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교육도서관에서 제 눈을 휘둥그레 뜨게 한 공문이 도착했습니다. 사실, 학교에서 2월은 웬만한 사소한 공문들은 보지도 못할만큼 초등교사에게는 바쁜 시기인데요. 그 이유는 아이들 마지막 성적 처리와 1년 간 맡은 업무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문의 제목을 보자마자 클릭해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1회 교사 책출판지원사업 운영 계획'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던 저의 가장 큰 소망 중 하나가 책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한국교육신문, 오마이뉴스,네이버의 초등학생용교육 플랫폼인 스쿨잼 등에 글을꾸준히 기고해왔지만, 작가의 삶은 사실 저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로 생각했기 때문에단행본을 낸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그런데,교사 책출판지원사업이라는 좋은 기회가 저에게 찾아온것이죠. 책을 쓰며 내 인생을 떠올리다 출판기획서를 정성스레 써서교육도서관에 제출했고, 당당히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설마 내가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작성했지만, 막상 되고보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정말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올 겨울에 출판될수도있다고 상상하니 정말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죠. 원고를 쓰기 전에 제가 가장 먼저 한일은 책을 쓰는 목적을 생각해보는 것이었습니
2020-11-30 14:17“교사가 된 것은 잘한 것인가?” 이는 세상을 살면서 한동안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이었다. 솔직히 순간순간마다 한때 우리나라 경영계의 구루(guru)가 말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에 집착을 한 적이 있었다. 교사로서 제한된 공간과 한정된 나이의 아이들과의 지적, 인적 교류를 나누면서 생활하는 것에 크게 회의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갑갑한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저 멀리 넓은 미지의 세상에 도전하고 싶은 눈길을 보내며 마음의 갈등을 겪기도 했다. 특히 어느 순간 이후, 급격히 추락한 교권과 학교 현장에서의 실망스러운 사건, 사고들을 접할 시에는 더욱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페르소나라는 직업의 가면을 쓰고 무대 위의 배우가 되어 열정적으로 연기를 해왔다. 그러다보니 다시는 연출하기 힘든 젊은 시절의 열정과 헌신을 뒤로 한 채 어느덧 교직에서 36년이나 되었다. 여기엔 평생소원으로 자식을 교육자로 만들기 위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으로 뒷바라지 하시며 길지 않은 삶을 사신 두 분의 부모님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시인의 마음처럼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은’ 성숙함으로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 생겼다. 그것은 다
2020-11-12 08:59요즈음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돌이켜본다. ‘나는 얼마만큼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인간미를 나누며 살고 있을까? 만나고 헤어지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소통하고 있을까? 최근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 19로 사람들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되 마음만은 가깝게’라고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서양 속담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이전 보다 더 많이 전화로라도 수다를 떨고 SNS상으로도 소통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결코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코로나가 장기화됨에 따라 마음 챙김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왔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장기화하고 집에 갇혀 지내면서 사회적 고립감이 증대돼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1인 가구는 더욱 큰 고립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제는 너나할 것 없이 하나의 상생전략으로 서로 양보하고 먼저 인사하고
2020-10-19 08:13"좋은 일 하시는선생님은 아무도 못 말려" 횡단보도 바닥에 있는 우측통행 흰색의 화살표시. 보행자 대부분이 무시하고 좌측 우측 통행 생각하지 않고 자기 편한대로 건너간다. 그렇게 건너다가 맞은편 사람들하고 부딪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가장 안타깝게 쳐다보고 대책을 강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로교통법 8조 3항을 찾아내고 우리나라 우측통행, 좌측통행, 다시 우측통행의 역사도 설명해 준다. 알고 보니 좌측통행은 일제의 잔재. 허허허.... 필자가 리포터이므로 우측통행 홍보해 달라고 한다. 만석공원에 가서는 관리소장 인터뷰를 주선해준다. 공원 산책을 할 때도 우측통행을 홍보한다. 예컨대 우측통행을 하다가 좌측통행을 하는 사람과 맞닥뜨리면 우측통행자가 피해 가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우측통행입니다"하면 좌측통행자가 우측통행을 하게 된다고 알려준다. 실제 경험사례다. 이들이 우측통행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준법이다. 생활속 작은 것에서부터 법을 어기게 되면 점차 불법이 일상화 되고 점점 커지게 된다. 불법의 일상화가 되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무법천지 무질서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우측통행 준법을 강조하는 사람들 이들은 누구일까?…
2020-10-06 17:38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얼마 전 가을의 문턱까지 잦은 태풍이 불어와 온 나라를 할퀴고 지나간 뒤 곳곳에 상흔을 남겼다. 정부에 의해서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이 전국적으로 상당수에 이른다. 하루아침에 공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된 농민들의 이마에는 주름이 펴질 날이 없다. 그뿐이랴. 도시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휴업 상태로 힘겨워하는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들도 생계의 현장에서 하루하루 버거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2~3단계 사이를 오가며 생계를 압박하니 차라리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자조 섞인 말이 현실의 무게감을 가증시키고 있다. 삶은 원래 힘든 일이라고 문학에서는 두루 밝히고 있다. 일본의 저명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쿠사마쿠라》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산길을 오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치를 따지면 모가 나고, 정에 치우치면 휩쓸리고, 고집을 피우면 옹색해진다. 이래저래, 사람의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사람의 세상은 이처럼 살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뿐이랴. 단테의 《신곡》 첫 부분 “인생을 절반쯤 살았을 무렵, 길을 잃고 어두운 숲에 서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 거칠고,…
2020-09-28 08:11지구촌의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해 기대하지 못한 폭우가 전국을 강타하고 지났다. 그 후 잠시 폭염이 찾아와서 진짜 여름인가 싶었는데 벌써 절기상으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처서(處暑)가 지난 지 꽤 됐다. 짧은 기간 동안 종(種)에 따라서는 땅속에서 4~7년 기간을 유충으로 지난 뒤 지상에서 10일 정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처절한 투쟁을 하는 매미가 우렁차게 합창하며 여름의 상징이 되어 생동감을 주었다. 그런 매미가 오늘은 저녁 무렵에 유리창에 달라붙어 소리 없이 꿈쩍 않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동안은 살짝 접근이라면 하면 어느새 알아차리고 훌쩍 날아가던 그 민첩성이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울음소리조차 없이 찰싹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여름의 늦더위에 지친 탓일까? 하기야 대지의 온갖 생명체들이 요즘은 더위에 지쳐 맥이 풀릴 법도 하니 매미도 예외가 아니리라. 하지만 일상적인 모습이 아닌 것을 보자니 솔직히 측은지심이 발동하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살아있다는 것이 측은하다면 그것은 생명의 끝자락에 와 있다는 것이지 아닐까? 이를 계기로 필자는 겸허한 마음으로 삶을 성찰하게 되었다.…
2020-09-01 10:58우리 인생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삶이 있다. ‘상처에 아파하는 삶’과 ‘상처를 껴안는 삶’이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상처 없이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에 우리에게 유일한 선택은 ‘상처를 껴안는 삶’이다. 돌이켜보면 누구나 “왜 나에게는 이런 문제가 있지?” “왜 나만 이래야 하지?”하고 억울해하던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인지하는 폭이 넓어지면서 상처를 껴안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성장하는 삶이자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는 삶의 동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때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의해서 유발된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훗날 성숙한 삶의 ‘디딤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됨을 고백 겸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에겐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여름방학 기간에 평소 필자를 애지중지하시며 자식처럼 보살펴주시던 담임 선생님이 서해안 해수욕장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하셨다. 이 사건은 어린 가슴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주면서 이별의 슬픔을 잊기에 꽤나 힘들었다. 꿈속에서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던 그 시절, 초등학교 졸업 시까지 담임 선생님의 사랑과 기억을 잊지 못하고 마음의 우울함은 오래갔다. 그 당시는 그저 슬퍼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만이 유일한…
2020-08-11 08:37현재 우리는 코로나19 위기의 위험사회를 살아가면서 감염병 못지않게 우려하는 것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타인을 비난하고 욕하는 세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닮아가는 것에 대한 염려다. 눈을 뜨면 세상에는 온통 증오와 혐오를 유발하는 사건이나 사람을 접한다. 그러면서 이를 화제로 자주 언급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점점 비슷하게 닮아감을 느낀다. 이는 마치 거짓말도 수없이 반복하면 진실로 믿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또 옛날의 ‘고된 시집살이를 겪은 며느리가 나중에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킨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랴. 오늘도 예외 없이 우리 사회에선 뉴스를 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럴 때는 덕담을 펼치기란 ‘가뭄에 콩나듯’,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그러다 보니 험담이 험담을 낳는 식으로 세상은 악순환이 고조될 뿐이다. 최근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자신과 집단의 이익만을 철저히 추구하고 대책 없이 편향된 이념과 사상의 노예가 되어 명분 없는 좁쌀 정치만을 일삼는 정치배들이 양분돼 있다. 또한 ‘ 미투(MeToo)’ 운동의 근원이 된 막말의 현장 교사, 정치인도 생각보다 많다. 거기에 기업의 총수 가족으로 한심한 갑질을 일삼는 사
2020-07-19 21:506.25 참전용사 만나기는 어렵다.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6.25참전유공자회 등 관련단체에 연락하여 인터뷰 대상자를 찾으려 하니 난관에 부딪친다. 그도 그럴 것이 6.25 당시 18세이면 70주년인 올해 88세이다. 참전용사 중 생존해 있는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참전용사 가족을 찾아 보았다. 지난 24일, 서둔동에 살고 있는 유상준(74세) 씨를 경기상상캠퍼스에서 만났다. 14살 나이 차이가 나는 큰형(유상구 작고)이 참전용사다. 참전용사 동생을 통해 6.25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향인 충남 청양 장평면에서 남침 소식을 들었다. 이때 동생 4살, 형은 18살. 형은 국가로부터 소집 통지서를 받고 제주도에서 한 달간 기초훈련후중부전선에투입되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전쟁 중 완전무장을 하고 휴가온 형의 모습과 자식을 맞이하려고 맨발로 달려나간 어머니 모습. 형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중부전선에 투입되었는데 작전에 참가, 전투가 벌어지면 4할 정도가 사망하고 6할 정도가 생존. 생존자들로 다시 부대를 편성, 작전에 투입되었다고 한다. 가장 치열했던 전투는 휴전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고지탈환 전투. 피비린내 나는…
2020-06-29 10:01흔히 하는 말에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한다. 먹을 게 부족하던 시절에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요리해 먹던 것이 비지떡인데, 지금처럼 다양한 재료를 넣고 기름 넉넉히 둘러 부친 것도 아닌데 얼마나 맛이 있을까, 짐작이 간다. 그래서 이는 값이 싸서 사 먹긴 하나, 값싼 만큼 맛이 그다지 좋지 않은 데서 생겨난 말로 값싼 제품은 그만큼 품질도 나쁘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정착이 되었다. 결국 ‘모든 것에는 그 값이 있다’는 교훈으로 삼기에 딱 좋은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또 다른 경우가 생각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가 그것이다. 우리는 힘든 노력 없이 쉽게 얻기를 바라기에 공짜를 너무 좋아한다. 그러나 이 경우 공짜를 좋아한 결과는 어떨까. 또 ‘뿌린 대로 거둔다’고도 말한다. 이는 진정한 노력의 대가를 이르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진실이다. 땀 흘려 노력을 하지도 않고 큰 것을 얻어 성공하기를 원하는 것은 그만큼 남의 것을 공짜로 얻으려는 ‘도둑놈 심보’라 할 수 있다. 좀 더 심화시켜 보고자 한다. 훌륭한 작가란 어떻게 탄생할까? 일찍이 헤밍웨이도 말한 바처럼 쓰레기에 불과한 자신의 초고(草稿)를 수없이 탈고하며 장시간에 걸쳐 인고의 결과물
2020-06-29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