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한 지도 이틀이 지났다. 교실은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로 웃음꽃이 피어났고, 교무실은 새 학년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움직임이 바쁘기만 하였다. 교정 울타리 여기저기 개나리 나무 위에는 봄기운에 물이 오른 듯 파란 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아침 조회시간. 신학기 때문일까? 아이들에게 전달사항과 주문사항이 많았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지켜야 할 내용들을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내 이야기를 경청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여느 때와 달리 조금 경직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한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그 학생에게 집중되었다.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그래, 무슨 질문을?” “저희 반은 실장을 뽑지 않습니까?” “실장을? 선출해야지. 언제쯤이 좋을까?” “마지막 시간이 어떨까요?” “그래, 그럼 누가 실장이 되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 보렴.” 사실 새 학기가 접어들면 담임으로서 큰 고민거리들 중의 하나가 실장선출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실장을 역임하면 대학입시에 유리한 조건이 주어진다는 이유로 어떤 아이들은 실장 선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일부 극
2006-03-05 08:35나는 자전거를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배웠다. 비틀거리다가 넘어지면서 자전거를 내동댕이치고 무릎이나 팔꿈치가 깨져 본 경험이 많았다. 처음에는 자전거 안장 위에 앉지도 못한 체 간신히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안장을 감싸 안고 한쪽 페달에 발을 올리고 다른 발로 땅을 굴러 중심을 잡으면서 서서히 앞으로 전진하다가 한발을 간신히 반대쪽 페달에 올리고 돌려 나아가게 했다. 그 자전거는 어린이용이 아니라 성인용이었다. 익숙하게 될 때까지 되풀이 되는 상처쯤은 아랑곳없었다. 스스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성취감은 하늘을 날 듯한 기쁨이었다. 요즘 어린이들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어린이용 자전거를 구입해 주기 때문에 자전거 배우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게 되었다. 바로 안장에 앉아서 중심을 잡고 페달을 돌리면서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넘어져도 비교적 깊은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자전거를 못타는 어린이는 거의 없다. 남녀 어린이 모두 자전거를 잘 탄다. 대부분의 집집마다 오토바이가 있다. 옛날 같으면 자전거를 타고 다닐 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이웃 동네에 갈 때도 논밭에 갈 때도 면소재지에 갈 때도 오토바이는 모든 성인들의 필수품이다. 그런데
2006-03-05 08:35오늘은 2교시 수업만 하고, 인근에 있는 충의사를 찾았습니다. 매년 신입생들이 입학하면 첫날은 반드시 충의사를 찾아서 참배하는 전통을 따른 것입니다. 학교에서 충의사가 있는 덕산까지는 버스로 대략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서산에서 가깝기 때문에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방문했던 학생들도 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수업의 일환으로 방문하기에 느끼는 감흥은 각별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충의사에 도착하여 사당을 참배하기에 앞서 '문화 유산 안내원'이란 명찰을 단 노인 노인으로부터 매헌 윤봉길 의사의 삶과 그분이 남긴 발자취에 대하여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간이 확성기를 들고 열심히 설명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는지 아이들도 시종 진지한 태도로 경청했습니다. 특히 열심히 배워서 얻은 지식은 매헌처럼 나라를 위해 써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2006-03-04 21:47수원제일중학교(교장 강수남) 교장실에 있는 미니 자판기 티타임(Tea Time). 이것이 교장과 교직원들 사이의 거리를 완전히 허물고 말았다. 교장실 문턱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아예 없어지고 말았다. 교직원이면 누구나 아무 때고 교장실에 들어와 무료로 빼가면 된다. 종이컵과 재료 등은 학교 예산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혼자 마시기 미안하면 교장 차 한 잔까지 빼서 권해 드리면 된다. 그냥 나가기가 계면쩍으면 소파에 앉아 업무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고 일상대화를 해도 좋다. 교장과 교직원 간에 거리감이 생길 틈이 없다. 이 학교에선 의사불통이란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교장실에 손님이 찾아오면 교장이 직접 버튼을 눌러 차 한 잔을 대접한다. 행정실 업무에 손님 접대가 빠져나가니 업무가 줄어 들었음은 물론이다. 교장의 권위주의, 행정실 여직원의 차접대 업무분장은 없어진지 오래다. 강교장은 말한다. "단점도 있어요. 언제 누가 들어올 지 몰라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며 휴식을 취할 수 없네요. 그리고 일부 교장들은 채신머리가 없다고 충고하네요. 하하하."
2006-03-04 21:47토요일인 4일. 실업계 고등학교인 우리학교는 입학식 행사가 열렸습니다. 여기 남녘지방 부산은 봄이 성큼 다가와 날씨가 포근합니다. 언 땅도 녹아 촉촉하고 겨울 내내 앙상한 가지만 가지고 있던 나무들도 물오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학교 주위의 나무 가지들도 제마다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리나무는 벌써 병아리 주둥이만한 잎사귀를 내놓고 있습니다. 푸르름이 제법 눈에 띕니다. 개나리도, 진달래도, 벚나무도 가지 끝마다 꽃을 피울 준비로 부드러운 솜털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날씨까지 푸근하여 올라오는 신입생과 학부모님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신입생들은 윤이 반들반들한 새 교복을 입고 단정한 모습으로 올라옵니다. 게시판이나 현관에 부착된 학반 배정표를 보고 자기의 교실로 찾아갑니다. 선생님들도 오늘 새 학생을 맞이하기 위하여 교실청소, 게시판부착, 사물함정리 뿐만 아니라 전달사항, 주의사항, 1년 학반 운영계획, 수업계획 등을 구상해 놓고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입학식 시간이 다가오자 1학년 담임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맞이하려 교실 복도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교실에는 교과서도 미리 준비되어 있습니다. 생활지도부 선생님들은 일부 두발상태가 불량인 학생을 보고 곤
2006-03-04 18:36(ㄱ) 오늘은 '웬지' 공부가 하기 싫다. 날씨 탓일까? (ㄴ) 네가 '왠일'로 전화를 다했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둘 다 맞는 표현일까요? 틀린 표현일까요? '왠'과 '웬'의 발음이 비슷해서 자꾸 헷갈린다고요? 둘 다 틀렸습니다. 다음처럼 써야 바른 표현입니다. (ㄱ) 오늘은 '왠지' 공부가 하기 싫다. 날씨 탓일까? (ㄴ) 네가 '웬일'로 전화를 다했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이렇듯 우리 주위에서 '왠지'를 '웬지'로, '웬일'을 '왠일'로 잘못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의 글은 물론이고, 유명 문인의 책에서도 눈에 띄고, 심지어 신문 활자나 방송 자막에서도 이런 틀린 표현들을 더러 보게 됩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왠'과 '웬'의 발음을 잘 구별하지 못하면서, '왠지'의 '왠'과 '웬 떡'의 '웬'을 '왠'으로 써야 하는지, '웬'으로 써야 하는지 혼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웬'과 '왠'은 분명히 형태와 의미뿐만 아니라 품사까지도 다른 말입니다. (ㄱ)의 경우에는 '왜 그런지(모르게)'를 의미하므로 '웬지'를 쓰면 안 되고, '왜인지'가 줄어든 '왠지'를 써야 합니다. '왠지'는 '왜 그런지 모르게, 뚜렷한 이유도 없이
2006-03-04 16:06교육은 가능하면 시행착오를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학습자인 많은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시간적인 낭비를 가져오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의 우리의 교육현장은 너무나 보수적이고 궤도에서 이탈하면 큰일이나 나는 것처럼 앞의 것을 답습내지 모방만 해왔었다. 요즘의 공교육은 교육수요자인 학부모들과 언론에게 극도의 불신을 받아 교육현장에서 조그만 잘못만 발생하여도 “얼시구 좋다...너 잘맞났다...” 라는 듯이 두들겨 패댄다 라면 좀 과장된 말일까? 우리 교육이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교육정책을 세우는 고위 입안자들이나 학교 현장 교육 관리자들의 경직된 사고 때문이라 단정 짓고 싶다. 그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보자. 해마다 3월이 되면 초등학교의 각급 학교마다 입학식을 한다. 본 리포터가 약 50년 전에 참여한 입학식이나 요즘의 입학식이 대동소이 하다는 것이다. 그 후 지금까지 입학식의 방법은 약간씩 변화되어 왔지만 7,80년대에 사용한 문구인 또는 라는 문구만은 반세기동안 변함없이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사용되어오고 있다. 한마디로 너무 식상한 말이다. 좋은 표어나 글귀는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 긴 시간 동안 잠재되
2006-03-04 16:04어제 입학식을 마치고 오늘 아침 1교시에 선후배간의 상견례가 있었습니다. 3학년 학생회장의 환영사가 끝나자 신입생 대표의 답사가 이어졌습니다. 선배는 한 가족이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앞으로 열심히 하자는 격려의 말로, 후배는 선배님들이 이루어놓은 업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결의를 다졌습니다. 드디어 선후배간의 첫 대면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후배들이 뒤로 돌아서 선배들을 향하여 거수경례를 올리자, 선배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첫 출발부터 선후배간의 돈독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 무척 행복한 아침이었답니다.
2006-03-04 16:04아침부터 가슴이 설레었다. 새로운 아이들과 첫 만남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차를 타고 모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아이들이 길을 건너려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날은 무심코 다녔는데 오늘은 갑자기 ‘오늘 만나게 될 아이들도 저기 서 있는 아이들처럼 저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추운 날씨에 눈발이 조금 날렸기 때문에 다목적실에서 시업식을 가져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웠다. 담임발표가 끝나고 교실에서 아이들과의 첫 대면이 이루어졌다. 이미 담임발표가 2월말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 반 아이들의 이름을 알고 있던 터여서 아이들의 이름을 적은 명찰과 ‘3학년 반가워요’라고 쓴 글을 보드에 붙이고 칠판에 세워 놓았다. 지난 졸업식 때 썼던 꽃바구니에 달려있던 리본을 잘 보관해 두었다가 보드 양 옆에 붙이니 그런대로 아이들을 환영하는 멋진 판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선생님이 이름을 빨리 외우도록 자기만의 독특한 표정이나 동작을 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아이들의 동작과 이름을 연상하며 부지런히 외웠다. 조금 자신감이 생겨서 이름 적은 것을 보지 않고 아이들의 이름을 한명씩 불러 보았다. 반 정도 외웠
2006-03-04 16:032006년 2월 28일로 나의 공직생활은 막을 내렸습니다. 42년 동안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을 하였으니 참 오랜 세월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제 정년을 하였으니 자가용을 타기로 하였습니다. 이 말이 이상하다고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답니다. 아동문학을 하는 저는 한 동안 환경에 관심이 많았을 때, 환경을 위한 동화를 한 편 써서 출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본래 제목은 [마스크를 쓴 이순신 장군 동상]이었지만, 주제를 살려서 라는 제목으로 1995년 6월5일에 첫판이 출판이 되었습니다. 이후로 세 번이나 찍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나는 이 책에서 탄산가스가 우리 환경을 망치고 있는 위험한 것이라는 사실을 어린이들에게 알리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처럼 가공 수출을 해서 먹고 살아야하는 나라에서는 굴뚝 산업이라는 것을 없앨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생산하는 탄산가스 중에서 가장 불필요하게 생산이 되는 탄산가스를 줄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로 담배를 피워서 나오는 것이고, 다음으로 자동차를 별 필요 없이 타고 다니는 경우라고 했습니다. 꼭 필요하지 않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경우로는 직장에 출, 퇴근용으로만 타고 다니는 자동차라고 주장을…
2006-03-04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