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2학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의 늘봄학교 시행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원의 늘봄학교 관련 행정업무 분리 방침을 번복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교총 등 교육계는 종전 약속을 뒤집은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5일 경기 신우초에서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를 개최하고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민생토론회에는 초등학생 학부모, 교원 등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학부모들은 주로 돌봄의 어려운 현실을 호소했고, 교원들은 늘봄학교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인력과 지원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교원 업무 해소 노력을 약속하면서도, 종전에 약속했던 분리는 어려울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024년 교육부 업무 추진계획 발표 때 ‘업무 분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에서 ‘분리’라는 말을 빼고 해소를 넣었다. 종전보다 후퇴한 방안이 나온 것이다.
정부는 초등 돌봄 및 사교육비 부담 경감 등을 위해 올해 전국 모든 초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1학기에는 전국 약 2700개, 2학기에는 전국 모든 초교에 늘봄학교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정규수업 외에 방과후학교, 돌봄이 하나의 체제로 통합해 운영되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이다.
늘봄학교 전국 도입과 함께 교원 관련 행정업무 부담 해소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
올해 1학기에는 기간제교원 등을 학교에 배치해 기존 교사가 하던 늘봄학교 업무에 신규 업무가 더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2학기에는 늘봄실무직원이 학교에 배치돼 기존에 교사가 맡았던 방과후·돌봄 업무를 포함한 늘봄학교 관련 행정업무를 전담한다.
늘봄실무직원은 교육전문직을 포함해 공무원, 공무직, 단기계약직, 퇴직교원 등 시·도교육청별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둘 수 있다. 모든 학교에는 늘봄지원실이 들어서게 된다.
2025년에는 학생 수가 많은 큰 학교에 늘봄지원실장을 지방공무원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방공무원 총액인건비 제도를 활용해 적시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그 외 학교에 대해 늘봄지원센터 공무원 또는 교감이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교총은 “돌봄지원실장에 교감과 전문직을 포함한 방안은 당초 대통령 업무보고 때 밝힌 ‘교원과 분리된 늘봄학교 운영’ 원칙을 뒤엎고, 교사 업무 배제도 요원하게 만들 것”이라며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의 추진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돌봄 파업 등으로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 교원이 투입될 가능성 또한 여전하다. 늘봄학교에서 교원의 완전한 분리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교육부 예혜란 방과후돌봄정책과장은 “늘봄지원실이 생기므로 담당 직원들이 먼저 대체할 수 있게 돼 지난 파업 때보다 교원에게 가는 타격은 줄어들 것”이라며 “그러나 결원이 심한 경우 교원 투입을 아예 할 수 없다고 못 박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교총은 이에 대해서도 “파업 등의 여파가 더 커질 수 있고, 교육활동 위축과 교내 갈등 심화도 우려된다”면서 “파업 대란을 막기 위해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이번 ‘늘봄지원실장 교감 담당’ 방안은 교육부의 2024년 업무계획은 물론 교총과의 2023 교섭‧합의 때도 없었던 내용이 갑자기 포함된 것”이라며 “전국 교원과 합의한 ‘교원 업무 배제’‘교원과 분리된 전담 운영체제’ 약속을 저버린 데 따른 현장 혼란, 정책 불신만 가중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늘봄학교는 올해 1학기 2700개 정도, 2학기부터 전국의 1학년생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맞벌이 가정 등 여부는 물론 신청 우선순위나 추첨, 탈락 등 없이 운영을 원칙으로 정했다. 기존 초교 돌봄교실에서는 우선순위가 있었다.
올해 전국 1학년을 시작으로 지원 대상을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2025년에 초1~2년, 2026년에 초1~6년으로 늘려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