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사회를 흔히 포스트모던 사회라고도 한다. 그 이전의 사회를 근대사회라고 하며, 그 이전의 사회를 전근대 사회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사회는 전근대사회와 근대사회를 거쳐 오늘날의 포스트모던 사회로 이행된 것이다. 그러면 서로 다른 이러한 사회의 특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전근대사회는 한마디로 마술적 세계관이 지배했던 사회이다. 즉, 전근대사회의 사람들은 세계가 정령(精靈)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았다. 예컨대, 옛날 사람들은 숲에는 숲의 신이, 별이 빛나는 하늘에는 신 혹은 초자연적이고 신비스런 그 무엇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누군가가 병에 걸리면 ‘악령’이 깃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마술적인 관념이 일상생활의 모든 곳에 내재되어 사람들의 삶을 지배했던 사회가 전근대사회이다. 반면에 근대사회는 한마디로 이성적 세계관이 지배했던 사회이다. 모더니즘의 사회가 등장하면서 근대 합리주의가 가장 먼저 해체해 버린 것이 이러한 마술적 세계관이었다. 모더니즘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이성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명함으로써 ‘탈(脫)마술화’를 추진하였다. 따라서 숲이나 하늘 그리고 인간 등은 더 이상 신비적인
2011-03-28 11:35승동표 선생님은 필자가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미술에 무던히도 소질이 없는 나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고마운 분이다. “나는 너희들을 모두 미술가로 키우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던 선생님은 미술에 소질 있는 학생은 그 소질을 더욱 키우고, 애를 써도 소질이 없는 학생은 이 시간에 성실성을 기르면 된다고 가르치셨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그림 실력이 모자란 학생을 꾸짖지 않으셨고 그 대신 미술시간에 준비물을 갖추지 못한 학생이나 뒤처리를 잘 못하는 학생, 불성실한 학생,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따끔한 벌을 내리시곤 했다. 선생님의 벌(罰)은 마치 벌(蜂)에 쏘이는 것처럼 따끔하기로 유명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호박벌 선생님이라고 통했다. 나는 호박벌에 쏘인 것 같은 따끔한 벌을 한 번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내 부족한 그림을 보고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생각이 난다. 선생님은 “남궁이가 그린 그림은 미워. 그러나 아주 열심히 했어. 좋아!”라고 칭찬을 해 주시곤 했다. 선생님은 미술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성, 열성, 근면, 착실한 인성을 미술시간에 겸해 가르치신 수준 높은 인성 교육자이셨던 것이다. 그림에는 워
2011-03-24 10:16언젠가 소로우의 ‘월든’을 읽던 필자는 자연주의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가까운 시골에 작은 텃밭을 구입한 적이 있다. 퇴직을 하면 시골에 들어가 밭을 일구며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틈틈이 옥수수, 감자, 아욱, 완두콩, 무 등을 심고 향기로운 땀을 흘렸다. 그 결과 내 식탁은 사계절 푸르른 행복이 넘쳤다. 식목일 때쯤인가. 나는 또 나무시장에 가서 감나무, 밤나무, 복숭아, 호두, 홍매화 등을 몇 그루씩을 사서 심었다. 다행히 나무들은 고맙게도 해마다 키를 올렸다. 바라만 봐도 주렁주렁 달릴 열매에 나는 ‘타샤의 정원’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초식동물의 여유로움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밭에 나간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누군가가 나무의 우듬지를 싹둑싹둑 잘라놓았던 것이다. 후투티의 머리깃처럼 멋지게 자라던 나무가 졸지에 볼썽사나운 꼴이 되어 있었다. 나는 밭 아래쪽에서 일하던 촌부에게 누가 내 나무들을 저 모양으로 만들었는가 물어보았다. 뜻밖에 그는 자신이 그랬노라 했다. 그러니까 그가 들려준 말은 이러했다. 그냥 심어놓기만 하고 내버려 두면 나무가 엉망이 된다는 얘기였다. 자고로 나무란 가지가 웃자랄 때 쳐주기를 잘해
2011-03-23 14:00현재 우리나라는 초·중·고등학교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안전 수준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거나, 어린이 신변 보호에 대한 의식 자체가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다. 일례로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 사회자가 여러 폭력 사례를 설명하자 한 아버지가 “애들은 원래 맞으면서 크는 거지 뭘 그런 예를 가지고 폭력이라고 하느냐”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많은 G20 국가들에서는 저항력이 부족한 어린이는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신변의 안전이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만 12세 이하 아이는 부모가 반드시 항상 감독하거나 보호자를 지정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아동학대로 간주되어 처벌을 받는다. 이런 안전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학교시설에 관한 안전지침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국, 영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미 교육자, 건축가, 범죄학 및 경찰학 전문가 등이 모여 아이들을 학교에서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그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 시설에 대한 안전지침을 이미 수십 년 전에 만들어 일선 학교에 따를 것을 강력하게 권고해 왔다. 위의 지침들을 보면 접근 통제와 감
2011-03-23 11:34세계의 식량사정이 심상치 않다. 기후온난화로 세계 각처에서 기상이변이 일어나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가뭄, 홍수, 지진, 해일에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엄청난 인명피해 때문에 그로 인한 막대한 식량생산구조의 파괴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의한 세계적인 식량부족사태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하는 세계 식량부족 인구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년 사이에 영양실조 인구가 1억 명 증가해 세계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10억 명이 굶주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무역자유화가 시작된 WTO 이전에는 각 나라마다 보호막이 있어 최소한의 식량안보가 유지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열려 있어 타 지역의 식량부족 사태가 곧바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8년에 경험한 세계 곡물 파동은 호주의 극심한 가뭄과 미국의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연료 생산으로 곡물 재고량이 감소하자 여기에 투기자본이 개입하면서 밀, 옥수수, 쌀, 콩 등 주요 곡물 국제가격을 2~3배로 뛰게 만들었다. 그 결과 30여 개국에서 식량부족으로 인한 폭동이 일어났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정권이 바뀌기도 했다. 세계
2011-03-21 10:03얼마 전 게임중독과 관련된 한 토론회에서 한 학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되어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아이들이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족은 게임에 중독된 아이 때문에 심각한 불화를 겪고 있었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새로운 활력소를 찾기 위해 선택한 인터넷게임에서 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일까? 왜 가족들과 불화가 생겨 가족해체위기로까지 가는 것일까? 이는 인터넷게임의 특성 때문이다. 인터넷게임 이용자들은 키보드의 단추들을 쉬지 않고 조작해 이를 통해 게임의 내용을 주도적으로 생성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직접적인 보상도 받게 된다. 자신들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게임아이템을 획득하게 되면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그것을 지키고 더 좋은 것으로 향상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게임을 중단하면 보상물이 약화되거나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중단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놓은 보상물을 지키지 못하게 게임중단을 요구하는 가족들과는 당연히 불화가 생길 수밖에 없고, 게임에 빠져들수록 불화의 정도는 점점 깊어
2011-03-21 10:01이웃나라 일본이 유례없는 재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대지진이 땅의 지축을 흔들어 놓았고 쓰나미가 마을을 휩쓸어 갔으며, 원전까지 폭발해 방사능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가히 삼중고다. 이 세 겹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웃나라를 과연 외면할 수 있는가. 누가,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얼굴을 보라. 비록 그들이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악을 쓰며 울부짖고 있는 것도 아니나, 그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고, 그들의 표정엔 두려움이 드리워져 있다. 엄마와 딸이 헤어졌고 남편과 아내가 생과 사를 두고 갈라섰다. 폐허가 된 마을엔 사라져간 사람들의 행방을 묻는 애끓는 쪽지들만이 그득하다. 무기력한 현실 앞에 오직 기적만을 바라며 망연자실해 있는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두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 아닌가. 지금 일본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간절히 부르짖고 있다. 하늘을 향해, 땅을 향해, 바다를 향해 두발로 서게 해달라며 부르짖고 있다. 그들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자신들을 붙들어 달라고 내미는 손이 보이지 않는가. 우리야말로 그들이 부르짖는 소리를 귀담아 들어주는 응답자가 되어야 하고 그들이 내미는 손길을 잡아주는 도우미가 되어야
2011-03-21 09:58언제부터인가 ‘몇 학년을 맡았니?’라는 질문은 ‘업무가 뭐니?’라는 말로 바뀌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학년보다 맡은 업무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인사는 학년보다는 업무 때문에 얼굴을 붉힌다. 3월 신학기에 형평상 저학년을 맡게 되었다. 저학년은 수업이 적은 대신 학교의 큰 업무를 맡게 돼 무거운 짐을 지고 출발했다. 웬만한 선생님의 목소리에도 끄떡없는, 큰 덩치에 고집이 잔뜩 영근 고학년 아이들에게 익숙한 눈은 2학년 아이들을 보면서 잠시 당황스러웠다. 작은 몸, 가녀린 체격, 큰소리 한 번에 우르르 쓰러질 것 같은 연약함이 갑자기 낯설게 다가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왠지 저학년을 대할 때는 필자도 목소리와 몸짓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익숙한 간결체 대신 습관화되지 않는 나풀거리는 몸짓, 민들레 깃털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연습하는 연극배우처럼 아이들의 발달과정에 맞춘 행동(?)을 했다. ‘귀엽다’, ‘순진하다’, ‘착하다’, ‘순수하다’. 고학년에서 상실당했던 아름다운 단어들의 체험이 행복하다. 내 이야기에 기쁨 넘치는 눈망울로 목젖 젖혀 웃어 주는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내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었던가. 분명 별 내용이 아닌데 대단한…
2011-03-15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