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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교육, 미국·중국은 펄펄 나는데…

 

세계는 지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생성형 AI, 안면인식, 음성인식 등 인공지능의 신기술 분야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천지개벽하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질문만 잘하면 그동안 수일 동안 하지 못했던 일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순식간에 처리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 기술은 기계학습, 컴퓨터 비전, 로보틱스, 자연어 처리 등 수많은 분야에서 날로 새로운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 결과 인류 역사의 새로운 점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컴퓨터나 기계가 사람처럼 오감을 갖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러한 기술을 체화하고 새로운 분야를 열어나갈 미래 청소년 인재의 조기 양성이 중대한 국가 과제로 부상하였다. 세계에서 인공지능 인재 양성시스템을 가장 먼저 구축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2001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보기술교육을 의무화하였다. 미국도 이제 대학이나 대학원보다 K-12(유·초·중·고) 컴퓨터교육을 위해 엄청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얼마나 미래에 대해 투자하고 있는가? 우리는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산업 분야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전문인재(전문학술지 논문작성자+AI 기업 종사 전문가)는 2020년 기준 세계 30개국 중 22위에 머물고 있다(Element AI, 2020). 2022년 영국 토터스 인텔리전스의 조사에서도 인공지능 인재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62개국 중 28위를 차지했다(Tortoise Intelligence, 2021.12.).

 

더 심각한 것은 AI 인재 양성의 근간인 초·중·고 인공지능 인재 양성시스템이 제대로 구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박동 외, 2023). 미국과 중국의 사례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의 AI 인재 양성이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가를 비교 검토해 보도록 하자. 

 

AI 인재 양성 미국과 중국의 사례
먼저 글로벌 AI 선진국인 미국과 중국에서 AI 교육은 어린 나이에 빨리 실시할수록 더욱 좋다는 ‘증거에 기반한’ 정책에 따라 오래전부터 꾸준히 교육개혁을 실행해 왔다. 중국은 2001년부터 초·중·고 학생들에게 정보기술교육을 통해 인공지능의 구구단에 해당하는 코딩교육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등소평은 개혁·개방 시기에 “컴퓨터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가르쳐야 한다”라고 역설하였는데, 이는 현재 중국 인공지능교육의 기본철학이 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유아단계부터 초·중·고 직업교육 등 전 생애주기에 걸친 인공지능교과서를 개발하여 어린아이 때부터 체계적으로 인공지능 전사를 길러내고 있다. 


미국은 원래 전 세계에서 실리콘밸리 등에 인공지능 전문 인재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대학 및 연구기관 중심으로 AI 인재의 심화교육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이제 해외 인재 유입보다 K-12 단계에서 인공지능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중국의 보편적 인공지능교육에 자극받아 K-12 스템교육을 전면 확대하였다. 그 결과 2023년 스탠퍼드 ‘HAI 인공지능 지수’ 분석 결과 고등교육기관보다 초·중·고 수준에서의 인재 기반 구축으로 미래 인재 양성의 중심축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HAI, 2023).

 

이론보다 게임의 재미 요소를 가미
미국과 중국은 이론보다 게임의 재미 요소를 가미한 방식으로 인공지능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에서 인공지능교육은 초·중학교에서는 이론 및 실기 비중이 각각 20:80, 30:70 등으로 실기 중심이다. 실기과정은 학생들이 흥미 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스크래치(Scratch) 등의 게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스템교육은 스크래치만이 아니라 에브리원캔코드(everyone can code), 코드닷오알지(code.org), 로블록스(Roblox) 등을 통해 흥미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을 활용한 AI 교육은 학생들에게 보다 쉽게 접근하도록 유인하는 효과만이 아니라 교사의 교육 부담을 경감시키는 이중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미국에서는 법·제도를 활용해 유·초·중·고 단계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보편적 인공지능교육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스탠퍼드 HAI의 ‘인공지능 지수 2023’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인공지능 관련 법률을 가장 많이 제정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2022년에만 모두 9건의 AI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은 국무원이나 교육부를 중심으로 각종 지침이나 계획을 통해 인공지능교육을 법·제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초·중등학교 종합실천활동 지침 요강’,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 ‘대학 인공지능 혁신 행동계획’ 등 지침이나 계획을 통해 AI 인재 양성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이들 가이드라인이나 계획 등은 중국 정부가 재정 지원과 연계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법률과 동일한 강제력을 갖고 있다(박동 외, 2020).

 

미국도 오바마 정부에서 보편적 AI 교육을 위해 K-12 교육개혁을 추진한 이후 다양한 이니셔티브와 법률을 제정하여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2009년 ‘정상을 향한 질주’ 이니셔티브, 2011년 ‘100K in 10’ 이니셔티브(10년 내 10만 스템 교사 확보), 2019년 ‘미국 인공지능 이니셔티브’, ‘2020 국가 인공지능 이니셔티브 법’ 발효, 2022년 12월 ‘기준의 상향: 모든 학생을 위한 스템 수월성’ 이니셔티브, 그리고 ‘미국구조 계획’과 연방 교육기금에서 K-12 교육에 1,200억 달러(한화 약 150조 원) 투자 등 각종 법률과 재정 지원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인공지능 협력 촉진
이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서는 유·초·중·고 AI 교육을 마치면 대학이나 연구기관, 그리고 AI 산업체에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잘 구축해 놓았다. 중국은 AI 인재 양성을 지역특화 발전전략과 연계하여 지역별 인재 양성 및 활용을 위한 협력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정부는 인공지능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많은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K-12 학교들과 AI 인재 양성을 위한 각종 협력 조직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끝으로 미국과 중국에서는 AI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산업현장에 새로운 인공지능 물결이 밀려오면서 재직자 대상의 AI 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글로벌 노동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중국에서는 직업교육훈련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내용을 교과서로 개발하여 재교육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개인 맞춤형으로 재훈련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AI 분야 재훈련 프로그램들을 대폭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미국·중국 등 인공지능 선진국들이 유·초·중·고 인공지능 인재 양성을 위해 사활적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교사 양성은 물론 초·중·고별로 차별화된 교과서나 교육과정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2025년에 가서야 초등학교 34시간 등 형식적으로 인공지능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우리 청소년들이 AI 문맹이 될 수도 있다. 


국내의 초·중·고 교사 300명 및 인공지능 산업체 관련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인공지능 지도가 가능한 교사 수나 교사의 역량에 대한 인식 및 교사연구회 활동 등이 모두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박동 외, 2023). 교사들은 현재 운영 중인 인공지능교육의 학년별 커리큘럼이 체계적이지 않아 교육수준이 적절치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 인공지능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교사의 역량 부족, 교육기자재 부족, 정부의 지원 부족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재직자 인공지능 훈련에서는 인공지능 교육플랫폼 부족, 교·강사 역량 부족, 정부 지원 부족 등의 순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 인재 양성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AI 인재의 체계적 양성을 위해서는 정부 내 컨트롤타워 구축, 유능한 인공지능 교·강사 확충, AI 인재 양성을 위한 초·중·고 교육개혁 추진, 수준별로 차별화된 인공지능 교육과정의 개발 등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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