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시끄럽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부터 광복 후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연구 없이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미봉책으로 넘겨오다가 이 지경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 80년대 교과서 왜곡이 있었을 무렵에도 국민의 분노에 이끌려 그 불만을 독립기념관 건립으로 무마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외교적 사안으로 어물쩡 넘기고 말았다.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은 우리 얼에 관한 문제로서 그 용어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광복 반세기가 지나도록 우리부터 바른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이 날을 민족 광복의 날로 기념한다. 전쟁에서 승리한 연합국에게는 승전기념일이다. 반대로 일본은 패전기념일로 기억하기 보다 전쟁이 끝난 날로 기억하려 해 용어도 `종전기념일'을 쓴다고 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있었던 전쟁을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다. 게다가 우리 겨레 중에는 입에 익어서인지 일본 식민지 지배세력이 만들어낸 역사용어를 함부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를 `李朝'라고 부르고 일제의 `조선강점, 경술국치'를 `한일합방'이라 하고, `을사勒約'을 `을사보호조약'이라 하
2001-06-11 00:00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 일과 중에서 그래도 조금 여유가 있다면 점심시간이다.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교무실에서 잡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동생에 대해 상담할 것이 있다며 경진이 누나가 학교로 찾아오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경진이는 순진하고 착하지만 학력은 조금 뒤떨어지는 우리 반 개구쟁이다. 교실에서 떠들고 장난치다가 친구들과 다투는 일도 많다. 그런데 그 때마다 경진이 어머니는 `누가 우리 경진이를 괴롭혔다'며 자주 전화를 주시곤 했다. 어머니는 또 그 때마다 경진이가 둘도 없는 귀한 자식이라고 늘 강조하셨다. 한 시간 반이 지나 도착한 경진이 둘째 누나로부터 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들었다. 경진이 부모님은 하나뿐인 아들을 대학 재학 중 암으로 잃고 실의에 빠져 허송세월을 보내던 전형적인 남아선호 숭배자셨다고 한다. 그런 부모님에게 늦둥이 경진이는 그야말로 삶의 의욕을 주고 새 출발을 하게 한 주인공이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경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남겨주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시는 모습이 애처롭다며 경진이 둘째 누나는 급기야 울음까지 터뜨리고 말았다. 잠시 후 진정이 된 누나는 경진이가 집의 기둥이자 부모님의 생명 줄이
2001-06-11 00:00지난달 28일자 한국교육신문 5면에 실린 평준화고교 성적 더 높아' 기사를 읽고 교사로서, 그리고 학부모로서 `아! 저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기선, 강태중 교수가 내 놓은 `평준화 정책과 지적 우월성 관계에 관한 실증적 검토자료'에 따르면 평준화 고교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비평준화 고교 학생들의 그것보다 훨씬 높으며, 1학년 대비 3학년 성적의 향상폭도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언뜻 보면 그 주장에 아무런 허점도 없어 보이지만, 터무니없는 함정에 빠져 있다. 아니 어쩌면 그런 기본적인 불합리를 뻔히 알면서 의도한 목적을 위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한 마디로 말해서 평준화고 학생들은 비평준화고 학생들보다 원래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란 사실이다. 물론 나도 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하는 얘기가 아니어서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평준화 지역은 대도시이고, 비평준화 지역은 중소도시이거나 시골이란 건 구태여 조사해보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성적 향상 폭에 대한 주장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내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세칭 명문고나 특수고등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는 것은, 공부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런 경쟁을…
2001-06-11 00:00성기선 가톨릭대 교수 우리 사회에는 학교교육과 관련되는 많은 신화가 존재한다. 우리들이 학교교육의 실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을 때 허상이 살아 움직이면서 우리를 더욱 현혹되고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학교교육에 대한 신화 가운데 `하향평준화'를 예로 들 수 있다. 그것은 이제 너무나 보편화되어서 교육문제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한 논의에도 응용되기까지 한다.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가 시작된 1974년 이후 정말 수없이 반복되었던 `하향평준화'라는 신화는 아무도 반박하려 노력하지도 않았고 반박할 만한 자료도 없이 그저 우리들의 상식적 수준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전반적인 학력의 저하 현상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준화제도 때문이라는 주장을 공통적으로 갖게 되었다. 여기에는 언론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던 것 같다. 학력의 하향화를 막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평준화 제도의 근본 틀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평준화가 학력 하향화의 주범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준화를 깨고 경쟁입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도한 입시경쟁, 이로 인한 청
2001-06-11 00:0012일 정오 73개국 130여 개 도시에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규탄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다. 한국교총 등 99개 시민운동 단체가 연대해 결성한 `일본 교과서 바로잡기 국제 캠페인'이 기획하고 전세계 한인단체, 그리고 현지인과 아시아인은 물론 일본인까지도 참여하는 이번 동시 집회는 인류에게 역사란 무엇인가를 자각하고 일깨우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나라별로 똑같은 12일 정오이지만 시간대가 달라 뉴질랜드에서 시작 돼 미국의 주요도시를 끝으로 연속적으로 펼쳐지게 될 이번 집회가 일부 일본인들의 자화자찬식 거짓된 역사관을 분쇄하는 전기가 되기를 고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최근 일본의 TV토론회에서 역사 미화 지지자들은 `한국은 왜 그들의 교과서에서 베트남 위안부 문제를 다루지 않는가'라든지 `위안부에 대한 강제 연행 증거가 없지 않은가' 등 역공 논리를 폈다는 보도를 보면 그들이 미래지향적인 시각보다 부끄러운 과거를 가급적 숨기고자 하는 원초적이고 방어적인 정서에 매달려 있음을 본다. 일본의 역사 미화 지지자들은 이제라도 적반하장식으로 한국의 교과서가 어떻고 하는 식의 타령 보다 진정으로 아시아 각국의 국민들에게 과거의 잘못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2
2001-06-11 00:00정부는 최근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에 최희선 인천교대 전총장을 임명했다. 그 동안 계속 일반 관료를 차관에 임명해 온 전례에 비춰볼 때, 모처럼 전문직 차관이 보임 된데 대해 일단 환영한다. 신임 최교육부차관은 교육행정을 전공하였고 교육개혁심의회 전 문위원을 비롯해 한국교육행정학회회장, 교대 총장협의회 회장, 인 천교대 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교육행정의 이론과 실제 경험을 두 루 갖췄다. 따라서 일선 학교현장과 대학 상황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교원이나 교육행정가들의 요구와 정서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또 균형 잡힌 시각과 강력한 추진력, 그리 고 대외교섭 및 조정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배 경과 경력에 걸맞게 앞으로 교육발전을 위해 많은 업적을 남기기 를 기대하면서 다음 몇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교직의 위상 정립과 교원의 사기 진작에 힘써주기 바란다. 교원종합대책이 발표되었지만 수석교사제라든지 교원처우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등 미흡한 측면이 많 다. 앞으로 이를 더욱 보완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제반 인프라 구축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재정…
2001-06-11 00:00우리나라 사람들만큼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드물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교육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드물다. 우리 사회보다 더 교육을 중시하는 사회가 없지만, 우리 사회보다 더 교육을 무시하는 사회도 없다. 참으로 모순된 일이다. 내가 보기에는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병폐가 바로 이 모순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그 병폐를 치유하는 근본적인 처방도 바로 이 모순에서 찾아야 한다. 한 예로 우리 신문들을 보자. 입시철이면 수능시험에 대비한 전략, 주요 대학의 논술고사 모형을 싣고 수능시험의 점수대별 분포도와 입학 가능한 대학을 열거한다. 학력주의와 학벌주의를 부추기는 기사를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주요 일간지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그 신문들이 대학입시, 사교육, 교육이민, 조기교육 등과 관련된 기획 특집을 철철이 내보낸다. 우리 교육이 병들어 가고 있으니 하루빨리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모순된 일이다. 다른 예로 우리 정치인, 경제인, 관료들을 보자. 그들은 입만 열면 교육을 국가경쟁력의 척도이자 자원이라 미화한다. 백년대계인 교육이 바로 서지 않으면 나라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기업과 은행을 살리는 데
2001-06-04 00:00정부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자질향상을 위해 국비유학제도를 도 입키로 하였다 한다. 교원들의 문의가 빗발친다 하니 이에 관한 교사들의 갈망과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엿볼 수 있다. 내용인즉 정부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간 260명에 해당하 는 적격자를 선발하여 2년간 국외 연수·유학을 실시한다는 것이 다. 물론 그에 소요되는 경비는 전액 국비로 부담하며, 해당 교사 는 파견형식으로 운영하게 됨으로 본봉과 그에 따라 결정되는 수 당은 전액 지급받게 된다. 사실 이러한 제도는 일반직의 경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실시해 왔고 웬만한 부처의 과장급이상 공무원이라면 대부분이 그 혜택 을 받아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제도시행으로 나타나는 효 과 또한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직의 경우 이러한 제 도가 이제서야 시작된다는 것이 만시지탄의 감이 없는 것도 아니 지만 그나마 소망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국외로 나가는 교사는 석사학위과정 내지 는 교육행정기관, 연구기관 및 교육기관 등에서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동안 교육공무원에게는 장기적 으로 해외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별 다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 다는 점에서…
2001-06-04 00:00최근 몇년간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의 난맥상은 교육현장에 돌이 키기 어려운 혼란과 상처를 주고 있다. 교원정년단축 정책의 폐해 는 교원부족으로 수업이 어려운 결과를 가져오면서 교직에 큰 상 처를 남기고 있고, 교원성과급제는 실시가 되지 못하고, 촌지고발 센터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을 범법자로 인식케 하였고, 학부모·학 생의 교원평가제나 담임선택제 등 즉흥적 정책발언은 결국 무지와 몰이해의 소치로 끝나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 떨여지게 한 예들이다. 이는 교육의 본질과 이념에 대한 소양부족이나 교육 을 지나친 정치논리나 경제논리로 접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의 봉사자이며 그 업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 다. 그래서 국가의 주요 정책결정과 집행에 참여한 관련자들의 실 명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기록·보존하는 정책실명제가 필요한 것이다. 교육행정에 있어서도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여 책임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정책실명제가 추진되 어야 한다. 한국교총이 최근 정부에 대해 교육정책실명제 실시를 요청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잘못된 정책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는 파행적 교육
2001-06-04 00:00정부의 교육개혁이 일면 필요성과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교직사회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아 `교육위기' `공교육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다. 교원을 주체로 함께 부둥켜안고 갔어야 할 교육개혁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한 나머지 교원들의 지지와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개혁피로 현상만을 가중시켰다. 그렇다면 정부정책에 대한 교단의 심리적 이반 현상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일차적으로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에 있다. 교원 정년단축시 정부는 고령교사 1인을 퇴출시키고 신규교원 2.59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족한 교원을 채우려고 기간제 퇴직교사를 다시 끌어들였다. 금년에도 교육부는 5000명을 충원하겠다고 했지만 겨우 2116명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교원의 자질문제를 거론하면서 고령교원의 무능함을 강조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퇴출시킴으로써 교직에 대한 자괴감을 증폭시킨 것도 큰 원인이다. 이 과정에서 교원정책은 교원 대상의 합리적 정책이어야 함에도 국민 대상의 정치적 행위로 변질돼 교단 위기를 자초했다. 수요자 중심교육의 지나친 강조는 교직을 탈전문직화하기도 했다. 교사는 더 이상 교육전문가가 아니라는 인상을 국민과 학생들에게 심어 줘 교권을 추락시키고 나아가…
2001-06-0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