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교육수준은 크게 높아졌지만 첫 일자리의 안정성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첫 직장의 고용형태가 이후 노동경로에도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취업 자체보다 일자리의 질과 이후 경력 형성까지 살피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안수지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연구보고서 '세대 간 청년기 노동 경로의 구조적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을 발간했다. 연구는 국가 통계와 한국노동패널(KLIPS)을 활용해 고도성장세대(1962~1968년생)부터 저성장세대(1989~1998년생)까지 4개 세대의 첫 일자리와 입직 후 10년간 노동경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첫 일자리가 임금 정규직인 비율은 고도성장세대 73.6%에서 저성장세대 62.4%로 낮아진 반면 비정규직은 12.7%에서 33.5%로 크게 늘었다. 전일제 비중도 95.9%에서 80.2%로 떨어졌다.
학력별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첫 일자리 정규직 비율은 고졸이 84.5%에서 56.0%로 28.5%p, 대졸 이상은 90.7%에서 66.0%로 24.7%p 하락했다. 대졸자 공급 증가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않으면서 학력 프리미엄 약화와 과잉학력, 전공·직무 미스매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 부연구위원은 “최근 청년 노동시장의 변화는 ‘얼마나 더 많이 교육을 받았는가’보다 ‘높아진 교육수준이 어떠한 노동시장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가’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취업 이후 노동경로도 불안정해졌다. 입직 후 10년 동안 경험한 일자리는 고도성장세대 평균 1.8개에서 저성장세대 2.7개로 늘었고 2개월 이상 실업 경험 비율도 49.7%에서 70.9%로 높아졌다.
특히 첫 일자리의 영향이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로 의존성’이 뚜렷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출발한 집단 간 입직 후 10년간 정규직 전일제 근무 비율 격차는 모든 세대에서 약 50%p 수준이었다. 비정규직 출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외환위기충격세대 45.7개월에서 저성장세대 57.7개월로 길어졌다.
안 부연구위원은 “취업 자체보다 어떤 조건의 일자리로 진입했는가가 이후 10년의 노동 경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청년 노동정책이 취업이라는 ‘사건’보다 그 이후의 ‘경로’에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층 내부의 격차도 커졌다. 이직과 실업이 모두 적은 ‘안정형’은 고도성장세대 50.2%에서 저성장세대 27.4%로 줄어든 반면 이직과 실업을 반복하는 ‘불안정형’은 8.8%에서 35.9%로 급증했다. 다만 저성장세대 불안정형 중 4개 이상 일자리를 경험한 집단의 실질임금 상승 비율은 91.9%로 나타나 잦은 이동이 일부에게는 경력 탐색의 과정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결 강화도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의 학력 과잉 비율은 31%로 OECD 평균 23%보다 높고 전공 분야 미스매치도 49%로 OECD 평균 38%를 웃돌았다. 보고서는 직업계고·전문대 교육과 산업 수요의 연계를 높이고 4년제 대학도 전공과 직무의 연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안 부연구위원은 “어떤 경로를 통하든 실제 직무와 연결되는 역량을 어떻게 형성하고 인정받게 할 것인가”가 교육훈련 정책의 핵심 질문이라며 입직 이후에도 직무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재직자 훈련을 확대해 이직이 경력 손실이 아닌 경력 자산의 축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