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적용되는 7차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왜 7차 교육과정을 적용해야 하는지 아직도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7차 교육과정의 개정은 총론에서 본다면 수준별 교육과정의 도입과 재량활동의 신설, 확대교과별 학습량의 최적화와 수준의 조정 등 이상적인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무리해서라도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인식하고 학급당 인원수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었고 무리하게 시설 개선에만 몰입했다. 그러나 이것은 교육당국이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본을 모르는 데에서 출발한 무지의 소치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고교 2,3학년을 대상으로 '학생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 과연 다양한 선택과목이 개설되어 있는가. 지도할 교사는 확보되어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점차적으로 개설'하고 '교사를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학생들은 실험의 대상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학생의 경우에도 당초 교육당국은 7차 교육과정
2003-04-10 14:3220여년 전, 경기도 안양 A초등학교에서 2년간 축구부 주무를 맡아서 축구부를 지도했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지원금이 전무한 상태였다. 학부모들 또한 무슨 돈이 있었겠는가. 돈 많이 드는 학원은 못 보내고 쪼개고 쪼개서 축구라도 시키자는 게 당시 학부모들의 생각이었다. 유휴교실을 합숙소로 사용하고 합숙경비와 빨래하기, 밥하기 등은 학부모들이 당번을 정해서 봉사토록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름이면 찜통속에서, 겨울이면 냉방침상에서 잠을 자야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헌신적으로 도왔고 하늘도 감동했는지 우리학교 축구부는 전국 소년체전, 시·도 대항 축구대회 등에 도대표로 선발 출전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은 일이다. 아직까지도 그때 제자들을 가끔 만나 술자리도 같이 하고 결혼할 때 주례도 맡기도 했지만 지금 또다시 축구부를 육성하라면 차라리 사표를 낼 망정 그것만은 사양할 것 같다. 얼마전 충남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의 참사 보도를 접하고는 너무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 '채 피지도 못하고 한 줌의 재로 사라지다니…'하는 생각에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는 단연코 국가의 책임이다. 구조적으로 잘못된 줄 뻔히 알면서도 몇 십년을 그렇게 방
2003-04-10 14:31화사한 봄날, 조그마한 농촌마을은 평화롭고 조용하며 고향어머님의 품속 같은 따스한 곳이었다. 그 날은 마을이 생긴 이래 최대의 자동차 행렬이 붐빈 것 같았다. 조그마한 농촌마을 학교의 한 교장스승님의 죽음을 애도하는 인파다. 35년 전 조용한 시골마을 작은 학교에 근무했을 때의 추억들이 뭉개 구름처럼 피어났다. 마을은 평화롭고 순박했으며 아이들은 순진했고 교직원은 가족보다 따뜻했다. 농번기에는 아이들과 아울러 모심는 일을 도와주던 아름다운 추억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영결식장은 슬픔보다 분노가, 따스함보다 스산함이, 사랑보다는 미움이 공기를 무겁게 했다. 무엇이, 왜 한 노 교장스승님의 장례분위기를 이처럼 끌고 간 것인가. 인간의 마음은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정글의 마음이다. 정글의 속성은 약육강식이다. 이는 '가짐'과 '소유'의 차원이다. 둘째는 스포츠의 마음이다. 스포츠의 속성은 이겨야 한다. 이는 승자가 되어야 하는 '됨'의 차원이다. 셋째는 오케스트라의 마음이다. 오케스트라의 속성은 서로의 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나눔'의 차원이다. 넷째로 자궁의 마음이다. 자궁의 속성은 무조건 주기만 한다. 이는 '섬김'의 차원이다. 스승의 마
2003-04-10 14:29우리 나라 체육은 86.88 양 국제대회와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우수 선수를 육성하여 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이면서 체육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켜 왔다. 체육은 국민의 건강 증진뿐만 아니라, 시민정신의 함양과 국민총화 나아가 국위선양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으며, 인간존엄과 가치가 승화되고 행복을 취하는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의 건강 증진, 체력 향상과 운동 능력의 증대 , 그리고 사회성 함양과 정서적 발달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체육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체육의 뿌리인 학교 체육은 실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천안초등학교 축구부의 화재로 다수의 어린 꿈나무 학생이 희생당하는 엄청난 참사가 있은 후, 학교 운동부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정부는 4월 2일 서울 체육고등학교에서 전국 시도 평생체육과장회의를 열어 "초등학교는 학기 중에 상시 합숙 및 전지훈련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며, 중·고등학교도 시도교육청과 협의하여 일정기간 학교장 재량것 실시토록 하며 상시 합숙은 원칙적으로 규제한다"라는 응급처방을 마련하여 시달한바 있다. 이렇듯 엄청난 사회적 사고가 발생하면…
2003-04-07 10:29세월이 가도 행정의 구태는 바뀌지 않는다. 불과 몇 개월 전 논란이 되었던 교원지방직화 논의가 다시 재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자괴감까지 느낀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당시는 교원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권말기 였고, 지금은 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정권초기라는 점이다. 이는 결국 교원 지방직화 문제를 교육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논리로 풀겠다는 발상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누누이 강조하였듯이 지방직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첫째, 법적인 문제점이다. 지방공무원 신분인 시·도교육감이 국가공무원인 교원의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이 법 체계상 불합리하다는 점을 같은 정부조직인 법제처가 지적하고 있다. 또 교육부조차 교원의 사기저하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강행하려는 것은 정권초기의 가시적인 실적에 급급한 부처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둘째, 재정구조적인 문제점이다. 지방직 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재정으로 지방의 고유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다. 교원의 봉급재원은 대부분 중앙예산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분만 지방직화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셋째, 교육여건의 악화로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 우리 교육여건은 선진국에
2003-04-04 14:42교총이 3월말, 전국 교원들의 의견을 모아 '참여정부' 들어 처음으로 교육인적자원부에 113개항의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교총이 요구한 교섭사항은 지난달 19일 지방이양추진위원회의 결정으로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교원신분의 지방직화 방침 철회,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조속한 해결, 학교내 화재사고 등 안전사고와 낙후한 학교급식 환경으로 인해 빈번히 발생하는 학생 식중독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방안 등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교육현안 문제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교섭에서 합의하고도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는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수석교사제 실시 등 교총의 핵심정책들이 포함되어 '참여정부'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총으로서는 그 어느 때 보다 교육인적자원부와의 단체교섭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원들의 여론을 집약하여 요구한 교섭과제가 최대한 합의되어 실천되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새 정부가 '참여정부'를 표방하고 국민들이나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 반영하여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과거와는 다른 전향적인 자세로 교총
2003-04-04 14:41교원의 지방직화 전환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교원의 지방직화 전환'은 91년 지방자치법과 지방교육자치법이 마련될 때 처음으로 거론되었다. 이후 교육부의 연초 업무보고 때 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지만 교육계의 반발로 인해 흐지부지됐다. 행정자치부는 '지방이양추진위원회' 행정분과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강력히 교장, 교감, 교사, 장학사 등을 '국가공무원' 신분에서 '지방공무원' 신분으로 바꾸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교직단체의 반대로 잠정적으로 보류 되어온 상태였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방분권화의 명분을 내세워 지방교육자치 정착과 인사, 행정절차 간소화라는 이유로 '교원 지방직화'가 재추진됨에 따라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현재 정부의 이러한 방침은 의무교육의 확대 등 국가의 공적 책무성이 강화되는 시점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일 뿐 아니라 지역별 교육환경 격차를 심화하고 교원의 신분 불안만 야기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 먼저 교원의 지방직 전환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교원 정원문제를 재검토할 것이고 이로 인해 교원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도교육청산하의 농어촌 학교의 통폐합은 물론 직간접적 교원구조조정은…
2003-04-03 14:15훌륭한 교사의 육성과 선발은 좋은 교육을 위한 선결 요건이다. 교사 육성이 잘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발이 좋지 못하다든지, 교사육성 방법에 비해 선발방식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여기엔 둘 다 문제가 있다. 좋은 육성과 좋은 선발이 동시에 타당할 때 좋은 교육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성과 선발은 바늘과 실처럼 동시에 수반돼야 할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행 교사 임용방안은 많은 모순을 잉태하고 있다. 교사 육성과 선발이 '객관성과 공정성 제고'라는 명목으로 철저히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사 임용을 공개 전형하는 방법은 선택형 지필고사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객관성과 편이성은 유지될 수 있어도 '좋은 교사'라는 교사의 본질적 자질을 검증하는 측정도구로서는 타당성과 신뢰성이 전혀 없다. 교사는 잠재력 있는 인재를 뽑아 오랜 시간(4년 혹은 그 이상)에 걸쳐서 소명에 찬 연찬과 자기 충족적인 동인으로 길러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교사의 자질'이라는 정신을 횡적인 검사 1회로 측정하겠다는 교육부의 발상은 교만이요, 만용이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일제히 지필고사를 치름으로써 교사를 선발하겠다는 교육부의
2003-04-03 14:13몇년 전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는 슈퍼마켓을 털고, 오토바이를 훔치고, 유치장을 들락거리는 '문제아 0순위'의 학생이 있었다. 음주와 가출은 기본이었고 전학온 후 일년 동안 무수한 사건 사고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렇게 살얼음판처럼 한해를 보내고 새학기를 맞았을 때이다. 그날 나는 5교시에 그 녀석의 반에 수업을 들어갔다. 교무실에서 개인적인 일로 기분이 상해 있던 나는 그날따라 길게 길러 노란 브리지를 넣은 그 애의 앞머리가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학기초부터 잡아 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위를 가지고 와 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아이의 앞머리 묶음을 싹둑 잘라 버렸다. 그런데 순순히 머리를 내밀던 것과는 달리 머리카락이 잘리자마자 녀석은 평소의 과격하던 행동과는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전혀 예기치 않은 그 아이의 행동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날 단순히 염색한 머리털 몇 올을 자른 것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고 마음붙일 곳 하나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그 아이가 남들과 다른 것은 머리칼 하나 뿐이었다. 당시 소도시 학교에서는 감히 누구도 그런 머리를 시도하지 못했다. 그의 머리 스타일만큼은 선망의 대상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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