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결합한 영화의 새로운 세계 만나볼까?
부산국제영화제·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국내 3대 국제영화제로 꼽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집행위원장 신철, BIFAN)가 7월 4일부터 14일까지, 11일간 화려한 축제의 장을 연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국제영화제로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부천아트센터, 부천시청 한국만화박물관, 부천아트벙커B39, 웹툰융합센터, CGV소풍 등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다양한 즐길거리로 관객을 맞이한다. 그동안 야외무대 등에서 우천 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기에, 안정적인 행사가 가능하도록 지난해 5월 개관한 부천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부천아트센터 무대에서 개막식을 개최한다.
1997년 첫발을 내디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부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축제다. 첫해 <킹덤> 심야상영 열풍을 주도했으며, ‘블루무비 특별전’을 비롯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특별전으로 검열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쇼브라더스 무협영화’와 ‘볼리우드 특별전’으로 두터운 국내외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미국 영화매체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호러 영화제’(드레드센트럴), ‘세계 최고 15대 장르영화제’(무비메이커)로 인정받으며 새로운 감성과 에너지, 풍부한 상상력과 개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는 84개국에서 전 부문 총 3,418편이 접수되며, 전년 대비 20.27% 증가하며 역대 최다 출품작 수를 기록한 이유기도 하다.
지난 27년간 독특하고 차별화된 장르 영화를 선별하여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놀이터를 제공해 온 BIFAN은, 올해 AI 사업부문을 신설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폐막작과 AI로 만든 영화들 그리고 특별전을 소개한다.
개막작 <러브 라이즈 블리딩(Love Lies Bleeding)>, ‘마성의 커플’이 궁금하다면?
사랑은 절망의 순간에 찾아온 구원일까, 한낱 욕망의 찌꺼기일 뿐일까?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언니를 지키기 위해 폭력적인 ‘아버지’(에드 해리스)의 그늘 아래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루’(크리스틴 스튜어트). 어느 날 그가 일하는 체육관에 보디빌딩 대회 우승을 꿈꾸는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가 나타나면서 두 사람은 0.0001초 만에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예기치 않는 사건 이후 루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잭키와, 그런 잭키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루. 두 사람은 깊은 곳 은밀히 숨겨온 어두운 가족사와 절망적인 현실의 끝, 그 어딘가를 향해 질주해 간다.
장편 데뷔작 <세인트 모드>(2019)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영국의 여성 감독 로즈 글래스가 탁월한 감각과 재능을 다시 발휘했다. 그녀는 <러브 라이즈 블리딩>에서 폭력적이고 거친 에너지와 화려하지만 특유의 퇴색한 이미지, 팝 음악이 어우러져 80년대 범죄 로맨스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했다. 영화는 사랑과 욕망, 뒤틀린 유머, 통제할 수 없는 관계에서 허우적대면서도 벗어나기 위해 질주하는 인간에 대한 한편의 희비극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극 중 범죄에 연루된 가족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체육관 매니저로 무기력하게 일상을 보내는 루 역을 맡아 가장 자신을 잘 보여주는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친다. 특히 운명적으로 만난 잭키와의 사랑을 계기로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에도 끝없는 사랑으로 연인을 지키며 가족에게 벗어나려고 변화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통쾌한 슈퍼 범죄 로맨스의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이외에도 에드 해리스, 안나 바리시니코프 등 화면을 뚫고 나오는 징글징글한 에너지와 매력으로 충만한 배우들의 앙상블이 통렬한 풍자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로즈 글래스 감독은 장편 데뷔작 <세인트 모드>(2019)로 4년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부천 초이스: 장편’ 작품상을 수상한 능력 있는 감독이다. 스타일리쉬한 영상과 도발적인 시선 그리고 특히 여성의 액션이 돋보이는 특별한 영화다. 장르의 감각적인 변주를 끌어내는 배우들의 파워풀한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라고 개막작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폐막작 <구룡성채: 무법지대> … <범죄도시> 시리즈보다 더 액션감 넘친다!
1980년대 홍콩은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동시에 이로 인해 수많은 화교가 해외로부터 흘러들면서 사회·경제적으로 혼돈의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홍콩에서 가장 위험하고 불가사의한 무법지대가 바로 구룡성채였다.
그 무렵 홍콩으로 와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던 ‘찬 록쿤’은 악명 높은 ‘미스터 빅’이 이끄는 갱단에게 쫓기게 되고, 우연히 구룡성채로 몸을 피한다. 구룡성채를 지배하는 사이클론의 도움으로 구룡성채에서의 삶에 적응하던 찬 록쿤. 그러나 찬 록쿤과 구룡성채를 향한 악당들의 위협은 점점 거세진다.
홍콩 액션 영화계의 거장 두기봉 사단의 정 바오루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레전드 액션 스타 홍금보와 고천락의 출연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액션 스릴러 영화다. 지난 5월 1일 홍콩에서 개봉해서 1억 홍콩달러(HK$)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해 역대 홍콩영화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메가 히트작이다. 특히 정교하게 재현된 ‘구룡성채’의 디테일과 더불어 우리에게 익숙한 홍금보 등의 배우들이 펼친 명연기는 1980년대 홍콩 액션 영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측은 “기괴하고 미로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포개어지는 공간 배경과 더불어 인물들의 다양한 사연과 관계를 통해 그 당시 홍콩의 모습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화려한 액션 역시 놓칠 수 없는 매력 포인트”라고 밝혔다.
AI 영화제작이 가져올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 한국 국제영화제 최초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
인공지능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심지어 제작비가 ‘0’원인 작품도 있다고?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현재 전 세계의 재능 있는 젊은 감독들이 AI를 영화 제작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한국 국제영화제 최초로 올해 론칭하는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 AI 영화’에는 총 114편의 작품이 전 세계에서 출품됐다. 영화제 선정위원회는 AI 기술이 텍스트(각본)·오디오·비디오 부문에서 한 가지 이상의 AI 기술 활용을 필수로 한 작품 중 작품성·예술성·독창성 등의 서사와 AI 기술 활용도 등의 요소를 종합해 15편의 본선 진출작을 선정했다.
한국영화로는 4편이 선정돼 눈길을 끈다. 먼저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는 권한슬 감독의 <원 모어 펌킨>이 있다. 권 감독은 “제작비가 ‘0’원”이라는 말로 놀라움을 더해, AI가 구현해 낸 영화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박성원 감독의 <언더 더 사인 오브 문>, 배준원 감독의 <폭설>, 차세환 감독의 <파이널 씬>은 현대 AI 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영상 이미지와 사운드의 완성도와 함께 기발한 상상력과 신선한 각본, 캐릭터 구현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국내외 뉴미디어 전문가와 영화 전문가로 구성된 본선 심사위원의 심사를 통해 결정되는 작품상·기술상 그리고 관객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관객상이 발표될 예정이며, 수상작에는 총 1,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AI가 영상 콘텐츠 제작에 미치는 영향을 화두로 던지는 올해 BIFAN은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 신설 외에도 세계적으로 AI 영상제작을 선도하는 중량감 있는 연사들을 초청해 영화제 기간에 ‘BIFAN+ AI 콘퍼런스’(7월 5일~7일)를 개최한다. 본선 진출작 중 <어나더>를 연출한 데이브 클라크 감독 역시 연사로 참가할 예정이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거대 제작 자본에 접근이 어려운 창작자들이 AI를 통해 제작비로부터 창작의 자유를 얻길 바란다. BIFAN은 올해 창작자들이 AI를 활용해 최소 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정보와 체험의 장을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정된 예산과 자원으로 제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AI 기술이 가져다줄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궁금하다면, 15편의 본선 진출작을 놓치지 말자!
‘배우 특별전’ 주인공은 데뷔 23년 차 ‘독보적’ 배우 손예진
“존경하는 선배님들 뒤를 이어 특별전을 개최한다는 것이 감개무량합니다. 배우 인생에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올해의 ‘배우 특별전’ 주인공으로 손예진 배우를 선정한 후, 그가 한 말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2017년부터 한국영화의 현재를 이끄는 동시대 대표 배우를 선정해 ‘배우 특별전’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전도연·정우성·김혜수·설경구·최민식에 이어 손예진 배우가 올해의 배우로 선정됐고, 그의 빛나는 행보를 한마디로 축약한 ‘독.보.적. 손예진’이라는 타이틀 특별전을 진행한다. 손예진 배우는 개막식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빛낸 후 영화제 동안 메가 토크와 사진전 등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배우 손예진은 국내외 수상 경력 또한 화려하다.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표창을 비롯해 대종상 3회, 백상예술대상 6회, 청룡영화상 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2회 등 50여 회 수상했다. 특히 <외출>로 제51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여우주연상,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제15회 중국 금계백화장(金鷄百花奬)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해외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배우 특별전에서는 손예진 배우가 출연한 영화 6편을 다시 볼 수 있다. 명랑하면서도 비극적인 사랑의 두 주인공 ‘지혜·주희’를 연기한 <클래식>(2003), 기억을 잃어가며 슬픈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낸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의 ‘수진’, 두 남편과 결혼한 발칙한 아내 역을 맡은 <아내가 결혼했다>(2008)의 ‘주인아’, 어디서도 볼 수 없던 호러 로맨스를 보여준 <오싹한 연애>(2011)의 ‘여리’, 광기와 분노에 휩싸인 히스테릭한 ‘연홍’을 연기한 <비밀은 없다>(2016), 조국을 잃어버린 황녀의 애환과 비통함을 기품 있게 그려낸 <덕혜옹주>(2016) 등이다.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손예진 배우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여러 장르를 망라하며 정형성을 탈피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독보적인 매력의 21세기 대표 배우다. 작품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열연으로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 온 그의 깊이 있는 연기 세계를 함께 발견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손예진 배우의 대표작들을 부천에서 다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