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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교단법률] 폰트는 왜 마음대로 쓰면 안되나요?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는 3월이 오면, 누구나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단장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특히 학교는 신입생, 전입해 온 선생님들을 맞이하며 긍정적인 변화로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고 싶다. 그런 마음은 예전부터 사용하던 가정통신문의 서식을 바꿔본다거나 학교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하는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좋은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 뜻하지 않게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정통신문이나 학교 홈페이지 등에 사용한 ‘폰트(서체)’와 관련된 저작권 분쟁이다. 이런 폰트와 관련해서는 이미 전국 학교가 몸살을 겪은 일도 있었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식은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심심치 않게 학교 현장에서는 서체디자인회사가 선임한 법무법인을 통해 내용증명을 받았다며 걱정 가득한 연락을 받는 일이 있다.

 

‘폰트’와 ‘폰트 파일’
먼저 법에서는 이러한 폰트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판례는 ‘우리 「저작권법」은 서체도안의 저작물성이나 보호의 내용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창작된 응용 미술작품은 거기에 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대법원 1996.8.23. 선고 94누5632 판결 참조)’라고 한다.

 

즉 글씨의 모양을 이용한 예술영역이 아니라 단순히 문서작성을 위해 사용한 서체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폰트는 마음대로 쓰면 된다는 말 아닐까? 대체 왜 폰트에 관한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컴퓨터에서 해당 폰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폰트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인 ‘폰트 파일’이 컴퓨터에 설치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폰트 파일’은 컴퓨터 프로그램이므로 저작권으로 보호받는다(대법원 2001.6.29. 선고 99다23246 판결 참조). 그렇기에 폰트 파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유료로 구매하거나 혹은 허용된 라이선스 범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 유료 폰트 파일을 불법적으로 다운받아 사용하거나, 개인용이라는 라이선스 범위를 넘어 학교 업무용으로 사용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 사례
이런 ‘폰트’와 ‘폰트 파일’에 대한 법적인 판단에 따라 유사한 사건이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01_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가정통신문에 문제가 된 폰트가 사용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가정통신문은 학교에서 작성한 공문서이고, 학교의 정보를 학부모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니 이를 작성한 사람도 교직원이고, 학교 업무시간 중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학교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안에 폰트 파일이 다운 및 설치되어 있고, 이를 통해 문제가 된 폰트가 사용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학교가 폰트 파일을 무단으로 이용한 주체가 된다. 위 사례와 유사한 인천광역시교육청과 서체디자인회사 사이의 소송에서 법원은 같은 취지로 서체디자인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8.1.9. 선고 2017나33081 판결 참조).

 

#02_ 이번엔 다른 예시를 생각해 보자. 학교에서 홈페이지 디자인을 외부업체에 의뢰하였고, 외부업체에서 문제가 된 폰트를 사용해 학교 홈페이지를 꾸몄다. 이렇게 외부업체에서 만들었으므로, 폰트 파일을 설치해서 사용한 것은 외부업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학교는 애초에 폰트 파일을 사용한 사실 자체도 없으니,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유사한 사례인 서울특별시교육청과 서체디자인회사 사이의 소송에서 법원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손을 들어주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9.10.18. 선고 2019나32013 판결 참조).

 

결국 폰트에 관한 법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된 문서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 학교 소속 직원에 의해서 작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학교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내에 폰트 파일이 설치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의해 학교의 저작권 침해 여부에 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종종 서체디자인회사 측은 학생들이나 외부인들과 같은 개인들이 작성한 것이 명백한 학교 홈페이지 글에 대해서도 문제된 폰트가 사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가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이 있다. 그렇기에 학교는 앞서 설명한 내용을 잘 기억해 적절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학교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학교가 서체디자인회사 측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고, 이를 점검해 보았더니 실제로 교직원이 학교 컴퓨터에서 폰트 파일을 다운받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확인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서체디자인회사는 학교가 다수의 폰트를 이용할 수 있는 폰트 파일 패키지를 구매하라는 조건으로 합의하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서 사용한 문제가 된 폰트 파일은 서체디자인회사가 구매를 요구하는 패키지에 포함된 폰트 파일 중 몇 가지 정도에 불과하고, 이를 이용해 작성한 문서도 극히 일부분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 때문에 학교로서는 서체디자인회사가 패키지 전체 가격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 앞서 소개한 인천광역시교육청과 서체디자인회사의 소송에서 서체디자인회사는 400~500만 원의 금액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에서 인정한 금액은 100만 원 정도였다.


사실 이러한 금액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학교의 예산은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고, 학교장이라고 하여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서체디자인회사의 합의 요청에 곧장 응하기도 어려움이 있다. 이런 경우 한국저작권위원회로 조정을 요청하는 방법이 가장 공식적인 방법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을 통해 운영되는 곳으로, 저작권과 관련된 분쟁을 조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저작권법」 제112조·제113조). 다만 학교의 저작권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이와 별도로 교육부가 운영하는 교육저작권지원센터도 있으니, 이곳에 먼저 연락하여 상담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폰트 저작권 분쟁의 예방 방법
앞서 설명한 교육저작권지원센터는 교육저작권에 대한 상담이나 법률지원 외에도 저작권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특히 2021년부터는 학교 폰트 분쟁 예방을 위한 ‘폰트 점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으니, 혹여나 학교에서 사용하는 폰트 중 분쟁위험이 있는 폰트가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이를 이용해 보도록 하자.


그 외에도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2023년부터는 아예 저작권에 대한 걱정 없이 학교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폰트를 자체적으로 제공한다. 현재 114개의 폰트 234종이 있고, 이 역시 교육저작권지원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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