즉답형 문항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논거를 말할 때는 핵심 단어 중심으로 짧고 명료하게 표현해야 하며,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하기보다는 2~3개의 논리적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첫째, 학생 중심의 수업 설계’, ‘둘째, 공동체 기반의 연계 활동’, ‘셋째, 디지털 활용 역량 강화’와 같이 명확한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 구상형 답변 전략 _ 구조화된 이야기로 설득하라 구상형 문제는 구상실에서 문제를 받아, 약 5분간 답변을 준비하고, 면접실에서 2~3분 이내로 말로 풀어내야 합니다. 따라서 답변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지켜야 합니다. 1) 서론: 문제의 핵심 개념 요약 - 질문에서 요구하는 핵심 용어나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하여 시작합니다. - 예: “저는 학생맞춤형통합지원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2) 본론: 사례, 분석, 정책 제안 - 이전에 경험한 사례를 연결하거나, 브론펜브레너·비고츠키 같은 이론을 들어 논리를 펼칩니다. -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때는 첫째, 둘째, 셋째 구조가 명확해야 합니다. - 예: “첫째, 학교와 지자체 간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3) 결론: 실천 의지 강조 - 지원자로서 어떤 태도로 임할 것인지, 교육전문직으로서의 다짐을 간결히 정리합니다. - 예: “저는 교육청과 현장을 연결하는 가교로서, 이 정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마무리 인사 마무리 인사의 힘은 ‘첫인상보다 여운’입니다. 면접은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인상’도 강하게 남습니다. 면접관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단순히 “감사합니다”로 끝내기보다는 지원 동기와 실천 의지를 다시 한번 정돈된 언어로 표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학교 현장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전문직이 되고자 했습니다. 교육청과 학교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꼭 하고 싶습니다. 이 자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처럼 자신의 중심 철학과 면접 전체에서 일관되게 이어진 메시지를 마지막 한 문장으로 응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은 그림을 자주 보지만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교실 벽에 걸린 작품도, 교과서 속 그림도 하나의 장식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그림은 삶을 비추는 창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는 도구이다. 그림을 제대로 보고 감상하는 힘은 생각을 넓히고 감정을 풍요롭게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깊이 있는 학습을 강조한다. 핵심 아이디어 중심 수업설계, 학생의 삶에 의미 있는 학습경험 제공, 사고하고 탐구하는 수업을 지향한다. 이는 미술 감상 수업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작품을 그냥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질문하고, 탐구하며,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작품을 보는 힘 기르기’라는 주제로 감상 활동을 구상하였다. 학생들이 교실 속에서 작품을 새롭게 바라보고, 일상 속 예술을 발견하며, 감상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쳐 지나던 그림, 멈추어 보기에서 시작하다 학교 복도에는 명화 작품들이 걸려 있다. 나는 이따금 작품 앞에 멈추어 서서 그림을 바라본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것을 풍경처럼, 벽에 새겨진 무늬처럼 스쳐 지나간다. 작품을 장식처럼 여기는 현실이 아쉬웠다. 그림은 장식이 아니다. 한 장의 그림에는 작가의 메시지와 시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학생들은 그 의미를 만나기도 전에 이미 발걸음을 옮긴다. 작품이 지닌 힘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학생들이 그림 앞에 서서 자기 생각을 떠올리고, 친구들과 감상을 나누며, 작품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했다. 복도에 걸린 그림을 배움의 문으로 다시 여는 것, 그것이 이번 수업의 출발점이었다. 교실 속 작은 전시, 호기심을 열다 감상 수업은 특별한 공간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교실을 미술관처럼 꾸미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시선은 달라진다. 나는 교실 벽면을 활용해 작은 전시 공간을 마련하였다. 직접 그린 작품, 미술관에서 구입한 엽서, 그리고 제자들이 선물해 준 그림들을 함께 걸어 두었다. 작품의 종류와 크기는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학생들이 언제든 눈길을 줄 수 있는 가까운 자리에 있다는 점이었다. 학생들은 수업이 아니더라도 쉬는 시간이나 자습 시간에 작품을 바라본다. 어떤 학생은 “이 그림은 선생님이 직접 그린 거예요?”라고 묻고, 또 다른 학생은 “이건 제가 본 적 있는 화가 그림 같아요”라며 관심을 보인다. 교실이 하나의 작은 전시 공간으로 바뀌자, 학생들은 그림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호기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는 감상 활동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이 되었다. [PART VIEW] 작품의 선택이 감상의 깊이를 결정한다 감상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어떤 작품을 볼 것인가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을 적용하더라도 작품 자체가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지 않으면 흥미를 끌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작품 선정은 수업의 절반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을 고를 때에는 학생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주제를 우선하였다. 학교 복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림, 교과서에 등장하는 익숙한 명화, 혹은 일상과 닮아 있는 소재의 작품을 중심으로 삼았다. 학생들은 자신과 연결된 주제에서 이야기할 거리를 발견한다. 그림 속 인물이나 사물을 보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작품과 삶을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또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했다. 학생들이 단순히 ‘예쁘다’, ‘좋다’에서 멈추지 않고, 왜 그런지 설명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일수록 질문이 풍부해지고, 감상의 깊이도 커졌다. 결국 작품의 선택이 학생들의 시선을 붙잡고, 감상 수업을 배움의 자리로 이끄는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핵심 아이디어와 탐구 질문으로 단원 설계의 방향 설정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깊이 있는 학습을 강조한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의 삶과 연결된 의미 있는 배움을 지향한다. 미술 감상 수업은 이 방향과 맞닿아 있다. 그림을 보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은 사고를 확장시키고 감정을 풍부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에 ‘작품을 보는 힘 기르기’라는 주제로 2개 단원을 재구성하였다. 감상을 단순한 활동으로 두지 않고, 작품과 만나는 과정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는 흐름으로 설계하였다. 핵심 아이디어는 ‘감상은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여 삶에서 미술 문화의 다원적 가치를 존중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성취기준을 검토하고, 작품 속 요소를 관찰하고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며, 타인의 감상과 비교·공유하는 과정을 학습목표로 정하였다. 이러한 재구성은 교실 속 그림을 풍경이 아닌 학습의 출발점으로 전환하는 시도였다.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는 것이 곧 배움의 시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좋아하는 작품이 생긴 날’, ‘작품과 이야기해요’ 2개의 감상 단원을 1개의 프로젝트 수업으로 재구성하였다. 핵심 개념은 감상·관찰·비교·감정표현·존중·의사소통이다. 학생이 작품을 자세히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고, 작품 속 특징을 파악하며,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도록 하였다.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감상을 존중하고, 공동체 안에서 소통하는 태도 역시 중요한 학습 요소로 삼았다. 단원의 핵심 아이디어는 ‘감상은 삶과 연결될 때 깊어진다’는 점이다.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비평 능력을 기르고, 미적 판단의 기준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탐구 질문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로 설정하였다. 학생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 단원 재구성의 목표였다. 단원 분석과 평가 설계에 이어 학습활동은 다음과 같이 설계하였다. 1차시 _ 감상이란 무엇일까? 작품 앞에 멈추어 서기 학생들은 그림을 보아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첫 차시에서는 ‘감상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감상이 단순히 “예쁘다”, “잘 그렸다”라는 감탄에서 그치지 않고, 그림을 세 가지 단계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였다. 바로 ‘객관적 관찰 → 주관적 해석 → 평가하기’의 과정이다. ● 첫 번째 단계 _ 객관적 관찰 먼저 객관적 관찰은 작품 속에서 눈에 보이는 사실을 말한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물·인물·색깔과 구도의 배치 등을 차분히 관찰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작품 속 나무의 크기, 인물의 표정, 배경의 색채 등 눈에 보이는 요소를 기록하며 그림을 보다 꼼꼼히 보게 되었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던 그림에서 “여기에는 왜 이렇게 어두운색을 많이 썼을까?”, “인물이 한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뭘까?” 같은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 두 번째 단계 _ 주관적 해석 두 번째 단계는 주관적 해석이다. 학생들은 관찰한 사실을 바탕으로 작품 속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화가가 어떤 이유로 이런 구도를 선택했는지 상상하며 자기 생각을 덧붙였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인물이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은 전쟁 때문일 것 같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은 “이 색을 많이 쓴 건 행복한 기분을 전하고 싶어서일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객관적 관찰이 학생들의 사고를 열어 주었고, 주관적 해석이 작품을 자기 경험과 연결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사가 단정 짓지 않는 것이다. 어떤 해석이든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작품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한다. ● 세 번째 단계 _ 평가하기 세 번째 단계는 평가하기이다. 작품의 가치를 거창하게 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작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 그림은 교실 뒤편에 걸어 두면 좋겠다”, “이 작품은 엄마 생일 선물로 드리면 기뻐하실 것 같다”와 같이 생활 속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혔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그림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삶 속에서 의미를 지니는 존재라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과정을 돕기 위해 ‘작품 감상지’를 활용하였다. 감상지는 객관적 관찰, 주관적 해석, 평가하기의 순서대로 정리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감상지를 채우며 작품을 보는 체계적인 방법을 익혔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그림을 대하던 학생들도, 감상지의 질문에 하나씩 답해 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림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수업 후반에는 “그림을 보니 할 말이 많아졌어요”, “이제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보게 돼요”라는 반응도 나왔다. 첫 차시는 학생들에게 감상이란 무엇인지, 그림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감각을 길러 주는 출발점이 되었다. 작품 앞에 멈추어 서는 습관, 눈에 보이는 사실을 기록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며 삶 속에 연결하는 경험을 통해 감상이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사고와 성찰을 키우는 학습임을 깨닫게 되었다. 2·3차시 _ 단독 감상과 비교 감상으로 넓히는 시선 2~3차시에는 단독 감상과 비교 감상을 통해 작품을 보는 시선을 넓혔다. 미술관이라는 어려운 공간을 칼과 방패라는 장비가 있다면 쉽게 탐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칼과 방패’ 감상을 통해 진행한 것이다. 단독 감상은 ‘방패 감상’으로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방패 모양 안에 자신이 본 작품의 요소를 채워 넣었다. 색·구도·인물 등 눈에 보이는 특징과 표현 방법을 꼼꼼히 기록하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느낀 점을 정리하였다. 한 작품을 오롯이 바라보며 방패를 완성해 나가자 단순한 관찰이 기록으로 이어졌고, 기록이 곧 자기만의 감상이 되었다. 학생들은 “내가 본 것을 적으니 그림이 더 자세히 보인다”, “단순히 글로 적는 것이 아니라 방패를 그리며 작품을 감상하니 재미있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개성 있는 방패가 교실에 전시되자, 친구끼리 서로의 방패를 비교하며 감상 경험을 공유하는 자연스러운 장면도 나타났다. 비교 감상은 ‘칼 감상’으로 설계했다. 두 작품을 한 번에 바라보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할 수 있도록 구조를 시각화하였다. 학생들은 칼자루에 작품 제목과 작가를 쓰고, 칼날에는 두 작품의 공통점을 적었다. 그리고 칼의 외곽에는 작품마다 다른 특징을 배치했다. 이렇게 구조를 명확히 하니 무엇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하는지가 선명해졌다. 단순히 말로만 작품을 비교할 때는 놓치던 부분도, 칼의 각 부분을 채우며 정리하자 차이와 유사점이 한눈에 드러났다. “두 그림이 비슷한데 색이 달라요”, “두 작품은 같은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네요”와 같은 반응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직접 방패와 칼 도형을 그리고 채우는 과정에서 활동 참여도가 크게 높아졌다. 말로만 감상을 나눌 때보다 집중이 오래 지속되었고, 자신이 정리한 결과물을 친구들과 나누며 성취감도 느꼈다. 어떤 학생은 칼 그림에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득 채운 뒤 “이제는 작품이 비슷해 보이지 않고 각각 달라 보여요”라고 이야기했다.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감상 기준을 세워 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단독 감상과 비교 감상은 학생들에게 작품을 보는 새로운 틀을 제공하며, 감상을 보다 깊고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4~7차시 _ 작품 일기와 작가 인물사전으로 깊어지는 이해 4~7차시에는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두 가지 활동을 진행하였다. 첫 번째는 작품 일기 쓰기다. 학생들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 고르고, 작품 속 인물이나 화가의 입장이 되어 일기를 썼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 장면에서 인물은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 그림을 그리며 화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상상력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그림 속 상황과 감정을 자기 경험과 연결하며 공감 능력을 키웠다. 어떤 학생은 인물의 눈빛을 보며 ‘전쟁으로 가족을 잃어서 슬픈 것 같다’고 썼고, 또 다른 학생은 밝은색을 보고 ‘화가가 희망을 전하려 했던 것 같다’고 적었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그림을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감정과 이야기를 담은 하나의 창작물로 바라보게 되었다. 두 번째 활동은 작가 인물사전 만들기다. 여러 작품을 감상한 뒤 자신이 특별히 관심을 가진 작가 한 명을 정해 그 사람의 생애·대표작·작품에 얽힌 일화를 조사하고 카드 형식으로 정리했다. 학생들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조합해 한 권의 인물사전을 완성했다. 친구들의 카드를 보며 비교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작가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었다. “이 작가도 어릴 때 힘든 삶을 살았구나”, “이 작품이 6·25전쟁과 관련이 있네!”와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학생들은 단순히 한 화가의 이름을 외우는 수준을 넘어, 그 작품이 태어난 맥락까지 살펴보게 되었다. 이는 작품과 작가를 연결해 이해하는 힘을 길러주었다. 1~3차시의 단독 감상과 비교 감상을 통해 학생들은 이미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4~7차시 활동은 단순한 정보 정리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왜 이 작품을 좋아하는가?’, ‘이 작가의 어떤 점이 내 마음을 끄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었다. 학생들은 스스로 선택한 작품과 작가를 탐구하며 감상의 깊이를 넓혔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시각을 정리하는 경험을 했다. 8차시 _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 감상의 의미를 다시 묻다 마지막 차시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돌아보며 ‘감상’이란 무엇인지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단원 동안 만난 다양한 작품과 작가 중 가장 마음에 남는 대상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전시 카드 형식으로 작품의 제목과 작가, 자신이 느낀 점을 정리하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했다. 단순히 ‘좋다’라는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왜 이 작품이 좋았는지, 작가의 어떤 점이 마음을 끌었는지 설명하도록 안내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감상의 의미를 다시 묻고 답을 찾았다. “왜 이 색을 썼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알고 나니 그림이 다르게 보였다”와 같은 발언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장식처럼 지나쳤던 태도가 점차 바뀌어, 작품의 맥락과 작가의 삶을 함께 바라보게 된 것이다. 단원의 마지막 활동은 성찰이었다. 학생들은 감상을 배우기 전과 후를 비교하며 새롭게 알게 된 점, 잘하게 된 점, 앞으로 노력할 점을 적었다. “주말에 부모님과 미술관에 가고 싶다”, “그림을 기록하며 보고 싶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 성찰은 단원의 마무리이자 다음 배움의 출발점이었다. 학생들이 자기 언어로 감상의 의미를 정리하고, 배움을 삶으로 확장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이번 수업의 가장 큰 성과였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아이와의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매일 어떤 작품을 봤냐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예전에는 미술관에 가자고 하면 싫다고 했는데, 이제는 먼저 가자고 이야기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감상이 교실에서 끝나지 않고 가정과 일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작품 앞에 멈추어 서는 작은 습관이 학생들의 삶 속에서 예술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배움을 더욱 확장시키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교사인 나 역시 변화를 느꼈다. 작품을 학생들과 함께 바라보며, 내가 그동안 지나쳤던 장면에 새삼 눈길이 머물렀다. 감상은 학생들만 성장시키는 활동이 아니었다. 교사에게도 그림을 다시 보는 힘을 길러주었고, 교실을 넘어 나의 일상까지 예술적 시선을 확장하게 했다. 감상은 교실의 작은 활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작품 앞에 멈추어 서는 습관은 삶의 태도를 바꾸는 힘을 가진다. 이는 단순히 그림보는 방법을 익히는 차원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로 이어진다. 교사들에게도 감상 수업은 학생의 성장을 이끄는 동시에, 교실을 ‘배움과 삶을 연결하는 미술관’으로 만드는 열쇠가 된다.
새 학기의 첫 단원은 ‘Lesson 1. My Happy Everyday Life’였다. 교과서 본문에는 스페인·몽골 등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이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과 해당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소개하는 글이 실려 있다. 수업 도입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하루 중 네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니?”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없다”, “모르겠다”가 가장 많았다. 이유를 묻자 “학원에 다니느라 바쁘다”, “숙제가 너무 많다”, “쉴 틈이 없다”는 말이 이어졌다. 그 순간 나는 아이들이 일상에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쓰기 수행평가 주제를 ‘자신이 스트레스받는 상황과 그 해소 방안에 대해 글로 소개하기’로 정하고, 영어 글쓰기 과정 자체를 자기관리역량(특히 스트레스 관리) 함양으로 설계했다. AI 도구로는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인공지능교육서비스로 제공하는 Plang스쿨을 선택하여 학생들이 개별 맞춤형 피드백을 적시에 바로 받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영어과 성취기준인 ‘[9영04-01] 일상생활에 관한 주변의 대상이나 상황을 묘사하는 문장을 쓸 수 있다’와 ‘[9영04-02] 일상생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을 쓸 수 있다’를 바탕으로 설계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영어과 성취기준으로는 ‘[9영02-02] 대상이나 인물의 감정을 묘사한다’, ‘[9영02-04] 친숙한 주제에 관해 경험이나 계획을 설명한다’를 근거로 설계하였다(현재 중학교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어 중학교 2학년 수업을 준비할 때 2022 개정 교육과정도 고려하여 설계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 각자가 스트레스와 관련된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영어로 구조화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관리 전략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을 수업의 핵심 가치로 삼았다. 1차시 _ 스스로 현재 위치 확인하기 수업 첫 시간은 학생 스스로 현재 위치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했다. 간단한 진단 문항으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 그때 드는 감정을 적게 했다. 응답 결과는 클래스 핑퐁을 활용하여 워드클라우드로 시각화하였다. 워드클라우드의 큰 글자로 떠오른 단어들을 보며 학생들은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 비슷하네”라며 서로의 경험을 비교했다. 한 학생은 “I feel tired after I finish my academy”라고 썼고, 다른 학생은 “I am nervous when I have tests”라고 적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브레인스토밍을 넘어, 자신의 감정을 편안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언어로 표현하는 첫 연습이었다. [PART VIEW] 학생들은 자신이 느낀 감정과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ChatGPT에게 물어봐도 되나요?’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나는 “정답은 없다. 너의 하루에서 솔직히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려보고,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이야기해 보자”라고 안내했다. 그리고 영어 실력이 부족한 느린 학습자들에게는 “I feel ~ when…”, “When I…, I usually feel…”, “I am stressed after ~” 같은 sentence phrase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파파고(Papago) 같은 번역기가 아닌 메리엄 웹스터 어린이 학생 사전(Merriam Webster Student Dictionary for Kids)를 사용하게 하여 모르는 단어는 크롬북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몇몇 느린 학습자들은 “이걸 어법적으로 완벽하게 써야 하나요?”라고 물었고, 나는 “영어는 도구일 뿐이야. 어법은 틀려도 돼. 영어로 너의 하루 중 스트레스받는 상황과 그 감정을 표현해 보는 경험이 중요한 거야!”라고 답했다. 브레인스토밍 단계부터 학생들이 영어로 한번 표현해 보는 것은 이후 초안을 작성할 때 영어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한국어로 적어둔 메모를 영어로 옮겨 보되, 어법이나 단어의 완성도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정확성보다 솔직함과 주제의 명확성이었다. 2차시 _ 좋은 블로그 포스팅의 특징 탐구 두 번째 시간에는 좋은 블로그 포스팅의 특징을 함께 탐구해 보는 활동을 했다. 스트레스 상황과 해소법을 다룬 블로그 포스팅 글 3편을 조별로 읽어보면서 블로그 포스팅 글이 다른 글 장르와 무엇이 다른지 비교하도록 하였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블로그는 제목을 보고 사람들이 읽을지 말지를 선택하기 때문에 제목을 흥미롭게 작성한다”, “블로그는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짧은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진이나 영상 활용이 많다” 등의 의견을 공유하였다. 이후 평가기준(내용·구조·언어형식)을 바탕으로 똑같은 3편의 글을 교사의 관점에서 채점해 보면서 어떤 글이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좋은 글인지 토의하도록 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평가 기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어떤 식으로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를 작성하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해소해야 할지에 대해 학생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하였다. 3차시 _ 초안 작성 세 번째 시간은 본격적인 초안 작성 시간이었다. Plang스쿨의 Writing 기능에 접속하여 학생들이 초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초안 작성 완료 후 제출하여 Plang스쿨의 AI 피드백을 받아 보게 했다. AI 피드백을 학생들이 확인하기 전에 AI의 할루시네이션 효과에 대해 안내하였다.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ChatGPT가 ‘세종대왕의 맥북던짐 사건’에 대해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사실처럼 설명하는 예시를 보여주며 AI가 거짓으로 서술할 수 있으므로 AI 피드백에 대한 비판적 수용을 강조하였다. 4차시 _ AI 피드백과 교사 피드백을 확인하여 퇴고하기 네 번째 시간에는 AI 피드백과 교사 피드백을 확인하여 학생들이 퇴고하는 시간이었는데 학생들이 AI 피드백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초안 작성 후 종이에 퇴고할 때 자신의 글에서 AI 피드백을 수용한 부분을 밑줄치고, 왜 수용하였는지 자신의 이유를 종이 뒤에 적도록 하였다. 예컨대 “I feel bad”라는 문장을 “I feel overwhelmed”로 확장하자는 제안에 대해 어떤 학생은 “overwhelmed는 자신의 느낌과는 다르다며 수용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압도되어 긴장된다’라는 느낌보다는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라는 느낌에 가깝다고 이야기하였다. 교사 피드백과 AI 피드백을 비교하였을 때 AI는 문법과 표현, 연결어 제안을 구체적으로 제공했고, 교사 피드백에서는 논리 전개의 타당성과 사례의 적절성, 독자 고려를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AI 피드백이 언어사용 측면에서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다 보니, 교사는 학생들에게 글의 논리성이나 구체성에 대해 피드백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어 보다 양질의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었다. 퇴고는 Plang스쿨이 아닌 종이에 직접 학생들이 작성하였다. 종이에 작성함으로써 학생들이 언어사용이나 구조적인 특징을 체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퇴고 이후 동료평가를 실시하였는데 교사가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제작한 체크리스트(내용/구조/언어 사용/연결어 사용 등)를 활용해 작성한 학생이 평가 기준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에게 동료평가를 할 때 본인의 피드백이 작성한 학생의 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책임 있는 피드백의 중요성에 대해 안내하였다. 5차시 _ 자기 성찰일지 쓰기 다섯째 시간은 학생 스스로의 성찰로 마무리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최종 글에 대한 교사의 피드백과 AI 피드백을 확인 후 성찰일지(Reflection Sheet)를 작성했다. 성찰일지에 사전에 질문을 제시하여 학생들이 질문에 답변하면서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성찰일지 질문에는 ‘AI 피드백과 교사 피드백을 비교하였을 때 영어글쓰기에서의 나의 강점과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요?’, ‘나의 보완할 점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학습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하시오’와 같은 스스로의 학습결과와 과정을 돌아보는 질문들이 있었으며 Lesson 1을 처음 시작할 때 제시하였던 탐구 질문 중 논쟁적 질문인 ‘Is it possible to truly express myself in an unfamiliar language like English?’(‘영어처럼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때,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해 답하도록 하였다. 이후, 이 활동에 대한 마지막 소감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의 변화는 성찰기록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한 학생은 마지막 소감에서 “이번에 블로그를 쓰면서 내가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생각보다 많이 받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다른 애들도 비슷해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었다. 블로그 포스트 특징을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구조대로 쓰니 글쓰기가 더 쉬웠고 Plang스쿨 Writing 피드백 덕분에 글이 훨씬 좋아졌다. 다음에는 ○○처럼 피드백을 여러 번 받아야겠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자신의 보완할 점과 앞으로 학습계획으로 “모든 문장을 ‘I’로 시작하는데, AI 피드백이 다르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였다. 앞으로는 영어로 된 동화책을 한번 읽어보면서 다양한 문장구조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라고 작성하였다. 논쟁적 질문의 경우에는 의견이 다양했다. 어떤 학생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속이 쓰리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영어에는 딱 맞는 표현이 없었다. 한국어로는 내 생각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데 영어는 아직 익숙하지도 않고 한국어와 많이 달라서 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데 완벽하지 않다”라고 이야기하였으며, 다른 학생은 “어법이 완벽하지 않아도 최대한 나의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면 영어·한국어 상관없이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과정에서의 어려움 이번 영어표현수업 이후 교사로서의 성찰도 분명해졌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영어로 표현하며 깊이 있는 자기성찰을 수행했음을 확인했다. 특히 ‘블로그 글의 특징 분석 → 평가 기준 분석 → AI·동료·교사 피드백 병행’이라는 흐름은 학생들의 쓰기 전략과 자기조절적 학습능력을 확실히 키워 주었다. 다만 최종 결과물을 종이에만 묶어 두지 말고, 실제 블로그나 학급 온라인 공간에 올려 댓글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순환을 끝까지 경험하게 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에는 이 부분을 보완해, 학습경험이 학생들의 일상과 더 촘촘히 연결되도록 할 계획이다.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있었다. 첫째, 시간 관리 문제다. AI와 동료 피드백을 모두 거치다 보면 수업시간이 빠듯하였다. 둘째, 학생들의 학습격차였다. 본교 학생들의 영어 수준은 중학교 평균적인 영어 수준보다 높아 대체적으로 영어 문장 작성은 어렵지 않았지만, 일부 문장 쓰기가 어려운 학생에게는 블로그 글의 template과 sentence phrase을 제공했다. 빠른 학생에게는 어휘 수준과 글의 톤 조절(공손·격식·친근)을 교사 및 AI 피드백에서 제안했다. 셋째, 정서적 민감성 문제다. 혹여 개인사가 담긴 민감한 내용이 공개될 수 있기에 학생들에게 동료평가를 할 때 최대한 다른 학생의 글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하도록 강조하였다. 공개하기를 꺼린 한두 명의 학생은 자기평가로 대체하였다. 스트레스 관리 과정 이 프로젝트가 SEL의 자기관리역량, 특히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길렀는지, 과정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자기인식 단계에서 워드클라우드와 진단 문항을 활용했다. 학생은 자신이 언제,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생각하고 영어로 표현하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감정어휘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annoyed, exhausted, nervous, relieved’ 같은 단어가 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쓰이기 시작했다. 둘째, 전략탐색 단계에서 샘플 블로그 글 분석과 평가 기준 분석이 도움을 주었다. 좋은 글의 기준을 스스로 정리하며, 타인의 전략을 자기 언어로 재구성했다. ‘도입에 질문/경험/통계 중 하나를 쓰자’, ‘본문 단락마다 연결어를 최소 한 번은 사용하자’와 같은 규칙이 학생들한테서 나왔다. 셋째, 실행과 조정 단계에서는 AI와 동료, 교사의 다층 피드백이 학생들이 글을 쓰는데 개별 맞춤형으로 도움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학생들이 피드백을 비판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선택적으로 수용하여 자신의 글을 고쳐 나갔다. 넷째, 성찰 단계에서 최종 성찰을 통해 활동 이후에도 행동 변화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었다. 학생들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보완할 점을 작성하고 이후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진단·탐색·실행·성찰의 사이클이 글쓰기 전 과정에 배치되면서, 영어과 수업은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관리 역량을 키우는 장이 되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교실의 말투였다. “선생님, 이거 맞아요?”라는 질문이 줄고, “선생님 AI 피드백에서 이 문장에서 too보다는 very가 더 적절하다고 했는데 그 차이가 궁금해요?”, “여기서 However보다 Besides가 더 낫지 않을까요?” 같은 문장이 늘었다. 언어 선택의 주도권을 학생이 쥐자, 글은 빠르게 ‘본인다운 글’이 되었다. 동시에 정서적 차원에서도 ‘나만 스트레스를 받고 힘든 게 아니다’라는 공감이 형성되었다. 워드클라우드에서 시작된 작은 공감의 씨앗은 동료평가에서 다른 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의 분위기로 확장되었다. 영어과에서 SEL, 특히 스트레스 관리를 다루는 일은 결코 부수 활동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 심리·관계회복의 필요,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기관리·디지털 시민성 요구, 학교폭력 예방과 학급문화 회복, 미래역량·학업성과와의 직접적 연계, 2022 개정 교육과정 등 정책적 강조가 맞물리며 최근 사회·정서학습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영어과는 특히 도구교과이므로 주제 선정에서 다른 교과보다 자유로운 편이다. 따라서 사회·정서학습을 융합한 수업설계가 조금 쉬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충청북도교육청 소속 사서교사 연구회 ‘탐탐’은 학교도서관이 교과수업과 긴밀히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수업 모델을 개발하고자 결성된 모임으로, 8명의 사서교사와 5명의 일반교사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연구회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핵심 아이디어와 전이를 중심으로 초·중·고 교과와 연계한 협력 수업을 기획하며, 학교도서관이 단순한 자료실을 넘어 협력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 발달을 도와주는 지혜의 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올해 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본교 ‘생태와 환경’ 교과교사(이원택)와 함께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을 운영하였다. 이번 수업은 새롭게 개정된 2022 교육과정의 핵심을 반영하여 설계되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은 단순한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학생이 교과의 핵심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상황과 문제해결에 적용(전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핵심 아이디어(Big Ideas)’를 중심으로 학습을 조직하고, 학생이 지식을 자기 삶과 연결하며, 실천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이다. ‘생태와 환경’ 과목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과정을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교과다. 나는 이 과목이 가진 본질적인 성격이 학교도서관과 만나면 훨씬 깊이 있고 풍부한 학습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교실 안에서 개념을 배우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자료를 스스로 탐색하고,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창작과 독서활동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내용을 삶의 맥락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PART VIEW] 첫 번째 협력수업 _ 생태 감수성을 기르는 창작 수업 첫 번째 협력수업은 생태 감수성을 함양한 ‘시·에세이 쓰기’였다. ● 1·2차시 _ 돌실공원 견학 1·2차시에는 돌실공원을 견학하여 학생들이 직접 자연을 관찰하고 생태계를 몸소 경험하도록 하였다. 단순한 견학에서 그치지 않고, 공원 내 쓰레기를 줍는 ‘줍깅(플로깅)’ 활동을 함께 진행하여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체험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자연과 환경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느낀 경험은 학생들에게 교과서에서 배운 생태 개념을 살아 있는 지식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되었다. ● 3차시 _ 본격적인 창작 수업 진행 3차시에는 도서관으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창작 수업을 진행했다. 나는 사서교사로서 ‘시와 에세이의 개념과 특징 및 글쓰기 방법을 안내하고, 도서관 서가에 비치된 다양한 시집과 에세이를 함께 살펴보며,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표현 방식을 탐색하도록 도왔다. 학생들은 자신이 관찰하고 느낀 자연의 모습을 어떤 언어로 표현할지 고민하며 창작의 방향을 정리했다. ● 4차시 _ 돌실공원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여 시·에세이 쓰기 4차시에는 학생들이 돌실공원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해 시와 에세이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스마트폰과 크롬북을 활용하여 사진을 정리하고, 관찰한 동식물이나 자연의 변화를 글로 풀어내는 활동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창작의 주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인공지능 도구 사용은 금지하였고, 학생 각자의 시선과 언어로 생태계를 표현하도록 했다. ● 5차시 _ 시 낭독회와 발표회 5차시에는 완성된 작품을 리로스쿨 플랫폼을 통해 제출하고, 시 낭독회와 발표회를 열어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며 감상을 나누었다. 이 창작 수업은 학생들에게 ‘생태계’라는 개념을 단순히 지식으로 아는 것을 넘어 몸으로 경험하고 감성으로 표현하는 기회가 되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본 자연의 모습과 느낀 감정을 언어화하는 과정에서 생태 감수성을 기르고, 개념을 자기 언어로 재구성하는 힘을 키웠다. 두 번째 협력수업 _ 독서를 통한 사고 확장 ‘KWL 전략’ 활용 두 번째 협력수업은 환경 주제 독서활동이었다. 나는 학생들이 생태와 환경에 대한 지식을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하고 사고를 구조화할 수 있도록 KWL 독서전략을 도입했다. ● 1차시 _ ‘지구 생태계와 우리 삶은 지속 가능한가?’ 학습토론 1차시에는 ‘지구 생태계와 우리 삶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학습토론이 이루어졌다. 지속가능한 발전(SDGs)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사례를 공유하여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수업하였다. 지구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 시민의 역할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2차시 _ KWL 전략 구조 설명 2차시에는 KWL 전략의 구조(K: 이미 알고 있는 것, W: 알고 싶은 것, L: 배운 것)를 설명하고, 이를 활용해 독서기록장을 작성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이 전략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개념 기반 학습’을 전이와 연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학생들은 책을 읽기 전에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점검하고, 새롭게 알고 싶은 내용을 설정하며, 읽은 후에는 얻은 지식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를 체계화했다. ● 3차시 _ 관심 있는 도서 선정하여 읽기 3차시에는 도서관에서 각자가 관심 있는 도서를 직접 선정하여 읽는 시간을 가졌다. 생태계의 다양성, 기후 변화, 인간 활동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책들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여 학생 주도성을 높였다. ● 4차시 _ 독서기록장 작성 4차시에는 독서기록장을 작성하며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구조화하고, 발표시간을 통해 서로의 독서 경험을 공유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고 중요한 내용을 발표하며, 서로의 시각과 생각을 비교하며 사고의 폭을 넓혔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한 독서 감상에서 벗어나 정보를 선별하고 조직하는 능력, 핵심 개념을 추출하고 이를 자신의 지식 구조에 연결하는 능력을 키웠다. 또한 다양한 정보원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재구성하는 경험을 통해 정보 문해력과 사고력을 함께 신장시킬 수 있었다. 도서관과 교과의 만남이 만든 배움의 확장 이번 ‘생태와 환경’ 협력수업을 진행하면서 필자는 학교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학생들의 학습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지혜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도서관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탐색과 비교, 분석, 재구성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학습 허브 역할을 했다. 자료를 기반으로 한 탐구학습, 창작과 독서활동, 발표와 공유까지의 전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교과서 속 개념을 삶과 연결하며, 배운 지식을 새로운 맥락에서 활용하는 전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생태와 환경’ 교과는 지식의 습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과목이다. 생태계를 몸으로 느끼고, 환경문제를 직접 관찰하며, 그 속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토론하는 경험이 필수적이다. 도서관과의 협력수업은 이러한 과정을 자연스럽게 수업 속에 녹여냈고, 학생들이 교과의 핵심 개념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실제 삶의 문제해결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생태와 환경 과목뿐 아니라 다른 교과와도 협력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수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도 학교도서관은 교과수업과 연계하여 학생들이 핵심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사고를 확장하고, 전이를 경험하며, 삶과 연결된 배움을 실현하는 학습공간으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숫자가 말하지 못하는 교육 현실 2025년, 한국 교육의 화두는 단연 학령인구 감소다. 초·중·고 학생 수는 10년 사이 100만 명 이상 줄었다. 단순히 계산하면 교원 정원도, 초·중등교육 예산도 줄이는 것이 맞아 보인다. 그러나 교실의 현실은 정반대다. 여전히 과밀학급은 줄지 않고, 소규모학교는 급증하며, 다문화학생, 기초학력 보장, 고교학점제 운영 등 질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이야기를 해도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축소와 그에 따른 교원정원 감축이라는 단순 논리를 이기지 못한다. OECD 교육지표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 대비 교원 수’만으로는 한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기 어렵다. 교원 정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교육의 질·형평성·미래 대응을 결정하는 전략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교원 정원을 둘러싼 다층적 모순 ● 경기도 교실, 여전한 과밀과 불안정한 정원 경기도는 교원 수급 불균형의 전형을 보여준다. 2025년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1.7명, 중학교는 25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각각 2.3명, 2.1명 많다. 전체 학급의 23.7%가 과밀학급(27명 이상), 그중 10.9%는 초과밀학급(34명 이상)에 해당한다. 정원이 부족해 매년 수천 명의 기간제교사가 충원된다. 2025학년도 기준 경기도는 전국 대비 58% 수준의 기간제교사를 배정받았다. 교육현장은 “교사 숫자는 맞추지만, 정규 교원이 아닌 임시방편”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과밀학급 문제는 단순히 아이들이 좁은 교실에 모여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개별 학생 지도가 어렵고, 안전사고 위험까지 커집니다. 그런데도 기간제교사로 버티라는 건 현장을 외면한 처사입니다.”(경기도 A 초등학교 교사) ● 소규모학교 증가와 교과 운영의 위기 반대로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소규모학교가 급증하고 있다. 경기도 초등학교의 17%, 중학교의 5%가 학생 수 100명 이하다. 교사가 최소 인원만 배치돼 전 과목 개설이 어렵고, 전보 갈등도 심화된다. “신도시 개발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면서 교사들이 과원으로 전보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교사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교육공동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B 중학교 교사) ● 고교학점제와 다문화, 새로운 수요의 폭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고교학점제는 교사 부족 문제를 구조적으로 드러낸다. 일반계 고교의 평균 개설 과목 수는 60.5개에 이르지만, 교사 수가 한정돼 있어 학생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순회교사 확대 요구도 정원 부족으로 제약을 받는다. 교육부가 올해 중등교원 1,600명을 더 뽑겠다고 했지만, 현장은 ‘학교당 0.28명’ 늘어난 수준이라며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문화학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다문화학생은 2025년 기준 5만 7,000명으로 전국의 28%에 달한다. 언어·문화 지원을 위해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하지만, 정원 배정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언어 장벽 때문에 맞춤형 지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원은 학급 수만 기준으로 산정되니, 지원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다문화교육 담당 C 초등학교 교사) ● OECD 지표가 놓치고 있는 맹점 그러나 OECD 교육지표는 학생 수 대비 교원 수, 학급당 학생 수 등을 단순 비교한다. 그러나 한국은 과밀학급과 소규모학교가 공존하고, 다문화·기초학력·AI교육 같은 질적 요인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OECD 평균을 단순히 따라가면 안 됩니다. 우리 사회의 특수한 교육 수요, 즉 과밀·소규모·다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지표는 현실을 왜곡합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9월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전략포럼 발표 내용 중) “인구가 줄었다고 교육비나 교사를 줄여야 한다는 건 일차원적입니다. 학생이 줄었다고 바로 교사를 줄이는 건 불가능합니다. 늘릴 땐 쉽게 늘릴 수 있어도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경기도는 중학교 과밀학급이 60%가 넘습니다. 35명 들어찬 교실에서 맞춤형교육이 가능하겠습니까? 농촌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도 지역공동체를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합니다. 학교를 없애면 지역이 사라집니다. OECD와 단순 비교도 문제입니다. 우리는 휴직교사·비교과교사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실제와 맞지도 않습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9월 23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린 제4회 교육정책네트워크 토론회 발표 내용 중) 임태희 교육감의 지적대로 정책의 자기모순도 겹친다. 정부는 지역소멸 위험을 이유로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그러나 학교의 학생 수 감소는 곧바로 교원 감축과 교육재정 축소의 논리로 연결된다. 같은 인구 감소를 두고 상반된 잣대를 들이대는 셈이다. 특히 OECD 교육지표 교사 수는 휴직교사와 기간제교사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국가별 교사의 고용 형태(정규직·계약직)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교사는 정규직이라서 휴직 시 대체 기간제교사를 고용하므로, 전체 교사 수에 휴직교사와 기간제교사 수가 중복 산출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셈할 수는 없으며, 셈할 수 있는 것이 전부 가치 있는 것도 아니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한국 교육정책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비춘다. 단순한 숫자의 감소에 매달리기보다, 그 속에서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가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숫자 아닌 교육권 _ 교원 정원 개편의 골든타임 교원 정원의 역설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육의 질과 미래를 좌우하는 구조적 과제다. 단기적으로는 과밀학급 해소와 정규 교원 확충이 시급하며, 중기적으로는 교원 정원 산정 방식을 학생 수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과 교육과정 다양성, 학생 배경을 반영하는 질적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안정적 교육재정 보장과 고등교육 공공지출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부는 정원 기준 개혁과 미래 교육 대비 교사 재교육을 주도하고, 시도교육청은 지역 맞춤형 교원 배치와 다문화·특수교육 지원을 책임져야 한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교육재정 개편과 고등교육 공공지출 확대를 입법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경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재정 기반을 마련해야 하고,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협력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컨트롤타워로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때 정책은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학생 수 감소를 곧장 감축의 근거로 삼는 것은 아인슈타인이 경고한 ‘숫자의 함정’에 빠지는 것과 다름없다. 학령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지만, 교실의 현실은 단순한 숫자 감소와 다르다. 지난 5년간 학생 수는 6% 줄었으나 교사 수는 5% 줄었고, 학급 수는 1.4% 감소에 그쳤다. 이는 기초학력 미달, 다문화학생 증가, 고교학점제 시행 등 새로운 교육과제가 늘어나면서 교원의 역할이 오히려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원 정원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의 학습권과 지역공동체 유지는 국가적 책무다. 오히려 감소한 숫자는 한 명 한 명에게 더 깊이 투자할 기회다. 한국 교육이 이 역설을 기회로 전환할 때, 미래 세대는 더 튼튼한 교육 기반 위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교원 정원 개편은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과 미래를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기회이자, 교육공동체가 함께 붙잡아야 할 골든타임이다. 숫자는 줄었지만, 교육의 책임은 줄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사 중 자신이 받는 급여에 만족하는 비율은 10명 중 3명에도 못 미치는 29%로 나타났다. 반면 행정업무 부담은 OECD 국가 평균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특히 급여 만족도는 지난 2018년 조사와 비교할 때 20% 이상 낮아졌다. 교사들의 근무 여건이 갈수록 악화돼 처우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교직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다고 여기는교사는 응답자의3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8년 조사보다 32% 하락한 수치다.이러한 사실은 최근 공개된 OECD TALIS 2024 결과에 따른 것이다. OECD TALIS 2024는 6년 만에 발표된 세계 최대 규모의 교원 국제 비교 조사로, 50여 개국 26만 명 이상의 교사와 학교장이 참여했다. TALIS는 교직 데이터의 국제 표준으로 각국 교육정책의 핵심 근거로 활용된다. 이번 조사는 ‘교직의 현황(The State of Teaching)’을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184개교와 중학교 190개교 등 총 374개교에서 약 6,500명의 교사와 학교장이 참여했다. 특히 TALIS 2018에 비해 AI 활용, 사회정서교육(SEL), 지속가능발전교육(ESD) 등 교직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교육 대응 요소에 초점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이 글은‘Results from TALIS 2024: Korea’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이번에 공개된 주요 결과 보고서는 중학교 자료만을 기반으로 분석되었다. 교사 스트레스 요인 … 학부모 민원 - 과도한 행정업무 – 학급 질서 유지 順 한국 교사들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은 것은 학부모 민원 대응(57%)으로, 이는 OECD 평균보다 현저히 높다. 이어 과도한 행정업무(50%)와 학급 질서 유지(49%)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OECD 평균을 웃돌지만, 수업준비(6.8시간)와 학생 과제 피드백(3.7시간)에 쓰는 시간은 평균보다 적다. 반면 행정업무 시간은 주당 6시간으로 OECD 평균(3시간)의 두 배에 달한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교사의 업무 부담이 수업보다 행정에 치우쳐 있으며,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이 과중한 행정업무와 학부모 민원 대응에 기인함을 보여준다. 교직 존중도 6년 새 반토막 … 교사 3명 중 1명 ‘사회가 교사를 가치 있게 본다’ ‘사회가 교사를 가치 있게 여긴다’고 응답한 한국 교사는 35%에 불과해, 2018년(67%) 대비 32% 급락했다. 이는 교직의 사회적 위상이 크게 약화된 것을 의미하며, OECD 평균(22%)보다 높지만, 하락 폭은 참여국 중 가장 두드러졌다. 한편 ‘정책결정자가 교사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답한 비율은 21%로 OECD 평균(16%)을 약간 상회했으며, 신규교사의 86%는 교직을 첫 번째 진로로 선택해 OECD 평균(58%)보다 높았다. 즉 교직의 진입 매력도는 유지되고 있으나, 사회적 존중도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급여 만족도 20% 하락 … 교직 안정성 흔들린다 한국 교사의 고용 안정성과 처우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교사의 상용직 비율은 75%로 OECD 평균(81%)보다 낮으며, 2018년 대비 13% 감소했다. 또한 급여를 제외한 고용 조건에 만족하는 교사는 52%, 급여에 만족하는 교사는 29%에 그쳐 각각 OECD 평균(68%/39%)보다 낮았다. 특히 급여 만족도는 지난 6년간 20% 급락하였다. 한국 교사의 직무 만족도는 85%로 OECD 평균(89%)보다 다소 낮지만, 교직을 떠나려는 비율은 매우 낮은 안정적 구조를 보인다. 30세 미만 교사 중 향후 5년 내 교직을 떠날 의향이 있는 비율은 5%로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2018년 이후 직무 만족도는 4% 감소했지만, 교직 지속 의향은 여전히 강한 편이다. 한국에서 신규교사의 83%가 초기 교사교육의 질이 높았다고 응답해 OECD 평균(75%)을 상회했으나, 신규교사 멘토 배정률은 12%로 OECD 평균(26%)의 절반에도 못 미쳐 참여국 중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통계와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전문성 개발에 참여한 교사는 43%로 OECD 평균보다 낮았으며, 업무로 인한 시간 부족(93%)과 일정 충돌(87%)이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수업 자율성은 낮고 행정 참여는 높아 … 교사 전문성 반영 여전히 제한적 한국 교사는 수업설계와 준비, 교수방법 및 전략 선택, 교육과정의 탄력적 운영 등 교수 관련 의사결정 권한이 OECD 평균보다 낮아 수업 자율성이 전반적으로 제한적이다. 반면 학교 개선계획 수립, 교과목 개설, 예산 배분 등 행정 및 운영 영역에서는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참여를 보여, 교수활동보다 행정 참여가 상대적으로 강화된 구조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 학생 구성의 다양성이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편으로, 첫 언어가 수업 언어와 다른 학생, 난민·이주배경 학생, 특수교육 수요 학생이 10% 이상인 학교의 비율이 모두 국제 평균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교사의 54%만이 문화적 다양성에 대응할 자신이 있다고 응답해 OECD 평균(63%)보다 낮았으며,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학습 과제를 설계할 수 있다고 답한 교사도 32%로 OECD 평균(62%)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교사의 AI 활용 OECD 평균 웃돌아 … 인프라와 역량 격차는 여전 한국 교사의 43%가 업무에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고 응답해 OECD 평균(36%)을 웃돌며, 국제적으로 높은 활용 수준을 보였다. 반면 AI를 사용하지 않은 교사 중 76%는 AI를 활용할 지식과 기술이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52%는 학교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해 OECD 평균(37%)보다 높았다. 한국은 교직 내 신뢰와 존중 수준이 OECD 평균을 웃도는 안정적인 학교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교사의 대부분은 학생과 교사가 잘 지낸다고 인식하며, 교사 간 신뢰와 학교장의 지원적 리더십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교사의 98%가 ‘학생과 교사가 잘 지낸다’고 응답해 OECD 평균(96%)을 상회하였다. 반면 학부모와의 정기적 협력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응답한 교사는 22%로 OECD 평균(25%)보다 낮아 학교 내부의 신뢰는 높지만, 가정과의 협력은 여전히 미흡한 과제로 남았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동시에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거나 특정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요구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회·정서역량으로 마음건강 챙기기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의 역할에는 학생들이 사회·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포함되며, 궁극적으로는 융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자기관리역량을 함양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여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긍정적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사회·정서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오늘날 학교교육의 중요한 목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고, 사회적으로 학생들의 마음건강 문제가 점점 크나큰 우려로 대두되고 있으며, 이는 통계수치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OECD 38개국 기준 35위로 최하위권입니다. 더욱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학생자살사망사안보고서 분석 결과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마음건강 문제로 고립감을 느끼는 학생들의 비율이 2019년 3%에서 2023년 21%로 급격히 증가했고, 자살 전 행동 변화가 거의 감지되지 않은 사례가 무려 72.9%에 해당된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고조시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교육목표는 단순히 교육과정에 의한 교과목의 내용 학습에 국한될 수 없으며, 학생들이 자신의 마음건강을 챙기고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예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더욱 명확히 보여줍니다. 마음건강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 복합적인 개념입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마음건강이 좋지 않을 경우 불안·우울·자존감 저하 등의 문제로 인해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어려워지고, 이는 고립과 심리적 고통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마음건강은 사회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고, 사회성과 인간관계는 마음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를 위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마음건강·사회성·인간관계 교육은 상호 연결된 요소로서 각각을 강화하는 동시에,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기반을 제공합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조사에서도 학교교육의 가장 중요한 초점으로 ‘사회성 및 인간관계 교육’(25.2%)이 선정되었고, 응답자의 34.3%가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 중 하나로 자기관리능력을 꼽았습니다(KEDI POLL, 2023). 이는 사회·정서역량 개발이 단순한 교육정책 제안이 아니라 실제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증명하며, 이에 따라 2026년까지 초·중·고 전 학년에서 사회·정서역량 수업을 15차시 이상 운영하도록 하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계획이 진행 중입니다.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융합교육 이러한 사회·정서역량 강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또 다른 중요한 교육적 접근법은 바로 융합교육(STEAM)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융합교육은 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의 다섯 가지 학문 분야를 통합적으로 교육하여, 학생들에게 다양한 실생활 문제를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사고력과 응용력을 길러주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는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요소를 이해하고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융합교육은 이러한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훈련할 수 있는 교육적 접근 방식으로 점점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융합교육 페스티벌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교(서울개일초)는 2024년에 이어 2025년 4월 과학의 달에 융합교육 페스티벌을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단순히 교과 내용을 배우는 데서 벗어나, 다양한 친구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사회·정서역량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이 행사는 학생들에게 일회성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규교과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동아리활동과 연계하여 스스로 계획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수반되었습니다. 더불어 행사 운영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학부모·예비교사와 같은 교육공동체 구성원들까지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전 과정을 협력과 상호작용의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통합적 운영방식은 융합교육의 철학과 목표를 학교교육 전반에 녹여내며, 단순한 행사 이상의 교육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동아리활동을 통해 자신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팀원들과 함께 협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협력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과정에서 발생하는 도전 상황에 직면하면서 학생들은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조율하고, 스스로의 의견을 표현하며, 소통능력을 향상시키는 경험을 했습니다. 즉 행사에 참여하며 학생들은 학업적 성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교감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감을 키움으로써 단순한 체험프로그램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학교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행사 기획부터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이끌고 참여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고, 이는 본교의 학교문화에 풍요로움을 더하고 교육공동체의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더 나아가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행사에서 제공하는 체험프로그램과 관련된 팀프로젝트 활동을 하며 서로 협력하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소통능력을 체득함으로써, 사회·정서역량 교육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고와 감정 조절을 훈련하며, 자기주도적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도전 활동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함으로써 인내와 자신감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실질적인 융합교육 경험은 학생들이 사회·정서적 역량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익힐 기회를 제공하며, 나아가 학교가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돌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돕는 통로로도 작용합니다. 본교는 앞으로도 사회·정서역량 강화와 융합교육의 결합으로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학습 효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육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이는 학생의 개인적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 단위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교육혁신의 중요한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과학성취도는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흥미와 자신감은 하위권에 머무는 ‘이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과학교육의 방향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새교육은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이항로 회장을 만나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물었다.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현황과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여기십니까. “교육부의 제5차 과학교육 종합계획(2025~2029)에 따르면 과학교육은 ‘미래 사회 핵심 역량 함양’을 목표로 설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학생들의 과학 흥미와 자신감이 낮고 실험·탐구 중심 수업이 부족해 탐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역 간 인프라와 교사 역량 격차도 큽니다. 융합형 교육은 아직 정착되지 못했고, 과학이 진로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실질적 동기부여가 약합니다. 시급한 과제는 우선 네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교실에서 직접 실험과 탐구활동을 확대해 ‘핸즈온(Hands-on)’ 중심 수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둘째, 첨단 기자재와 실험실 확충, 교사 전문성 강화가 필요합니다. 셋째, AI·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과 연계된 융합형 과학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넷째, 과학기술 직업군과 연결된 콘텐츠로 학생들의 진로탐색을 지원해야 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학생들이 과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AI와 빅데이터 시대, 과학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요. “지식 암기에서 문제해결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교과서 내용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문제나 AI 윤리, 데이터 분석 등을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다루며 실생활과 사회 문제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STEAM(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 융합교육을 강화하고,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는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을 도입해야 합니다. AI를 단순히 소비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험 분석, 시뮬레이션 등에 적용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기술 발전과 함께 과학적 사고력과 윤리적 성찰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AI 기반 맞춤형 학습으로 전환하고, 가상실험(VR·AR)과 국제 공동 프로젝트 등 글로벌 협력도 확대해야 합니다. 미래 과학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융합적 문제 해결력, 데이터 활용 능력, 윤리적 사고를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현행 교과과정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충분하다고 보시는지요. “기초과학 개념학습, 탐구활동, 일부 STEAM 프로젝트 도입 등 기본 토대는 마련돼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입시 중심 평가로 인해 여전히 문제 풀이식, 정답 찾기식 수업이 지배적입니다. 교과내용이 AI·기후위기 등 사회 현안과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고, 데이터 기반 탐구 역량을 기를 기회도 부족합니다. STEAM이 행사성 수업에 그치거나 과목 나열에 머무는 경우도 많습니다. 평가 역시 지필시험 위주라 창의·융합역량을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려면 교과에 AI·데이터 과학·환경윤리 등 미래 핵심 이슈를 포함하고 지역사회 문제해결 프로젝트와 PBL(문제기반학습)을 확대해야 합니다. 실험 데이터를 엑셀·파이썬·AI 도구 등으로 분석·시각화하는 훈련을 강화하고, 평가방식도 포트폴리오와 협력적 문제해결 과정 등을 반영하는 다차원적 체제로 바꿔야 합니다. 교사들이 AI와 융합수업 설계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수도 필요합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높은 성취를 보이면서도 과학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은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입시 중심의 결과 위주 평가, 정답 암기식 수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 생활과 동떨어진 교과 내용이 원인입니다. ‘과학은 어렵고 틀리면 안 된다’는 문화가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립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실험·탐구 과정을 중시하는 수업과 평가로 전환해 학생들이 ‘성공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흥미 있는 사회·미래 이슈를 수업에 반영하고, 토론·프로젝트 수업을 확대해 탐구 중심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단계별 과제를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협동학습을 강화하며, 포트폴리오와 발표 등을 평가에 반영해 창의적 접근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학교 밖 과학관, 축제, 연구자와의 만남 등 체험 기회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교사들의 전문성 신장과 역량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지원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미래 과학교육의 질은 교사에게 달려 있습니다. 단발성 특강이 아닌 지속적이고 심화된 연수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AI·빅데이터·기후위기 등 최신 과학기술과 교육 트렌드에 대한 연수를 정례화하고 프로젝트 수업·STEAM·디지털 실험 등 새로운 수업방식을 실습할 기회를 확대해야 합니다. 학교·지역 단위의 교사학습공동체(PLC)를 활성화해 수업 혁신 사례를 공유하고 대학·연구소·기업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야 합니다. 평가 전문성, 연구자로서의 교사 정체성 지원, 행정업무 경감과 실험실 환경 개선 등도 필수입니다. ‘지속적 성장 경로(CPD)’를 보장하는 체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들의 과학과목 대신 사회탐구에 몰리는 이른바 ‘사탐런’ 경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과학과목이 어렵고 점수 따기 불리하다는 인식, 수능 반영 방식의 구조적 문제, 과학Ⅱ 과목의 난이도와 진로연계 부족, ‘과학은 전문가 영역’이라는 사회적 통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로 인해 과학 선택 학생이 줄고, 과학Ⅱ 과목 개설이 축소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사회·과학 탐구 과목 간 난이도와 점수 체계를 조정하고 수능·대학 전형 방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수업은 탐구·프로젝트 중심으로 전환해 학습부담을 완화하고 과학이 이공계뿐 아니라 AI 윤리, 데이터 과학, 환경정책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진로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과학을 모든 시민의 기본 교양으로 인식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단발적 사업이 아니라 과학교육 문화 확산을 위한 중장기 비전을 세우는 것입니다. 연합회를 ‘행사 연합체’가 아니라 과학교육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실천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겠습니다. ‘한국 과학교육 미래 비전 2030’을 공동 선언하고 교사 전문성 지원체계를 구축하며 학교와 사회자원을 연결하는 과학문화 네트워크를 만들겠습니다. AI·기후위기 등 미래 핵심 분야 중심의 차세대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국제 교류를 확대해 한국 과학교육의 위상을 높이겠습니다.”
프롤로그 _ 왜 여름, 왜 홋카이도인가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며 여러 곳을 고민했지만, 결국 홋카이도(Hokkaido, 北海道)를 선택했다. 일본의 여러 지역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거리감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한국의 여름에서 잠시 벗어나, 조금은 다른 공기를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홋카이도를 떠올릴 때 삿포로(Sapporo, 札幌)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삿포로 맥주, 삿포로 라멘, 겨울철 눈 축제가 유명한 바로 그 도시 말이다. 그러나 홋카이도는 삿포로 하나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다. 일본 전체 면적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한 영토를 자랑하며 지리적으로는 혼슈(Honshu, 本州) 북단에서 훌쩍 떨어진 북쪽의 큰 섬이다. 바다와 산, 광활한 평야와 들판이 이어지며 일본 본토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빚어낸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도시들이 흩어져 있다. 신선한 해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항구 도시 오타루(Otaru, 小樽), 농업과 낙농업이 발달한 도카치(Tokachi, 十勝) 평야, 그리고 여름의 화려한 색채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비에이(Biei, 美瑛)와 후라노(Furano, 富良野)까지…. 홋카이도를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 도시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륙 같은 다채로운 풍경과 문화를 만나는 경험에 가깝다. 그 가운데 내가 선택한 여정은 삿포로·비에이·후라노였다. 삿포로는 신치토세 공항과 연결된 홋카이도의 입구이자 최대 도시로 여름철이면 대규모 맥주축제가 열려 도시 전체가 활기로 가득하다. 비에이와 후라노는 한국인에게도 투어 여행지로 잘 알려진 유명한 곳이다. 비에이는 언덕과 밭이 만들어내는 목가적 풍경을 자랑하며, 후라노는 보랏빛 라벤더와 형형색색의 꽃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도시의 활기와 자연의 고요, 축제와 풍경을 두루 경험하고 싶었던 나의 기대와 가장 잘 맞는 조합이었다. 삿포로 _ 음식과 도시, 그리고 개척의 흔적 인천공항에서 2시간 50분의 비행을 마치고 신치토세 공항에 내린 순간부터 홋카이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JR 열차를 타고 삿포로역까지 이동하는 40여 분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이미 한국과 다른 느낌이었다. 넓은 들판과 낮은 건물들, 그리고 어딘지 여유로운 속도감까지 말이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도심으로 들어서자, 의외로 깔끔하고 정돈된 도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는 넓었고, 건물들은 지나치게 높지 않아 하늘이 크게 보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둑판처럼 정돈된 격자형 도로망이었다. 이는 홋카이도 개척 당시 서구식 도시 계획을 도입한 결과로, 한국의 도시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삿포로 도심 내 대표적인 공원인 오도리공원에 이르자 여름 햇살 속에서도 초록빛 잔디와 분수가 시원하게 반짝였다. 겨울에는 눈 축제가 열린다고 하지만 여름의 삿포로 역시 활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원 곳곳에는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직장인들, 잔디밭에서 뛰노는 아이들, 산책을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공원 주변으로는 삿포로의 상징 중 하나인 시계탑이 우뚝 서 있어, 이 도시가 단순한 현대적 공간이 아니라 역사와 시간을 함께 품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삿포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코 음식이었다. 그중에서도 ‘징기스칸(ジンギスカン)’이라 불리는 양고기 구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스스키노 지구의 한 징기스칸 전문점에서 처음 맛본 양고기는 단순히 ‘맛있다’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았다. 양고기 특유의 잡내가 걱정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신선한 홋카이도산 양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럽고 고소했다. 가운데가 볼록한 전용 철판에서 구워낸 양고기를 곁들인 채소와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홋카이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맛이었다. 그 맛을 음미하며 ‘결국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재료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홋카이도는 일본에서 가장 비옥한 평야와 청정한 환경을 바탕으로 신선한 농산물을 길러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자·옥수수·멜론 같은 작물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이다. 1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니조시장에서 맛본 우니·이쿠라(연어알)·털게 등 신선한 해산물들은 차가운 바다가 키워낸 홋카이도만의 선물이었다. 삿포로에서 마신 맥주 또한 홋카이도의 보리와 홋카이도의 물이 있어 가능한 맛이었다. 지리수업 단원 중 ‘기후와 농업’, ‘지역 특산물’을 설명할 때 항상 교과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직접 경험한 생생한 사례를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도시 곳곳에는 개척의 흔적도 남아 있었다. 먼저 시계탑(時計台)은 오도리공원과 함께 삿포로의 얼굴로 불릴 만큼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19세기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 정부가 본토에서 이주민을 이끌고 홋카이도를 개발하며 세운 이 건물은 단순한 시계 기능을 넘어, 근대화와 개척의 시간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삿포로 맥주박물관에 들어서면 개척과 산업화의 궤적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전시물들은 독일의 양조 기술자들이 전수한 맥주 제조법이 어떻게 홋카이도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근대 일본의 서구화 과정을 이해하는 살아있는 교육자료였다. 이곳의 풍경이 단순한 도시 이미지가 아니라, 근대 일본의 역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름 홋카이도의 매력 _ 시원한 공기 속에서의 여유 “홋카이도는 겨울에 가야 제맛이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눈 덮인 설경과 겨울 대표 축제인 ‘삿포로 눈 축제’가 가장 먼저 생각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여름의 홋카이도는 또 다른 의미에서 특별하다. 일본 본토의 여름이 우리나라보다 더욱 습하고 후텁지근하다면, 홋카이도의 여름은 선선하고 맑다. 당시 7월 말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았고, 저녁에는 25도 아래로 내려가 에어컨 없이도 충분히 쾌적했다. 비록 낮에는 햇살이 뜨겁긴 했지만, 우리나라처럼 숨 막히는 더위는 찾기 어려웠다. 저녁에는 삿포로의 명물, 스스키노 네온사인 거리를 걸으면서 더위에 지치지 않고 천천히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한국의 여름이었다면 금세 땀이 흐르고 숨이 막혔을 텐데, 이곳에서는 오히려 발걸음이 가볍게 이어졌다. 오도리공원과 홋카이도 대학교를 걷는 낮에도 마찬가지였다. 여름에 홋카이도를 찾은 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오도리공원에서는 마침 ‘삿포로 맥주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긴 벤치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원한 맥주잔을 부딪치며 웃음을 나누고 있었다. 나 역시 현지인들 틈에 앉아 홋카이도산 맥주를 한잔 들이켰다. 낮 동안의 햇살로 데운 몸이 서늘한 맥주 한 모금으로 단번에 식는 느낌이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마신 그 맥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여름 홋카이도의 상쾌한 공기와 활기찬 분위기까지 함께 담고 있는 듯했다. ‘여행지의 맛은 결국 그곳의 기후와 사람들의 삶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지리교사인 나에게 이런 기후와 경험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평소 수업과 업무에 지친 몸과 마음에 진정한 휴식을 선사해 주었기 때문이다. ‘진짜 쉬었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먼저 무더위에 시달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비에이와 후라노 _ 풍경의 압도 삿포로에서 렌터카를 빌려 비에이에 도착했다. 작고 소박한 역을 지나 언덕길을 오르자,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푸르른 초원과 군데군데 심어진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펼쳐졌다. 비에이의 대표적인 명물 중 하나인 ‘세븐스타 나무’ 앞에서는 한동안 차를 세우고 서 있었다. 1970년대 일본 담배 ‘세븐스타’ 광고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이 한 그루의 커다란 참나무는, 지금도 언덕 위에서 든든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 웅장한 모습은 단순한 나무라기보다는 비에이의 드넓은 초원을 지키는 수호자처럼 보였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감은 오히려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다. 이어 들른 곳은 사진작가 마에다 신조의 작품을 전시하는 탁신관(拓真館)이었다. 전시실에는 비에이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창밖으로는 하얀 자작나무 숲이 펼쳐져 있었다. 흰 줄기의 나무들이 줄지어 선 숲길을 걸으니, 잠시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고요함이 감돌았다. 이곳에서는 풍경이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예술과 감성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어 만난 비에이의 명물 ‘크리스마스트리’ 또한 인상 깊었다. 이름처럼 외롭게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마치 겨울을 기다리는 듯 고요하게 서 있었는데, 그 풍경은 사진 속 장면이 아니라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청의 호수(青い池, 아오이케) 역시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물속에는 쓰러진 자작나무들이 고요히 잠겨 있었고, 특유의 푸른빛 수면은 날씨와 빛에 따라 미묘하게 색을 달리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방재 시설이지만, 지금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독특한 풍경으로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비에이와 함께 방문했던 후라노에서는 아쉽게도 시기상 7월 중순에 만개하는 라벤더를 볼 수는 없었지만, 대신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을 거닐며 일본 사람들 특유의 세심함과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꽃밭 사이사이를 메운 색채의 조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원 예술 같았다. 특히 농장에서 먹었던 유바리 멜론과 라벤더 맛 소프트아이스크림은 후라노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 속에서 잠시 여행의 피로가 사라지는 듯했다. 풍경 너머의 이야기 _ 여행 후에 알게 된 홋카이도의 역사와 문화 여행하며 늘 느끼는 것은, 풍경은 단순히 눈앞의 장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영민 교수님의 책 지리학자의 인문여행에서는 여행은 세 번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떠나기 전 상상 속에서 한 번, 현장에서 몸으로 체험하며 한 번, 그리고 다녀와서 곱씹으며 또 한 번. 이번 홋카이도 여행 역시 그랬다. 돌아온 뒤 우연히 홋카이도가 원래 아이누 민족의 삶의 터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여행 중에는 기념품 가게에서 본 독특한 문양이나 낯선 음악을 그저 ‘특이하다’고만 느꼈는데, 그것이 바로 아이누 문화의 흔적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풍경 뒤에 숨어 있던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19세기 메이지 정부의 개척 정책으로 본토에서 이주민들이 몰려들면서 농업과 축산업이 발달했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감탄하는 풍요로운 농산물과 목가적인 풍경이 만들어졌다. 비에이의 계단식 밭과 후라노의 라벤더밭은 모두 이런 개척 역사의 산물임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산책의 목적으로만 방문했던 삿포로농학교(현 홋카이도 대학교)가 근대 교육과 서구 농학을 도입한 실험장이었고,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는 클라크 박사의 말은 지금도 이 땅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결국 여행지 속에서 경험하는 음식과 풍경 뒤에는 언제나 역사와 문화가 함께 자리하고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을 이해하려는 시선이 더해질 때 여행은 비로소 깊어지고 의미 있게 남는다는 사실을 이번 여정을 통해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었다. 에필로그 _ 여행의 여운 5박 6일의 홋카이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창밖으로 멀어져 가는 홋카이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삿포로의 신선한 음식, 비에이의 초원과 나무들, 그리고 후라노의 정성스럽게 가꿔진 정원까지…. 이번 여행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삶을 재충전하고 교육자로서의 시야를 넓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왜 홋카이도를 택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일상의 무더위와 바쁨을 잠시 벗어나 떠난 여행이었지만, 돌아와 보니 얻은 것은 단순한 시원함 이상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 역사적 깊이, 그리고 사람들의 세심한 삶의 태도까지 고루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평소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앞만 향해 달려가던 내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빠른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천천히 멈추어 서서, 그곳에 담긴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여행이 가르쳐준 것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홋카이도 이야기를 들려주면 모두 “나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홋카이도 여행의 핵심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에요. 천천히,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야 풍경 속에 담긴 이야기들도 보이거든요.” 결국 여행은 풍경을 보는 일이자, 그 풍경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홋카이도에서의 며칠은 나에게 ‘재료가 좋은 음식처럼, 배경이 깊은 여행이 진짜 맛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동시에 ‘삶도 그렇게 천천히 음미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남겨주었다. 언젠가 또 다른 계절에 다시 찾더라도, 이번 홋카이도 여행의 기억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무더운 여름날이 찾아올 때면, 그곳의 선선한 바람과 고요한 풍경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될 것이다.
사랑이 있는 교육이 인생과 사회를 바꾼다 (김형석 지음, 위더북 펴냄, 244쪽, 1만 6,000원)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김형석 교수가 사색과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이 교육의 토대를 이룰 때 아이와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교육현장에 사랑을 불어 넣으면 아이들의 자율성과 책임감이 자라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공동체의 신뢰와 연대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교육정책과 사회적 흐름을 비판적으로 짚고, 부모와 교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지침을 제시한다. 카리스마 제로 선생님의 기적의 논어 대화법 (이정희 지음, 상상아카데미 펴냄, 248쪽, 1만 6,800원) ‘한때 교실붕괴를 경험했던 평범한 교사가 논어의 지혜로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과정을 담았다. 책은 공자의 가르침을 현대 교육현장에 맞춘 40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아이의 말부터 듣고, 교사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꾸짖음 대신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학생의 자율성과 교사의 신뢰가 함께 자라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렸다. 지시보다 공감, 훈육보다 경청이 교육 본질에 더 가깝다는 점을 강조한다. 깊이 있는 수업을 위한 그림책 탐구 질문 1000 (강지혜 등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408쪽, 2만 5,000원) 오랜 기간 그림책 연구 모임을 이어 온 7명의 교사가 사회정서학습에 좋은 그림책 50권을 엄선해 만든 ‘탐구 질문’을 소개한다. 단순히 그림책을 읽는 수준을 넘어 ‘묻고 나누는’ 깊이 있는 탐구로 확장하기 위한 질문을 모았다. 질문을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 제시하므로 대상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뽑아 쓸 수 있다. 그림책 탐구에 몰입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한 활동지도 수록했다. 관찰 육아 (박은희 지음, 상상아카데미 펴냄, 240쪽, 1만 6,800원) 초등교사이자 두 자녀의 엄마인 저자가 ‘관찰하는 육아’를 통해 얻은 통찰을 담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통제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태도’가 아이와 부모 모두를 견고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다. 저자는 ‘관찰’이 상호작용과 성장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부모가 먼저 자신과 감정을 들여다보고, 아이를 향한 기대와 판단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아이도 스스로 일어설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도 식물하러 갑니다 (손연주 지음, 주니어RHK 펴냄, 124쪽, 1만 5,000원) 식물 덕후에서 ‘가드너’가 된 현직 연구원의 진로탐험 에세이. 학생 시절부터 식물에 매료돼 국립수목원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 과정을 청소년들이 익숙한 인스타툰과 그림일기 형식으로 유쾌하게 풀어 ‘내가 진짜 원하는 모습’과 ‘내가 꿈꾸는 것’을 고민하고 탐색하게 한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가드너의 업무를 만화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질문의 숲 (김종원 지음, 포레스트북스 펴냄, 264쪽, 1만 8,000원) 청소년 철학 시리즈 ‘숲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으로, ‘질문’을 주제로 사고력과 내면 성찰을 돕는다. 저자는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을 위해 여섯 가지 숲길을 제시한다. 삶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질문부터 어떤 어려움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세워주는 질문까지. 청소년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정해진 답이 아니라,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주는 ‘좋은 질문’이다. 한 줄 필사로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김명교 지음, 언더라인 펴냄, 170쪽, 1만 7,000원) 좋은 글을 필사하며 글쓰기의 기초 감각을 다져가는 실천형 안내서다. 짧은 문장과 필사 공간을 좌우로 배치해 독자들이 직접 글을 옮기며 문장의 리듬과 어감을 감각적으로 체득하게 했다. 필사한 문장에 대한 감상을 기록하거나 변형해 보는 연습도 포함되어 있다. 기사, 일기, 연설문, 동시, 동화, 의태어와 의성어 사용하기, 묘사, 비유 등 8가지 글쓰기 표현법을 익히도록 안내한다. 낭독하는 아이 (서혜정·정윤경 글, 어수현 그림, 다봄 펴냄, 120쪽, 1만 5,000원) 엑스파일 스컬리의 목소리로 알려진 성우 서혜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첫 창작동화. 소심하고 목소리가 작아 고민인 어린 ‘서혜정’이 슈퍼문이 뜬 날, 오래된 저택에서 당당하고 멋진 어른이 된 자신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았다. 낭독을 통해 자율적 사고와 당당한 태도를 갖춰가는 이야기를 통해 ‘낭독을 하면 여러분의 미래가, 꿈이 달라져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우리는 종종 뉴스·드라마·다큐 등을 통해 어찌 사람이 이토록 끔찍한 짓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이코패스를 접하곤 한다. 학교에서도 가끔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사이코패스 아냐?”라는 말을 하게 되는 학생을 만날 때가 있다. 특히 학교폭력 가해자 중엔 피해자가 울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상대방의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왜 울지?’라는 무심한 얼굴로 지루하다는 듯 딴짓을 하거나, 가해자끼리 서로 눈을 마주치며 히죽 웃기까지 한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모두 마음이 아픈 아이라며 마인드컨트롤 해보지만, 상담자도 사람인지라 치밀어 오르는 절망감·분노·안타까움·무기력감 등 복잡한 감정으로 하루 종일 정신줄을 놓곤 한다. 이들은 글러 먹은, 개선의 여지가 없는 아이들일까? 태어날 때부터 남달랐을까 아니면 자라온 환경이 이들을 괴물로 만들었을까? 최근 TV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 등장한 연쇄살인마 정이신은 ‘측은지심을 갖고 자란’ 아들에게 “핏줄은 의미가 없어. 넌 나랑 다른 사람이야. 난 그게 좋아”라고 말한다. 사이코패스 유전자가 있어도 환경에 따라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연쇄살인마의 말은 ‘사이코패스를 연구하는 사이코패스 과학자’로 유명한 신경뇌과학자 제임스 팰런(James Fallon)의 세 다리 이론(Three-Legged Theory)의 핵심과 맥을 같이 한다. “내 뇌가 사이코패스였다” – 어느 신경뇌과학자의 고백 2005년 어느 날, 연쇄살인마의 뇌를 연구하던 팰런은 우연히 자신의 뇌 패턴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뇌 패턴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동료들에게 설명하자 “어쩐지, 그래서 그렇게 공감 능력이 떨어진 거구나”는 반응을 보였다. 본인만 몰랐을 뿐, 이미 주변인들은 그의 남다름을 알아채고 있었던 것이다.며칠 뒤 팰런은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더 확인한다. 자신의 부계 혈통에서 악명 높은 친족 살해범과 흉악범들이 많았으며, 유전자 검사 결과 자신뿐 아니라 아버지와 형제들까지도 전사(戰士, warrior) 유전자, 즉 사이코패스의 피를 이어받았음을 확인한 것이다. 팰런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나쁜 짓을 한 적은 있어도 사이코패스라고 불릴 정도로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팰런은 자신의 삶을 찬찬히 되짚어봤다. 그리곤 마침내 자신이 사이코패스 뇌를 가졌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어린 시절부터 유사 폭탄 물질을 개발해서 불을 지르고 다니는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고, 장례식장에서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 시체를 보며 유가족에게 “드레스가 예쁘다”고 말할 정도로 공감 능력이 떨어졌으며, 중요한 약속을 어기거나 잦은 외도를 저질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음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성격을 돌아보며 감정적으로 냉담했고, 사람들의 슬픔에 무관심했으며, 사람을 조종하거나 경쟁에서 이기는 데서 큰 쾌감을 느껴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살인자는 아니지만, 형편없는 인간이었다. 조종하고, 경쟁하며, 감정적으로 얕았다. …(중략)… 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친절하다고 믿어왔지만, 그들로부터 내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적으로 무심한 사람인지 듣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제임스 팰런, 괴물의 심연, p. 112~125 사이코패스 _ 정서의 다리가 무너진 사람 심리학에서 인간은 세 발 의자와 같다. 세상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힘은 옳고 그름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이성, 공감하고 양심을 느끼는 정서, 인지와 정서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이라는 세 가지 다리에서 나온다. 이 세 다리가 균형을 이루면 인간은 곧게 선다. 그러나 어느 하나라도 짧아지거나 부러지면 넘어지고 만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자 마사 스타우트(Martha Stout)는 저서 양심 없는 사람들에서 사이코패스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이코패스는 인간의 기본적인 억제 장치, 즉 양심이라는 안전장치가 결여된 사람이다.” 결국 사이코패스는 ‘정서의 다리가 무너진 사람’, 즉 머리(인지)와 손발(행동)은 있지만 가슴(정서)이 없는 사람인 셈이다. 이들은 인지와 행동의 다리는 정상적이거나 오히려 뛰어나기에 계산에 능하고, 사회적 규범을 흉내 낼 줄 알며, 말솜씨가 능숙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 계획도 치밀하다. 하지만 정서의 다리가 짧거나 부러져 있기 때문에 공감 능력은 현저히 부족하고,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위험 추구, 계획적 범행, 타인 조작을 하여 사회적으로 위험한 결과를 낳게 된다.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지만, 마음 이론은 유지된다. 그들은 타인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알지만, 타인이 느끼는 것을 함께 느끼지는 못한다.”- 제임스 팰런, 괴물의 심연, p. 88 팰런은 사이코패스의 핵심 특징을 ‘정서적 공감의 결핍’이라고 강조한다. 사이코패스는 ‘상대가 지금 겁에 질려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 불안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타인의 감정을 ‘머리로’ 이해할 수는 있는 인지적 공감(계산된 공감)은 할 수 있지만,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정서적 공감은 결핍되어 있다. 그래서 그들은 타인의 의도를 읽고 조종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타인의 고통에는 무감각하다. 사이코패스를 완성하는 세 가지 조건 그렇다면 사이코패스 유전자가 있는 팰런은 어떻게 범죄자가 아닌 대학의 교수가 될 수 있었을까? 팰런은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발현되려면 세 가지 조건, 즉 유전적·뇌신경학적·환경적 조건이 동시에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는 ‘세 다리 이론(Three-Legged Theory)’을 통해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더라도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 유전적 다리 사이코패스 기질은 일정 부분 유전된다. 특히 ‘전사(戰士) 유전자’라 불리는 MAOA 변이가 충동성·공격성, 공감 부족과 관련 있다고 보고된다. ● 뇌 발달과 신경학적 다리 사이코패스의 뇌는 전두엽과 편도체의 비정상적인 활성화 패턴을 보인다. 이는 타인의 고통을 감정적으로 공감하지 못하고, 충동적 결정을 쉽게 내리는 원인이 된다. ● 환경적 다리 어린 시절 학대·방임·폭력적 양육 환경 및 사회적 배제 등 부정적 경험은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범죄로 이끄는 기폭제가 된다. 사이코패스 범죄자 중 70%가 유아기에 신체적·감정적·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답했다. 반대로 따뜻한 돌봄과 교육은 기질적 위험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팰런은 스스로를 ‘친사회적(pro-social)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사이코패스 기질을 지니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무해한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유전적 다리와 뇌신경학적 다리를 가졌지만, 부모의 올바른 양육과 교육 덕분에 학습된 공감으로 ‘친사회적 사이코패스’가 되었다고 말한다. 즉 타고난 유전적 요인과 뇌신경학적 요인은 어찌할 수 없더라도 따뜻한 양육 환경과 관심·공감의 경험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 다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는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졌지만, 그렇다고 사이코패스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 사이코패스의 위험 요인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반사회적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자애로운 아버지와 통찰력 있는 어머니가 일찍부터 아들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아보고 잘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취약성을 만들 뿐이며, 환경이 균형을 기울인다.”- 제임스 팰런, 괴물의 심연, 본문 요약 정리 환경적 다리를 가장 강력하게 지탱하는 힘, 교육 세 다리 이론은 결국 교육의 역할을 다시 묻게 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우리는 가끔 머리는 똑똑하지만, 마음이 제대로 자라지 않은 ‘정서적 공감능력이 결핍된 아이들’을 만난다. 시험 점수는 늘 상위권이고 또래보다 논리적·이성적이지만 친구의 아픔에는 무심한 아이, 무한경쟁 속에서 자신의 성취를 위해 다른 친구의 노력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아이, 따돌림 상황에서 웃으며 방관하거나 오히려 즐기는 태도를 보이는 아이, 교사에게는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지만 뒤에서는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 인지와 행동의 다리는 길게 자랐으나, 정서의 다리가 짧아 불균형 상태인 이 아이들은 팰런은 이렇게 표현한다. ‘공감의 껍질은 남아 있으나 감정의 불꽃이 꺼진 상태’ ‘정서적 공감능력이 결핍된’ 아이들과 상담하다 보면 마음이 짠해지며 안타까움이 일어난다. 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상태도 잘 표현하지 못한다. 그저 “아, 모르겠어요. 그냥 짜증 났는데”라며 투덜거릴 뿐이다. 자기 감정도 모르는데, 상대방의 감정을 제대로 읽어낼 리 만무하다. “그 친구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음, 기분 나빴겠죠, 뭐”라는 시큰둥한 답변이 돌아올 뿐이다. 안타까운 상황을 전해 들어도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어쩌라고? 내 알빠노(‘내가 알아야 하나?’의 의미를 지닌 신조어)”라며 무관심하다. 세 다리로 서 있는 사람은 어느 다리 하나라도 짧거나 부러져 있으면 작은 충격에도 쓰러져버릴 수 있다. 교육은 세 번째 다리, 즉 환경적 다리를 놓는 과정이다. 우리가 학생의 뇌와 기질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환경(교육)은 그들을 올곧게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 팰런 교수가 사이코패스 기질을 갖고 태어났지만, 부모의 관심과 학교의 올바른 교육이 버텨주면서 범죄자가 아닌 교수가 되었듯이 말이다. 모든 아이가 팰런처럼 ‘운’이 좋지는 않다. 대부분은 가정에서도 정서적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이 하지 못한다면 교육기관 혹은 단 한 명의 지지자, 즉 아이가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다면 세 번째 다리는 절대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의 연쇄살인범 아들을 ‘측은지심’이 있는 형사로 키워 낸 최중호처럼 말이다.
‘월스트리트’는 오늘날 금융 중심가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통용되는 이름이다. 단순한 거리의 명칭을 넘어 전 세계 자본이 응집된 공간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단어는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비롯되었다. 세계 최대의 증권거래소와 금융기관이 모여있는 곳으로, 미국 경제를 넘어 글로벌 금융질서를 주도해 온 상징적 무대이다. 따라서 ‘월스트리트’라는 표현은 단순한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금융의 메카’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이와 같은 ‘월스트리트’가 있을까?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심장부로 불릴 수 있는 금융 중심지는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바로 ‘여의도’이다. 여의도는 국회의사당과 방송국이 위치한 정치·언론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증권사·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는 금융 1번지라는 점에서 ‘한국의 월스트리트’라 불린다. 실제로 한국 자본시장의 흐름은 상당 부분 여의도의 빌딩 숲에서 결정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단순히 지리적 요인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 배경에는 한국 경제 발전사와 맞물린 역사적 흐름이 존재한다. 이제 우리는 한국판 월스트리트, 여의도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자. 장마철만 되면 범람하던 모래섬에서 공군비행장으로 오늘날 여의도는 고층 빌딩과 금융기관이 늘어선 서울의 핵심지이지만, 개발 이전의 여의도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개발 이전의 여의도는 한강 한가운데에 자리한 모래섬에 불과했는데, 홍수가 나면 섬의 경계가 모호하게 될 정도로 자주 잠기는 땅이었다. 처음으로 이 일대에 관심을 둔 것은 1916년 3월, 일제강점기 때였다. 당시 간이 비행장이 필요했던 일제는 동쪽 끝에서부터 서쪽 끝까지 언덕 하나 없는 여의도에 주목했다. 당시 조선총독부에서는 여의도를 비행장 건립에 적합한 평지로 보고 여의도 비행장을 건설하였으며, 한국 최초의 비행장이 여의도에 세워지게 되었다. 이 비행장은 제국주의 침략을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1922년 4월 조선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이 이곳에서 시범 비행을 펼치며 조선인들의 자긍심과 독립 의지를 고취하는 역사적 장소가 되기도 했다. 해방 이후, 이곳에는 대한민국 공군의 전신인 ‘국방경비대 항공부대’가 결성되면서 여의도는 한국 공군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1954년에는 ‘여의도 국제공항’으로 정식 개항하면서 민간 항공기능까지 맡게 되었다. 하지만 여름마다 반복되는 한강 홍수로 인해 공항 운영은 늘 어려웠다. 결국 1961년, 국제공항 기능은 김포공항으로 이전되었고, 1971년에는 공군기지가 성남 서울공항으로 완전히 옮겨가면서 여의도 비행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급격한 산업화와 인구 팽창으로 인한 대안, 여의도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반은 한국 사회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던 시기였고, 서울 역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주거지와 업무지 확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은 사대문 안팎에 더 이상 주거지를 공급할 땅이 없다고 지적하며 서울시에 대규모 주택공급을 지시했다. 이 문제해결을 위해 서울시는 여의도에 주목했다. 여의도는 도심에서 멀지 않은 평지였기 때문에 활용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모래섬이었다는 점이었다. 서울시는 섬 둘레를 따라 제방을 쌓고 땅을 매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비만 오면 물에 잠기던 황량한 모래섬을 항상 물 위에 떠 있는 진짜 땅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밤섬을 폭파해서 만든 섬 여의도 개발을 위해 먼저 해야 할 것은 제방을 쌓는 일이었다. 하지만 제방 공사를 위해 필요한 대량의 모래와 자갈, 심지어 바위까지 확보하는 것은 그 당시 자원과 재원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먼 지방에서 이 자재들을 운반하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서울시는 현지조달, 즉 인근 지역에서 필요한 골재를 조달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었다. 이때 물색 된 현지 골재 조달지가 바로 인근에 있던 ‘밤섬’이었다. 밤섬은 여의도보다 지형이 더 높고 견고했으며, 큰 돌덩어리들과 자갈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섬이었다. 서울시는 1968년 2월 밤섬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했고, 여기서 나온 돌과 자갈로 여의도 주변에 제방을 쌓았다. 서울은 싸우면서 건설한다. 110일간의 미션 여의도 제방 공사를 시작했던 1968년 당시의 서울시장은 김현옥 시장이었다 그의 별명은 불도저 시장. 그만큼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행정을 펼치는 시장이었다. 여의도 제방 공사 역시 그가 추진한 대규모 개발 공사였다. 통상 2년 이상 걸릴 공사였지만, 여름 장마가 시작하기 전에 끝내야 했기 때문에 공기를 최대한 단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의 우리나라 개발 자원과 기술은 거의 전무했고, 인력과 장비 모두 부족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1억 원 상당의 트럭 50대를 긴급히 구해 오기도 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공사는 연 5만 8,400여 대의 중장비와 52만 명의 인력이 8시간씩 3개조로 24시간 내내 동원되었으며, 밤낮없이 작업이 이어졌다. 그 당시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반포호텔이었는데, 그 건물 높이만큼의 모래 언덕이 여의도 전역에 440여 개나 존재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이 모래 언덕들을 모두 사람이 지게로 날랐다는 것이다. 공사가 진행되던 시기에는 마포대교가 없었고, 임시 다리 정도만 있었는데 그 다리를 트럭이 지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래나 자갈 등을 섬 인근까지 트럭으로 운반하고, 섬까지는 모두 사람이 지게로 지고 나른 것이다. 이런 힘든 환경 속에서 인력을 총동원한 지 110일 만에, 1968년 6월 총길이 7.6km의 여의도 윤중제1는 완성되었다. 이 윤중제 덕에 여의도는 이제 한강 변의 저지대 침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안전한 택지로 변모하여 본격적인 도시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여의도가 ‘한국의 월스트리트’가 된 까닭 여의도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는 넥타이를 맨 증권맨과 ‘대한민국 최대의 증권가’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여의도가 한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게 되었을까?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한국증권거래소의 이전이었다. 원래 명동에 자리하던 증권거래소가 여의도로 옮겨온다는 소식이 1974년부터 전해졌고, 1978년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이 여의도에 들어오면서 관련 금융기관과 증권사들도 속속 여의도로 모여든 것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증권거래 대부분이 수기로 이루어져 처리 속도와 효율성이 낮았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전산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졌는데, 이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려면 증권사·거래소·금융당국·은행 등 금융시장 핵심 기관들이 한곳에 모여있어야 했다. 그 최적의 장소가 바로 여의도였다. 물론 증권사들의 이전은 순탄치 않았다. 여의도는 모래땅에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접근성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받기도 했고, 풍수지리적 인식에서도 여의도를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경제 호황과 함께 업무 효율성 제고가 절실해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점차 증권사들이 여의도로 이전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 여의도 증권가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대법원도 여의도에 세워질 뻔했다? 여의도의 가장 상징성 있는 건물을 떠올려보자면, 역시나 ‘국회의사당’이다. 여의도 개발계획 수립 당시 사대문 안에 있던 국회의사당을 옮겨오는 계획이 확정되면서 여의도 개발은 박차를 가하게 된다. 하지만 여의도 개발 초기에는 국회뿐 아니라 주요 권력기관과 외국 대사관까지 이전해 정치·행정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계획이 있었다. 서울시청·대법원·서울고등법원·대검찰청·서울고등검찰청 등 핵심 공공기관을 비롯해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주요국 대사관을 함께 옮겨 대규모 행정·법조타운을 조성하려 했다. 이는 사대문 안에 자리한 기존 주요 청사 및 대사관 부지를 재개발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법조인들을 비롯한 권력기관 관계자들은 “왜 우리가 신도시 같은 여의도로 가야 하느냐”라며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사관 역시 이전에 부정적이었고, 결국 대규모 이전 계획은 무산되었다. 서쪽은 국회의사당, 동쪽은 시범아파트 서여의도에는 계획대로 국회의사당이 들어왔다. 일찌감치 여의도 이전을 확정한 국회사무처는 의사당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주변에 건물을 세우는 기업에 의사당보다 낮은 층고를 요구했다. 그 결과 여의도는 공원을 경계로 동쪽은 고층 아파트와 오피스가 즐비하고, 서쪽은 상대적으로 낮은 건물들이 배치된 ‘동고서저(東高西低)’의 독특한 도시 구조를 갖게 되었다. 이는 정치권력이 도시 공간의 형태에까지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동여의도의 행정·법조단지 계획은 무산되면서 재원확보를 위해 이 땅을 아파트 부지로 팔게 된다. 이때 들어온 아파트가 바로 여의도의 ‘시범아파트’이다. 시범아파트는 당시 기준으로 최첨단 주거 시설이었다. 연탄 대신 중앙난방식 보일러가 설치되었고, 건물 높이는 무려 12층으로 당시 한국에서 지어진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았다. 특히 정부청사나 대형 백화점에나 있던 엘리베이터를 아파트에 도입하였는데, 시범아파트가 주택 단지로서는 두 번째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말 그대로 시범을 보일만한 아파트였다. 이러한 혁신적 시설 덕분에 시범아파트는 곧 여의도의 상징적인 주거지로 자리 잡았고, 그 뒤를 이어 삼익·대교·한양 등 민간 아파트 단지들이 연이어 건설되었다. 여의도 부동산의 특징과 미래 여의도 부동산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입지 가치’이다. 여의도 자체가 서울 3대 업무지구 중 하나로 꼽히며, 광화문과 강남 역시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 업무와 생활의 편리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또한 한강 변에 자리하고 있어 쾌적한 자연환경을 제공하고, IFC몰과 더현대 서울 같은 대형 생활편의시설은 일상에 풍요로움을 더한다. 이러한 입지적 장점들 덕분에 여의도는 오랫동안 전통적인 부촌으로 인정받아 왔다. 그러다 보니 단점이라고 할 만한 것은 크지 않다. 아파트의 연식이 오래되었다는 점과 높은 집값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뿐. 현재 여의도 아파트들의 시세는 서울에서도 최상급에 속한다. 평당 1억도 훌쩍 넘는 가격인데, 평당 1억 이상의 가격을 유지하는 곳은 서울 내에서도 강남·서초·잠실·성수·용산 정도가 전부다. 즉 대한민국에서 가장 상급지로 손꼽히는 곳들이다. 여의도의 미래는 재건축과 도시 재편에 달려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 단지들이 차례로 재건축에 들어가게 되면,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10년 후, 한강 변을 배경으로 다시 태어난 여의도의 웅장한 도시 풍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홍콩의 마천루 못지않은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학교는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며 그 중심에는 가르침의 전문가인 교사가 있다. 학교교육은 교수자인 교사와 학습자인 학생이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교수와 학습이란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교수와 학습은 동물과는 구별되는 인간만의 독특한 활동이다. 인간은 교수와 학습을 통해 문화를 전수하여 공동체를 유지·발전시키고, 보는 지식과 생각하는 힘 등을 익혀서 이 세상에 유일한 인간으로 재탄생하여 나만의 위대한 삶을 영위한다. 장학1은 이처럼 중요한 교사의 교수 역량 등을 높이기 위해 실시되며, 이때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존중될 때 그 효과가 크다. 그러나 과거의 교내 장학은 교사의 전문성 신장보다는 교원 평가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이런 교내 장학에 대하여 교사들은 형식적 절차로 인식하고, 거부감을 가지게 되어 장학을 둘러싸고 학교구성원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서이초 사태 이후 현안인 교권보호에 집중하다 보니 전문성 신장과 수업방법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장학은 순위가 밀려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장학의 본래 기능은 사라지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일부 학교들은 교내 장학의 본질인 수업방법 개선 등에 초점을 두고, 능동적인 문제해결중심의 집단지성 수업장학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지방 교육자치와 교육 분권화의 흐름 속에서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학교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내 자율장학은 필수다. 학교장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이 자기결정·자기통제·자기책임을 바탕으로 교내 자율장학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는 곧 공교육의 신뢰 회복과 교권 확립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교내 자율장학의 의의와 유형 ● 교내 자율장학의 의의 교사들은 지적 수준과 주체성이 높은 집단이기에 존중받는 경험 속에서 수많은 관문을 통과하며 자신들에게 닥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왔다. 따라서 이들은 성과나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자신이 주체가 아닌 단순한 객체라고 느끼는 순간, 과업에 대한 의미와 흥미를 잃게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교사의 특성상 교수·학습방법 개선은 외부의 지시나 통제에 의한 타율적 방식보다는 교사의 성찰과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자율적 방식, 즉 자기장학이 효과적이다. 자기장학은 교사가 자기주도적으로 수업기술 향상과 전문성 신장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교내 자율장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내 자율장학이란 단위학교에서 교육활동 개선을 위해 학교장 중심으로 전체 교직원들이 상호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서로 지도·조언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 교내 자율장학의 유형 교내 자율장학은 운영 방식과 참여 형태에 따라 자체연수·동료장학·자기장학·수시장학·임상장학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유형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교내 자율장학의 활성화 방안 1) 장학 담당자의 역할 제고 ● 지원 중심의 장학을 통한 교사의 인식 전환 학교장을 비롯한 교내의 장학 담당자는 교내 자율장학이 활성화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 조성을 통해 교사들이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학습경험이 많고 능력 있는 교사들이 먼저 자기 수업을 분석하고, 이를 다른 교사와 함께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교내 장학 담당자는 장학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교사들과의 소통 강화를 통한 인간관계의 신뢰 형성과 행·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교내 장학 담당자가 유념해야 할 것은 교사들에게 부담은 매우 크지만 교수·학습방법 개선에 효과가 낮은 장학은 지속되기 어렵다. 고로 교사에게 부담은 적으나 교수·학습방법 개선에는 효과가 큰 장학을 시행해야 한다. 이런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장학을 통해 교사들이 교내 장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해야 한다. ● 교사의 소명의식 제고를 통해 자기 장학의 활성화 교직의 특성상 교사들의 수업방법 개선은 궁극적으로 자발성을 내포한 자기장학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교사는 한시도 배우는 일에 소홀함이 없는 자기장학을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독서와 연구, 각종 연수와 학회 참여, 학위과정 이수 등을 통해 전문성을 꾸준히 신장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수자로서의 사명감과 역할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학교 내에서 자기장학 활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따라서 교내 장학 담당자는 교사들이 자기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학습방법 개선에 진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야만 한다. 2) 집단지성을 활용한 교내 자율장학 방안 ● 모두가 함께하는 집단지성의 자율장학 교사들은 매우 우수한 집단이나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공유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수업방법에 대한 암묵지(tacit knowledge)2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신규교사나 젊은 교사들이 수업장학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낀다. 일부 교사들은 수업장학을 종종 도살장에 끌려가는 느낌으로 표현하곤 한다. 이는 수업장학이 수업자 한 사람의 몫으로서 작품 발표회와 같은 성격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자율장학은 ‘나 홀로 공연’이 아닌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시간’으로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내 자율장학을 동학년·동교과가 중심으로 운영하여 교사들이 공동으로 연구문제를 설정하고 집단지성을 발휘해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장학을 수업 전 활동, 수업활동, 수업 후 활동으로 나누어 단계별로 밀도 높은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하여 전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 ● 동학년(동교과)이 하나의 교수·학습과정안 작성하여 수업하기 먼저 수업 전 활동에서는 동학년(동교과) 교사 모두가 참여하여 연구할 교과목·단원·차시를 정하도록 한다. 이후 공동으로 교수·학습과정안을 작성하여 수업 전에 제출하도록 한다. 수업활동은 공동으로 작성한 동일한 교수·학습과정안으로 하되, 먼저 수업한 교사의 수업을 참관한 후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여 자신의 수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수업 후 활동에서는 수업 전 설정한 연구문제와 수업 의도 그리고 실제 수업에서 느낀 점 등을 중심으로 협의회를 진행한다. 이때 장학 담당자가 지원해야 할 내용, 동료교사들이 알아야 할 내용 등을 함께 논의하는 공유 중심, 집단지성 중심의 수업 후 활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협의한 결과를 중심으로 최종 교수·학습과정안을 제출하게 한다. ● 필요한 경우 외부전문가를 활용하기 예산이 확보되어 있거나 교사들의 요구가 있는 경우, 외부전문가를 불러서 수업 전 활동, 수업활동, 수업 후 활동 모두 또는 일부에 대해 멘토링을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수업 후 활동에서는 공동의 피드백뿐만 아니라 수업자에게 개별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 장학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우리 학교에는 세 가지 보물이 있어요. 뭔지 아세요?” 교장실에서 만난 서울 성자초등학교 이은정 교장은 대뜸 기자에게 퀴즈를 냈다. 얼른 주위를 둘러보고 교문에 들어섰을 때 이후를 되짚어보았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 둔한 관찰력을 자책하는 순간 이 교장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학교의 학생·교직원·학부모가 세 가지 보물이에요.” 듣고 보니 그렇다. 학교에 이보다 더한 보물이 따로 있을 리 없다. 구성원 모두가 가장 소중한 존재 아닌가. 기왕 한 방 먹고 시작한 김에 본격적으로 보물찾기에 나서봤다. 성자초는 최근 학부모 동의율 81%로 혁신학교 신청을 마쳤다. 단순히 제도 전환을 넘어, 학교를 이끌어가는 철학과 실천이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교장은 “학생의 꿈, 교사의 긍지, 학부모의 신뢰라는 세 축이 함께 움직이는 학교”라며 성자초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이 학교에 부임한 이 교장은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시절, 생태교육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교육정책에 탄소중립을 접목했고, 영국 BBC 등 세계가 주목한 농촌유학 프로그램도 그의 손을 거쳤다. ◇ 활발한 학생자치, 스스로 만드는 학교문화 성자초 학생들은 교내 자치활동을 통해 학교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신청곡 라디오 방송’은 학생회가 교내 방송을 이용해 직접 학생들의 사연을 받고 DJ처럼 진행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사연 속에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 또래 고민, 소소한 생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아이들만의 진솔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희망급식 조사’나 ‘학교폭력예방 캠페인’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획·실행한다. 중간놀이시간 ‘안전지킴이 활동’처럼 또래의 안전을 지키는 프로그램도 학생회 주도로 운영된다. 신입생 환영 영상 제작, 현장체험학습 참여 등에서도 학교자치의 힘이 드러난다. 이 교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를 꾸려간다는 자부심을 갖는다”며 “이런 경험이 민주적 공동체의식을 키우는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 교사의 열정, 연구학교·선도학교로 이어져 학생을 중심에 둔 교사들의 적극적인 활동 역시 성자초의 큰 자산이다.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연구활동은 물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주저하는 법이 없다. 실제로 서이초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교사활동이 위축된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성자초는 오히려 연구학교와 선도학교 운영에 적극 나섰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연구학교를 거쳐 올해는 ▲기초학력 맞춤형 선도학교 ▲실천 중심 인성교육 운영학교 ▲IB 관심학교 ▲체험형 자원순환교육 실천학교 ▲서울학생 창업교육 중점학교 등을 운영 중이다. 특히 기초학력 보완에 힘을 쏟고 있다. 학년별 맞춤형 진단평가를 실시해 문해력·수리력 수준을 점검하고, 방과후 ‘키다리쌤’과 ‘맞춤형 코디 교사’를 배치해 보충지도를 진행한다. 1학년의 경우 한글지도 전담 인력을 별도로 배치해 초기단계부터 학습결손을 막는다. 이 교장은 “기초학력은 교육의 기본”이라며 “아이 한 명도 뒤처지지 않도록 교사들이 책임감 있게 지도한다”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다.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어린이날 등교맞이 행사를 하고, 스승의날이면 찾아가는 꽃 배달 서비스도 교사들이 직접 한다. 이 학교 배성호 교감은 지난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마술수업을 진행, 학생들이 딱딱하게 느끼는 과학을 마술로 풀어내 큰 호응을 얻었다. ◇ 학부모 자치와 신뢰, 학교 혁신 뒷받침 성자초의 또 다른 축은 학부모의 활발한 참여다. ‘책 읽어주는 엄마’ 프로그램부터 주말 한강 플로깅, 생태전환 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 연수까지 학부모가 직접 기획하는 활동이 이어진다. 이러한 분위기는 혁신학교 신청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7월 실시된 학부모 동의율 조사에서 무려 81.5%가 혁신학교 전환에 찬성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실사 과정에서 면접관들이 학부모에게 높은 동의율의 이유를 물었더니 ‘선생님들이 열심히 하는 걸 체감했고, 학교의 방향을 믿고 지지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 함께 만드는 학교, 더 넓은 성장 준비 성자초는 현장체험학습에서도 교사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최근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와는 달리 성자초는 예전보다 더 활발하다. 학교 측은 안전관리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하고, 교장이 직접 참석하거나 교감이 동행해 지원한다. “안전만 확보된다면 교사들이 아이들과 더 많이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성자초의 원칙이다. 성자초는 또 담임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학생 문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학생 맞춤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교장·교감·담당부장이 사전 회의를 거쳐 대책을 세우고, 학부모상담과 외부 기관 연계, 예산 지원까지 이어간다. 이를 통해 학습·행동문제를 가진 학생들이 조기에 도움을 받고 있으며, 담임교사의 부담도 줄어든다. 특히 내년부터 제도화되는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선제적으로 시행해, 현재 학년별로 수혜 학생을 관리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도 학교의 체계적 지원에 신뢰를 보낸다. 학부모 민원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결과. 게다가 성자초는 매년 4차례 ‘정기 정담회’를 열어 학부모 대표, 급식 모니터링단, 도서 명예교사 등 20여 명과 의견을 나눈다. 등굣길 교문맞이 활동에서도 교장과 학부모 간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학부모는 단순한 민원 제기자가 아니라 든든한 교육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이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학교는 민원을 제기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고민을 나누는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 특색 있는 교육활동 성자초는 특색있는 교육활동을 진행해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첫째는 독서교육이다.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고취하기 위해 ‘독서생활상’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상은 성자초에서 학생들에게 주는 유일한 상이다. 그만큼 독서활동을 중시한다. 스토리텔링 수업, 작가와의 만남, 별빛 독서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독서습관을 생활화하는 것도 이 학교만의 특징이다. 두 번째는 생태전환교육이다. ‘에코리더스’ 동아리활동, 새활용 플라자 체험, 교육청 행사 참여 등으로 환경 감수성을 기른다. 세번째는 디지털교육이다. 3·4학년 자율시간에 ‘디지털 탐구생활’을 신설해 디지털 윤리와 활용 능력을 함께 가르치고, 학부모와 함께하는 ‘디지털 새싹 데이’를 운영한다. 마지막으로 창업 동아리활동이다. 5·6학년 학생들이 관심 분야를 탐구하고 아이템을 기획하며 진로와 연계된 창업 경험을 쌓는데 학생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기업가 정신을 느끼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성자초는 학생은 맞춤형 지원 속에 성장하고, 학부모는 학교 운영에 동반자로 참여하며, 교사는 전문성을 발휘해 교육혁신을 이어간다. 이 교장은 “소통과 공감으로 함께 만드는 미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돕겠다”며 “교육공동체 모두가 주체가 되는 학교를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주어진 임기 동안 아이들과 교사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