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걸려왔다. 똑똑해진 전화기는 벨 소리와 함께 상대가 누구라는 것까지 알려준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의 전화는 모른척하기도 하지만 혹시 하는 마음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아부지, 접니더. 동귭니더.” 군 복무 중에 휴가 나왔다며 군기든 목소리가 씩씩하다. 그날 저녁을 함께 했다. 몇 해 전 담임했던 녀석이다. 유난히 속을 썩였던지라 금방 기억이 난다. 무단결석과 조퇴를 자주 했지만 성적은 상위권을 돌아 포기하기 아까워 아들처럼 돌봐줬던 아이였다. 마주 앉아 대학 원서를 쓸 때 애먹여서 죄송하다며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던 모습이 떠오른다. 포기하지 않고 잡아준 선생님 덕분에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는 공학도가 되고 싶다며 환한 웃음을 보여 주었던 아이다. 제대 후 열심히 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말에 사십 년도 더 지난 나의 고교 시절이 제자의 목소리에 겹쳐진다. 세상을 딛고 선 다리에 힘이 가득하던 때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식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갔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야생마 같은 우리를 바라보던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미지근한 물을 마신 듯 덤덤했다. 칠판 한가운데 이름 석 자와 ‘화학’이라는 짧은 글을 써 놓고 낮게 입을 열었다. “나 이런 사람이
2017-11-07 16:38교총이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교총 70년의 성찰과 미래 대한민국 교육 30년의 길’을 주제로 교육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9일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개최되는 토론회는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기조강연에 나서고 신현석 고려대 교수가 ‘교총 70년 성과와 과제’, 안선회 중부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진단과 향후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표한다. 토론에는 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박인현 대구교대 교수, 박종필 부산 수미초 교장,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 엄미선 경기 일동유치원장 등이 참여한다. 교총은 해방 후, 교육을 통한 국가부흥을 위해 정부수립 이전인 1947년 교육자 스스로 설립한 최대, 최고의 전문직 교원단체다. 1947년 11월 23일 서울 종로 덕수초 강당에서 100여명의 교육 중진들이 모여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조선교육연합회(47~48)를 시작으로 대한교육연합회(48~89),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89~현재)로 발전해왔다.
2017-11-06 13:56"색다른 체험에 전국 또래 교원들 간 친분 도모까지, 어떻게 이런 직무연수가 가능하죠? 교육청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직무연수입니다." 한국교총의 ‘2030 공감동감 가을 연수캠프(이하 2030연수)’에 참여한 교원들이 일성으로 남긴 소감이다. 교총은 지난달 28∼29일 전북 군산에서 20∼30대 교총회원 60명을 대상으로 ‘알아두면 쓸모 있고 신나는 역사연수’ 군산 편을 진행했다. 1박2일 간 군산과 연관된 문학·미술·경제 연수, 지역 역사체험·토론 연수 등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8월 강원도 동강에서 진행한 래프팅 연수에 이어 두 번째다. 교총 2030연수는 젊은 회원들 간 교류, 소통의 장을 넓힌다는 취지로 마련됐고 7시간 직무연수로 인정됐다. 지난달 28일 오전 9시30분 익산역에 집결한 전국 교사들은 준비된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전원 이동 후 조 편성, 참석자 소개를 마친 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의 ‘역사의 혼탁한 물결 속에서’, 주우철 인천병방초 교사의 ‘미술로 풀어내는 군산 근대사’ 특강으로 문을 열었다. 오후는 조별 자유 역사체험 시간. 시작은 조금 어색했다. 철저히 일면식이 없는 교사들끼리 성비를 맞춰 조를 편성했기…
2017-11-03 15:39“현재 장애인 교원에 대한 교육당국의 태도는 총도 안 주고 병사를 전쟁터로 보내는 꼴입니다. 장애인 의무고용 때문에 뽑아만 놓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죠. 선발을 했으면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게 수업과 업무에 필요한 것을 함께 지원해야 합니다.”(충남 공립특수학교 A교사, 시각장애인 1급)장애인 교원의 수업 등을 돕는 보조인력, 보조기기 지원이 교육당국의 무관심 속에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장애 교원 대부분이 사비로 기기를 구입하거나 대여하는 형편이다. 보조인력도 중증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장애인활동보조인 서비스를 개인부담금을 내고 구하거나 이마저도 없이 근무하는 실정이다.각 시‧도교육청은 2007년부터 장애인 의무고용률 달성을 위해 구분 모집 제도를 도입해 장애인 교원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육청 별 보조인력·기기 지원은 거의 미미하고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최근 국감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장애인 교원은 3670명이며 이 중 시각장애 1급 등 중증 장애 교원은 46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올해 전국 17개 교육청 중 10개
2017-11-03 15:26서울시교육청이 3일 발표한 ‘학생인권종합계획’에 대해 학교 현장이 학생지도, 학교자율성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내년부터 3년간 추진한 종합계획은 지난 7월 시교육청이 개최한 공청회에서 교원, 학부모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했던 ‘두발자유’, ‘상벌점제 폐지’, ‘학생 참정권 및 선거권 부여’ 등을 그대로 담아 향후 갈등이 예상된다.특히 ‘월권’ 논란을 빚었던 만18세 선거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도 똑같이 포함됐다. 또 정치적‧사회적 현안에 대한 토론을 활성화하도록 하는 등 반발을 샀던 내용 대부분이 초안과 동일했다.반면 교사들의 학생 지도체계를 회복할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대안은 미미했다. 종합계획에는 규칙 준수 문화조성을 위한 ‘교육 3주체 생활협약 제정’ 권장, 학생과 교사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업규칙·학급규칙 제정, 인권친화적 생활지도 대안 모색을 위한 TF 운영 등 모호한 대책만 나열했다.이런 상황에서 학칙 제·개정도 △학생인권조례에 근거 △교육청 가이드라인 안내 △학칙 점검 및 컨설팅 실시 등 사실상 자율을 제한하는 내용이 많았다.이에 대해 현장은 “교원들의 고민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최근 교총이 전국 교원 119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017-11-03 13:2410월의 마지막 날, 인천신현초는 특별한 운동회를 열었다. 다름 아닌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쓰레기 제로(zero) 운동회’. 쓰레기 한 점 없는 깨끗한 운동회로 환경교육의 의미까지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올해 처음 진행했다.임동균 교장은 “많은 행사들이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을 많이 봐 왔다”며 “함께 협력해 깨끗한 행사를 치르는 경험을 나누고, 이것이 삶에 내면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고 밝혔다.학교는 이번 행사를 위해 무엇보다 학생 사전교육을 충실히 했다.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전교생에게 생수도 1병씩 제공해 쓰레기 발생 요인을 원천 봉쇄했다. 가정통신문으로 이런 의미와 취지를 알렸고, 이에 공감한 학부모들도 음료를 따로 준비하지 않는 일에 동참했다.운동회 날, 스스로 정한 약속을 지킨 교육가족들의 노력으로 운동장은 열기로 가득했을 뿐, 종이 한 조각, 캔 한 개 찾아볼 수 없었다. 배아영 전교어린이회장은 “친구들과 동생들이 모두 깨끗한 운동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학교는 이번 운동회를 계기로 앞으로도 각종 행사는 물론 평소 생활에서 쓰레기 없는 깨끗한 학교 만들기를 이어가기로
2017-11-01 16:39“와~이제 더 또렷이 보여요. 공부도 더 열심히 할게요.” 한국교총과 다비치안경은 27일 오전, 춘천 성수여고(교장 안재봉) 강당에서 ‘장학안경’ 기증 행사를 가졌다. 양측의 사회공헌 활동 업무협약으로 시작된 행사는 7월 서울농학교, 9월 세종 조치원교동초에 이어 성수여고가 세 번째다. 이날 학생 40명은 안경사들의 눈 검사를 거쳐 도수를 맞추고, 비치된 150여 개 안경테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직접 고르며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완성된 안경은 2~3주 후 학교 측에 전달될 예정이다. 또 병원에서 안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 등 20명에게는 40분 남짓 눈 운동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프로그램은 학생 증상에 따라 4~10회 제공된다.
2017-10-27 15:1224일 서울 창동중(교장 배남환) 1학년 7반 교실로 일본인 친구가 쓴 6통의 편지가 모둠별로 배달됐다. 내용을 읽어보니 독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편지도 있었고, 역사적으로 일본이 먼저 기록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학생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제대로 된 사실로 답장쓰기였다. 상황은 독도 특별 교육주간을 맞아 한국교총과 함께 진행한 독도 특별 공개수업 중 한 장면. 비록 진짜 일본인 친구가 보낸 편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적잖이 당황하고, 흥분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수업 초반 사회 선생님으로부터 독도의 영유권, 역사와 지리적 근거들에 대해 배운 학생들은 주어진 자료를 읽고 태블릿피시로 검색하며 차분히 답장을 써내려갔다. 독도에서 울릉도는 87.4km 떨어져 있지만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오키섬은 157km로 우리나라보다 더 멀다는 점, 역사적으로도 삼국사기에 기록된 내용이 일본보다 522년 빨랐다는 점 등을 모둠별로 토론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심소현 교사는 중간 중간 다니며 같이 의견을 나누고, 막히는 부분에서는 작은 힌트를 주며 활발한 토론을 유도했다. 심 교사는 “모둠을 나눠서 역사, 지리, 국제법 등의 분야별로…
2017-10-27 14:08한국교총은 교육단체 및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등 38개 기관과 함께 2017 독도의 날 기념식을 25일 서울 양정고에서 개최했다. 1900년 고종황제가 독도의 영유권을 재확인하기 위해 칙령을 반포한 날을 기념해 매년 열리고 있는 독도의 날 기념식에는 하윤수 교총회장, 이중현 교육부 학교정책실장 등 각계 인사와 서울 양정중·고 학생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하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학생들의 역사의식과 나라사랑을 고취하고 독도가 영토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대한민국 고유 영토임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교총은 2010년부터 독도의 날을 정해 기념하고 있다”며 “오늘 만큼은 3·1절이나 광복절에서 느끼는 애국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또 “교총은 앞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올바른 역사교육 운동과 생활 속 독도교육 실천에 더욱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이중현 학교정책실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일본 정부는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영토주권 도발의 내용을 담은 학습지도요령을 확정 고시했다”며 “우리에게
2017-10-25 13:58교원들이 근무 중 수업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행정업무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문위 소속 신동근 의원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교원 1인당 연간 평균 수업일수(192일) 기준 하루 나이스 접속 시간은 약 4.4~4.8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초등교원 1인당 나이스 평균 접속시간은 약 836.7시간이며 중학교는 916.7시간, 고교는 860.2시간이었다. 이를 연간 365일 기준으로 1일 평균 접속시간으로 환산하면 초등은 2.3시간, 중학교는 2.5시간, 고교는 2.4시간이며 초‧중‧고 연간 평균 수업 일수 192일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초등은 4.4시간, 중학교는 4.8시간, 고교는 4.5시간이 된다. 또 신 의원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제출받은 ‘나이스 응용 S/W 메뉴 현황’을 보면 학교 현장 교원들의 행정업무가 얼마나 많은 지 확인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나이스 응용 S/W 메뉴는 총 7839 개에 이르며 교원들이 주로 다루는 교무업무 메뉴만 해도 2210개에 달한다. 신동근 의원은 “실제 나이스 접속시간 통계 분석이 최초로 이뤄지다보니 교원과 행정직원의 접속을 분리해 걸러내지 못하는 등 정확하게 교원의 행정업
2017-10-20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