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정(市井)이 연일 몹시도 시끄럽다. 주지하다시피 여름의 끝자락에선 무상급식주민투표에 이은 시장 사퇴, 그리고 이어진 곽 교육감의 ‘후보매수 의혹사건’ 때문이다. 이 와중에 교육자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정치가와 선동가들에 의한 비방과 옹호의 언설이 교육계를 짓누르고 있다. 막상 교육계의 사람들은 말을 삼간다. 교육계가 송두리째 난도질당하는 참담함과 무력감을 깊이 느끼기 때문이다. 교육은 사회 흐름에 깊이 연관돼 있다. 하지만 교육 행위에는 사회로부터 독립된 본연의 울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교육 현실은 정치에 심히 휘둘리고 있다. 5년마다의 정권 교체기에 빚어지는 교육계의 대혼란은 아주 익숙한 데자뷰이다. 하지만 교육자로서 난 왜 무상급식 시행과 같은 큰 정책이 교육 현장에서 폭넓은 공청회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왜 행정계의 서울시장이 교육계의 ‘무상급식’ 과 연관한 주민투표로 인해 사퇴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어떻게 2억원이란 큰돈이 교육감 선거와 연관해 ‘선의로’ 건네질 수 있는지도 도통 알 수가 없다. 이제 정치세력 간의 대결은 교육 이슈를 통해 대리전 양상을 띠고, 이념을 달리하는 시민단체들 간의 갈등도
2011-09-23 17:58'교육을 위한 교육'도 가치가 있지만, '일자리와 연계된 교육'은 더욱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일자리는 인간안보의 필요조건인 동시에 자아실현을 위한 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교육과 일자리를 연계하는 혁신적 직업교육 선도모델 대안으로 마이스터고 육성정책이 기획됐다. 마이스터고는 국가적 뿌리산업분야의 특화된 산업수요와 연계해 최고의 기술 중심 교육으로 예비 마이스터(young meister)를 양성하는 선(先)취업 후(後)진학의 선도학교 모델이다. 나는 마이스터고를 방문할 때마다 국가뿌리산업의 중추가 되겠다고 입학한 학생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얼굴에서 희망과 열정을 느꼈다. 2010년 3월 수도전기공고에서 열린 21개 공동 개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기뻐하던 학부모와 학생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그들의 희망은 마이스터고가 국가 뿌리산업의 현장경쟁력 제고를 위한 직업교육의 선도모델 대안으로 정착돼야 가능하다. 최근 기업들이 고졸자에게 취업문을 열고, 정부가 공공기관에서 4년간 근무한 고졸자는 대졸자 대우를 해주겠다고 천명함으로써 고용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2010년에 개교한 마이스터
2011-09-19 11:02요즘 교육대학 입학생들의 성적은 대략 상위 5% 이내에 속해 있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일반대학을 졸업한 학생들도 많이 입학한다. 명성이 자자한 대학을 졸업하고 내로라하는 기업에 다니다가 다시 교육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처럼 우수한 학생들이 초등교육에 투신하지만 교육대학에는 이들을 초등교육 전문가로 계속 성장시켜 줄 박사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교대 학생들이 초등교육과 관련된 전문성을 심화하기 위해 갈 수 있는 곳이 현재로서는 교대의 교육대학원 정도이다. 그러나 교육대학원은 현직 교사의 재교육에 초점을 맞추어진 특수대학원이지 학술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일반대학원이 아니기 때문에 초등교육 전공자들의 연구 의욕을 채워주기에는 미흡하다. 그래서 초등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교육대학에 박사과정이 설치되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교육대학에 박사과정 설치를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초등교육을 전공하고 싶으면 박사과정이 설치된 일반대학에 진학하면 되기 때문에 교대 박사과정 설치가 필요 없다고 한다. 한때 고등교육은 수준이 높고, 중등교육이 그 다음이고, 초등교육은 초급
2011-09-19 10:56인터넷 매체 사용 후 청소년들의 불건전한 언어 사용이 심각하다. 익명이 보장된 사이버상의 언어습관이 현실에 그대로 들어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교 단위의 언어 개선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에 필자는 학교 단위의 언어 개선 프로그램으로 편지쓰기를 제안한다. 편지는 수신자와의 상호작용하는 글쓰기이기 때문에 일상 언어생활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글은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에 말보다 정제된다. 그리고 편지쓰기를 하다보면 자신의 심리를 표현하려는 본능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품위 있는 언어 표현과 정중한 언어 사용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게 된다. 편지쓰기는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언어 개선 프로그램이다. 교사의 특별한 지도 없이도 좋은 교육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국어시간과 재량활동 시간을 이용해 수시로 할 수 있다. 또한 친구, 부모님, 선생님과의 관계를 더욱 가깝고 따뜻하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 편지는 인성 교육까지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우리 선조들은 편지로 자녀 교육도 했다. 이런 면에서 편지쓰기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은 우리 옛 선조들의 전통 생활 방식과 정서를 계승하
2011-09-18 00:44대학 입시가 지난해에 비해 1개월 일찍 시작됐다. 그만큼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대학 입시에 더 민감해졌다. 수험생수도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제도적 측면에서도 다른 점들이 많다. 가장 큰 특징은 미등록 인원에 대한 충원기간이 설정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수시뿐만 아니라 정시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시로 이월되는 모집인원이 줄어 2011학년도에 비해 수시지원율이 상승하는 바람에 고등학교 진학담당교사들은 여름방학 중에도 입시지도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대학 수시와 정시 모집 주요사항을 공고하는 시기가 너무 늦다는 것이다. 대학은 입학시험 시행계획을 늦어도 2월에는 발표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고3 수험생들이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본인이 지원할 대학과 학과에 대한 입학전형계획을 보고 전반적인 계획을 세워 입시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2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계획은 지난 3월 31일 발표됐고 대학전형계획 설명회는 4월~6월 사이에 있었다. 그마저도 기본계획이었고 최종 세부계획은 7월 12일에야 발표됐다. 반면 수시 지원 시기는 지난해보다 한 달 당겨졌다. 제출한 서류를 좀 더 꼼꼼히 살펴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긍정적인 취지였다.
2011-09-18 00:41보훈교육연수원에서 실시한 ‘나라 사랑 직무 연수’의 일환으로 5박 6일 간 러시아·중국 문화유적 답사를 다녀왔다. 연해주와 만주를 중심으로 국외독립운동의 자취를 따라가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니 비행기로 2시간 남짓한 곳에서 유럽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지만 러시아가 베이징조약으로 연해주를 차지하기 전까지는 이러한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명도 블라디보스토크(동방정복)는 아니었을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초라한 비석을 보며 이곳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을 선조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발해의 옛 성터였다. 성곽 유물이 남아 있지는 않았으나 주춧돌이 몇 개 발견된 지역으로 옛 발해의 솔빈부에 해당한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넓게 펼쳐진 초원을 보며 당시 발해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상상해보았다. 국경을 통과해 중국에서의 첫 일정은 길림성 용정시에 있는 용정중학교(옛 대성중학교)였다. 옛 모습을 재현해 놓은 교실이 인상적이었다. 마침 당시 교복을 입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나도 당시 교복을 입고 학생처럼 책상에 앉아 사진을 찍고 근방의
2011-09-18 00:33두 명의 사건 용의자가 서로 다른 취조실에 격리되어 심문을 받고 있다고 하자. 두 용의자는 상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이들의 조사를 맡고 있는 검사는 한 사람만 자백할 경우 자백한 사람은 방면해 줄 것이나, 끝까지 범행을 부인한 사람은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결정은 무엇일까? 용의자들 입장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은 약속을 지켜 끝까지 자백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혹시 상대방이 배신하면 자신만 손해를 본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둘 다 죄를 자백하고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 이론이다. 이 이론은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각박해진 교직사회, 추락하는 교권 요즘은 밤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아파하면서 그들의 삶에 나침반이 되어주는 선생님을 찾아보기 힘들다. 성과급에 해당하는 기준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교사들 간에도 서로를 견제하고 성과물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포털사이트의 주요 뉴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교사 관련 소식이 쏟아진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교사의 선행이나 사회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뉴스도 있
2011-09-02 13:328·24 주민투표 이후 민주당은 "서울시민이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고 무상보육·의료,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대표는 "보편적 복지는 시대정신"이라고 선언했다. 투표함을 열면 반드시 패한다는 사실을 아는 민주당은 원래 주민투표 참여율이 낮은 점을 이용해 ‘투표 배척’을 선택했고 이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시민의 기본권이자 의무인 투표를 ‘나쁜 것’이라고 모독하기까지 했다. 서울시민의 뜻과 시대정신이 이런 사술(詐術)로 규정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가의 '공짜' 약속은 '사기' 이번 주민투표는 공개투표처럼 시행됐다. 좌파와 야당은 일치단결해 투표거부투쟁을 벌였고 한나라당은 도움은커녕 발목잡기 일쑤였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시민의 25.7%인 215만7744명이 투표를 했다. 이는 작년 선거에서 곽노현 교육감에게 표를 던진 사람보다 70만명이나 많은 숫자다. 그래서 필자는 이 투표결과를 “무상급식 논란은 이제부터”라는 시민의 뜻이라고 본다. 무상급식은 원래 경기도교육감이 '눈칫밥 먹는 서민아동의 수치심을 없애주겠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수치심을 예방하러 아동에게 공짜 밥을 먹이는 나라는
2011-09-02 10:57필자는 지난 8월16일부터 8월18일까지 3일간 서울 한국교총에서 열린 ‘제6회 한·중·일 평화교재실천교류회’에 참석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초·중·고 교원과 대학교수, 교직단체 임직원, 사회단체 대표 및 방청객 등 80여명이 참석해 열띤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중국의 동북공정 강화, 일본의 독도 영유권 및 일본해 표기 주장 등 최근 이슈를 비롯해, 일본의 신사참배와 위안부 문제, 난징 대학살, 중국의 동북공정과 대북 협력 문제, 한국의 베트남 파병과 제주 4·3사건 등 다양한 주제가 심도 있게 다뤄졌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몇 가지 첨예한 이슈 때문에 때때로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원만하고 유의미한 토론이 이어졌다. 그리고 과거 역사의 어둡고 예민한 부분을 미래를 향한 선린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이러한 아픈 과거 역사를 반성하고 미래지향적인 동아시아사를 정립하는 데 교육자들이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데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고대부터 종교, 문물, 제도 등을 교류해 온 세 나라의 선린 우호 관계를 회복해 미래 동아시아 발전을 함께…
2011-09-02 10:42나는 말로만 선생이었음을 고백한다. 지루한 장맛비 속에 눅눅하게 곰팡이 핀 내 마음, 무성의하게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재단하며 지내온 시간들을 반성한다. 공활한 가을하늘 아래 오솔길을 지나며 나는 지식을 빵처럼 추구해온 지난날을 반성한다. 반제 저수지를 지나고 독정 저수지를 지나 학교로 향하는 시간, 나는 물속에서 목숨 걸고 살아가는 가시납지리, 끄리, 납지리, 미꾸리, 참몰개 앞에서 안일했던 나의 태도를 반성한다. 푸른 하늘에 맞닿은 들판을 지나며 묵언 수행하는 수수밭의 진지함에 그간 주저리주저리 떠들던 얄팍한 사상을 반성하고, 잡초 같은 악착스러움도 없이 잡초를 비판한 편견을 반성한다. 차창을 열면 밀려들어오는 싱그러운 가을바람을 내 폐 속에 담으며 구차한 내 감정을 반성한다, 찌꺼기까지 헹구어 반성한다. 시내엔 촘촘한 신호등과 차량, 삶의 부대낌을 용납하지 못하고 매사 조급해하던, 남보다 앞서고자 했던 시간들을 반성한다. 생각하면 덧없는 욕망, 인색하게 남을 앞질렀던 옹졸함을 반성한다. 도심의 무성한 플라타너스들의 눈인사를 받으며 이웃을 외면한 날들을 반성한다. 나는 언제 한 번 저렇게 푸른 그림자를 드리웠던가. 내 몸속에 디스토마처럼 잠복한 이기적 유
2011-09-02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