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속담이 바뀌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속담의 변이(變異)가 아주 역동적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다.” 이것이 원래의 속담인데, 요즘은 “가는 말이 고우면 얕본다”로 변이돼서 쓰인다. 원래의 속담 표현을 비틀어서, 그 의미까지도 풍자적으로 비틀어 버리는 것이다. 원 속담이 지닌 품격 있고 교양 넘치는 의미를 저렇게 비틀어 버린단 말인가. 삭막하고 발칙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는 말이 고우면 얕본다.” 바뀐 속담이 보여주는 현실 풍자는 가히 기가 막히다. 생활 현장의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 본 사람이라면, 누가 이걸 말도 안 된다고 무시할 수만 있겠는가. 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가 생겨, 차를 세우고 대로에서 상대방과 시시비비를 벌여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바뀐 속담의 뛰어난 현실적 호소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층간 소음 문제로 여러 차례 위층을 찾아가 항의할 때도 “가는 말이 고우면 얕본다”는 속담이 정말 적실하다고 믿는 한국인이 의외로 많다. 그러니까 이렇게 바뀐 속담의 뜻풀이는 ‘부드럽고 좋게 말해선 되는 일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 뭐 이쯤 되는 것이 아닐까. 속담(俗談)이란 원래 고상하기보
2017-03-01 00:00
필자가 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봄 무렵이다. 당시 예닐곱 살 먹은 큰딸은 호기심이 많아 아파트 공터에서 흔히 피어나는 꽃을 가리키며 “아빠, 이게 무슨 꽃이야”라고 물었다. 당시 나는 그것이 무슨 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얼버무리며 “나중에 알려주마” 하고 넘어갔지만 딸은 나중에도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했다. 어쩔 수 없이 야생화에 대한 책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꽃은 씀바귀였다. 그렇게 시작한 꽃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재미가 붙었다. 주변에서 흔히 봤는데 이름을 몰랐던 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이건 벌써 14년 전 일이다. 지금 내가 다시 꽃 공부를 시작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으로 꽃 이름을 알 수 있는 방법만 두 가지나 있기 때문이다. 다음 꽃검색과 모야모 앱이 그것이다. 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한 다음 꽃검색 카카오는 지난해 5월 “앱에서 꽃 이름을 알려주는 꽃검색 서비스를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해 이용자가 촬영한 꽃의 특징을 자체 꽃 사진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꽃 이름을 찾는 방식이라고 했다. 꽃
2017-03-01 00:00
2016년 SBS 연예대상은 신동엽에게 돌아갔다. 그는 SBS에서 데뷔해 최고의 스타가 됐지만 SBS에서 대상을 받는 건 25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그에게 대상의 영예를 안기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은 지난여름부터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다. 단연 2016년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미운 우리 새끼’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김건모, 박수홍, 토니안, 허지웅과 같은 (노)총각 아들들의 일상생활을 카메라가 따라다닌다. 그 아들들의 나이는 생후 000개월과 같은 식으로 표현된다. 다시 말해 그들을 낳은 어머니의 시선인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어머니들은 스튜디오에서 신동엽, 서장훈, 한혜진 등의 진행자들과 함께 아들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방송이라 과장된 부분도 없지는 않겠지만 때때로 상상도 하지 못한 비밀들이 드러나 어머니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예를 들어 가수 김건모는 소주병 약 300개를 집안에 모으는 모습이 드러나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그의 어머니조차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겠지만 김건모의 어머니는 “전부 다 건모가 마신 술은 아닐 것”이라며 아들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신은 ‘생후 몇 개월’이십니까
2017-03-01 00:00
어느 해 봄 결혼식을 치렀고, 그 해 가을 필자는 집과 예단, 혼수 대신 남편과 414일 간의 세계여행을 떠났다. 사진작가로 잘나가던 여자에서 멀쩡히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운 여자가 됐다. 떠나기 위해 집과 자동차를 정리했고, 쓰던 가구와 물건을 모두 팔아 치웠다. 한국에서 우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말만 남긴 채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배낭 두 개 달랑 메고. 한국을 떠난 지 132일 째, 우유니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엔 가속도가 붙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또는 ‘지상 위의 천국’이라 불리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 때는 3월 말, 우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기였기에 운이 좋아야 물 찬 우유니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혹여나 물 찬 우유니를 보지 못하게 될까 불안 초조해 하는 우리의 마음과는 다르게 그곳으로 향하는 버스는 느릿느릿 속 터지게 더디기만 했다. 버스로 10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던 라파스에서 우유니까지 가는 구간은 울퉁불퉁하고 질척한 비포장 도로 위를 가다 서다 반복하더니 14시간 만에야 끝이 났다. 게다가 히터 하나 없는 고물 버스 속에서의 긴긴 14시간이 어찌나 춥고 배가 고프던지……. 그렇게 고생, 고생
2017-03-01 00:00
세상에는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신화, 전설, 민담, 구전 동화 등에는 인간 심리의 기저를 밝힐 수 있는 비밀과 집단 무의식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야기가 흘러올 수 있는 상당한 이유와 배경이 들어 있다. ‘김정금의 옛날 옛날이야기’에서는 그 비밀들을 한 꺼풀 벗겨볼 것이다.왜 동화 속에는 새엄마와 친엄마의 대립구조가 들어 있는지,여자 아이들의 성공담에는 어째서 간난신고의 고생길이 마치 하나의 ‘과업’처럼 열거되고,남자 아이들이 영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집을 떠나는 과정이 들어 있는지 등우리 주변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를 살펴볼 것이다. 이렇게 세상의 많은 이야기의 비밀들을 열어봄으로써 인간 사회가 면면히 쌓아오고 있는집단 무의식은 무엇이고 어느 부분에서 그것들이 발견되는지, 오늘을 사는 우리 각자의사고와 심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함께 고민해 볼 것이다. 재투성이 소녀, 고양이 신데렐라, 상드리용(프랑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동화 신데렐라는 전 세계에 다양한 형태의 판본이 존재할 만큼 널리 알려진 대표적 ‘이야기’다. 특히 신발 모티브로 인해 중국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뒷이야기부터 한국의 콩쥐팥쥐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구조
2017-03-01 00:00지금은 초등학교라고 불리지만, 내가 처음 다녔던 학교는 국민학교였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입학식을 하러 갔던 날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나는 남학생 여학생 통틀어 우리 반에서 키가 가장 큰 아이였다. 학부모들은 운동장 뒤쪽에 와글와글 모여 있었고, 키 순서대로 맨 뒤에 서 있던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낙서를 하거나 옆에 있는 친구와 장난을 치거나 뒤를 돌아보면서 제 어머니를 찾아 울먹이는 아이들이 좀 모자라고 우습게 보였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연년생인 바로 위 언니가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그 위로도 언니가 둘이나 더 있었다. 학교라는 곳이 어떤 곳이고, 선생님이란 어떤 존재이며, 학교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언니들이 선생님이 되고 나는 하나뿐인 학생이 되어야 하는 ‘학교 놀이’를 통해, 한글도 떼고 덧셈 뺄셈도 웬만큼 배웠다. 나에게 학교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곳이었다. 키 큰 미운 오리 새끼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학교에 대한 나의 자신감은 산산이 부서졌다. 70년대 초,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힘입어 그 무렵 봉제공장을 경영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급격하게 번창했다. 그 덕분에 나는 꽤 비싼 수업료를 내는 사립
2017-02-01 00:00“나는 세상이 주는 명성이나 비판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나는 내 마음에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필수의 수단으로 작곡했을 뿐이다.” 이 글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그의 제자 체르니(Carl Czerny, 1791~1857)에게 남긴 어록의 한 구절이다. 주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던 사람,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표현하고자 한 그는 9곡의 교향곡과 다수의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우리 인류에게 귀한 음악적 유산을 남겨준 공으로 악성(樂聖)으로 불리며 지금도 우리의 곁에 있다. 경계심 불러 일으키는 외모 소유자, 베토벤 이 위대한 음악가는 어떤 외모의 소유자였을까? 베토벤 생애의 기록자인 안톤 쉰들러(Anton Schindler, 1795~1864)는 ‘베토벤은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외모를 가졌다’고 표현했다. 베토벤의 키는 기껏해야 160cm 정도였다. 체격은 땅딸막하고 굵은 골격에 튼튼했으며, 머리는 이상할 정도로 컸고 길고 단정하지 못한 회색 머리칼로 뒤덮여 있어서 어딘가 야만인 같은 인상을 주었다. 머리칼이 너무 길게 자라면 그런 인상이 더 심해지는데, 자주 그런 모습이
2017-02-01 00:00대한민국 정부수립 20년이 되던 1968년 무신년은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 미수사건, 이른바 김신조 간첩 일당의 청와대 피습사건으로 문을 열었다. 그해 1월 21일이었다. 이틀 후인 1월 23일에는 승무원 83명이 타고 있던 미국의 정보수집 함정 푸에블로호가 원산 앞바다에서 북한으로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한민국이라는 독립된 국가가 성인이 되던 해였고, 동시에 새교육이 창간된 지 20주년이 되던 1968년은 이처럼 남북분단의 비극을 만천하에 드러내면서 시작했다. 새교육 1968년 3월호는 바로 이 해에 일본의 국민총생산(GNP)이 세계 3위에 도달했다는 부러운 소식을 전하며, 일본 사람들은 이 시대를 ‘3C의 시대’로 부른다고 기록했다. 천연색텔레비전(Color Television)·개인 승용차(My Car)·냉방장치(Rook Cooler)를 모든 국민이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당시 남과 북의 생활수준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 안타까운 차이를 가져온 많은 원인 중 첫 번째는 남북분단이라고 새교육은 단언했다. 세계와 경쟁하는 데 써야 할 민족 에너지를 군비경쟁에 소모하고 있는 것이 후진성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분단의 극복 없
2017-02-01 00:00엉뚱함이 빛나는 세상이 되게 하라! ‘버리다’의 쓰임을 보자. 쓰레기를 ‘내다 버리면’ 청소를 하는 것이지만, 쓰레기를 ‘써 버리면’ 새로운 무엇이 탄생하게 된다. 따라서 ‘내다 버리는’ 것이 아닌 ‘써 버리면’ 쓰레기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창의’이다. 부정은 긍정을 위한 씨앗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속담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혼돈 그 자체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산에 있는 배, 근사하지 않는가? 배는 강에만 있다는 틀에 박힌 생각은 창의적이지 못하다. 바꾸어야 한다. 정치인에게서 ‘바꾼다’는 것은 배신이겠지만 예술인에게서 ‘바꾼다’는 것은 창의이다. ‘바꾼다’는 것은 상상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상상에는 정답이 없는 것이다. 창의력은 엉뚱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나온다. 기존의 규범이나 규칙을 들이대고 그에 맞추려는 행위는 창의력을 죽이는 것이다. 학교 교육이 창의성을 죽이는 파놉티콘(Panopticon)과 같은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 ‘무엇’은 보이지 않는 손인 규격화 된 삶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작업을 의미한다. 동화는 거짓말이다. 그러나…
2017-02-01 00:0001 선덕 여왕을 짝사랑하다가 죽어, 불귀신(火鬼)이 된 지귀(志鬼)의 이야기는 ‘지귀설화(志鬼說話)’로 전해 온다. 이를 기록한 삼국유사에는 ‘심화요탑(心火燒塔)’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 ‘지귀의 마음에 일어난 불(心火)’이 ‘절의 탑을 태웠다(燒塔)’는 뜻이리라. 지귀설화는 우리 고유의 설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석도세(釋道世)가 편찬한 중국의 불교설화집 법원주림(法苑珠林)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고 하니,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이루지 못하는 ‘사랑의 진정성’을 세계 보편의 차원에서 보여 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고등학교 시절 문학 시간에 배워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한 번 더 음미해 보자. 흔히 말하는 사랑의 진정성을 보여 주는 문화적 원형(archetype)으로 이만한 것이 또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불어 도대체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신라 선덕여왕 때에 지귀(志鬼)라는 젊은이가 있었는데, 활리역(活里驛) 부근에서 살았다. 하루는 서라벌 저잣거리에 나왔다가 멀리서 여러 시종의 호위를 받으며 지나가는 선덕여왕을 보게 되었다. 그로부터 지귀는 선덕여왕을 사모하다 야위어 갔다.…
2017-02-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