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숨결과 손길 없이는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구상하는 교육 개혁은 교사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대토론회가 열린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교사가 함께해야 학생은 건강하게 자라나고 교육도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고 밝혔다.
강 교육감은 최근 교육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 유·초·중등 교육은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 개편 등 대학입시까지 교육 분야 전반의 개혁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공통 대학입학 자격 제도를 기반으로 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을 내세워 교육감 재선에 성공하더니, 이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중장기 국가 교육정책을 기획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와 우리나라 대학입학 전형을 관장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전형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앞서 19대 국회의원 시절에도 교육 분야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각각 물리교육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IT기업 대표까지 지낸 만큼 인공지능(AI), 에듀테크 등에도 관심과 이해도가 높다. 여성가족부 장관 역임 때는 학교 밖 청소년 등 정책에도 관여하면서 사각지대를 보게 됐다.
무엇보다 중등 교사 출신이다. 학생과 마주했던 교직 생활이 행복했었다는 강 교육감은 누구보다 교사의 입장에 서서 교육을 풀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런 면에서 IB는 학생은 물론 교사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며 전국 확산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IB는 교사와 학생이 강력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 “자신을 면밀히 돌아보게 만들면서 역량을 신장할 수 있는 능력 배양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의 성장에 있어서도 좋은 툴”이라고 말했다.
― 변화의 대비가 잘 되고있다고 보는지.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늘봄학교와 관련해 방과후학교를 정비하면서 초등 저학년 발달에 맞게 예·체능 위주 교육 등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교육재정의 추가 확보와 지속적인 유지가 필요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 등 교육재정 관련 감축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저것 다 깎으면 이런 정책 추진은 쉽지 않다. 유보통합도 마찬가지다. 고교학점제, AI디지털교과서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문제도 잘 준비하고 있다. 다만 교원 확보가 어려운 점은 아쉽다. 특히 고교학점제에서 소인수과목을 제대로 하려면 교원 대비 학생 수를 더 낮춰야 한다. 여러모로 교육 현장의 수고가 많다.”
― 교사의 교육활동이 위축되니 문제다.
“교육활동 중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가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실제 들여다보면 그 정도 수준이 아닌데 신고한 경우가 꽤 나온다. 법 개정 전이라도 정당한 생활지도나 교육활동을 했음에도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문제라면 경찰 조사까지 가지 않도록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이뤄졌으면 한다. 일단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경찰 조사·수사 단계부터 변호사 동행 지원, 교원배상책임보험 학교안전공제회 관리 및 보장 범위 확대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 학부모 인식 개선 등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 학생 인권 강조가 교권을 하락하게 만든다는 의견이 많다.
“일부 시·도의 학생인권조례는 권리만 보장하고 책무가 전혀 없다.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해서라도 학생으로서 책무를 따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리와 책임은 늘 함께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미 초·중등교육법과 교육기본법 등 관련 법령으로 학생 인권 보장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존중하는 문화와 학생 주도성을 강조하는 교육도 잘 이뤄지고 있는 만큼 조례 개정 등은 필요하다.”
― 학부모 인식 개선 노력도 필요한것 같다.
“교육당국에서 학부모 인식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작 교육이 필요한 학부모들에게 제공되지 못한다. 대구는 학부모들이 직접 학교와 교원을 믿고 따른다는 선언문을 만들어 입학식 때 모두 직접 읽어보고 선언하고 있다. 아파트, 대중교통 등 학부모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도 비치하는 등 찾아다니며 단 한 개 조항이라도 읽어봐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학생의 행복한 진로를 위해서라도 학부모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 수능, 대입 등은 어떻게 변화돼야 한다고 보는가.
“매년 수능 문제를 직접 풀어보고 있는데 너무 헷갈리게 출제해 내 지식과 상식으로는 해결 못 하는 게 많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반복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 하더라. 물론 반복해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필요하나, 작금의 상황은 과도한 것 같다.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하나의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오지선다형’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더 꺼내는 방법이 없을까 모색하다 학생 주도형 토론식 참여 교육을 운영하는 데다, 전 과목 논·서술형 평가를 다층적이고도 공정하게 확보한 IB를 주목하게 됐고 성공 사례를 국교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교원이나 학교의 학생 평가가 줄세우기로 매도되는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학생들의 학력 저하 예방 및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서는 평가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필수임에도, 일부에서 줄세우기 등 부작용을 염려해 평가를 죄악시하는 문제로 흐르고 있다. 이제 줄세우기 프레임도 벗어나야 한다. 물론 평가방식도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
― IB 도입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2019년 도입 이후 올해 초(2023학년도) 처음으로 IB 고교과정인 디플로마(DP) 이수자가 나왔는데 대부분 사교육 도움 없이 국내외의 상위권 대학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특히 IB 월드스쿨인 경북대사범대부설고에서 세계 20위권의 캐나다 최고 명문 토론토대학교 4년 전액 장학금 혜택의 합격생이 나왔다. 해당 학생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은 할 수 없었고, 유학 상담조차 받아본 적 없다. IB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로그램이라 가능했다. 토론토대와의 협약으로 열린 설명회에 참석한 해당 학생이 ‘한 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더라. 이제 미국 아이비리그 도전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안게 됐다. 학생 주도형 토론 참여로 이뤄지다 보니 기존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더욱 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도 나온다. 학생 잠재력을 끌어내는 효과는 상당하다. 전국의 모든 학생이 단 한 번만이라도 IB 수업을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 이 역시 교사의 역할이 관건이다.
“좋은 교사 없이 좋은 학교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혼자만의 힘만으로 좋은 교사가 되기도 어렵다. 늘 경계심을 유지하며 개선을 거듭해야 하는데, 이는 끊임없는 피드백 속에서 가능하다. IB는 일정 기간 후 재인증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IB는 학생은 물론 교원들도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고, 교원들 간 상호 협력하는 문화를 조성하게 만들고 있다.”
― 전국 확산은 어느 정도까지 기대하는가.
“현재 IB 도입 교육청은 11곳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평가 개선 연구 등을 이유로 IB에 주목하고 있다. 평가원이 수능 등 여러 가지 업무로 여유가 없는 데도 IB연구는 물론 교사 연수도 시작했다. 서울 초중교에 공문을 보내 1학교당 2명씩 교사 연수 신청을 받아 170여 곳에서 약 350명을 대상으로 IB 기초연수를 진행했다. 이제 씨앗을 뿌리는 단계다. 이런 노력들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좋은 효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