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소풍이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려 잠을 설치게 하는 말이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에 시작하는 소풍 때는 비도 잦아서, 며칠 전부터 비가 올까봐 노심초사하기 일쑤였다. 자다가 깨고 또 자다가 깨도 날은 더디게 밝고, 희뿌연 새벽빛으로 햇살의 끄트머리라도 발견하고픈 마음에 밤새 뒤척였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소풍 때 가장 기대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도시락이었다. 지금은 동네 어디서나 흔하게 팔고 사는 것이 김밥이지만, 그 당시는 특별한 날(소풍같이) 특별한 재료로 만드는 것이 김밥이었는지라 그 맛은 지금의 김밥과는 절대로 비교할 수 없다. 소풍날 아침 밤새 뒤척이느라 피곤한 몸이, 번개라도 맞은 듯 번쩍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어머니가 싸고 계시는 김밥의 고소한 참깨 냄새 때문이었다. 소풍을 가서도 모두 둘러앉아 서로의 김밥을 한 개씩 바꿔가며 먹었다. 신기하게도 각 집마다 김밥 맛이 어쩌면 그리도 다른지, 비슷비슷한 재료로 쌌음에도 짜고 달고 비릿하고 새콤한 그 맛들은 100인 100색이었다. 물론 김의 안쪽에 항상 달걀을 김만큼 넓게 펴서 놓고, 그 귀한 쇠고기를 볶아 넣은 우리집 김밥이 가장 맛있었음은 두말할…
2011-05-23 13:25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화내지 마세요. 뇌구조가 다르니까요. 자식에게도 마찬가집니다. 어린이들은 어른과 뇌구조가 다릅니다." 우리 학교, 외부강사를 초빙하여 특강을 가졌다. 주제는 '뇌교육 감정조절법'. 부제는 '화내는 부모가 아이를 망친다'이다. 이것은 학교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화내는 교사가 학생을 망치는 것이다. 화를조절하여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뇌교육 강사 경력 14년인 경기뇌교육협회 소속 이은정 강사는 화 내는 부모 아이들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화내는 부모 아이들은 더 공격적이고 방어적이다. 화내는 부모 아이들은 감정이입이 어렵다. 화내는 부모 아이들은 적응력이 떨어진다. 화내는 부모 아이들은 학업성취도가 떨어진다. 화내는 부모 아이들은 미성숙한 성인이 된다." 한 마디로 화내지 말라는 것이다. 화낼 때 내뿜는 독은 독사에게 물렸을 때보다 7배나 강하다고 말한다. 화내는 본인이 가장 피해를 많이 받고 그 다음이 상대방이다. 더우기 스트레스라는 화약에 방아쇠라는성냥이 불붙지 않도록 화를 미리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방아쇠의 성격은 속단, 확대, 편견이다. 화 대처법으로는 방아쇠의
2011-05-23 13:15
인간이 성장해 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배움의 과정은 상호작용이다. 갓 태어난 인간의 아기가 언어를 습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어머니와의 상호작용은 ‘순서 주고받기’(Turn-taking)다. 인간의 의사소통에는 남의 순서와 내 순서가 있고, 내 순서에는 반드시 반응해야 한다는 인간 상호작용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다. 돼지나 소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대부분 포유류는 태어나면 스스로 움직인다. 인간의 아기만 미숙아로 태어나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꼼짝 못한다. 이 아무 생각 없는 아기에게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이렇게 말을 건다. “아이구, 누가 그랬어? 누가?” 누가 그러긴, 자기가 그래 놓고! 그래도 끊임없이 이렇게 말을 건다. 갓 태어난 아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기까지 아무런 반응 없다. 그러나 좀 지나면 아주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다. 엄마가 “누가 그랬어?” 하면 아기는 생긋 웃으면서 반응을 한다. 내 순서가 왔다는 것을 아는 시간이 된 거다. 내 순서가 오면 반응해야 한다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을 배운 것이다. 이 ‘순서 주고받기’를 배워야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끊임없이 주고 받으면서 살아간다.…
2011-05-23 10:17“이 선생님, 앞으로 S를 담임하시면서 어려운 일이 많을 거예요. 아버지께서 가끔씩 술이 취해서 학교로 오시거든요. 담임선생님께 어떤 행패를 부릴지 모르니 그런 일이 있으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마시고 얼른 교무실에 연락하셔요.” 동료교사로부터 이와 같은 말을 들었을 때는 교사경력 5년차에 갓 결혼을 하고 새 학교로 옮겨 6학년 담임을 맡고서였다. S는 나이가 또래 아이들보다 3살 정도 많았고 키와 몸집이 큰 편이기는 했으나 말수는 적은 편이었고 급우들에게 힘을 쓰는 일도 없었는데 아이들이 S에게 무엇이든지 양보하고 반장까지 만장일치로 뽑아 주는 것을 보고 더욱 S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는 학교 급식을 하지 않을 때였는데 S는 거의 도시락을 가지고 오지 못하였다. S의 사정을 아는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지난 학년 때부터 밥이며 반찬을 조금 넉넉하게 싸 주셔서 지금까지 지내 온 것이다. S로 인해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았던 점심시간. 어떻게 하면 점심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고민 하던 중 드디어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조용한 점심시간에 갑자기 크게 울먹이는 소리가 난 것이다. 알고 보니 S가 H의 밥을 거의 다 먹어버린 것이었다. 그날따라 S가 배가 너무…
2011-05-23 10:11우리 나라의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학교교육의 질 향상이란 목적으로 모든 학교가 학부모 수업 참관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본질, 문제점 등은 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계속 보완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일본에서 자녀를 초등학교 6학년까지 교육시키다5월에 본교에 전학을 온 학부모의 수업참관에 관한 소감문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우리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곰곰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에 학부모님이 쓴 소감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솔직히 저의 심정을 말씀드린다면 저는 공개수업을 하고 부모님을 참관하게 하는 의미가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식의 공부를 하고 있는지, 선생님한테서 무엇을 배우는지 그것을 보러 가는 게 아니고, 그 교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이 얼마나 제대로 잘 가르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라는 것에 너무 놀랬습니다. 단 45분의 수업을 통해 선생님의 어느 부분까지 알 수 있을지도 솔직히 의문이 들었어요. 물론 요즘 부모님들의 교육수준이나 열정이 높아서 교사를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도 하겠지만, 부모가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물론, 노력하지 않고, 한 번 배운…
2011-05-23 09:54소영아,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가 싶더니 벌써 온 산과 들에는 개나리 진달래가 붉게 물들어서 우리들을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구나. 햇병아리 같았던 소영이가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니 얼마나 대견한 일이냐. 지금껏 늘 한시도 너를 잊어 본 적이 없단다. 주변 선생님과 지인들에게 네 이야기를 많이 했었지. 귀엽고 예쁜 우리 소영이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그리고 엄마, 아빠께서는 건강하시고 소희와 준석이는 잘 지내는지. 지금도 소희는 부모님께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려 달라고 조르는지 모든 게 궁금하구나. 가끔은 선생님이 네 곁에서 살면서 너와 같이 놀아주고 옛날 얘기도 해주고 떡볶이도 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거리를 지나가다가 붕어빵 파는 아저씨를 보면 네 생각을 많이 했단다. 1학년 꼬마로서 차마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 많은 시간들 그리고 지금까지 또 어떻게 생활했을까? 생각해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단다. 소영아,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 속에서 선생님이 늘 강조했던 말 기억나니?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 했었는데. 늑대와 양치기 소년, 천국과 지옥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무슨 일이든 정직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강조했었지.…
2011-05-23 09:24
수원 칠보초(교장 양원기)는 5월 어린이날 기념 행사로 학년별로 전통놀이 즐기기 행사를 실시하였다. 자연이 화창한 날씨를 허락하는 날에는 운동장 곳곳에서, 비가 내리거나 짙은 황사가 예상되는 날에는 강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종목은 공기놀이, 투호놀이, 제기차기,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등 다양하였다. 학년별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즐기는 마음만큼은 1학년에서부터 6학년에까지 서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이었다. “딱지를 너무 오랜만에 접어 봐요. 옛날에는 문구점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딱지 만들기 세트도 팔고 그랬는데요. 요즘에는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지난 달력이나 신문지로 딱지를 만드는 것이 너무 재밌고,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같이 전통놀이를 하니까 구수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학업 열풍 분위기로 인해 답답했던 마음들을 딱지에 실어 날려버릴 거라고 외친 아이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쉬는 시간이고,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고무줄놀이를 즐기곤 했어요. 교실에 앉아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따스한 햇볕 아래 우리만의 놀이
2011-05-19 17:50책으로 만나는 아이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00초등학교 000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유치원에 다니던 000입니다." "아니,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니?" "아, 선생님이 주고 가신 책이 있잖아요. 그 책 보고 알 수 있었어요." 요즈음도 가끔 오래 전에 근무한 학교 아이들의 전화를 받곤 합니다. 전교생이 한 가족처럼 살았으니 직접 가르친 아이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서로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그 기록들을 책으로 출간하여 헤어지던 날 주고 온 덕분에 아이들과 나의 연결고리는 이어지고 있으니 기록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교단일기는 중요해요 아이들도 자신들의 이야기와 학교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어서 참 좋아했었습니다. 수행평가라는 형식을 거치며 자신들의 기록을 남기기도 하고 학교 문집의 형태로, 개인 글모음의 모습으로 자기 기록을 어느 정도 소유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교단일기의 필요성을 느끼곤 합니다. 200일넘게 함께 살다 헤어지는 자리에서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교단일기를 출판하여 선물하는 것이라고 깨닫기 시작한 것은 몇…
2011-05-18 09:37오동나무 꽃이 피었다. 언제 저리도 많이 피었을까? 올 봄은 봄 같지가 않았다. 어깨를 펴려고 하면 추위가 몰려왔고, 숨 한번 깊게 쉬려고 하면 비가 내렸다. 봄에 눈도 내렸고, 황사도 유난히 심하였다. 봄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럼에도 봄은 우리 곁으로 다가왔고 이제는 멀어지고 있다. 봄 같았지 않은 봄이었지만 봄은 틀림없는 봄인 모양이다. 그 사이에 보랏빛 꽃송이를 피워냈으니 말이다. 보랏빛 꽃들에 동심이 어린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돋보일 수가 없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바라보고 있는 어린이들의 눈동자가 배어 있다. 오동나무 꽃에서 금방이라도 종소리가 울려 퍼질 것 같은 것처럼 어린이들의 모습에서는 내일이 반짝이고 있다. 맑은 호수처럼 빛나고 있는 어린이들의 눈동자에 젖어들게 된다. 밝은 내일이 배어 있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그래서 언제나 감동이다. 5월의 어린이. 어린이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풋풋하다. 싱그러움이 발산하고 있어 감동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5월의 어린이 모습은 그 무엇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뚝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바로 5월의 어린이다. 어린이날이 있는 달이
2011-05-18 09:34올해 스승의 날은 교직을 떠나서 처음 맞이하는 데 마침 일요일이라서 고교동창 10명이 부부동반으로 25년간을 이어온 등산모임을 월악산 만수계곡으로 갔다. 월악산에서도 생태학습장이 있는 입구를 지나 맑은 물이 계곡을 힘차게 타고 흐르는 소리가 너무 시원하였다. 녹음이 짙푸르게 등산로를 덮어주어 더욱 시원함과 아늑함을 주었다. 바람과 황사먼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계곡 속에 들오니 너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물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니 머리도 맑아지고 마음까지 편안함을 주어 장소선택을 잘했다고 한다.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아 쾌적함도 맛 볼 수 있었다. 물가에서 먹는 점심은 한식뷔페를 먹는 기분이 들었다. 상추, 두릅, 미나리, 취나물과 두부 김치를 비벼서 나눠먹는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주차장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포천에 살면서 국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서양화 화가인 고석원 제자였다. 스승의 날인데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만 드려서 죄송하다며 안부를 물었다. 작품 활동을 물으니 6월에 박사학위논문 심사가 있어 논문 마무리에 바쁘다고 한다. 수많은 제자가 있지만 그래도 전화를 주니 고마울 뿐이다. 퇴임식 때 와서 사은사도 해준
2011-05-18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