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계속되면서 어느덧 한 학기가 끝나간다. 온통 흐린 하늘,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잠시 지나간 시간들이 얼굴을 내민다. 생각하면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들. 그러나 그 속에 아쉬움들이 파편처럼 박혀 있다. 온전하게 교사로서 아이들을 품어주고 사랑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눈에 밟힌다. 참으로 다양한 아이들. 성격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 아이들. 생각과 행동도 다르고 꿈과 안목도 다른 아이들. 이렇듯 제각각인 아이들이 성당의 모자이크처럼 총천연색으로 비쳐진다. 교사의 품 안에 있는 아이치고 예쁜 놈 미운 놈 따로 있을까만, 선생의 품을 벗어나려는 귀여운 레지스탕스도 적지 않다. 일전에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가 방영된 적이 있다. 수단에서 활동하는 이태석 신부에 대한 이야기, 종교를 떠나 이 작은 필름은 그 파괴력이 대단했다. 시청자들의 가슴에 금을 내고 마지막 눈물까지 흘리게 했다면 지나칠까. 한 인간이 안락한 삶을 뒤로 하고 기꺼이 절망의 대륙으로 건너가 고통을 끌어안는 모습. 내전과 기근, 질병 속에 신음하는 이들을 끌어안는 그에게서 나는 문득 슈바이처와 다미안을 보았다. 홀연히 닥친 말기 암마저 감추고 환히 웃으며 기타 치는 그의 모습. 나는…
2011-07-04 15:47바야흐로 교단에도 평가의 시대가 열린 것인가. 지난해부터 전면 실시된 교원능력개발평가와 함께 학교장에 대한 경영능력평가는 교육계도 더 이상 무사안일의 무풍지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의 견고한 틀을 깨고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 그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원에 대한 평가는 모든 평가가 그렇듯이 객관성과 합리성,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위화감 조성과 함께 평가를 인정하지 않는 불신 풍조를 가져와 엄청난 역기능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장에 대한 학교경영평가 결과는 성과상여금 연계를 포함해 전보와 전직, 초빙·공모, 중임에 대한 심사, 각종 표창 등 중요한 인사에 준거 자료로 활용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이에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제시한 2011학년도 학교장 경영능력평가 전반에 대해 부각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평가의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중등의 경우 학생을 평가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체벌 전면 금지 등으로 학생들의 권리가 지나치게 커져 있는 현실 속에 감정에 치
2011-06-27 14:21최근 공청회를 통해 발표된 교원연수체제 선진화 방안은 교직 발달단계에 따른 체계적인 연수시스템의 마련, 연간 최소 연수 이수제, 현장 적합성 높은 연수프로그램 운영, 교과교육연구회 등 자발적 소규모 연수활동 활성화, 다양한 연수활동 인정 등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전문성 신장을 위해서 생애단계별로 구축된 체계적 연수관리체제의 도입과 다양한 연수활동, 즉 교과교육연구회 관련 연수, 교내수업장학 및 대학원 학점 등을 인정하고 있어서 현장교원의 필요와 요구에 부합하는 진일보한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학교 교육활동의 핵심에 해당하는 교수·학습 활동과 생활지도 활동의 질적 개선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연수활동으로 인정한 점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매년 60시간 이상의 연수 이수를 의무적으로 부과하고 30시간은 기관연수를 이수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은, 현장적합성 높은 연수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 이미 대부분의 교원은 연간 60시간 이상의 연수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무적인 연수 참여와 자발적인 연수 참여는 그 효과 면에서 차이가 클 것이다. 의무 연수 이수 시간을 3
2011-06-27 14:19내년부터 주5일 수업이 전면 실시된단다. 2000년대만 해도 토요일은 그냥 하나의 요일이었다. 버젓이 학습 교과 수업도 있었으며, 교사의 입장에선 일주일을 끌어온 여러 잡무를 몰아서 처리해야 하는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2005년도부터 시·도교육청이나 관할 교육청은 주5일 근무를 했다는 사실 - 학교 현장과 행정 당국 간의 소통에 문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주지하다시피 그간 교과부가 전면 실시에 난색을 표명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인프라 미비와 학부모의 반대. 하지만 다른 사업장이 아닌, 교육 현장만 인프라가 미비되었다는 말은 절대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한 여러 단체에서 행한 여론 조사의 결과를 보면 학무모와 학생들의 압도적인 찬성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근자, 교총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자면, 학생의 88%, 학부모의 78%가 찬성한 결과를 보였다. 이를 계기로 행정당국은 교사들의 수업 부담과 시수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주5일 전면 실시로 현재 각 단위 학교마다 격주로 토요일에 시행되고 있는 계발 활동과 학급 자치 활동이 평일로 옮겨지면, 그만큼 평일의 수업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수업 시수의 경감 없이 이루어지는 주5일 수업은
2011-06-27 14:15지난 6월 17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원회에서 ‘수석교사제’ 시행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및 교육공무원법이 통과됐다. 30여 년에 걸쳐 많은 연구와 논의를 토대로 4년간의 시범과정을 거쳐 드디어 법제화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관련 학회를 비롯해서 한국교총 등 교육계에서 기울인 노력의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수석교사제는 1981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교육공무원 인사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선임교사 및 교장임기제와 함께 제안됐다. 그러나 교장임기제만 먼저 시행되고 선임교사, 수석교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사 자격제도의 다단계로 인한 교직사회의 관료화 우려 및 추가 재정 소요 등이 주요 이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수석교사제 문제가 계속 논의되다가 사라지고, 사라지는가 하면 다시 논란이 거듭되어 온 쟁점 과제로 남아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논란의 과정을 통해 수석교사의 역할과 지위, 처우, 지원 조건 등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교육행정학의 대가인 켐펠(Campbell) 교수의 주장처럼 기본적인 힘의 작용, 선행운동 과정, 정치적 활동, 그리고 공식적인 법제화(formal enactme
2011-06-27 13:23상우야, 일단 선생님이 미안하다는 말부터 전하고 시작할게. 앞으로는 절대 그런 실수 안 할 거야. 해가 갈수록 수업 진행이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 않구나. 럭비공 튀듯 돌출 행동을 하는 녀석이 있는 학급은 수업 분위기 잡기도 어렵고 수업 시간 내내 주의를 주는 게 다반사니 열심히 하는 학생들까지 피해를 받게 마련이지. 그런데 상우가 있는 학급은 그런 학생들은 없고 오히려 상우가 학습 분위기를 주도하니 항상 수업에 생동감이 넘친단다. 아이들이 나태해지려 하면 “얘들아, 선생님 말씀 잘 듣자”라며 독려하는 말까지 하는 너는 나한테는 보물단지나 다름없어. 상우는 자연계라서 수학, 과학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보충수업 시간에도 내 과목(국어)을 신청해서 듣지. 고마울 따름이란다. 8교시 수업이라 학생들도 지칠 만큼 지쳐 있고 발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지도하는 나도 힘들고 애를 먹는단다. 그때마다 상우가 손을 들고 “선생님, 제가 발표하겠습니다”라고 자청해서 수업에 생기를 불어넣지. 그러던 어느 날, 보충수업에서 비교적 어려운 문제를 풀 차례인데 발표할 학생을 묻자 아무도 나서지 않았지. 그동안 그런 어색함을 메워주며 매번 발표에 나섰던 상우조차 자신 없는…
2011-06-20 16:49최근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로 전국이 뜨겁다.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반향도 매우 강력하다. 정치권은 적절한 정책 입안과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고 대학생들은 동맹휴업, 촛불시위를 강행하는 등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현재 각계각층에서 등록금 상한액·상한률 제한, 장학금 확대, 등록금 인하, 기여입학제 도입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더불어 감사원의 대학 재정에 대한 고강도 감사가 뒤따를 예정이다. 이제 그동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과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때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과다 문제가 이슈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고액인 것도 문제지만, 지출에 대한 객관성·공정성·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아 불만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대학 등록금에 대한 검은 그림자를 대학 당국 스스로 제거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대학 등록금 인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야만 한다. 그동안 고액 등록금에 짓눌려 온 학생·학부모들의 고통은 이제 인내의 한계점에 다다
2011-06-20 16:48요 며칠 전 연수를 받는데 강사분이 웃자고 이런 말을 한다.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자리에 모인 선생들이 의아해 하자 “남한에는 무서운 중학생들이 있어서랍니다”한다. 순간 좌중에 폭소가 터진다. 강의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한 유머인 줄 알지만, 가슴이 뜨끔하다. ‘무서운 중학생들!’ 물론 예전에도 격정적인 ‘질풍과 노도’라든지 ‘제임스 딘’과 같은 반항아의 유형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시대를 고뇌하지 않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분명 곱씹어 볼 만한 문제이다. 70~80년대의 음울한 군사문화의 언덕에서 통기타를 치며 ‘아침이슬’을 부르던 과거와 요즘 아이들은 사뭇 다르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통행금지 시간에 쫓겨 귀가하던 시절, 장발이나 미니스커트는 차라리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십대들에겐 방향성이 없다. 시대에 대한 고뇌나 사상, 시쳇말로 말하면 개념이 없다.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같은 슬픔에 대한 인식도 없다. 그저 자본주의의 뒷골목에서 치마를 줄여 입고 화장을 한다.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치열한 정신이 없다. 그들은 그저 길거리에 모여 또래들을 힐끔거리며 추파를 보낸다. 네온사인 찬란한 그늘에 모여
2011-06-20 16:472012년부터 읽기·듣기뿐만 아니라 말하기·쓰기 평가가 모두 포함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시행된다. 국제화 시대에 영어 교육이 중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효과적인 영어 교육을 위해 국가가 주도하고 구체적 실천을 한다는 것은 효율성 면에서도 기대가 된다. 문제는 영어 교육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반면에 국어교육에 대한 정책은 수립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영어 교육 투자에 적극적이다. 교과부 산하의 인재정책실에는 영어 교육을 전담하는 영어교육정책과가 편제되어 있다. 지역교육청의 영어 교육에 대한 편중 예산은 여러 번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영어 교육은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영어 교육 못지않게 국어교육도 인재를 만드는데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말로 글로 생각을 표현한다. 말과 글이 정확하지 않은 것은 관념과 생각이 부정확하다는 의미이다. 언어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삶의 모든 면이 우수하다 뜻이다. 일반적으로 국어 공부는 특별히 안 해도 학습의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글을 깨우치고 책만 읽을 줄 알면…
2011-06-13 11:42지난 6월 3일 한국교육의원협의회가 지방교육자치 자동일몰제를 폐지하라고 주장하면서 지방교육자치의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교육자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가치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교육자치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명제이다. 교육자치가 보장하고자 하는 기본 가치인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차원에서 볼 때 지방교육자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교육의 자주성 의미는 학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헌법재판소는 ‘교육이 정치권력이나 기타의 간섭 없이 그 전문성과 특수성에 따라 독자적으로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조직·운영·실시돼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교육의 자유와 독립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교육 자주성의 차원에서 보면 교육자치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방교육자치단체와 중앙정부와의 관계가 명확해져야 하고, 동시에 단위학교의 자치 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행 법령상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유·초·중등학교의 교육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어 충돌할 수밖에 없게 되
2011-06-13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