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학에 다니던 이십여 년 전, 라이머(E. Reimer)가 저술한 '학교는 죽었다'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금서목록에 포함된 운동권의 필독서였는데, 제목이 주는 강렬한 인상에 끌리기도 했고 사대생으로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어떤 의무감 비슷한 생각에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학교 교육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매우 급진적인 내용이었는데 부분적으로 공감이 가기도 했으나 세상에 어디 완전무결하고 지고지순한 것이 있겠는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당시에 거부감을 주었던 그 책 얘기를 다시 끄집어내는 까닭은 요즘 '학교붕괴'니 '교실붕괴'니 하는 용어가 일상화될 정도로 공교육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학교무용론'이 나올 판이다. 더 큰 문제는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은 다 함께 공감하고 있으나 해결 방안은 찾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또,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책임 소재를 먼저 밝혀야 하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느 누구도 이 책임 문제에서 홀가분하게 비켜갈 수 없기에 그렇다.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 문제는 어느 한쪽에게 일방적
2002-07-11 16:28"선생님, 기쁜 소식이 있어요." 지금의 학교로 부임한 첫해 가르쳤던 그 아이의 목소리다. "저 드디어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켰어요. 반에서 1등을 했거든요. 선생님, 다음 약속은 전체 1등이죠?" '정말 이 아이가 해냈구나.' 사실 난 그 아이의 초등 5학년 때 실력으로 볼 때, 그 정도까지 해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더욱 놀란 것은 1등을 했다는 사실보다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그 마음이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인 그 아이는 가끔씩 나를 놀라게 하는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보내던가 아니면 학교로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벼운 격려를 보낼 뿐인데도 아이는 그때마다 스스로 나와의 약속을 해놓고 그 결과를 알리는 것이었다. 5학년 때, 기초학력진단 결과 수학점수가 너무 낮은 8명의 아이들 속에 그 아이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5학년 과정은 무리라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을 쪼개 아래 학년의 내용부터 반복해 지도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는 집에서 다시 풀어본 것이라며 내게 공책을 내밀었는데 그것은 바로 전날 내가 풀어 준 문제 그대로였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 지도해 줄 수 있느냐고 묻더니 좀체
2002-07-11 16:271997년부터 설립 논의가 제기됐던 경기도 지역의 교육대학 신설 문제가 지방 선거를 전후해 다시 교육계 안팎에서 재론되고 있다. 그것은 현 정부 들어서 경기도가 안양시 지역에 경기교대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나섬으로써 구체화된 것이다. 더욱이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경인교대 설립에 대한 구체 방안을 곧 밝힐 것"이라고 발표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경인교대 안양캠퍼스 설립' 논의는 근본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교육대학 설립은 초등교사 수급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와 검토 작업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교원 양성과 수급에 관한 장기적인 연구와 검토 없이 임기응변으로 대처해 왔다. 초등교 기간제 교사로 모집한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들에게 초등교사 자격증을 부여하고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들에게 2년 과정의 보수교육을 시켜 초등교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조치들이 그 사례다. 이 때문에 결국 전국 교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학사 일정의 마비를 초래했다. 작년에 일시적으로 초등교사가 부족했던 것은 아무런 준비 없이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맞추는 행정조치 때문에 생긴 일시적 현상이지, 적어도 20
2002-07-11 16:251년여를 끌어오던 교총과 교육부간 2001년도 하반기 교섭이 9일 타결됐다. 늦은 감은 있으나 환영할만한 일이다. 한 때 교섭결렬 사태를 맞기도 했지만 이번 교섭이 결국 합의까지 이른 것은 양측 교섭위원들이 산적해 있는 교원들의 여망을 외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쌍방간의 교섭을 좀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합리적이고 성숙한 자세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내용에는 담임 및 보직교사수당 인상, 교원자녀 대학 학비보조수당 지급, 수학여행 등 야외 학습활동 지도교사 여비 지급, 교원 자율연수파견제 도입, 유치원 교육환경 개선, 사이버 폭력으로부터 교원 보호 등 교원의 처우개선과 전문성 신장은 물론 교권보호를 위한 핵심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교섭 합의가 어렵게 이루어진 만큼 교총과 교육부 모두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교육부가 책임감을 갖고 합의사항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 교총과 교육부는 양측의 노력에 의해 합의는 했으나 예산이 부족하고, 정부 관련부처의 반대가 강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항이 이행되지 못했다. 물론 합의사항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주장처럼 정부 관련부처의 이해와 협조가 중
2002-07-11 13:17연일 뜨거웠던 월드컵 열기 속에 우리는 새로운 축구사를 창출했다. 국민 모두에게 화합과 희망을 준 쾌거 덕분에 우리나라 팀의 시합이 있는 날이면 학교와 직장은 단축수업·근무를 했고 군 미필 월드컵 대표 선수 10여명에게 병역특혜가 주어졌다. 월드컵 열기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박세리 등 낭자 골퍼들의 천문학적 상금, 박찬호를 비롯한 프로야구선수들의 높은 연봉 소식으로 체육계가 청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또 잘 나가는 20대 초반 연예인들의 모습이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는데다가 광고에 출연했다 하면 출연료가 억대라고 하는 연예계도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산업 현장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는 기술자와 평생 교단을 지키는 선생들에 대한 관심은 어떠한가? 화려하고 즐거운 일들이 시선과 마음을 빼앗고 있는데 자라나는 세대들이 무엇 때문에 어렵고 복잡하며 오래오래 생각하고 머리 써야 하는 일에 자신의 장래를 맡기려 하겠는가. 고졸생이 줄어들어 2002학년도 대학모집정원 중 4만5천여 명을 채우지 못했고, 재수생이 남아 있는데도 2003학년도에는 6∼7만여 명의 미충원 사태가 예측된다고 한다. 이렇게 대학진학이 쉬워지면 어렵고 재미도 매력도 비전도…
2002-07-08 09:47각 부처별로 내년도 예산요구안이 제출되어 예산협의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표현하자면 모양은 협의조정이나 사실은 삭감작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산요구안의 규모가 정부의 세수규모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금년예산 대비 15.7%가 증액된 25조 7658억 규모의 예산요구안을 제출했다. 이러한 예산요구안은 16.6%가 증액된 21조 5127억원의 일반회계와 11%가 증액된 4조 2531억원의 특별회계로 구성돼 있다. 교육예산의 주요 부문별 내용을 살펴보면, 초·중등교육 분야는 금년보다 74%가 증가한 7205억, 대학교육분야는 33% 증가한 1조 9086억이며 인적자원분야는 금년예산규모가 아주 작아 216%가 증가했으나 그 규모는 6127억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외에 직업교육분야는 37%가 증가한 3358억 등으로 나타나 있다. 주요 사업별 예산요구 내용을 살펴보면, 초·중등 교수-학습지원 335억, 중학교 무상의무교육 확대 5880억, 만 5세아 무상교육지원 348억, 대학교육개혁추진 820억, 대학학술연구조성비 2700억, 초·증등학생 중식지원 586억, 실고 특성화 및 내실화 1053억, 전문대학 특성화 1840억 등이다. 교육
2002-07-08 09:45교육부가 예시한 학교생활 규정으로 교원과 학생, 학부모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교육부는 강제성이 없는 단순 예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학교에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예시안에는 교사가 체벌 전에 반드시 학생의 정신적, 신체적 이상 유무를 확인토록 규정하고 있다. 교사가 수많은 학생의 정신과 신체적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또한 정신적 이상유무에 대해 교사가 판단할 기준도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는 자칫 체벌로 파생할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교사에게 돌리는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며 결국 교권의 중대한 결국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학생이 대체벌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 역시 논리가 모순되며 비현실적이다. 교육부의 주장대로, 체벌은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 불가능할 때 시행하는 최후의 교정수단이다. 그럼에도 학생이 다시 대체벌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은 앞 뒤 논리가 맞지 않다. 더구나 학생이 스스로 체벌을 원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없다. 제3자 입회하에 시행하라는 체벌 조항 역시 정부가 체벌을 교사의 교육적 수단보다는 단순한 매질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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